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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10화 (110/303)

# 110

110화 - 또 다시 상점. (5)

탁-

알갱이들이 내부에 안착하자 분리됐던 캡슐은 다시 하나로 돌아갔다. 알갱이에 호기심이 동한 민성은 캡슐을 들어 내부를 살폈다.

“그어어어어어어!”

“키에에에에!”

캡슐에 들어가기 알맞게 축소된 놈들이 살려달라는 듯 눈물을 줄줄 흘리며 캡슐을 두드리고 있었다.

‘진작 잘하지 그랬어. 다음 생에는 더 많은 별을 가진 펫으로 태어나도록 해라.’

[합성 준비가 끝났습니다. 정말 합성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민성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합성을 시작합니다.]

“그루어어뤄어!”

“키루억우나!”

그러자 민성의 손을 벗어난 캡슐이 세탁기 탈수하듯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제발. 많이도 안 바란다. 5성, 5성이면 돼!

설명에 따르면 동급의 펫 또는 그 이상 등급의 펫을 습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최소 4성 최대 6성의 펫을 획득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6성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4성 펫 두 마리를 넣은 만큼, 5성의 펫이 나오길 원했다. 민성은 양손을 꽉 쥐고 다가올 결과를 기다렸다.

위이이잉-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캡슐은 돌아가는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어마한 회전속도 탓인지, 놈들의 절규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제발!”

민성의 간절한 외침과 동시에, 맹렬하게 돌아가던 캡슐에서 작은 폭발음 소리가 울렸다. 알약 같은 외관을 가지고 있던 캡슐은 영롱한 황금빛을 뿜어냈다.

[합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캡슐을 열어 결과를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민성은 그의 손으로 돌아온 캡슐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그리곤 마른침을 삼키며 캡슐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렸다.

달칵-

[축하드립니다. 캡슐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을 획득하셨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알]

등급: ★★★★★★

설명: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주인의 행동에 따라 내용물도 달라질 수 있다!

친밀도: 0

보유능력: 부화

부화까지 남은 시간: 1년

“와아아!……. 엉?”

둥그런 하얀 알을 받아든 민성은 기대도 않았던 등급을 보곤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뒤따른 설명을 읽곤 눈가를 찌푸렸다.

‘그러니까 부화기간인 1년 동안 내 행동에 따라 알의 내용물이 바뀐다는 소린가?’

대강 상황을 이해한 민성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좋은 펫을 얻기 위해선 결국 부화기간인 1년 동안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루비로 부화기간을 단축시키실 수 있습니다. 365루비가 필요합니다. 루비가 부족합니다.]

그나마 루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됐다. 하지만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루비는 14개.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이놈의 루비! 모으기는 힘든데 쓸 곳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더러워서 못살겠네.”

민성은 남들이 들었다면 게거품을 물었을 소리를 잘도 늘어놓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와중에 알이 깨질까 봐 아이템 창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쩐다.’

당장 루비가 필요한 곳만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비밀스러운 집’과 영겁나무를 성장시켜야했고, 추가로 스킬과 장비도 필요했다. 결국 민성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버섯탐방. 당장 그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었다. 어차피 버섯 안에선 현실 시간이 흐르지 않으니 어떻게든 찾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전에 남은 것들을 처리해볼까.’

아직 추가로 나온 ‘마나 브레이커’와 소모품 상자 2개가 남아 있었다. 같은 스킬끼린 강화도 가능했지만, 당장 그럴 생각은 없었다. 자칫 난글러스처럼 터지기라도 한다면 꽤나 낭패를 볼 게 뻔했다. 그의 밥줄스킬 중 하나를 잃을 순 없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되었을 때 지르는 게 가장 적합했다. 민성은 그 시기를 난글러스가 강화하는 시점으로 잡았다. 고개를 저은 민성은 남아 있는 소모품 상자를 하나씩 개봉했다.

*

‘그래도 6성짜리 3개 건진 게 어디냐.’

상점을 나온 민성은 밖과 연결된 붉은 철문을 밀며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소모품 상자에서 나온 것이라곤 어이없게도 4성 소모품 조각 2개뿐이었다. 설마 소모품 상자에서도 조각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왔다! 찍어! 이거라도 확보해야 돼!”

“대책부 기사는 글렀으니까 무조건 찍어!”

‘뭐, 뭐야.’

민성이 밖으로 나오자,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카메라맨들이 타워입구를 에워싸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이미 해가 저문 탓에 강렬한 불빛은 유독 더 따갑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한 무리 사람들이 달려와 주변을 포위했다.

“NBS기자 박명식입니다! 전쟁이 종료됐다는 관리인의 말이 사실입니까?”

“KBC기자 김호령입니다! 이번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겁도 없는지 기자들은 수배범인 그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비켜요.”

민성은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곤 에워싼 기자들을 노려봤다.

“대책부의 추적이 불합리하다고 여기십니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민성이 걸음을 옮기려 하자, 길목을 틀어막고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력으로 길을 트려는 생각도 해봤지만 안전지대에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

분명 안전지대에 들어오기 위해선 능력자라는 조건에 부합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들은 기자일 뿐 능력자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아…….”

민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답변을 받을 때까지 보내주지 않을 심산인 것 같았다. ‘바람을 타다’의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딱 세 분만 질문 받겠습니다. 그 이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받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까?”

민성이 타협안을 내놓자, 기자들은 저들끼리 수군거리더니 이내 긍정의 의사를 비쳤다.

“NBS기자 박명식입니다! 전쟁이 종료됐다는 관리인의 말이 사실입니까?”

“모릅니다. 그건 24시가 지나면 알게 되겠죠? 다음 분.”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걸 굳이 묻는 저의가 궁금했다.

“KBC기자 김호령입니다! 세간에는 희대의 살인마라고 불리고 계신데 살인을 저지르시는 이유가 뭡니까?”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벌인 살인 중에 이유 없는 살인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 죄 없는 일반인을 죽일 만큼 냉혈한도 아닙니다.”

민성이 차갑게 말하자, 카메라맨들은 민성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데 집중했다.

“그 말씀은 대책부가 누명을 씌웠다는 말씀이십니까? 혹은 대책부의 추적이 불합리하다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건 마지막 질문입니까?”

민성의 물음에 김호령 기자는 협의한 대로 슬쩍 입을 다물곤 뒤로 물러났다.

“LTBC 기자 고미진입니다! 안전지대의 입구 쪽 중 대책부가 통제하는 구간이 있던데, 혹시 무슨 연관이 있으십니까?”

“…….”

민성은 잠시 뜸을 들이며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했다.

‘무슨 소리지? 앞전에 대책부 놈들과 벌였던 전투를 말하는 건가?’

“연관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

약속대로 질문 세 개에 답변해준 민성은 다시 발걸음을 뗐다.

“잠시만요! 대책부의 추적이 불합리하다고 여기십니까?”

“질문 몇 개만 더 받아주세요!”

하지만 기자들은 배고픈 승냥이 떼마냥 모여,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새끼들이 진짜…….’

“더 막으신다면 최초로 일반인을 죽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언제까지고 안에서 지내실 분들은 아니잖습니까?”

민성이 차갑게 말하자, 그의 말뜻을 눈치챈 기자들은 이내 슬그머니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용감한 자가 신문 1면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용감함과 만용을 구분할 줄 알아야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는 법이었다.

‘진작들 그러면 얼마나 좋아. 꼭 협박을 해야 알아먹으니.’

민성은 기자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그들이 터놓은 길을 거침없이 빠져나갔다.

“빛바랜 메이스 팔아요. 단돈 300만 원!”

“부실한 아이언 실드 보고 가세요! 400만 원에 급처 중입니다!”

“갓 만든 김밥이 한 줄에 5천 원!”

기자 떼를 벗어나자 작은 노점상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안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민성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인의 안전지대를 확보해낸, 추첨에 당첨된 승리자들이었다.

‘확실히 이질적인 공간이긴 하네.’

캄캄한 어둠이 내려앉은 바깥과 달리, 안전지대는 환한 대낮처럼 밝음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땅에다가 열쇠구멍이 있는 집만 지으면 딱일 것 같은데. ‘비밀스러운 집’과 연계하기도 좋고 최후의 안식처 역할도 가능하니.’

딱히 장사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안전지대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집 한 채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았다. 잠시간 안전지대를 돌아보며 생각을 정리한 민성은 안전지대를 빠져나왔다.

“이곳은 통제구역입니다. 다른 곳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안전지대를 나오자, 수많은 숫자의 대책부 요원들이 한쪽 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괜한 충돌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기에, 민성은 그들을 피해 다른 길로 이동했다.

“아이템 조각이 쌉니다! 조각 하나당 200만 원! 이것만 있으면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짓말 같다고요? 이것 보시라!”

안전지대와 바깥의 경계선에선 장사치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만약 능력자라면, 여차할 경우 안전지대 안으로 도망가도 되니 현명한 선택인 것처럼 보였다.

“어? 진짜 되네?”

낡은 책 조각을 구입한 남자를 주시하던 민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째서 기자들이 안전지대에 출입할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조각만 보유하고 있어도 능력자 취급을 받는 모양이었다. 조각이라는 쓰레기 아이템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줄은 몰랐다. 민성은 작은 감탄사를 뱉곤 자리를 벗어났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었거니와, 내일 있을 유적탐사를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디 허공에서 버섯 안 떨어지나?’

민성은 돌아가는 길에 부디 버섯을 발견하길 기원하며 걸음을 옮겼다. 당장 1순위는 루비를 확보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을 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도 6성 펫이니 부화시키면 밥값은 할 게 분명했다. 버섯을 능숙히 찾아내던 티노의 부재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

다음날, 오전.

‘여긴가…….’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송능리 산59번로에 위치한 광해군의 묘지. 민성이 도착한 장소였다.

“하아암, 아루는 졸려요.”

“…….”

그의 뒤에는 괴조와 함께 하품하는 아루와, 활을 꽉 쥔 이신이 서 있었다. 그들은 사전에 약속한 대로 서울의 카페에서 모인 뒤, 만복노인이 보낸 차를 타고 이곳까지 함께 이동했다. 민성은 살짝 미소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곤 곧 생각에 잠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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