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캐쉬상점 쓴다-55화 (55/303)

# 55

55화 - 찰나의 휴식, 비밀스러운 집

[비밀스러운 집 열쇠]

등급: ★★★★★★ (귀속)

설명: 이름 높은 대마도사가 설계하고 만든 집과 열쇠.

효과: 열쇠 구멍의 종류와 무관하게 열쇠를 넣고 돌리면, 비밀스러운 집으로 이동할 수 있다.

횟수제한: ∞

[저주의 숨결]

등급: ★★★★

설명: 환각을 현실로 만들길 원했던 흑마법사의 실패작.

효과: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생명체들에게 환각을 보이게 만든다.

쿨타임: 9시간

소모마나: 180

조각: 1/80

엄지만 한 크기의 황금열쇠를 쥔 민성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대도 안 했는데 여기서 또 대박이…….’

기껏해야 조각, 잘해봐야 등급이 낮은 완제품을 예상했었다.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기쁨은 배가 됐다.

“다 끝났나, 인간?”

허공을 잔잔히 부유하던 티노가 민성을 돌아봤다. 장비들을 아이템창에 전부 밀어 넣은 뒤, 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요.”

“빨리 돌아가서 TV를 보고 싶다. 못생긴 얼굴들을 계속 보는 것도 힘들다.”

작게 실소한 민성은 티노와 함께 원통에 올랐다.

14. 찰나의 휴식

스르륵-

1층에 도착하자 원통 문이 조용히 열렸다. 원통에서 내린 민성은 1층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익숙한 얼굴들이 점차 눈에 들어왔다.

“왔는가? 얼굴에 꽃이 핀 걸 보니 즐거운 장보기가 된 모양이군.”

민성은 그를 반기는 만복 노인에게 미소를 보였다. 전장에서 이탈한 줄 알았던 노인은 급한 부상자가 있어 자리를 떴었다고 했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직접 본 건 아니니까.’

“네, 덕분에요.”

“공헌도 1위는 어떤 아이템을 얻었을지 궁금하군. 자네 덕분에 오늘 눈이 아주 제대로 호강하겠어.”

능구렁이 같은 노인의 말에, 민성의 미간이 약간 일그러졌다.

“하하…….”

민성은 어정쩡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오…….”

“크로…….”

전투에서 빠진 게 어지간히도 미안했는지, 아루는 반쯤 울먹이며 사과를 거듭했다.

‘좋은 타이밍이야.’

“아까도 죄송하다고 하셨으면서, 뭘 또 사과를 하세요.”

재빨리 아루에게 다가간 민성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에 사과조차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근데 왜 여기서 모이자고 하신 거죠?”

민성은 슬쩍 질문을 던지며 화제를 돌렸다.

“우리는 전투로 맺어진 전우들 아닌가? 돌아갈 때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네만? 겸사겸사 갖고 있는 정보도 나누고 말이야.”

만복 노인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눈빛이었다.

“…….”

눈에 빤히 보이는 수작이다. 하지만 그 역시 갖고 있는 정보가 몇 없기에, 노인에게 장단을 맞춰주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잘됐네요. 저도 그냥 헤어지기에는 아쉬웠는데.”

“생각이 일치하니 기쁘구만. 그럼 움직이세나.”

너털웃음을 흘린 노인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노인과 약간의 거리가 생기자 심기 불편해 보이는 대성이 다가왔다.

“그게…… 그러니까……. 후……. 험담하는 것 같아 불편하지만 이건 얘기를 해야겠어.”

대성은 연신 머리를 북적이며 거부감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뭐가요?”

“아까 아루 씨가 했던 말, 기억해?”

민성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전쟁 중간에 사라졌단 거요? 크게 문제 될 것 있나요?”

“한 번 도망쳤던 사람은 결국 다시 도망치게 돼 있어. 앞으로도 우리가 같이 움직인다면 저 노인은 빼는 게 맞는 것 같아.”

심각한 대성과 달리 민성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예?”

‘이건 또 뭔 소리야. 내가 왜 너희랑 같이 움직여.’

애초에 동일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구성된 조합이었다. 어찌 됐던 목적은 달성했으니 다시 남남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민성의 눈초리에 잇따라 머리를 긁어내린 대성은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러니까 내 말은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

“어차피 랜덤으로 소집돼서 별 도움이 안 될 텐데요?

민성의 말은 합당했다. 랜덤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나도 알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밖에서 말이야, 밖에서.”

저자세를 유지하는 대성의 얼굴은 시뻘겋게 익어갔다.

“흠…….”

민성은 슬그머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아루의 눈길이 보였다. 이신은 별 관심 없어 하는 눈치다.

‘상관없겠지.’

“뭐, 그러죠.”

“좋았어!”

민성의 동의가 진정 기뻤던지 대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게 그렇게 좋아할 일이에요?”

과도한 기쁨을 보이는 대성의 반응은 어딘가 수상쩍어 보이기까지 했다.

“당연히…….”

“안 갈 건가?”

멀리서 부르는 노인의 음성에 대성은 말문을 닫았다.

“칫, 지금 갑니다!”

대성은 불만스럽게 혀를 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밖으로 나가면 남남인데.’

그들의 묘한 기류를 눈치챈 민성은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일행은 상점을 나와 붉은 철문으로 움직였다.

거대한 타워가 있는 여의도엔 노을 사이로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이놈의 시간 차이는 도저히 적응하기가 어렵구먼.”

노인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저무는 태양을 바라봤다.

“시간도 늦었으니 정보교환은 어렵겠네요.”

민성은 차후를 기약하고 이만 헤어지자는 것을 간접적으로 어필했다. 그 뜻을 알아차린 사람들도 민성의 의견에 동의를 보냈다.

“조만간 다시 연락을 취하겠네. 그때까지 편히들 쉬고 있게.”

“안녕히 계세요오.”

“조심히 돌아가.”

일행들은 핸드폰 번호를 교환한 뒤, 타워를 벗어났다. 민성도 고개를 꾸벅이곤 자리를 벗어났다. 신기하게도, 며칠 전까지 진을 치고 있던 기자진은 마주할 수 없었다.

“이제 말해도 되나, 인간?”

타워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고 나서야, 티노는 입을 열었다. 이제는 민성의 주위에 사람들이 있으면 눈치껏 입을 다무는 재량을 보였다.

“네. 많이 답답하셨죠? 돌아가면 TV 많이 보여드릴게요.”

“괜찮다, 인간. 선생이 사라지고 나서 난 언제나 혼자였다.”

티노의 도발 속에는 왠지 모를 고독감이 끼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럼 날 만나기 전까진 계속 혼자였다는 거잖아.’

괜스레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항상 같이 다니지만 정작 녀석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저기…….”

“그래서 멍청한 인간에게 감사한다. 하루 종일 멍청한 짓을 벌이는 덕에 지루할 틈이 별로 없다. 케케케케.”

“…….”

순간, 민성의 이마에 작은 혈관이 주름 잡혔다. 안쓰럽다는 감정은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오늘은 24시간 뉴스 시청입니다.”

“다음부터 정찰은 없다, 인간!”

“아!”

둘은 티격태격하며 빠른 속도로 여의도를 빠져나갔다. 민성은 타워 부근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모텔에 자리 잡았다.

쏴아아아-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타워로 복귀하면 몸이 회복됨과 더불어 청결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역시 직접 씻는 것이 최고다. 몸에 덕지덕지 밴 놈들의 악취가 씻겨 나가는 것만 같다. 온몸이 노곤해진다.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후…….”

수건으로 몸을 닦아낸 민성은 다시 옷을 추려 입었다.

“또 어딜 가려고 그러나, 인간?”

티노는 그토록 원하던 TV 브라운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도, 민성의 출타여부를 궁금해 했다.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요. 쉬고 계세요. 아이템창.”

민성이 꺼내든 것은 엄지 크기의 황금열쇠였다. 가장 확인하기가 수월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아이템이다. 설명에 따르면 그저 구멍에 넣고 돌리면 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6성 아이템인 만큼 서둘러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6성 아이템인 만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신중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었다. 금간 도는 효용가치가 없기에, 도와 함께 갈취했던 ‘이빨 빠진 도끼’를 들었다. 어색한 감이 있지만 없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민성은 열쇠를 들어 손잡이에 있는 열쇠 구멍에 넣었다. 분명 모양이 다름에도 맞물리는 느낌이 든다. 자신을 얻은 민성은 그대로 열쇠를 우로 돌렸다.

철컥-

잠금장치가 풀린 모양이다. 마른침을 삼킨 민성은 문고리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모텔의 어두운 복도 대신 나타난 것은 선명한 빛이었다. 조심스럽게 팔을 집어넣자 순간적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어……어어?”

그 힘을 이기지 못한 민성의 몸은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밀스러운 집으로 이동합니다.]

민성이 사라지자, 빛이 사라짐과 함께 문이 스르륵 닫혔다.

15. 비밀스러운 집

쾅-

작은 나무문에서 뛰쳐나오듯 튀어나온 민성은 재빨리 주변을 훑으며 도끼를 치켜들었다. 다행히 적의 습격이라거나 함정 따위는 없어 보였다.

“여긴…….”

황폐한 정원과 그 뒤론 쓰러져가는 움막이 안개에 감싸여 있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커다란 공터 외에도 빈 땅들이 보였다. 어딘가 고즈넉해 보이면서도 적막한 공간이다.

‘아무도 없는 건가.’

민성은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기분 나쁜 고요함은 움막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삐그덕-

낡은 나무문을 슬쩍 열자 어두운 내부가 나타났다. 좁디좁은 공간은 단출하기 그지없었다. 중심에는 작은 불이 피워져 있고, 낡은 가죽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군데군데에서 풍겨왔다.

‘이딴 곳이 6성이라고?’

초라한 광경에 의구심이 들었다. 분명 대검과 같은 6성이지만 이리도 차이가 날까 싶었다. 한숨을 내쉰 민성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움막의 거죽에 걸린 고양이 대가리 모형이 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민성은 그것을 도끼로 툭툭 건드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원주인이 동물애호가였나. 어?”

모형 밑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민성은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작은 문자가 줄줄이 이어져 있고 한쪽에는 자판기 때와 마찬가지로 손바닥 모양이 표시되어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비밀스러운 집 활성화를 위해선 1,000코인을 납부해라.]

‘이런 거지같은 곳을 활성화시키는 데 1,000코인이 든다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중에는 사용하지 않은 1,000코인이 있다. 한숨을 내쉰 민성은 그곳에 손바닥을 올렸다.

[1,000코인을 사용해 비밀스러운 집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

“네.”

[1,000코인을 사용합니다.]

[비밀스러운 집이 활성화됩니다.]

[잠들어 있던 관리묘 시바가 몸을 일으킵니다.]

쩌적-

갑작스레 모형에 금이 가면서 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얼른 몸을 뒤로 내뺀 민성은 도끼를 들고 대가리를 주시했다.

쩌저저저저적-

“크하아아아암.”

모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자 그 안에서 나온 건, 살아 움직이는 고양이 머리였다. 맑은 갈색을 띈 머리 위에는 관리묘 시바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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