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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20화 (120/303)

# 120

120화 - 분기점 (6)

“끄아아아악! 도와줘! 이 새끼가 물었어!”

“오지 마! 이 시발, 시발!”

퇴각할 때 피해가 가장 극대화된다고 했던가.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런 데서 죽고 싶지 않아!”

다리에 이빨이 박혀 미친 듯이 개머리판으로 망자의 머리를 찍어대는 용병부터,

“으아아악! 시부랄! 살려줘!”

놈들에게 둘러싸여 절규에 가까운 울부짖음을 터트리는 용병까지. 최고의 방어수단을 잃은 용병들은 좋은 먹잇감에 가까웠다.

탕-탕-

피해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용병들은 유일한 생로인 출구가 있는 후방으로 이동했다.

“빨리 뒤로 빠져!”

“뭐 하는 거야! 길 막지 말고 얼른 뒤로 가!”

그러나 어느 순간 행렬의 움직임이 정체되자, 용병들은 악다구니를 지르며 후방의 용병들을 독촉했다.

“크아아아!”

도처에서 녹슨 검과 검은 때 묻은 이빨들이 산 자들을 노렸다. 탄환이 바닥난 용병들은 소총에 견착한 대검과 개머리판을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숫자의 열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거기다 지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을 외관과 달리 놈들은 상당히 교활하게 움직였다.

챙-

망자의 녹슨 검이 용병의 대검과 맞물리는 사이,

“키아아아!”

그 틈을 노리고 수많은 망자들이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

“아…… 안 돼! 오지……끄아아악! 사…… 살려!”

용병이 서 있던 자리에선 이내 쩝쩝거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선혈이 바닥을 적셔갔다.

“놔! 시발! 놓으라고! 으아아아!”

망자들의 괴성과 용병들의 비명소리가 섞여 기묘한 화음을 만들어갔다.

“뒤에 있는 새끼들은 뭐 하는 거야! 문! 빨리 문을 부수라고!”

그럼에도 용병들은 악착같이 소총으로 망자들을 후려치며, 생로가 뚫리길 기다렸다. 하지만 후방에서 전해져오는 소식은 용병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젠장! 안 부서져! 안 부서진다고! 탄환으로 난사해봤는데도 소용없었다고, 시발!”

“개소리 하지 말고 얼른 부숴! 부수라고!”

“크아아아아아!”

비보를 믿기 어려웠는지 용병들은 재차 후방의 용병들을 독촉했다.

쾅-쾅-

후방에선 격한 충돌음이 몇 번이고 들렸다.

“뚫어! 시발! 뚫으라고!”

용병들은 탄환으로도 뚫지 못했던 문을 개머리판으로 연신 두들겨댔다.

“이거 못 열면 오늘 다 뒤지는 거라고! 무조건 열어!”

“시부랄!”

그들 역시 생존하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더욱 미친 듯 문을 두들겼지만, 나무문은 외관과 달리 꿈적도 하지 않았다.

“키아아아아!”

거기다 망자들의 습격은 후방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오…… 오지 마!”

“시발!”

특히 놈들은 문을 부수는 용병들을 집요하게 노려왔다. 마치 절대 이곳에서 내보낼 수 없다는 듯.

“크아아아!”

망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자, 문 주변을 포위하듯 감싸고 있던 용병들은 격한 함성을 지르며 대검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푹-

대검이 놈들의 대가리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부식된 시체라 그런지 사람을 찔렀을 때 느껴지는 저항감은 적은 것 같았다.

“제대로 마크할 테니까 무조건 뚫어!”

“키아아아!”

“이 시발 놈아!”

후방에 있던 용병장은 주위의 용병들을 독려하며 달려오는 망자를 보곤 마주 악을 썼다. 그리곤 빈 소총을 뒤집어 망자의 입에 개머리판을 쑤셔 넣곤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았다.

“키아아!”

“뒈져! 뒈져!”

용병장은 일어나려는 망자의 머리에 냅다 대검을 박았다. 거칠게 요동치던 놈의 몸은 이내 잠잠해졌다. 역한 썩은 내와 함께 시체 썩은 물이 놈의 몸에서 새어나왔다.

“봤지! 호위 병력을 믿고, 뚫어!”

“예!”

쾅-쾅-

용병장의 호언장담에 잠시 중단됐었던 생로확보 작업이 재개됐다. 슬쩍 고개를 돌려, 재개된 작업을 확인한 용병장은 본능적으로 소총을 앞으로 휘둘렀다. 개머리판에 안면을 강타당한 망자의 몸뚱어리가 바닥에 엎어졌다.

“시벌 새끼들…….”

용병장은 넘어진 망자의 머리에 대검을 깊이 박아주며 낮은 헛웃음을 흘렸다. 한 놈을 쓰러뜨리면 곧장 여러 마리가 그 자리를 채운다. 쉴 틈이라곤 존재하지 않았다.

“키아아아!”

앞에선 거친 파도 같은 망자 떼거리가 몰려오고 있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호언장담했지만, 두려움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부디 그나마 남아 있는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문을 부수기만을 바랐다.

“조명탄 쏴!”

아까와 달리 약간 지친 것 같은 김도진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피유우웅-

천장에 박혀 죽어가던 조명탄을 대신해 새로운 조명탄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곤 천장에 틀어박혀 격한 전투현장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크아아아아!”

“끄아아아악!”

“죽어! 시벌 새끼들아!”

궁궐 내부는 역한 시체 썩은 내와 용병들이 뿜어내는 쿰쿰한 피 냄새로 진동했다.

“…….”

여태껏 일행들 곁에 붙어 있던 민성은 소리에 집중을 기울였다. 간헐적이나마 들려오던 총성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산 자의 거친 숨소리와 악다구니, 그리고 망자들의 기괴한 외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제 움직여도 되겠지.’

혼잡함 속에 수많은 탄환마저 허공을 가르는 상황이었었다. 스킬의 효과를 받아 탄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와 달리, 일행은 언제든 눈 먼 총알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일행의 안전이 우선이었기에, 그는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총성이 멎은 지금, 더는 가만있을 이유가 없었다.

“키아아악!”

퍽-

열심히 활시위를 당기며 망자들의 머리를 저격하던 이신은, 대검을 움켜쥔 민성의 모습을 힐끗 보곤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명탄 빛이 내부를 비추고서야 약간의 활기를 찾은 아루 역시 힘없는 끄덕임을 보였다. 민성 역시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빌어먹을 새끼들이긴 해도 전멸하면 골치 아파져.’

용병들이 전멸하면 다음은 그들 차례였다. 놈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냉정한 판단과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물론 그의 능력이 어디까지 통할지도 문제였다. 허나 탄환이 통한 만큼 대검도 충분히 통하리라 생각 들었다. 민성은 빠르게 눈짓하며 전황을 살폈다,

“으아아아악!”

“지원! 지원 없어? 이런 시부랄!”

“시발…… 뚫린다!”

다이트 용병대 단장의 명령 하에 악착같이 버티는 우측과 달리, 좌측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위태롭게 전열을 유지하는 것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몰랐다.

‘일단 저쪽부터 해결해야지.’

민성은 눈앞의 망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소총덮개를 바스러뜨릴 듯 물고 있던 망자 한 놈이 뒤틀린 팔을 흔들며 그에게 달려왔다.

“키아아아!”

‘머리가 약점이었었지.’

민성은 붉은 이빨을 들이미는 망자의 역한 입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양치나 하고 다녀, 새끼야.”

그러면서도 대검을 우에서 좌로 거칠게 휘둘렀다.

‘응?’

민성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바닥을 뒹구는 망자의 대가리를 바라봤다. 사람을 베던 감촉과는 상당히 느낌이 달랐다. 마치 부드러운 두부를 자르는 것 같았다. 이물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키어어…….”

‘시체라 그런 건가…….’

띠링-

[현무검법 제1장, 현무멸악의 신성력에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아…….”

‘마나 브레이커’의 효과 덕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검법을 재발견한 민성은 낮은 탄성을 내질렀다. 신성력. 솔직히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를 능력이었다. 헌데 이런 곳에서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

스르륵-

희한하게도 탄환에 맞아 죽은 여타의 망자들과 달리, 대검에 목이 날아간 망자의 육신은 형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가루가 되었다.

‘설마 신성력 때문에 이런 건가?’

순간 고민하던 민성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실험대상은 얼마든지 있었다.

“키아아아아!”

민성은 대검을 쳐든 뒤, 그에게 달려드는 망자의 머리에 그대로 내려찍었다.

촤악-

놈의 신체는 반으로 갈라져 그대로 허물어져 내렸다. 민성은 망자의 육신이었던 가루를 슬쩍 내려다보곤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도 가볍게 휘둘렀건만,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 여태껏 상대했던 능력자들을 보스라 치면, 놈들은 거의 보너스 스테이지에 가까웠다.

‘스킬은 아껴도 되겠네.’

사용하면 오히려 마나가 아까울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방심한 것은 아니었다. 언제 더 강대한 적이 출몰할지 몰랐다. 이곳을 탈출하기 전까지는, 아낄 수 있을 때 아껴두는 것이 좋았다. 민성은 피식 웃으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망자들의 머리를 차례차례 베어 넘겼다.

“저…… 저놈은 뭔데…….”

망자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던 용병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민성이 벌이는 이변을 바라봤다. 성인과 맞먹는 완력과 죽음의 두려움조차 모르는 망자들이었다. 심지어 머리를 베거나 대검으로 뇌를 헤집어놓지 않는 이상, 죽지도 않았다.

“돌아가면 샤워부터 해야겠다.”

하지만 대검을 든 젊은 남자는 그런 것들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듯, 격렬하게 대검을 휘둘러댔다.

푸확-

대검이 한 번 허공에 들릴 때마다, 망자들의 대가리가 여럿 분리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그나마도 가루가 되어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키아아아!”

“뒤져라, 이 개새끼들아!”

민성이 신명나게 대검을 휘두르자, 용병들은 전투를 벌이면서도 민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 정말 저게 우리랑 같은 사람이라고?”

그들 역시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었던 이들이었지만, 민성은 어딘가 다른 것 같았다. 초식동물 무리에 파고든 난폭한 맹수마냥 거칠게 대검을 휘둘러댄다. 더불어 미소를 머금은 듯 묘한 표정과는 대비되게 전신에서 터져 나올 듯 흘러나오는 잔혹한 살기. 저런 무력을 가진 용병의 소문이 이제껏 돌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키아아아아아!”

“크아아아!”

“뭐…… 뭐지?”

망자들이 갑작스레 조금씩 거리를 벌리자, 용병들은 차오른 숨을 뱉어내며 소총을 꽉 쥐었다. 분명 놈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건만 이점을 버리는 이유가 쉽사리 납득가지 않았다. 함정일 가능성이 다분했다.

“이놈들…….”

그러나 용병들의 예상과 달리, 거리를 벌린 놈들은 이내 등 돌리고 민성이 날뛰고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후……. 저 새끼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하지만 어찌 됐건 놈들이 물러나준 덕에, 후방의 용병들은 겨우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짧은 휴식 시간. 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해두는 것이 좋았다.

“크아아아!”

“큭……. 아직도 멀었어? 시발! 이 개새끼들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전방에선 여전히 격한 전투 소리가 들려왔지만, 후방의 용병들은 앞쪽으로 지원을 하러 가지 못했다. 그들이 상대하던 망자들은 전부 민성이 있는 좌측 중앙 쪽으로 이동해버렸다. 그 덕에, 망자들은 선두와 중심의 용병들을 에워싸는 형태가 돼버렸다. 그러나,

푸확-

재차 검은 대검이 허공을 한 바퀴 돌더니, 망자들의 머리통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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