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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70화 (70/303)

# 70

70화 - 보상은 현물이 최고다. (1)

“딱히 비밀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운이 좋아 꽤나 많은 공적치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한 방을 노렸는데 그게 나오더군요. 무려 1,000코인이나 투자했었지만, 덕분에 이렇게 의미 있는 곳에 쓰이게 되어 저도 기쁩니다.”

“허어……. 이리도 올곧은 성품을 지닌 청년을 오해했었다니. 늙어서 그런지 나도 사람 보는 눈이 죽은 모양일세.”

“그렇습니까?”

민성은 담담히 웃으며 차를 홀짝였다.

“그나저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 너무 큰 빚을 져버렸어.”

“사람의 도리를 행한 것이니, 빚이라 할 게 있겠습니까?”

“아니네. 하루하루 말라가는 딸아이와 손녀딸을 지켜보는 지옥에서 해방된 것만으로도 나는 구원받은 느낌이라네. 이 모든 것 역시 대자대비하신 부처께서 이 부족한 중생을 시험하시려함이었구나.”

노승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수염을 매만졌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보게나. 자각사에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자네를 있는 힘껏 돕도록 하겠네.”

‘왔다!’

물었다. 미끼만 물고 도망가려던 물고기의 아가리에 바늘이 꿰였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얘기해보게.”

노승은 민성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26. 보상은 현물이 최고다.

“일단 이걸 보시죠. 아이템창.”

민성은 박스 하나를 꺼내 노승 쪽으로 밀었다.

“…….”

의아한 표정을 지은 노승은 박스의 밀봉을 뜯었다. 안에는 문서들이 한가득이었다.

“이건…….”

“손녀 분을 납치한 조직에서 얻은 문서입니다.”

서류를 읽어 내리는 노승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어쩐지……. 보기보다 약삭빠른 놈들이라 생각했더니, 자네가 갖고 있었군그래.”

소미를 납치한 놈들을 그냥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놈들의 근거지에는 종이 한 장 남아 있지 않았었다. 이제야 납득이 갔다. 노승은 잠시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이걸 내게 보여준 이유가 뭔가?”

“놈들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원한?”

민성은 그의 왼쪽 눈을 가리켰다.

“요즘 의학기술이 꽤나 발달해 진짜 같아 보이지만, 의안입니다.”

“흠…….”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혜정은 깊숙한 탄식을 내뱉었다.

“마침내 놈들의 꼬리를 잡았으니, 이를 기회 삼아 쓰레기들을 완전히 박멸해버리고 싶습니다.”

“확실히……. 하지만 개인의 힘으론 무리겠군.”

당장 문서에 적힌 거래처만 해도 알아주는 대기업들이 섞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놈들은 마약, 살인대행 등 다양한 곳에 손을 뻗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그래서 자각사의 방주이시자 삼족오 연합의 장이신, 스님께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호오…….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 하긴 자네 정도의 실력자라면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하겠지.”

“지부장의 입이 보기보다 가볍더군요.”

애먼 지부장이 팔려나가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자네의 부탁은 수락하겠네. 나 역시 소미를 건든 놈들을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으니.”

“그럼 이것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민성은 아이템창에서 복사해놨던 USB 사본을 꺼내 노승에게 건넸다.

“가지는 다른 것 같지만, 그 뿌리가 같은 놈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이 또한 참조하도록 하겠네.”

노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USB를 챙겨 넣었다.

“개인적인 일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닐세. 나 역시 건강해진 소미가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민성은 남아 있던 차를 빠르게 비웠다. 혜정과의 우호를 꾀하고, 큰 고심거리 하나를 떠넘겼다. 이 정도면 소생단의 대가로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빠른 행동력과 결단이 필요한 법이지요.”

“허허, 역시 젊은 사람은 다르네그려.”

민성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노승도 그를 따라 일어났다.

“그런데 이것으로 괜찮겠나? 더 부탁할 것은 없는가?”

‘왜 없겠습니까? 숨겨진 보물창고가 있으면 다 내놓으라고 하고 싶죠.’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은 자제하는 편이 좋았다.

“흠…….”

잠시 고심하던 노승은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라 게 있는가?”

“예, 방주님.”

밖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각사의 은인이시다. 나가시거든 보은각으로 안내해드려라.”

“예, 방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보은각?’

민성이 어리둥절하며 노승을 쳐다봤지만, 그는 빙긋이 웃으며 손짓할 뿐이었다.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방을 나서자, 견고한 눈매를 가진 젊은 승려가 그의 안내를 맡았다. 승려의 뒤를 따라 민성이 도착한 곳은 전각 뒤편의 지하석굴이었다.

‘흠…….’

내부는 생각보다 건조했다. 정교하게 조각된 동상들을 지나치니 거대한 석문이 나왔다.

“이 안은 자각사의 장로급 이상만이 출입할 수 있는 보은각입니다.”

젊은 승려는 어떠한 감정도 비추지 않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은인께서는 안에서 단 하나의 물건을 가지고 나오실 수 있습니다. 단 그 이상을 소지하실 경우 밖으로 나오실 수 없으니, 이 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군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면 되나요?”

‘보기보다 그릇이 큰 양반이었네.’

생각지도 못한 보상이었지만 거절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네, 또한 1시간 내로 결정해서 나와 주셔야만 합니다.”

“알겠습니다.”

전달사항을 모두 읊은 승려는 수인을 맺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콰르르-

석문이 아가리를 벌리자, 안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어서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품 안에서 많은 것을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럼.”

승려는 합장하며 그의 무운을 빌었다. 얼떨결에 민성도 합장하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에 박힌 야명주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내부를 비추었다.

“와아…….”

수천 개의 책장 속에 빽빽이 꽂혀 있는 허름한 책들과,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숫자의 무기들이 반듯이 정렬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갖가지 기이해 보이는 물건들이 사람의 손길을 기다렸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빠르게 봐야 하는데. 일단 책부터 살펴볼까……. 어라?’

책장의 위에는 ★의 개수가 표시되어 있었다.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마다 꽂혀 있는 책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심지어 맨 끝 쪽에 위치한 책장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서먼: 라이드라]

등급: ★★★★★

설명: 고대에 잠들었었던 별의 일족의 수장 라이드라. 상냥하고 자애로운 그녀의 미소가 현세에 강림한다.

효과: 1시간 동안 라이드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소환자의 명령은 절대적이지 않다).

쿨타임: 48시간

소모마나: 620

‘보기보다 5성짜리 스킬이 별로 없네.’

희귀한 탓일까, 아니면 보은각 이외의 보물고가 더 존재하는 것일까. 책장을 뒤져봐도 높은 등급의 스킬을 찾기가 힘들었다. 한참 책장을 들쑤시던 민성은 결국 스킬북은 보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장비로 눈길을 돌렸다.

체감 상 흐른 시간은 대략 30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일단 허름해 보이는 것들은 배제했다.

‘무기도 있으니까 제외하고, 너무 화려한 것들도 눈에 띄는데…….’

눈가를 긁어내리던 민성은, 닥치는 대로 장비를 집어 정보를 확인했다. 진열대를 엉망으로 만들고 나서야, 민성은 반지 하나를 손에 쥐었다.

[바람을 타다]

등급: ★★★★★

설명: 바람의 정령을 다루던 무희의 춤에 반한 왕자가 그녀를 위해 손수 하사한 반지.

공격력: X

특수능력: 착용 시 민첩 +20 증가. 내장스킬 ‘속도를 높여라’ 사용 가능

[속도를 높여라]

등급: ★★★★★

설명: 허공을 수놓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바람과 같았다고 한다.

효과: 보유한 민첩을 두 배로 늘린다.

지속시간: 1시간

쿨타임: 24시간

소모마나: 400

‘이건 좀 괜찮은 것 같은데.’

아직은 그리 큰 효과를 누리고 있지 못한 ‘바람에 나풀나풀’과 좋은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민성은 남은 시간 동안 보은각을 헤집었다.

“…….”

민성은 눈앞에 둔 최종후보들을 두고 머리를 얼싸맸다. 앞에는 풀빛 반지와, 스킬북. 단 두 개만이 놓여 있었다.

‘젠장……. 기왕 쓰는 거 조금 더 쓰시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개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냥 쓸 만한 건 전부 아이템 창에 넣어버릴까?’

순간, 마음에 흑심이 일렁였다. 흠칫한 민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탐욕은 언젠가 독이 돼서 돌아온다.

콰르릉-

고민하는 사이, 석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아마 제한시간인 1시간을 전부 소모한 모양이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던 민성은 이내 바닥에 놓여 있던 물건 중 하나를 집어 보은각을 나섰다.

“욕심 없는 자여,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셨습니까?”

수라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민성은 아이템창에 넣은 반지를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떤 선택이든 그 뜻에 부처가 함께 계심입니다.”

수라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팔을 펴 출구를 가리켰다.

“이제 가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민성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만약 제가 규칙을 어겼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앞서 움직이던 수라의 몸에서 스산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탐욕은 죄악입니다.”

“그렇군요.”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그들은 묵묵히 걸음을 옮겨 전각으로 돌아갔다.

전각으로 돌아간 민성은 곧장 일행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혜정에겐 이별을 고했다. 곧장 나간다 하니, 노승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혜정은 게이트 앞까지 그들을 마중했다.

“좀 더 있다가도 될 터인데.”

“다음에 날을 잡고 제대로 구경하러 오겠습니다.”

“허허, 미리 언질만 주게나.”

노승은 제대로 귀빈대우를 해줄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걸 드리게나.”

노승이 손짓하자, 수라는 들고 있던 물품을 민성에게 넘겼다.

“이건…….”

검은 비닐봉지와 작은 명패. 민성이 받은 물품들이었다. 노승의 눈을 직시하던 민성은 슬쩍 봉지 안을 확인했다.

“열나과실?”

“자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 내 당장 수확한 걸 가져오라 했다네.”

‘제가 아니라 지부장입니다.’

“……감사합니다.”

민성은 쓴웃음을 흘렸다. 뿌듯해하는 혜정을 차마 배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명패를 들고 자성그룹에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네. 급한 일이 생긴다면 꼭 알려준 번호로 연락하게.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네.”

자성그룹. 의약품을 제조하는 견실한 중견그룹으로 알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어.’

“감사합니다. 그럼.”

민성은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고개를 돌렸다. 아루와 이신이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들어가면 되죠?”

“아루 말을 믿어요.”

‘그나저나 이 녀석은 아직도 구경 중인가? 적당히 놀다가 지치면 알아서 찾아오겠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티노를 잠시 생각한 민성은 일행과 함께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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