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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61화 (61/303)

# 61

61화 - 착각은 자유다

“가만있자…….”

실장은 여아의 발목에 걸린 작은 확인표를 들여다봤다. 그리곤 얼굴이 붉어져 크게 쏘아붙였다.

“이 시발 것들아! 납기일이 글피잖아! 당장 시작해!”

“죄…… 죄송합니다.”

“후……. 내가 없으면 돌아가질 않으니.”

곧바로 여아의 몸에 도구가 닿으려는 찰나,

쾅-

갑작스러운 소음이 분주한 작업현장을 덮었다.

“뭐, 뭐야! 경찰인가?”

그럴 리 없었다. 당황한 실장은 무너져 내린 출입문을 바라봤다.

“전부 죽인다.”

한쪽 눈이 시뻘게진 민성이 그들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처참한 광경, 과거의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텅 빈 왼눈이 계속 속삭여왔다. 놈들을 죽이라고 한 놈도 남김없이 똑같이 만들어버리라고.

“이 실장이 보냈나? 그 사람 동업정신이 이리 부족해서야……. 뭣들 해! 전부 죽여! 아니다! 살릴 수 있으면 살려! 전부 돈이다!”

명령을 받은 남자들이 피 묻은 도구를 들고 민성들에게 달려들었다.

“크헤헤, 너는 내가 직접 갈라줄게. 너의 내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려나.”

“골렘의 굳건한 의지.”

가운을 입은 남자는 쇠파이프를 크게 휘두르며 민성의 어깨를 내리쳤다.

깡-

단단하다. 사람의 몸인가 싶을 정도의 경도였다.

“무…… 무슨 몸이?”

당황한 남자는 계속해서 쇠파이프를 휘둘러댔다.

깡-깡-

“할 말은 다 했냐?”

민성이 대검을 들어 위에서 아래로 가볍게 그었다. 느려 보이지만 강하게 쇄도한다.

“어……어……?”

쇠파이프와 함께 단절면이 아주 깨끗할 정도로 이등분된 남자의 몸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등신새끼.”

중얼거린 민성은 곧바로 다른 상대를 찾아 몸을 날렸다.

“니들이 사람이야! 사람새끼들이냐고! 윈드커터! 윈드커터!”

바람의 칼날이 몰아친다.

“끄아아아악!”

“전부 먹어버려요, 크로스.”

“크로!”

“사…… 살려줘!”

간만의 활약에 신이 난 크로스도 주머니에 사람들을 쓸어 넣는다.

“하나, 둘…….”

조금이라도 틈을 보인자의 머리엔 여지없이 화살이 꽂혀 들었다. 현장은 빠른 속도로 정리됐다. 애초에 비능력자들이 상위의 능력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내 작업장이…….”

정 실장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슬금슬금 몸을 뺐다. 그 순간,

콱-

검은빛 대검이 실장을 스치고 벽에 박혔다.

“으아아아아악!”

겁에 질린 실장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는 아직 살려둘게.”

대검을 회수한 민성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에……. 예? 예?”

“물어볼 게 많으니까.”

민성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실장을 노려봤다. 야차 같은 모습에 실장은 몸을 덜덜 떨뿐이었다.

한바탕 작업장에 분노를 쏟고 나자, 아루는 몸을 떨어댔다.

“제가 사람을…… 사람을 죽였어요. 사람을…….”

“무슨 소리야! 우리는 짐승을 죽였어! 죄책감 가지지 마!”

그렇게 말하는 대성의 손도 불안정해 보였다. 유일하게 이신만이 그의 활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호언장담들 하더니.’

다들 첫 살인이었던 모양이다. 안쓰럽지만 결국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한숨을 내쉰 민성은 고개를 돌렸다.

“헤헤, 저 같은 소상인에게 원하는 게 있으십니까? 커헉!”

민성은 검면으로 놈의 뺨을 가볍게 후려쳤다.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온 걸 봐선, 이빨 몇 개는 가볍게 나갔을 것이다.

“원하는 게 있으시니 이곳……. 커헉! 끄아악!”

입이 열릴 때마다 민성의 검면이 실장의 몸을 강타했다.

“제, 제바……. 크억!”

놈이 반시체가 되고 나서야 민성은 만족스럽게 대검을 회수했다.

“지금부터 질문을 던질 거야. 헛소리하면…….”

실장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가 여기 통솔자 맞지?”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통솔하고 있는 작업장은 이곳이 전부야?”

재차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말고 몇 개 더 있어?”

고개가 잠잠하자, 여지없이 검면이 강타해들었다.

“쿠에에엑! 저…… 정말 모릅니다. 저는 말단이라…… 정말…… 모른다고요!”

한숨을 내쉰 민성이 메스를 들고 와 그의 허벅지를 내려찍었다.

“끄아아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실장의 모습을 보며, 민성은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마.지.막 기회야. 몇 개 더 있어?”

“저…… 저희는 단순히…… 해체하고 가공하는 업무만 맡아서…… 정말로…… 정말로 모릅니다.”

“그래? 그럼 사람은 어떻게 구했어?”

대성이를 납치했던 조직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다른 허벅지에 메스를 꽂았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구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실장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원했다.

“판매처랑 거래처 목록. 어디에 숨겼어.”

“저기! 저 방에 있습니다! 저곳에 전부 보관해놨습니다!”

몸이 포박된 터라 실장은 혀를 날름거리며 작업장 한편에 위치한 방을 가리켰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 남자 본 적 있어?”

민성은 핸드폰을 꺼내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기…… 기억에 없습니다! 아마 이곳에는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렴 귀인의 지인이신데 누가 건드렸겠습니까!”

눈물범벅인 통에도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조아린다. 그야말로 살기 위한 처절한 발버둥이었다.

“그래? 흠…….”

민성이 고민하자 눈치를 살피던 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저…… 저는 살려주시는…….”

실장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상체와 분리된 그의 머리는 동공이 크게 벌어진 채 바닥을 굴러다녔다.

담배 한 모금 길게 빤 민성은 휘두른 대검을 갈무리하며 중얼거렸다.

“좃까.”

21. 착각은 자유다

이후, 놈이 말했던 방으로 들어가 자료가 담긴 종이는 박스에 모아 전부 아이템창에 넣었다.

“이것 봐!”

방에 있던 금고를 부수자 안에서 금괴덩어리와 지폐다발이 가득 나왔다.

“워후! 이게 전부 얼마야!”

생각보다 금방 정상으로 돌아온 대성은 환호성을 질렀다.

“어림잡아도 몇십억은 족히 될 것 같네요.”

“그치? 이 돈이면 평생을 놀고먹을 수 있어! 체육관 따윈 당장 때려치워도 되겠어!”

대성은 커다란 박스를 외치며 돈을 넣을 상자를 찾았다.

“이 사람들은요?”

아직 살인의 여파가 남은 아루는 울먹이며 수술대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깨워서 가족에게 돌려보내야겠죠.”

민성은 씁쓸한 웃음을 흘리며 그들을 깨웠다. 하지만 아직 마취에 빠진 사람들은 일어나지 못했다.

“깨어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군요.”

민성이 담배 한 대를 더 물어재끼려던 그때,

쾅-

갑자기 작업실에 커다란 폭발음이 울렸다.

“무슨 일이야!”

작업실의 벽면에 생긴 거대한 구멍에서 낯선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검을 바로잡은 민성은 새로운 적을 노려봤다.

“네놈들이 소미 님을 납치한 새끼들이냐?”

다양한 옷차림을 한 무리들 중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움직임에 맞춰 그의 허벅지에 달린 단검들이 짤랑거렸다.

“뭔 개소리야?”

민성이 반문했지만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주님, 저쪽에 소미 님이!”

수술대 중 한 곳을 본 남자의 표정이 성난 야수처럼 일그러져들었다.

“허살대를 반으로 나눈다. 반은 소미 님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반은 쓰레기들을 죽여라.”

“명을 받듭니다!”

무기를 빼든 성난 무리들이 민성과 일행을 향해 돌격해왔다.

“죽어라!”

날카로운 장검이 복부로 파고들어온다.

챙-

대검을 빗겨들어 공격을 막아낸 민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장검에 이어 장창이 찔러오자 옆으로 흘린 민성은 대검을 들어 창대를 내리쳤다.

“어?”

단단한 창대가 단숨에 두 동강이 나자, 맞은편에서 당황한 음성이 들려왔다. 민성은 그대로 달려들어 부러진 창대를 쥔 여자의 몸을 검면으로 후려쳤다.

치이이익-

마나 타는 소리와,

쾅-

“쿨럭.”

강한 충격음과 함께 여자의 몸은 벽에 부딪혔다. 정신을 잃었는지 여자의 동공은 흰자로 덮여 있었다. 하지만 일말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

“다정아! 다정아아아!”

누군가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연이은 공세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으아아아아아! 차지!”

공격의 틈으로 남자가 고함을 지르며 강하게 돌격해 들어왔다. 흘리기엔 늦었다. 민성은 대검을 비스듬히 세워 다가올 충격을 대비했다.

쾅-

치이이이익-

생각보다 충격은 크지 않았다.

“크윽.”

오히려 그와 충돌한 남자가 고통에 괴로워했다.

“죽여 버리겠어! 차지!”

학습효과가 부족한지 남자는 재차 돌격했다. 민성도 대검을 쳐들어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스매시!”

“흡!”

아까와는 달리 돌격과 아울러 장검이 매섭게 내리꽂혔다. 민성도 그에 맞받아쳐 있는 힘껏 내려찍었다. 장검은 동강난 채 바닥을 뒹굴었다.

“이럴…… 리가…….”

무기를 잃은 남자는 압도적인 무력 차이에 절망했다.

“있지.”

민성은 주저 없이 검면으로 남자를 힘껏 갈겼다.

“커헉.”

뒤로 날아간 남자는 피를 흩뿌리며 쓰러진 여자의 몸 위에 포개어졌다.

“뭐…… 뭐야, 이 새끼!”

순식간에 동료 둘이 쓰러지자, 무리는 주춤거리며 민성을 경계했다.

“근접하면 안 된다! 거리를 벌리고 원거리 스킬로 놈을 요격해!”

“파이어 애로우!”

열기를 품은 화살과,

“에어 밤!”

공기 폭탄이 그를 덮쳤다.

쾅-

화살을 쳐내자 검면에 냉기가 서린다. 공기 폭탄은 대검을 크게 흔들었다. 하지만 검은빛 대검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뭐야! 대체 어떻게 돼먹은 무기가 흠집도 안 나는 거냐고!”

오히려 역으로 민성이 거리를 두고 있던 술사에게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악!”

방어를 해도 무기와 함께 갈라진다. 어떤 공격을 가해도 대검을 뚫을 수 없었다.

“괴…… 괴물!”

“전부 비켜라. 내가 상대하겠다.”

“대주님!”

품에 안고 있던 소녀를 수하에게 넘긴 남자는, 양 손에 단도를 쥐고 민성을 꼬나봤다.

놈의 몸에서 죽이겠다는 맹렬한 살의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민성은 놈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야리지만 말고, 덤벼.”

민성은 손을 까딱거렸다.

“이 새끼가!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발끈한 남자는 단박에 민성의 앞까지 쇄도했다. 그리곤 다리를 그었다. 움직임을 제어하려는 목적이었다.

몸을 띄워 일격을 피한 민성은 그 반동을 이용해 그대로 참격을 가했다.

쾅-

대검은 애꿎은 바닥을 내려쳤다. 남자의 몸놀림은 상당했다. 가하는 공격은 죄다 피해버리며 틈틈이 급소를 노려오는 단검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소닉 웨이브.”

거기다 놈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충격파가 덧붙자, 무척 상대하기 까다로운 존재가 돼버렸다.

‘놈의 움직임부터 멈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크하하하하하! 너도 어서 죽어라!]

[전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하얀 난장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남자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러자 남자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 새끼가!”

자신 있어 하던 속도가 감소하자 남자는 처음으로 당황한 낯빛을 띠었다. 느려진 상대는 대검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묵빛 대검은 놈의 숨통을 조여들었다.

쾅-쾅-

놈은 몸을 이리저리 틀며 겨우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곧 결판이 날것이다.

“크윽.”

일격을 피하느라 균형을 잃은 남자의 엉덩이가 바닥과 맞닿았다.

“끝이다!”

민성은 주저 없이 대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콰르르르-

그때, 갑자기 거대한 공이 굴러와 그들 사이를 갈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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