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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67화 (6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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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 방구 뀐 놈이 성낸다. (2)

“어떠십니다? 우리 소소 굉장하십니다?

“네, 네.”

“보는 눈은 있으십니다만, 엄두도 내지 마십니다.”

‘관심도 없어요.’

민성은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대답하며 행렬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출구와 입구로 나뉜 게이트 앞은 엄중한 감독 하에 출입이 관리되고 있었다.

“소속과 이름, 그리고 방문목적을 말씀해주십시오.”

게이트에서 나온 많은 사람들이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가려는 사람은 소지품 확인을 받아야 했다.

“다음 분 오십시오.”

그때, 입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소지품 검사에 응하지 않으시면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자각사의 무사와 한 남자가 대치 중에 있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소지품 검사야.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네놈, 내가 누군지 알아? 엉? 아냐고?”

남자가 얼굴을 일그러뜨릴 때마다, 길쭉이 나 있는 흉터가 꿈틀거렸다.

“검사에 응하지 않을 시,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견장을 차고 있는 무사가 손짓하자,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이 순식간에 그들을 포위했다.

“호호호, 자각사에 왔으면 당연히 자각사의 법에 따라야죠.”

그의 동료로 보이는 여자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충돌이 일어나길 원치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불이익? 어디 그 불이익이라는 것 좀 보자!”

남자는 그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등에 이고 있던 대검을 들고 커다랗게 반원을 그렸다.

쾅-

“끄아아악!”

“적이다!”

게이트에서 요란한 폭발음과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때는 무사였을 고깃덩이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싸움이 났나 봐. 자각사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도대체 얼마나 간이 크길래.”

앞쪽에서 도란거리는 사람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차분들 하네.’

하지만 섣불리 몸을 피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비어 있던 손에 무기들이 하나씩 잡혀 있었다. 하지만 눈치를 살피는 것이 전투에 참여할 의지는 없어 보였다.

민성도 대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눈매를 좁혀 게이트의 상황을 주시했다.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검은 형체들이 보였다.

“아니 진짜! 이럴 거면 위장의 의미가 없어지잖아! 자각사의 정예가 없더라도 방심하지 말라고 했지! 성격 좀 죽이라고 이 누나가 누차 말하지 않았니?”

붉은 머리를 가진 여자가 앙칼지게 말했다. 기껏 머리도 염색하고 변장에 최선을 다했건만, 남자의 돌발적인 행동에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돼지들을 잡는데 돼지로 위장하려는 네년이 이상한 거야. 늙은 땡중 빼고는 우리 상대가 안 된다고. 뭣하면 전부 죽여 버리면 그만이지, 뭘 그렇게 신경질이야?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냐? 어?”

“너부터 죽여 버린다!”

“그만.”

가녀린 체구와 병약해 보이는 소년의 묵직한 저음이 다툼을 중지시켰다.

“저 남자는…….”

지부장의 가느다란 눈매가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아시는 분들이에요? 혹시 마교 사람들?”

“그럴 리가 있으십니다? 마교는 거칠지만 몰상식하지 않으십니다! 저들은…….”

민성이 재차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 낯선 이들 사이에서 커다란 음성이 들려왔다.

“목표물을 빠르게 회수한다.”

“다 죽여도 돼요?”

붉은 머리의 여자는 채찍을 바닥에 내리치며 명령을 기다렸다.

“회수하기 전까진 죽여도 된다는 말씀이시잖아, 이 암퇘지 년아.”

“너 진짜 언젠간 내 손에 뒤질 줄 알아라.”

“시작한다.”

소년은 잠시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갑자기 전각에서 커다란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 황홀해. 나도 대장님의 저주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고 싶어.”

“미친년. 그러니까 시집을 못 가지.”

퍽-

갑자기 날아온 채찍은 남자가 서 있던 자리를 부숴버렸다.

“어이쿠, 무서워서 살 수가 있나.”

몸을 날려 가볍게 공격을 피해낸 남자는 이죽거리며 여자를 놀려댔다.

“장난은 거기까지. 시작해라.”

“예!”

명령을 받은 자들은 빠르고 냉철하게 움직였다.

“놈들이 방주님이 계신 전각으로 가려 한다! 막아라!”

자각사의 무사들이 그들을 막아섰다.

“어머, 이 정도 가지고 되겠어?”

입술을 할짝거린 여자는 무심한 듯 가볍게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은 빠른 속도로 무사들의 급소를 파고들었다.

촥-

“커헉!”

채찍은 생명을 가진 것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떨어져나간 살점과 핏방울이 허공에 떠올랐다.

“아, 너무 좋아. 더! 더! 괴로워해줘!”

얼굴이 잔뜩 상기된 여자는 더 세차게 채찍을 휘둘렀다.

“요사스러운 년!”

무사는 검을 들어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찔러 들어갔다.

챙-

하지만 검은 그녀의 채찍에 칭칭 감겨 있었다.

“숙녀의 가슴에 검을 들이밀다니, 몰상식한 남자에겐 벌을 줘야지.”

검을 바닥에 내친 채찍은 순식간에 무사의 몸을 휘감아들었다. 여자가 손에 힘을 주자, 무사의 몸은 힘없이 딸려갔다.

“어, 어?”

콰직-

여자의 손에 잡힌 무사의 목이 부러진 듯 덜렁거렸다.

“뭐야, 뭐 이렇게 약해!”

여자는 시체를 한쪽에 집어던지곤 다른 사냥감을 살폈다.

“끄아아악!”

“어이, 사실이야?”

자각사의 정예무사들은 순식간에 이방인들의 손에 쓸려나갔다. 경악한 구경꾼들은 긴장한 채로 그들의 다음 행보를 지켜봤다.

“자각사와 무관한 자는 게이트로 나가라. 건드리지 않겠다.”

소년은 오만한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얼른 나가자.”

“눈먼 채찍에 맞아죽을 수는 없지.”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게이트로 몰려들었다.

“혈교요?”

민성은 단 두 명에게 짓밟히고 있는 전투현장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확실하십니다. 저들은 마교에서 파생된 놈들이십니다.”

“그럼 마교의 일원 아닌가요?”

민성의 물음에 지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교는 힘을 숭배하십니다만 세상과의 공존을 원하십니다. 하지만 놈들은 다르십니다. 이래서 좀 더 빨리 마무리를 하셨어야 했습니다.”

지부장이 눈을 찌푸리자, 안 그래도 작은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무슨 말이에요?”

“모르셔도 되십니다.”

‘얘기를 할 거면 끝까지 하든가.’

“네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날뛰는 것이냐!”

쩌렁쩌렁한 혜정의 목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어머, 늙은이가 기운도 좋아.”

챙-

혜정과 침입자들의 무기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것 좀 들고 계십니다.”

지부장은 들고 있던 봉지들을 아루에게 떠넘기곤 칼을 빼들었다.

“네?”

“중요하신 물건들이십니다.”

“아루는 짐꾼이 아니에요! 아루는 스님을 도와드리고 싶어요!”

순간, 지부장의 가느다란 눈매에서 뿜어져 나온 살기가 민성들을 덮쳤다.

“꺄악!”

“큭.”

살기가 몸을 옥죄어들자 이신과 아루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호오…….”

하지만 민성은 아무렇지 않게 지부장의 눈을 마주했다. 반사적으로 휘두른 대검은 지부장의 턱 끝에 걸려 있었다.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어이없는 소리를 하셨으십니다. 그래서 잠시 시험을 해보셨습니다. 이 정도 살기도 못 받아내시면, 자격 없으십니다.”

지부장은 싱긋 웃으며 대검을 옆으로 밀었다.

“전보다 성장하셨으십니다. 강자는 인정하십니다. 자, 지금부터 방주를 도우십니다. 같이 가십니다.”

민성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노승은 한 치의 밀림도 없이 놈들과 맞서고 있었다. 석장과 대검, 그리고 채찍이 격돌할 때마다 강렬한 충격음이 들려왔다. 약간의 빈틈만 보이더라도 순식간에 파고들어 잡아먹을 정도의 격전이었다.

“제가 왜요?”

저곳에 휘말렸다간 목숨을 잃을 확률이 다분했다. 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전투였다. 참여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방주가 죽으시면 상당히 골치 아파지십니다. 현실에도 커다란 여파가 오십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대의명분은 민성에게 하등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냉랭한 한마디에 지부장의 얼굴이 묘하게 변해갔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십니다? 그거 아십니다? 자각사에는 보은각이라는 곳이 있다고 하십니다. 안에는 대대로 모아놓으신 보물들이 가득하시다고 하시는데, 혹시 아십니다? 방주가 고마우시다고 하나 던져주실지?”

“……그건 좀 끌리네요.”

과거부터 존재해왔을 집단의 보물창고. 안에는 필시 온갖 스킬들과 장비들이 가득할 게 분명했다.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잘 마무리 지으시면 열나과실도 하나 더 주십니다.”

“그건 괜찮은데…….”

“그럼 얼른 가십니다.”

한숨을 내쉰 민성은, 격전지로 달려가는 지부장의 뒤를 쫓았다.

“큭.”

대검이 노승의 쇄골 깊숙이 파고들어왔다.

챙-

석장을 반 바퀴 돌려 끝부분으로 돌려막자, 이번에는 길게 뻗은 채찍이 가슴을 노려왔다.

“대지의 축복!”

채찍은 노승 앞에 생성된 작은 흙벽에 가로막혔다.

“보기보다 꽤 하시는 분이었네요. 40년만 젊으셨더라면 반했을 수도 있었겠어요.”

여자는 핏방울 맺힌 채찍을 어루만지며 그들이 만들어낸 풍경을 감상했다. 자각사를 보호하는 멸사단의 시체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단 두 명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노친네한테까지 작업질이냐? 하여튼 걸레의 본성은 어디 가지를 않아.”

남아 있던 마지막 무사의 머리를 한쪽에 집어던진 남자는, 이죽거리며 그녀의 옆에 섰다.

“이 새끼가 진짜!”

“것보다 아직 남은 놈들이 있는 것 같은데. 아는 얼굴도 보이는군.”

남자는 손을 들어 왼편을 가리켰다.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도우러 오셨으십니다.”

생각지도 못한 원군에 혜정은 다분히도 놀란 얼굴이었다.

“차 한 잔 대접하지 못하는 상황을 용서하게나. 그래도 덕분에 놈들을 상대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 같네.”

“괜찮으십니다. 나중에 배로 뜯어가십니다.”

당당한 말투에 작게 실소한 노승은 민성을 바라봤다.

“괜찮겠는가? 자네가 상대하기엔 상당히 벅찰 것인데…….”

‘저도 압니다. 위험해지면 도망갈 겁니다.’

“작은 손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민성은 대검을 굳게 쥐며 그의 의지를 당당히 표출했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어떻게 하실 거십니다? 꼬맹이는 움직이지 않으십니다.”

“자네들이 한 놈을 묶어준다면, 내가 다른 놈을 처리해보도록 하겠네.”

지부장은 전방에 있는 적들을 힐끗 바라봤다. 대검을 든 남자가 그를 아니꼽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희는 저 남자를 조지십니다. 여전히 눈매가 재수 없으십니다.”

“그럼 나는 저 간악한 년을 맡도록 하겠네.”

빠르게 의견을 교환한 그들은 눈앞의 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잘 따라오십니다. 방해되시면 버리십니다.”

작은 눈매에 가려져 있던 눈동자가 드러났다. 지부장은 듬성듬성 나 있는 잡초를 지지대 삼아 탄력 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무슨 속도가…….’

민성은 그의 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지부장은 벌써 검을 휘두르며 남자와 경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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