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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33화 (13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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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 변혁의 시작 (7)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곧 다가올 고통을 대비했다. 하지만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자, 남자는 질끈 감았던 눈을 슬며시 올렸다.

“…….”

남자는 허벅지에 닿아 있는 검 끝자락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분명 검날이 그의 허벅지를 파고들어와 혈관을 헤집어놨을 것이었다.

“뭐해요. 말한다면서요?

민성은 싱긋 웃으며 그의 대답을 촉구했다.

“아…… 악마.”

남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작게 중얼거렸다. 살인마라더니, 놈은 미쳤다. 뉴스에서 나오던 묘사는 오히려 축소된 것 같았다.

“얘기 안 할 거예요? 그럼 어쩔 수 없고…….”

민성이 재차 대검을 들어 올리려 하자,

“말하겠습니다!”

남자는 기겁하며 잽싸게 그가 아는 정보를 전부 털어놨다.

‘흠……. 역시나.’

민성은 씁쓸한 미소를 흘리며 노인에게서 받았던 핸드폰들을 전부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주저 없이 대검을 들어 핸드폰들을 내려찍었다.

콰직-

검 끝에 찍힌 핸드폰들은 곧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서져 내렸다. 혹여나 복구할까 싶어, 파편들은 하수구로 슬쩍 밀었다.

‘쯧, 너구리 같은 노인네. 사람 귀찮게 하네.’

예상했던 대로 핸드폰에 장착되어 있는 위치추적기가 원인인 듯했다. 어차피 번호들은 따로 메모장에 적어놨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히익!”

얼굴이 하얗게 질린 운전기사는 두 팔로 몸을 질질 끌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가랑이 사이에서 새어나온 액체가 짙은 길을 만들어냈다.

“안 죽이니까 편하게 걸어가요, 기어가지 말고.”

민성은 친절하게 그의 몸을 일으켜 세워준 뒤, 그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그리곤 이내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

“불.”

찰칵-

봉고차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남자는 라이터를 꺼내,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남자의 담배 끝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댔다.

“후우…….”

남자의 입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올 때마다 그의 볼에 박힌 흉터 자국이 작게 씰룩였다. 한참 담배 연기를 뿜어대던 남자는 들고 있던 종이와 민성의 얼굴을 대조해보더니, 이마를 긁적였다,

“저게 친구라고?”

남자의 물음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는 무언가를 힐끗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씨……. 그 망할 년이 우리 물 먹일라고 잘못 던져준 거 아냐? 줘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남자는 운전석 남자의 손에서 가로채듯 물체를 채갔다. 그리곤 그것을 빤히 들여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깜박거리는 게 저놈 맞지?”

“예, 실장님.”

“그럼 맞는데? 근데 얼굴은 왜 다르지? 응? 왜 다르냐고 묻잖아, 이 새끼야!”

실장은 손을 들어 운전석 남자의 뺨을 거칠게 두들겼다.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쓸모없는 새끼. 야! 니들은 알겠어?”

실장이 고개를 돌려 묻자, 뒤에선 역시나 모르겠다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런 등신 같은 것들을 부하라고 데리고 다니니. 후…….”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실장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아! 설마 다른 새끼 얼굴거죽이라도 벗겨서 뒤집어썼나? 오! 이거 그럴 듯한데? 어떤 것 같냐?”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장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부하들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치? 하여튼 피는 못 속인다더니, 어미새끼나 아들새끼나 하는 짓거리는 똑같네.”

실장은 작게 이죽이며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빼어 물며 말을 이었다.

“친구가 잠시 못 본 사이에 출세했어. 몸값도 20억씩이나 되고. 아, 회장 아들내미시니 이제는 친구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실장이 킬킬대며 웃자, 부하들도 그를 따라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사…… 살려주세요!”

날 선 비명에 실장은 웃음을 멈추고 전방을 응시했다. 민성이 떡방아 찧듯 대검으로 무언가를 내려찍고 있었다. 사뭇 남자의 몸을 찢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흠……. 예전이랑은 좀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뭐, 우리도 정체가 드러났으면 20억이 뭐야, 100억짜리 몸들이 됐겠지.”

“맞습니다!”

“어쨌든 친구님 목만 예쁘게 포장해서, 존귀하신 회장한테 상납하면 된다 이거지. 그 미친년 머리 뚜껑도 한번 열어보고 싶네. 어떻게 생겨먹었…….”

앞 유리에 짙게 깔린 선팅 너머로 민성이 움직이자, 실장은 말을 끊고 급히 운전석의 남자를 바라봤다.

“움직인다! 쫓아!”

“예!”

실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현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봉고차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끼……. 어디든 기어들어가 봐라.”

실장은 잔인한 미소를 머금고 민성의 등을 노려봤다. 인적이 드문 곳에 들어가는 순간이 놈의 제삿날이었다.

“근데 저……. 실장님? 갑자기 신호가 안 가는데요?”

“뭐?”

*

북적거리는 동대문 시장까지 접근할 때까지도 결국 버섯은 발견하지 못했다. 민성은 아쉬운 마음에 높다랗게 서 있는 빌딩들 사이의 샛길들까지도 탐색했다. 하지만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평소에도 발견하기 어려웠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했다. 마치 그 말고 누군가가 버섯을 모조리 수확해 간 것 같았다.

“하아……. 녀석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

개코를 가진 티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헬기라도 빌려볼까?’

실없는 상상을 펼치던 민성은 피식 웃으며 하늘을 지그시 응시했다. 딱히 한 것도 없건만, 태양은 벌써 빠르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손목에 걸린 시계를 힐끗 살피니 이제 다섯 시를 조금 넘은 상태였다.

“쩝…….”

민성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밤까지 수색작업을 펼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백수라 남아도는 게 시간이지만, 쉴 때는 또 쉬어줘야지.’

민성은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결국 버섯 탐색은 내일의 그에게 맡기기로 맘먹었다. 그리곤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열쇠구멍을 찾아 헤맸다.

‘오!’

민성은 곧 편의점 출입구 손잡이에 달린 구멍을 발견하고 반색했다. 하지만,

“꺄아아악!”

디스코팡팡을 타는 여고생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야시장은 몇 시부터 해?”

“7시부터니까, 우리 옷 구경하고 있자!”

날이 어두워져가자, 급속도로 붐비기 시작하는 커플들까지. 안 그래도 많다고 여겼던 사람들은 더욱 늘어만 갔다.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쓰기 좀 그런데.’

글렀다고 판단한 민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상대적으로 인적이 뜸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다. 청계천을 넘어가면 좀 나아질까 했건만, 넘어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얼른 ‘비밀스러운 집’으로 들어가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과 달리, 여전히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상당한 걸로 보아 아무래도 퇴근시간까지 겹친 모양이었다.

‘어쩐다…….’

잠시 고심하며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빌딩을 바라보던 민성은 곧 눈을 반짝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빌딩의 한쪽 끝에는 ‘중대’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다.

끼익-

그리고 몇 분 뒤, 봉고차 몇 대가 빌딩 앞에서 멈춰 섰다.

“운도 없는 친구네. 하필 들어가도 여기로 들어갔냐.”

조수석에서 내린 실장은 조소를 띤 채 빌딩을 바라봤다. 놈이 탐지기를 무력화시킨 덕에, 부하들을 하차시켜 놈의 뒤에 붙여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끝이었다. 추격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얼른 들어가!”

실장은 뒤따라 봉고차에서 내린 부하들에게 명령하며,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급히 전화했다.

“예, 회장님. 부탁드릴 게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

빌딩 내부로 들어선 민성은 먼저 내부를 살폈다. 좌측에는 방제실이라 적힌 커다란 방과, 지금은 비어 있는 안내데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흠. 문제는 저건데…….’

원래의 계획은 직원인 척하면서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 문을 이용해 ‘비밀스러운 집’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시작부터 가로막힌 것 같았다. 민성은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방제실의 우측의 작은 유리문을 보며 이맛살을 좁혔다. 유리문 옆에는 지하철의 승차구처럼 카드를 찍는 작은 기계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저곳에 카드 또는 직원증을 대야만 출입이 가능한 모양이다.

‘젠장. 입구부터 막힐 줄은 몰랐는데. 전부 마교 지부처럼 생긴 줄 알았더니…….’

전체적으로 개방된 내부를 지니고 있던 마교 지부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빌딩이었다. 잠시 고심하던 민성은 이내 고개를 젓고 등을 돌렸다. 그냥 슬쩍 넘어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기엔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다.

‘빌딩은 많으니까.’

민성이 피식 웃으며 돌아가려는 찰나,

“얼른 들어가! 이번에도 놓치면 끝이야! 알겠어?”

‘뭐지?’

입구 부근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민성은 눈매를 좁히고 전방을 응시했다. 족히 몇십 명은 될 법한 숫자의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회사 사람들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제 발로 잔업 하겠다고 돌아오는 월급쟁이가 있을 리 없었다.

‘아니면 설마 이 노인네가 몸에도 달아놨…….’

“오랜만이야, 친구.”

웃는 낯짝을 따라 작게 흔들리는 흉터. 아무래도 만복 노인이 보낸 놈들은 아닌 듯했다.

“너는…….”

민성은 말꼬리를 흘리며 무리의 선두에 서 있는 남자를 죽일 듯 노려봤다.

‘저 새끼가 여긴 왜 온 거지? 것보다 아직 인피면구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그의 위치를 알고 끌고 온 것 같은 무리들과,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정체를 파악 당했다.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구면도 아닌데 그렇게 원수 보듯 쳐다보지 말라고.”

실장은 능청스럽게 말을 걸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하가 잽싸게 라이터를 들이밀었다.

찰칵-

“뭐냐?”

“후…….”

민성의 차가운 물음에도 실장은 히죽이며 불붙인 담배를 연신 뻐끔거렸다. 소란스러워진 내부에도 불구하고, 경비 역할을 담당하는 방제실에선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도 친구랑 숨바꼭질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돌아와 준 덕분에 수고를 덜었네. 보답으로 작업할 때는, 내가 손수 아프지 않게 보내줄게.”

실장은 담뱃재를 툭툭 털며 일그러진 미소를 보였다. 실장의 담배가 점점 짧아져 가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은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어떻게 알았냐?”

민성은 넌지시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허공에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친구. 너무 날로 먹으려 하는 거 아냐? 오! 그게 그 영상의 대검이구나?”

실장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냐?”

“쥐 죽은 듯 살았으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아쉽겠어, 친구?”

민성이 재차 질문을 던졌지만, 실장은 딴 소리를 늘어놓으며 다 꺼진 담배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툭-

“잘 가.”

떨어진 담배꽁초가 지면과 맞닿는 순간,

“죽여!”

“와아아아아아!”

실장의 부하들이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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