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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50화 (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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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 두 번째 방문 (11)

“그건 아니지만……. 있으면 편할 거 아냐.”

“글쎄, 잘못 탔다간 엉덩이 작살나는 건 고사하고, 낙마해서 목뼈가 부러져 전신불수가 될 수도 있다고. 특히 네 밑 부분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후우……. 고자라니 끔찍하군. 상상도 하기 싫어.”

사람들은 슬며시 중요부위를 가리는 남자를 보며 킥킥거렸다.

수많은 군중 속에 섞여 있던 민성과 그의 일행도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분명 육지에 상륙하면 이탈을 시도하는 겁쟁이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은 넓고 숨은 인재들은 많군요. 아주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민성은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체구로 주위를 휘둘러보며 껄껄거리는 대성의 모습이 보였다.

“장군의 명령을 잊었나? 목소리를 낮추게.”

“죄송합니다. 간만에 피가 들끓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노인의 핀잔에 대성이 무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자네같이 전도유망한 사내가 장군의 눈에 찍힐까 봐 염려되어 그런 것이니, 너무 섭섭해 하지는 말고.”

만복 노인이 칭찬과 함께 대성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런 깊은 뜻이! 앞으로도 많은 편달과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르신.”

수긍의 뜻으로 대성의 어깨를 몇 번 더 두들겨준 뒤, 노인은 말을 이었다.

“여하튼, 장군의 경고도 있었고. 결정적으로 사람들도 깨달은 거겠지. 장군의 무력 밑에 있는 게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에 대한 의심은 여전했지만, 노인의 의견은 합리적이었다. 민성도 그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무력이란……. 저도 강해지고 싶군요.”

“감정이 메마른 것처럼 보였는데, 보기보다 야망이 있는 청년이었군.”

새삼스럽다는 노인의 말투에 민성이 그를 노려봤다.

“예?”

“아닐세, 아닐세. 늙어서 그런지 사람 보는 눈도 옛날 같지 않은가 보네. 그나저나 이미 젊음이라는 최고의 무력을 갖고 있으면서, 늙은이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노인은 실수했다는 듯 혀를 차며 말을 돌렸다.

“메말랐다는 말씀의 의도…….”

납득하지 못한 민성이 노인을 추궁하려 했지만, 그의 음성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알람에 묻혀버렸다.

[아군 명장 관우가 적군 명장 아파라나를 죽였습니다.]

[아군 명장 관우가 상단 불사조 제단을 활성화하였습니다.]

새로운 알람이 들려오자 사람들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오오! 이번에는 우리 측 장수가 이겼어!”

“관우도 있었어? 것보다 이렇게 되면 장군의 숫자는 3: 3 동률이잖아.”

“사실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은 과대평가된 인물들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두 명이 한 명한테 패배할 이유가 없지!”

“나는 우리가 있던 하단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더니,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본성에 상단 불사조 제단이라니! 이런 건 사전에 얘기조차 없었잖아!”

“장군께 말 못 할 이유라도 있었나 보지.”

대열은 순식간에 과열된 분위기를 띠었다.

“어찌됐건 그럼 더더욱 둥지로 가야 하는 것 아냐? 아군이 제단 2개를 점령했으니까 둥지를 활성화시켜 불사조를 아군 편으로 만들어야지!”

의견을 나누던 사람들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제단을 먹었는데 왜 불사조의 둥지로 가지 않는가! 둥지를 활성화시키지 않는다면 제단을 점령한 의미도 퇴색된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장군에게 물어보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아저씨가 좀 물어봐주세요. 나이도 지긋하신 분이 앞장서서 본보기를 보이셔야죠.”

“거, 아가씨야말로 패기 있게 좀 나서봐. 아니면 다른 사람도 좋고.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주도력이 없어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목숨이 2개도 아니고, 자칫 장군의 심기를 건드려 죽게 되면 그쪽이 책임질 거야?”

그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사람들의 의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군은 그의 부관과 대화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넬슨, 속도를 더 높일 순 없는 건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답답해하는 충무공의 음성에 넬슨이 슬쩍 뒤를 돌아봤다. 언뜻 보기엔 멀쩡해 보였지만, 사람들은 급속행군에 지쳐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도 느린 편은 아닙니다. 여기서 더 높였다간, 설령 시간에 맞춰 성에 도착하더라도 피로가 누적된 병력들이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넬슨의 보고를 들은 충무공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답답할 따름이군.”

“전투가 끝나고 다시 영계에 복귀하시거든 한소리 하시지요. 저도 거들겠습니다. 이참에 적들을 전부 쓸어버리시고, 해병이 보병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시는 건 어떠십니까.”

주먹을 불끈 쥐고 열변을 토해내는 넬슨을 바라본 충무공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친구, 보나파르트에게 다우스(영계의 체스) 한 판 진 게 그리 분하던가.”

“히데요시에게 바둑 한 판 졌다고, 난리를 치셨던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설득력이 떨어집니다만.”

넬슨의 반박에 충무공은 연신 헛기침을 했다.

“크흠. 먼저 돌아간 이들에게 당분간 놀릴 거리를 만들어 보세나.”

“예, 장군.”

[적군 명장 차차르가 불사조의 둥지를 활성화하였습니다.]

[30초 후, 불사조가 깨어납니다.]

[불사조는 아타르 진영에 소속됩니다.]

[아타르 진영이 제단을 활성화하는 데 실패했기에, 불사조는 능력치가 감소된 상태로 등장합니다.]

충무공은 연이어 들려오는 알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중심부를 담당하고 있던 장군들 중 2명이 패배했는데, 아군의 둥지 활성화가 가능할 리 없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 그나마 이쪽이 제단을 확보해둔 것이 불행 중 다행이군.”

“그래도 저희의 예상보다 활성화가 늦어졌습니다. 아무래도 남아 있던 알렉산더가 꽤나 분투해준 모양입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한 넬슨이 충무공의 말을 이어받았다.

“서두르도록 하지.”

“예, 장군!”

깨애애애애애액-

예고된 시간이 흐르자 커다란 괴음이 천지를 울렸다. 사람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하늘을 주시했다.

“저것이 불사조…….”

이글거리는 홍염에 덮인 불사조의 몸은 작게 축소해놓은 태양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 몸에 닿기만 해도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다. 거대한 날개가 위아래로 날갯짓할 때마다 열풍이 불어 닥치는 느낌이다.

‘장군께서 곧바로 본성으로 이동하려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이제야 충무공의 의도를 깨달은 민성이 불사조를 노려봤다. 놈은 괴음을 한 번 내지른 뒤, 제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간이 자주 먹던 붉은 치킨같이 생겼다.”

“저게요?”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티노의 음성에 피식거린 민성이 주변을 살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혹시라도 불사조가 그들에게 날아올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놈이 움직인다!”

깨애애애애애액-

마침내 침묵을 깬 불사조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차례 날갯짓하던 불사조는 서쪽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불사조의 꼬리가 어렴풋이 보일 정도가 되어서야, 사람들은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눈앞의 재앙을 모면한 사람들은 안도의 함성을 내질렀다.

“저런 게 이쪽으로 날아왔다면 우리는 완전히 끝장났을 거라고!”

“근데, 저놈이 날아간 방향…….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랑 똑같은데?”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속도를 높인다! 서둘러 본성으로 간다!”

장군의 독촉은 불길한 낌새에 확신을 뿌렸다.

“빌어먹을……. 틀림없이 사지가 될 게 뻔한데, 저곳으로 가야 한다니.”

“그래도 장군께서 보여주신 게 있으니까, 한번 믿어보자고.”

초원을 걷는 행렬의 속도가 빨라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행렬은 몇천여 구의 시체 더미를 마주했다. 인간들과 검은 덩어리들이 엉켜있는 모습은 거북함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패여 있는 땅에는 피가 고여 있고, 보랏빛 체액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주인 없는 무기들만이 외롭게 땅을 뒹군다. 진득한 피 냄새가 전장이 치열했음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벌써 이게 몇 번짼지…….”

눈살을 찌푸린 민성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번 것은, 행군을 진행하며 앞서 마주쳤던 전쟁의 흔적들보다 유독 남다른 크기였다.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은 없다.

시체 더미를 지나치자, 높이가 낮은 작은 언덕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 이 언덕만 넘어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장군의 격려에 힘입은 사람들은 꿋꿋이 언덕을 올라탔다. 언덕의 정상 언저리까지 오르자 서서히 성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세상에.”

마침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웅장함을 자랑했었을 성벽은, 이미 그 용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허물어져 있었다. 내부에선 곳곳에서 시뻘건 불길들이 혀를 날름거린다. 성 주변에는 앞서 봐왔던 시체 더미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숫자의 시체들이 흩어져 있었다. 비릿한 피 냄새와 시체 썩은 내가 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저건?’

내성의 꼭대기에는 이루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형형한 빛을 뿜어대는 나무가 보였다. 잠시 나무에 쏠려 있던 민성의 시선은 이내,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는 장소로 이동했다.

“입구로 올라오는 놈들부터 죽여!”

외성은 이미 적들의 손에 떨어진 탓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내성에서 항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놈들이 내성으로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뿐이다.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와 성벽을 파괴하거나 성문과 이어진 거대한 다리를 타는 법. 놈들은 그 중 후자의 방법을 선택한 모양이다.

“크르트라나!”

검은 덩어리들은 다리를 타고 성문을 향해 사납게 돌진했다.

“발사!”

성벽에서 화살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내린다. 간간히 능력자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괴이한 물체도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투카느 라티나!”

놈들은 당황하지 않고 방패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쿠엑.”

반응이 느린 놈들은 쇄도하는 화살에 목숨을 가차 없이 빼앗겼다. 하지만 화살은 놈들의 속도를 조금 늦췄을 뿐, 놈들에게 입힌 피해는 미미했다.

“불사조 새끼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쉽게 뚫리진 않았을 텐데. 시발, 전부 죽여 버려!”

비록 중심부에서 장수 2명을 잃었지만, 남아 있던 대왕의 지휘와 판단 덕에 큰 피해 없이 성까지 후퇴할 수 있었다. 견고한 성에서 농성을 한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장수들을 죽인 그놈도 성채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수성을 해보기도 전에 고비를 맞이해야만 했다.

깨애애애애애액-

감히 그것을 생물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눈송이마냥 떨어져 내린 그것의 깃털은 외성을 순식간에 초토화시켰다. 깃털이 내려앉은 자리를 강렬한 폭음과 함께 거친 불길이 감쌌고, 수비를 위해 외성에 올랐던 사람들은 폭발에 휘말리거나 한 줌의 재가 돼버렸다.

한순간에 외성을 잃은 인간들은 결국, 외성을 포기하고 내성의 수비에 전념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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