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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42화 (4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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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 두 번째 방문 (3)

“밖으로 나가는 문이다! 저곳으로 나가면 공헌도를 잔뜩 쌓을 수 있다고 하던데. 공헌도가 많을수록 능력이나 장비를 사는 데 유리하다며? 빨리 나가자! 늦으면 공헌도를 놓칠지도 몰라!”

“형씨, 같이 가!”

하지만 그들의 언동과 달리 발걸음은 어딘가 느려 보였다.

‘뭔가 이상한데…….’

“공헌도를 쌓을 수 있다고?”

“능력을 얻을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민성이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기도 전에, 남자의 말에 혹한 사람들이 앞 다투어 입구로 몰려들었다.

쓱-

일정숫자의 사람들이 문을 넘어가자 갑자기 정면의 입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입구가 없어졌어!”

“젠장, 설마 선착순이라는 건가?”

갑작스러운 이변에 당황한 사람들이 벽면으로 돌아간 입구를 쳐다봤다.

“아냐, 낙심하기에는 일러! 우리에겐 아직 2개의 입구가 남아 있잖아!”

“그래, 이렇게 공헌도를 놓칠 수는 없지! 가자고, 형씨!”

아쉽다는 듯 벽면을 쳐다보던 사내들이 왼쪽 문으로 달려가자, 사람들이 줄지어 뒤를 따랐다.

쓱-

남은 인원의 절반가량이 문을 통과하자 왼쪽 문 역시 사라졌다.

“형씨 말대론데?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움직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만 잘 따라다녀. 내 말만 따르면 자다가도 떡이 생겨. 인간이 참 단순한 동물이라 약간의 욕망을 자극해주면 홀라당 넘어오거든. 능력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잖아.”

“난 형씨만 믿겠어.”

사라진 왼쪽 문에서 남자들이 희희낙락거리며 동굴의 중심부로 돌아왔다.

“어? 이게 누구야, 능력자 동생! 이미 나간 줄 알았는데 아직 있었네. 보기보다 신중한 성격 인가봐?”

어깨에 힘이 가득 들어간 남자가 민성에게 말을 걸어왔다.

“…….”

“아까의 일은 사과할게. 아무래도 타워에 온 게 처음이다 보니 너무 당황해서 막말을 던져버렸어.”

‘단순히 거만한 새낀 줄로만 알았는데, 심상치 않은 놈이야. 사람들을 선동했던 것도 정보를 얻기 위해 움직였던 거겠지.’

남자의 정중한 사과에도 민성은 가만히 쳐다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30초 내로 입구로 이동하지 않을 시 강제 패배 처리됩니다.]

“생각보다 과묵한 동생이었네. 시간도 없는 것 같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제한시간이 주어지자, 멋쩍은 미소를 지은 남자가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고 혹시 우리랑 같이 협력해서 움직일 생각은 없어? 물론 능력은 없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유용하다고. 아까 사람들을 선동하는 걸로 머리가 돌아가는 것도 증명해 보였고. 어때?”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서.”

말을 끝낸 민성이 우측 문이 위치한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여튼 어린놈들은 예의가 없어. 씨발 새끼…….”

민성의 등이 멀어지자 남자가 침을 뱉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형씨, 작전이 실패했는데 괜찮아? 이렇게 되면 약속한 돈도 못 받는 것 아니야?”

“아, 거참 소심한 양반이네. 설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능력자 영상 중에 저놈만 있었을 거라 생각해?”

동료를 거칠게 쏘아붙인 남자가 숨을 몰아셨다.

“그건 아니지만…….”

“저놈 말고도 빌붙을 놈들은 많아. 또 한 명 봐둔 놈이 있으니까, 이번에는 그놈한테 접근해보자고. 이것만 있으면 이제 부자가 될 수 있어. 형씨에게도 약속한 돈은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계속 협조나 잘하라고.”

남자가 아이템창에서 작은 수정 구슬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잔잔한 에메랄드 색을 띠고 있었다.

[속이 빈 영상구슬]

등급: ★★★

설명: 야한 것을 사랑하던 마법사가 사용하던 구슬.

효과: 용량에 상관없이 영상을 녹화 및 저장할 수 있다.

횟수제한: ∞

“여기서 벌어진 일을 녹화해서 밖에다 파는 거지. 틀림없이 부르는 게 값일 거야!”

“형씨 말이 맞아. 그런 영상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거니까.”

돈방석에 오르는 상상에 남자가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그래도 타워로 복귀할 때까진 방심하지 말자고. 이번 전쟁은 저번과 조금 다른 방식인 것 같으니까. 어차피 숨어 다닐 거니까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자, 이제 떼돈을 벌어들이러 가볼까!”

“가보자고, 형씨!”

쓱-

그들을 끝으로 우측에 있던 마지막 문 역시 감쪽같이 사라졌다.

[필드: 불사조의 둥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과거에 활약했었던 최상위급 장수 5명이 양 진영에 배치됩니다.]

민성이 문을 넘어가자 들려온 소리였다.

“세상에…….”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네.”

입구를 통과하자 앞서 들어갔었던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여기가 불사조의 둥지라고?’

뒤늦게 나온 민성도 주위를 두리번거리곤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위치한 곳은 둥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어딘가 동떨어진 곳이었다.

끼룩-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들과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닻으로 움직임을 고정시킨 수많은 배들이 정박장에 위치해 있다. 정박장 반대편으로는 그들이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커다란 가옥들이 여기저기 지어져 있었다.

‘설마 항구를 둥지로 삼은 건 아니겠지?’

실없는 생각이 떠오르자 민성이 그의 뺨을 가볍게 두들겼다.

‘집중하자, 집중.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지를 생각해봐.’

그가 타워에서 경험했었던 최초의 전투는, 적의 수비를 뚫고 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것 이였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리는 없다.

‘항상 규칙이 바뀐다고 관리자가 말했었으니까.’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지만 그럴듯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정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룡님, 이 항구를 중심으로 빠른 정찰 한번 부탁드릴게요.”

티노가 뚱한 얼굴로 민성을 쳐다봤다. 매번 귀찮은 부탁을 요구하는 민성에게 약간의 불만이 쌓였다. 하지만 녀석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볼 수 없다.

“다녀오겠다, 인간!”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주억거린 공룡이 빠른 속도로 민성의 곁을 벗어났다.

‘녀석이 다녀올 동안 생각을 정리해놔야겠어.’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봐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한 가지뿐이었다.

수상전!

항구에 정박되어 있는 수많은 배들은 그의 추론을 뒷받침해주었다.

‘그렇지만 수상전과 불사조의 둥지, 전혀 연관이 없단 말이지. 최상위급 장수가 배정된다는 소리도 이해하기 어렵고. 일단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부터 조사해보자.’

한참 동안 눈가를 긁적이던 민성이 선착장 쪽으로 몸을 틀었다. 혹시 모를 적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도를 꽉 붙잡았다.

저벅-

그때, 정박장 쪽에서 전신을 갑주로 무장한 병사가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뭐지? 설마 이번에는 인간을 상대하는 건가?’

“벌써 전투인가…….”

“젠장,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 했는데.”

“걱정하지 마십쇼. 민지 님 주위로 다가오는 놈들은 저희가 쓸어버리겠습니다.”

이미 전쟁을 경험했었던 능력자들은 다가오는 병사를 경계하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병사의 입에서는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너희가 마지막인가. 이제 곧 출항한다. 빨리 움직여!”

“예?”

다짜고짜 탑승을 명령하자 사람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상 쪽은 이미 전투가 시작됐을 것이다. 어물쩍거릴 시간이 없다! 승선해라!”

병사가 재차 재촉했지만 누구 하나 선뜻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우리가 왜 당신의 말을 따라야 하는 거죠?”

“맞아! 혹시 적이 보낸 첩자나 정찰병 아니야?”

사람들이 쉽사리 경계심을 풀지 않자, 병사가 으르렁거리며 대꾸했다.

“전투에서 패배하고 싶거든 따르지 않아도 좋다. 너희가 이렇게 시간을 끄는 와중에도 중심부와 상단에서는 전투가 진행되고 있겠지.”

“그러니까 전투가 진행되는 거랑 우리가 배를 타야 되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병사와 사람들이 수차례 언쟁을 벌였지만 대화는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어이구, 이런 답답한 놈들에게 전쟁을 맡겨야 하다니.”

병사가 답답했는지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무설명도 없이 배에 오르라고 하니 경계할 만하지. 나머지는 내가 설명하도록 하겠네.”

“장군!”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자, 당황한 병사가 급히 예를 갖추었다.

‘저 남자는.’

민성이 새로 등장한 장수를 쳐다봤다. 옅게 패인 주름들과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듯한 굵은 눈매를 가진 남자였다. 전신에 붉은 갑주를 걸치고, 허리춤에는 땅에 닿을 정도로 기다란 검집을 차고 있었다.

“자네들이 배에 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겠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적보다 먼저 하단에 위치한 불사조의 제단을 점거한 뒤, 활성화하는 것이라네.”

“제단을 점령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 인파 속에서 곧바로 질문이 날아왔다.

“중심부의 전선 가운데에는 불사조의 둥지가 존재하지. 그곳을 점거할 경우, 아군을 돕는 불사조가 깨어난다네. 반대로 적이 그곳을 점거할 경우에는 역으로 적이 되겠지만. 제단은 불사조가 깨어날 때 능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네.”

장수의 말이 끝나자 납득한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나중에라도 궁금한 게 생기면 각 배에 배치된 부관들에게 물어보면 된다네. 이제 더 미룰 시간이 없군. 얼른 출발하도록 하지.”

질문을 자른 장수가 그의 부하에게 눈짓을 보내자, 그 의미를 파악한 부하가 크게 소리쳤다.

“전원! 승선하라!”

“이쪽으로 오셔서 배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곧바로 또 다른 병사들이 다가와 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사람들을 유도했다.

“으으. 난 빼줘. 뱃멀미가 있다고.”

“난 못 타! 저번 전장에서는 도망갈 구석이라도 있었지, 이번에는 도망갈 곳도 없다고. 바다에서 어디로 도망 치냐고!”

겁을 먹거나 전투의 두려움 때문인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르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자 온화한 미소를 짓던 장수가 노여워하며 칼을 빼들었다.

“오로지 일신의 안위를 위해 전장에서 이탈하려는 자는 즉각 참수형에 처한다!”

띠링-

[대장의 진노가 항구를 덮습니다. 30초 내로 배에 탑승을 완료하지 않을 시 전장에서 이탈됩니다. 이탈될 시 강제 패배 처리 됩니다.]

“뭐……뭐?”

“세상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갑작스러운 알림에 동요한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죽으려 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

아랑곳하지 않는 장수의 칼끝은 선착장을 가리킬 뿐이었다.

“시발! 이런 억지가 어디 있어! 내가 여기에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항명죄 역시 즉각 참수형으로 다스리겠다.”

‘등신 새끼들.’

이미 배에 올라타 있던 민성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난잡한 광경을 쳐다봤다. 이미 타워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들은 항구를 벗어난 선박에 올라탄 것과 같다. 전쟁을 끝내기 전까지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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