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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58화 (58/303)

# 58

58화 - 이게 무슨 소리야, 네 가치는 얼마?

“사기꾼이래!”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사기꾼이 맞는다니까!”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전염됐다.

“손……님? 사기꾼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한 노점상은 파문을 일으켜 분위기를 망친 민성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타워에서 얻은 장비를 들면, 장비에 대한 설명이 본인 앞에 나타나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장비는 그렇지 않더군요.”

“어디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우리도 확인해보자고.”

민성의 말에 자극을 받은 사람들은 앞 다투어 좌판으로 다가갔다.

“퉤! 더러워서.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입니다!

노점상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치며 좌판을 접기 시작했다.

‘사기를 칠 거면 진짜를 섞어서 좀 더 그럴듯하게 치든가.’

민성은 고개를 저으며 단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곤 자리를 벗어나려고 몸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지나가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남자들 여럿이 인파를 밀치고 노점상을 둘러쌌다.

“좌판 깐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와! 이런, 빌어먹을!”

노점상은 발버둥 치며 포위망을 뚫어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금세 포박당해 남자 둘에게 질질 끌려갔다.

“전부 압수해!”

“예!”

남은 남자들은 가져온 자루에 물건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이능력자 대책부 요원 안지환입니다. 현재 타워를 빙자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기꾼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각별히 주의하셔서 피해보시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협조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거봐, 자기야! 사기꾼이라잖아!”

“역시 우리 자기야! 우리 자기는 모르는 게 없어! 너무 멋져!”

‘젠장…….’

이런 곳에서 대책부 요원을 접하다니, 운도 없었다. 민성은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거기! 마스크 쓰신 분! 잠깐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요원의 음성에 민성은 몸을 돌려 천천히 손가락으로 그의 몸을 가리켰다.

18. 이게 무슨 소리야

“네, 맞습니다. 잠시만 이쪽으로 와주세요.”

순간 민성의 머릿속에 갈등이 스쳐갔다.

‘이대로 도망갈까? 아니야, 아직 의심을 산 것 같진 않은데, 괜히 도망치면 의심을 살 확률이 높아지겠지. 정 안 되면…….’

생각을 끝마친 민성은 천천히 요원 쪽으로 다가갔다. 수많은 시선들이 주목해왔다.

“이렇게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피해를 예방하신 것에 대해 작은 성의를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감사합니다.”

요원은 정자세로 허리를 숙였다.

짝짝짝-

“역시 대책부 일하는 건 믿을 만하다니까.”

“이번에 대대적으로 발표한 정책의 영향이 컸지. 초반엔 그냥 막무가내로 잡아들여서 반발이 심했는데, 결국 능력자들을 인정하는 쪽으로 돌아섰잖아. 대책부에서 확인 절차만 거치면 된다던데.”

“애초에 그게 맞는 거지! 능력자들이라고 다 나쁜 놈만 있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지들도 소집될 경우를 생각해야지.”

“누굴까? 고리타분한 대가리들 속에서 나온 건 아닐 텐데.”

시민들은 도란거리며 대책부의 활동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것보다 사기꾼을 잡은 모범시민의 얼굴 좀 보자! 눈매만 봐도 각이 나오는데 왜 잘난 얼굴을 가리고 다녀!”

“그래! 보여라!”

중년의 것으로 들려오는 음성에 인파에선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요원도 기대 어린 표정으로 슬쩍 민성을 바라봤다.

“저……. 아직 시술이 끝나지 않아서…….”

민성은 마스크를 살짝 매만지며 부끄럽다는 듯 몸을 움츠렸다.

“비싼 척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비싼 얼굴일 줄이야.”

“하하하하하.”

시민들의 웃음에 민성은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

“어쨌든 정말 감사드립니다!”

“네, 이제 가봐도 될까요?”

요원의 동의를 구한 민성은 박수를 보내는 인파를 뒤로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젠장…….’

이렇게 빨리 놈들과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그를 잡으러 온 것은 아니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었다.

“역시 사기꾼이 맞았지? 신고하길 잘했어.”

“연일 불안한 소식만 들려오더니 그나마 믿을 구석은 이능력자 대책부뿐이지. 솔직히 과도한 탄압이다, 핍박이다, 하는 놈들을 보면 이해를 못 하겠어.”

“그런 놈들은, 지들 가족이 험한 꼴을 봐야 정신 차릴 놈들이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는지 쯧쯧.”

스쳐가는 걸음 사이로 구경꾼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대책부의 활동이 이리 지지를 받을 줄은 몰랐는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세 국민들의 환심을 얻은 모양이었다. 심지어 거리에 꽤나 굴러다니는 노란 종이는 그를 혼란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전단지에는 다음 내용과 함께 당사자의 얼굴이 낙인처럼 새겨져 있었다.

현상수배범

이름: 김지섭

생년월일: 870825

죄목: 다수의 아녀자를 살해한 혐의.

등급: 7등급

특이점: 전기계통의 능력을 사용한다.

현상금: 80,000,000원

※ 생존여부에 따라 현상금 지급액수 변경.

※ 포획자가 범인을 살해했을 경우 무죄로 처리.

※ 등급이 높을수록 상대하기 까다로운 범인.

‘아예 정부가 대놓고 밀어주는 모양인데…….’

막대한 현상금과 범인을 죽여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 파격적이다 못해 혁신적인 조건들이었다.

‘젠장, 얼른 살 것만 사고 떠야겠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부장 놈을 떠올리면, 그의 현상수배서가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민성은 모자를 더 깊게 눌러쓰고 속도를 높였다. 이윽고 커다란 백화점 앞에 도착한 민성은 회전문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섰다.

“엄마, 엄마! 또또봇 사주면 안 돼? 응? 하나만!”

“자꾸 떼쓰면 혼난다!”

백화점 안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칭얼거리는 아이부터, 연말 분위기를 내러 온 연인들 등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외에도 검은 정장을 입은 경비요원들이 상당수 보였다. 그 숫자는 조금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많았다. 심지어 가스총으로 보이는 총과 단단해 보이는 곤봉에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바로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 또한 타워가 생긴 여파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쓸데없이 무장요원 다수를 고용할 이유가 없을 것이었다. 잠시 백화점 내부의 풍경을 지켜보던 민성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육포 좋지. 라면도 좀 챙기고, 물도 없으니 물도 좀 사갈까.’

카트에 갖가지 재료를 휩쓸다시피 넣은 민성은 계산대로 이동했다.

삑-

“네, 손님. 다 해서 총 364,210원입니다. 현금이신가요?”

“네. 영수증은 필요 없습니다.”

“네, 즐거운 쇼핑 하십쇼, 손님.”

깔끔하게 계산을 끝낸 민성은 카트를 끌고 나왔다. 세 박스에 구매한 물건들을 나누어 담고 청 테이프로 밀봉했다. 그리곤 상자를 들고 매장 끝에 있던 비상계단으로 이동했다.

“아이템창.”

박스를 밀어 넣자, 아이템 칸에는 종이박스들이 차곡차곡 들어갔다. 손을 탁탁 턴 민성은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들러 필요한 취사도구를, 3층에서는 옷가지, 4층에선 침구류를 추가로 구매했다. 이 역시 마찬가지로 전부 아이템창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 필요한 건 전부 샀나…….’

민성은 홀쭉해진 지갑을 살폈다. 돈은 전부 빼내어 현금화했기에 더 가슴이 아팠다.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 돈이다. 이제 보유한 재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떻게든 돈을 충당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삐리리리-

그때, 잠잠하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들려왔다.

‘받지 말까? 보나마나 정보교환이 목적이겠지. 탐욕스러운 늙은이 같으니.’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민성은 이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허허. 자네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것 같네.”

“헤어진 지 하루도 채 안 됐는데, 어쩐 일이신지요.”

속마음과 달리 민성은 담담한 어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허허, 보기보다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였군.”

“바쁘지 않다면 다 같이 모여 유익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어떤가? 아, 이미 다른 이들은 모두 수락한 상태라 자네만 승낙하면 된다네.”

민성은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렸다. 일행을 만난다면 의외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위협을 무릅쓰고 만날 이유도 없었다.

“저도 참여하고 싶지만, 제가 지금 볼 일을 보고 있는 중이라…….”

민성은 말꼬리를 흘려 아쉬움을 나타내고, 동시에 바쁘다는 것을 어필했다.

“흠……. 오래 걸리는가?”

“네, 한두 시간 정도는 족히 걸릴 것 같아서, 저는 조금 힘들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허허,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기다림직 하지.”

“네, 네?”

예상과 다른 노인의 반응에 민성은 이마를 찌푸렸다.

“자네가 수월하게 올 수 있도록 차량도 보내놓겠네.”

“…….”

노인은 그를 쉽사리 놓아줄 의향이 없는 것이, 결국 그의 의도에 말려든 꼴이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열 시간은 걸린다고 할걸.’

결국 민성은 노인에게 그의 위치를 알려주곤 통화를 종료했다.

삐리리리-

한 시간 정도 백화점을 거닐자 핸드폰이 다시 요란하게 울려댔다. 이번에도 만복 노인의 번호였다.

“여보세요?”

“강민성 님 되십니까?”

하지만 저음의 무거운 목소리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누구냐.”

“회장님의 지시를 받고 모시러 왔습니다. 제 번호로 전화하면 안 받으실 분이라고 하셔서……. 명동의 OO백화점에 계신 것 맞으시죠?”

“…….”

남자의 말에 민성은 혀를 내둘렀다.

치밀하다!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왔다면 받지 않을 생각이었었다. 하지만 노인은 사전에 빠져나갈 길을 모조리 차단했다.

‘나이를 헛먹은 사람은 아니었나. 것보다 회장이라니?’

노인의 치밀함에도 놀랐지만 회장이라는 정보는 의외였다. 역시 사람은 겉만으로 쉬이 파악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여보세요?”

“아, 네. 곧 나가겠습니다.”

민성은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노인과의 수 싸움에서 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백화점을 나온 민성은 주위를 살피며 마중 나왔다는 남자를 찾았다.

“밖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혹시 강민성 님 맞으십니까?”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질문해왔다.

“네, 혹시…….”

“멀리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로 어림짐작했는데, 들어맞아서 다행입니다.”

칭찬은 적을 만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단순하면서도 극상의 처세술이었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차를 대기시켜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어이없어하는 민성과 달리 남자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그를 인도했다. 남자가 임시로 주차시킨 차 옆에는 구경꾼들이 몇 붙어 있었다.

19. 네 가치는 얼마?

“와아……. 롤스로이스 갓 시리즈를 여기서 볼 줄이야.”

시중가로 무려 100억을 호가한다는 한정판 차로 국내에도 보유한 사람이 3명밖에 없다고 했다. 날렵해 보이는 차선과 달리 대형차다운 위엄마저 겸비하고 있었다.

“나도 생전에 이런 차 한 번만 몰아보면 소원이 없겠다. 주인은 누굴까?”

심지어 몇몇은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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