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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45화 (45/303)

# 45

45화 - 두 번째 방문 (6)

‘이런 초보자들밖에 없으면 앞으로의 전투도 힘들어질 텐데…….’

“손을 멈추지 마! 여기서 최대한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다시 사격해!”

사람들 속에 숨어 있던 민성이 시체가 갖고 있던 활을 잡아들었다. 그리곤 맹렬하게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 역시 활에 관해선 문외한이었기에 표적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놈들은 인간보다 신체능력이 높다. 이대로 근접전에 돌입한다면 우리가 불리할 게 뻔해.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어떻게 하지?’

“크럭…….”

그때, 입술을 깨물던 민성이 갑자기 눈을 빛냈다. 적의 미간을 정확히 파고들어가는 화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크엑!”

‘우연인가? 또!’

이마를 부여잡고 고꾸라지는 검은 생물체를 본 민성은 확신했다.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 놈들을 정확히 저격하는 명사수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를 찾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선에서 잠시라도 눈을 돌리는 어리석은 행위는 초보자나 할 짓이다.

“하나, 둘…….”

긴 머리에 차가운 눈매를 가진 남자가 커다란 롱보우를 꺼내들고 철시를 갈기기 시작했다. 화살 끝에는 차가운 한기가 아른거렸다. 화살이 그의 손을 벗어날 때마다 놈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화살에 당한 적의 상처 부근에는 차갑게 굳은 얼음이 붙어 있었다.

“우와……. 저 사람은 누구야! 일반인이 활을 저렇게 잘 다룬다고? 말도 안 돼.”

숙련된 활잡이라도 움직이는 표적에 화살을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적의 미간을 정확히 노리는 남자의 솜씨는 놀람을 넘어 신기에 가까웠다.

“형씨가 말한 사람이 혹시 저 남자야?”

“그래. 양궁 금메달리스트, 세계 랭킹 1위의 빛나는 남자, 이신. 양궁에 관해선 단 한 번도 1등의 자리에서 내려와 본 적이 없다고 들었지. 게다가 이번에 발생한 이변으로 특수한 스킬을 얻었다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배의 한구석에서 남자 둘이 대화를 나눴다.

“근데 이신한테 접근할 수 있을까? 인상이 좀 차가워 보이는데. 그리고 저런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 부탁을 들어주겠어.”

“돈으로 살살 꼬드겨봐. 적당히 쥐어준다 그래.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딨어? 어쨌든 나는 영상을 찍어야 하니까, 기회를 봐서 말을 걸어봐.”

“알았어, 형씨.”

빠르게 의견을 나눈 남자들은 그들의 목적을 위해 다시 움직였다.

이신 외에도 숨어 있던 능력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흥. 보아하니 좋은 템 좀 뽑으신 분인 것 같은데, 우리도 질 수 없어요. 소환, 크로스!”

초록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여자가 거대한 괴조를 소환해냈다. 사람 두 명은 너끈히 태울 크기에 입에는 커다란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크로스! 공헌도를 쌓으면 귀염둥이들을 잔뜩 만들 수 있어요. 가서 놈들을 죽이고 공헌도를 쌓고 와요! 코인을 잔뜩 벌면 크로스의 친구를 만들어줄 거예요.”

“크로!”

머리를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을 음미하던 괴조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적 함선에 하강했다.

“크르?”

순식간에 검은 괴 생명체들을 주머니에 담은 괴조가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곤 생명체들을 담은 주머니를 탈탈 털기 시작했다.

“크르아아아아아아아!”

쾅-

알 수 없는 액체에 흠뻑 젖은 놈들이 함선으로 곤두박질쳤다. 목을 뚫고 튀어나온 뼈와 꿈틀거리는 신체가 놈들이 받은 충격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네. 저 펫도 신기하고. 목적은 공헌도겠지만.’

날아오는 화살 따위를 피해내며 사격하던 민성이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능력자들이 많을수록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확률이 높아진다.

“저게 능력자…….”

“같은 능력잔데 내 스킬이랑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야!”

“같은 펫인데도 이렇게 능력차이가 나는 게 말이 돼? 내 펫이 할 줄 아는 거라곤 요상한 거품을 뿜어내는 것밖에 없다고!”

선망의 눈길과 시샘 어린 눈길들이 상위 능력자들을 바라봤다.

‘상자에서 그지 같은 걸 뽑은 네놈들의 운을 탓해야지. 하소연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공헌도 쌓을 생각이나 해라.’

혀를 차던 민성이 갑자기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크루투아!”

“라이에비!”

적의 함선에도 능력자들이 존재했던 모양이다.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형체들이 함선으로 날아왔다.

“뭐…… 뭔가 날아온다?”

불행 중 다행히도 숫자는 많지 않았다. 아마 놈들에게도 원거리 스킬을 보유한 능력자들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적의 스킬이다! 뒤로 나와!”

이미 눈치 채고 몸을 뒤로 뺀 민성이 사람들을 다그쳤다.

“피해! 적의 공격이다!”

“젠장, 늦었다고!”

뒤늦게 정체를 파악한 사람들은 엉거주춤하게 무기를 하늘로 겨눴다.

‘상대방의 스킬을 모를 때는 튀는 게 상책이지. 말도 안 되는 스킬을 갖고 있을지 어떻게 알아.’

상대방의 스킬을 모른 채 섣불리 나섰다간 목숨을 잃기 십상이다. 마교 지부장의 수하가 사용했었던 스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끄아아악!”

“시발! 이게 뭐야!”

곧바로 민성이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적의 스킬에 당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울림이 들려왔다.

“크윽.”

특히 돛대 쪽에 뜬 보랏빛 구름에 잔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속출했다. 구름에서 내린 빗방울에 맞은 사람들의 살갗은 군데군데 녹아 있었다.

“조심해! 구름 밑으로 가지 마!”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부축해 사거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놈들의 공세는 끝나지 않았다.

“프루나!”

“락스타!”

함선에 침투한 적의 펫들도 위협으로 다가왔다.

“커헉! 커헉!”

커다란 나방 같은 펫에서 떨어지는 가루를 들이마신 남자가 가슴을 움켜잡았다.

“두려워하지 마! 놈들의 외관과 달리 위력 자체는 별것 없다! 화살로 차분하게 대응해!”

“젠장! 자꾸 움직여서 맞추기가 힘들어!”

사람들의 화살이 번번이 나방을 빗겨가자, 민성이 답답하다는 듯 혀를 찼다. 고작 적의 몇 가지 스킬들과 펫으로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줄은 몰랐다.

‘내 스킬은 대인전에서는 유리할지 몰라도 단체전에선 효과를 보지 못해.’

혀를 차던 민성이 활을 들어 나방을 조준했다. 호흡곤란을 유도하는 가루 자체에 살상력은 없다. 하지만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상당히 성가셨다.

퍽-

“프엑!”

그때, 별안간 날아온 화살이 나방의 몸통에 정확히 명중했다. 화살부근은 차가운 냉기로 얼어붙어 있었다. 부들거리던 나방은 곧 빛에 휘감기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죽은 건가? 아니면 역소환된 건가? 뭐, 상관없지. 이제 한숨 돌리겠네.’

[불사조의 제단 출현까지 60초 전입니다.]

[불사조의 둥지 출현까지 60초 전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알림이 들려오자, 전장은 민성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크챠카!”

“카투나!”

마치 알림을 기다렸다는 듯, 적 함대의 중심에서 커다란 외침이 바다를 울렸다. 그러자 모든 적들의 몸에 기괴한 문신이 새겨졌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눈동자는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크르아…….”

‘느낌이 싸한데…….’

불길한 예감이 든 민성이 활을 버리고 도를 움켜잡았다. 흥분한 듯 몸을 들썩이는 검은 덩어리들의 분위긴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놈들의 흉포함이 배가 된 느낌이다.

“랏샤!”

“카!”

또 다시 기이한 외침이 울리자, 소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던 놈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며 높이 뛰어올랐다.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도약력은! 어림잡아도 아파트 3층 높이는 됐을 텐데!”

충무공의 함대와 적들의 함대는 높이에서 차이가 났다. 검은 물체들이 자신 있어 하는 근접전투, 즉 선상전투를 펼치기 위해선 상대방의 선체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기에 인간들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놈들은 그런 상식을 깡그리 무시한 채 함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것은 민성이 위치한 함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적들이 침입했다!”

“죽여! 놈들을 저지해라!”

같은 시각, 모든 선박에서 동일한 일이 벌어졌다.

“커헉!”

“이…… 이 새끼들이 아까랑 같은 놈들이라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말도 안 되게 강해졌잖아!”

“당황하지 마! 놈들이 버프를 받은 모양인데, 우리도 충무공의 가호를 받고 있어! 침착함을 유지하고 놈들을 죽여!”

챙-

“끄악!”

“크륵…….”

무기가 오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는다.

“죽어라!”

“크티나!”

어느새 난장판이 된 갑판을 쳐다보던 민성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근접전만큼은 막고 싶었는데. 이제 난전으로 접어들 테니, 더 이상의 지휘는 필요 없겠지.’

“궁수들은 뒤로 빠지고, 도검류 든 사람들은 앞으로 나와 전선을 구축한다!”

마지막 명령을 내린 뒤 민성도 전열에 합류하기 위해 도를 빼들었다.

“크르아!”

익숙한 으르렁거림이 들려오자 민성이 고개를 돌렸다. 넓적한 대도를 지닌 검은 덩어리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오랜만이다, 돼지야.”

민성이 반갑게 인사했지만, 놈의 붉은 눈은 그를 뚫어지도록 노려봤다.

“크아아아아!”

그리곤 대도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챙-

“너도 반갑다고?”

“크르아!”

“그래, 그래, 쇼핑하러 가야 되니까 빨리 끝내자.”

작게 중얼거린 민성이 도를 들어 놈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끄아악!”

“크르아!”

“살려줘! 죽기 싫…….”

소문으로만 접하던 것을 몸소 체감하기 전까지, 전쟁터라는 곳이 이렇게 잔인한 장소인 줄 몰랐다. 아릿한 혈향과 흘러나오는 내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치기 바빴다. 겁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배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다.

“당황하지 마! 놈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아! 뭉쳐서 눈앞의 놈들부터 차근차근 죽이면 돼!”

일부 용감한 사람들은 목청을 높여 전의를 잃은 사람들을 격려했다.

‘그래! 뭉쳐서 좀 죽여봐! 전투에서 지면 루비사용은 고사하고 다 뒤진다고!’

민성은 도망치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전쟁에서 패배하면 전원 사망처리 된다. 그들의 행위는 당면한 죽음을 피하는 것뿐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시발! 네놈은 능력자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지. 우리를 고기방패 삼으려 하는 건 아니고!”

“답답한 새끼들…….”

구심점 없는 무리는 쉽사리 뭉치지 못했다. 적들은 그런 인간들을 수월하게 베어나갔다.

“크르아아아!”

‘확실히 버프를 받은 모양인데.’

개체마다 갖고 있는 능력이 다르겠지만, 놈의 힘은 예전에 상대했던 놈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몇 차례 합을 주고받자 손목이 아릿해오는 느낌을 받았다. 힘 싸움에서 밀리자 눈살을 찌푸린 민성이 대도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상대 못 할 정도는 아니야.’

[날 죽이고도 멀쩡히 살고 있다니!]

[죽여 버려!]

난장이들이 놈의 몸에 달라붙어 속도를 늦췄다. 몸도 단단하게 경화시켜 놨다.

“크르.”

“내가 약한 건 아는데, 한 놈 족치는 건 잘하거든?”

놈이 난장이들을 떨쳐내려고 몸을 털어대자 민성이 잽싸게 놈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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