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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39화 (3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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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 마교 한국지부 (2)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 마교가 아니어도 선택지가 많다는 걸 보여줘야 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설마 제가 스킬북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마교 외에도 저에게 들어온 제의가 많습니다. 앞으로 평생을 몸담을 수도 있는 만큼, 저는 마교가 갖고 있는 비전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담담하게 얘기하는 민성의 모습에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할아버지가 거듭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완벽하게 통역이 될 정도로 한국어를 공부해 놔라. 명색이 지부장이라는 놈이 그 모양이어서야, 쯧. 그리고 끌어들이고자 했던 인물들은 최선을 다해 영입해라. 특히 네놈이 통역을 개떡같이 해서 분위기를 흐려놨던 그 청년은 꼭! 간만에 이 할애비의 육감을 움직인 녀석이니까.’

‘저는 왜 할아버지가 그런 평범한 놈한테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할아버지의 육감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한창 창창하셨던 시절에야 예리하셨겠지만 지금은 육감에도 주름이 잡히신 것 같은데요.’

‘이놈이!’

그 뒤로 날아온 검은 손바닥을 떠올린 남자가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남자라면 그 정도 패기는 당연한 것입니다, 따라오십니다. 위대한 마교 지부를 보고 감탄하십니다.”

‘저번보다 한국어가 많이 늘었네. 발음도 그렇고 이젠 뜻도 어느 정도 알고 쓰는 것 같고.’

저번처럼 알아먹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딘가 어눌한 한국어를 늘어놓으며 앞장선 남자의 뒤를 따라, 민성도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뭐야, 그래도 마교의 지부라니 거창하진 않더라도 뭔가 특색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내부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원과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여럿이 자판기 커피를 홀짝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민성을 쳐다보는 그들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왜 저렇게 째려보지?’

“이쪽으로 오십니다.”

지부장이 안내한 곳은 203호라는 팻말이 적힌 문 앞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책상과 의자 등 일반적인 집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그냥 평범한 사무실 아닌가요?”

민성의 질문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남자가 고개를 젓더니 허공에다 알 수 없는 중국어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지부장은 위대하다!”

지부장이 같은 말을 3번 반복하자 갑자기 사무실 내부가 작게 요동쳤다. 하지만 사무실 안은 민성이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다시 잠잠해졌다.

“이제 나가십니다.”

민성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제 개인 사무실입니다. 충분히 놀라셔도 되십니다.”

“예…….”

남자의 말투가 거슬리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에 민성은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제일 먼저 민성을 반긴 것은 푸르른 잔디밭이었다. 그 너머로는 작은 정자와 푸르른 인공호수가 보였다. 옆에는 고즈넉해 보이는 중국의 전통방식으로 지어진 가옥이 있었다.

“인간이 살던 곳보다 훨씬 좋은 곳 같다.”

“저도 알아요.”

공룡의 감탄에 민성이 작게 답변했다.

“원래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곳이 아니십니다. 특별한 손님들을 접견할 때 쓰는 곳인데, 영광인 줄 아십니다.”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건물 속에 이런 공간이 존재할 줄이야. 숨겨진 곳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자부심 넘치는 지부장의 말에 주변을 구경하던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정자로 가십니다. 그래도 손님이니 차 한 잔 대접 받으십니다.”

이곳 외에도 중요한 장소들이 존재했지만 외부인인 민성에게 굳이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그러죠.”

지부장의 안내를 받아 정자로 가는 와중 민성이 작게 중얼거렸다.

“공룡님, 내부를 정찰해주세요. 가능하시죠?”

“걱정 마라, 인간!”

꼬리를 흔들며 날아간 공룡은 빠른 속도로 민성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자에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이는 상과 방석이 있었다.

“앉으십니다.”

방석 한 자리를 차지한 지부장이 민성에게 자리를 권했다. 민성도 방석에 앉자 지부장이 중국어로 크게 소리쳤다.

“소소야! 차 내와라!”

“네가 갖다 먹어! 이 새끼가 오빠병이 또 도졌나!”

가옥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게 아니고 손님이 오셔서…….”

“네 손님이지, 내 손님이야? 네가 직접 끓여다 먹여!”

“그…… 그래.

‘이놈은 갑자기 또 왜 이래?’

민성이 지부장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잠시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더니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라도?”

“아무것도 아니십니다.”

예의상 몇 차례 더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한숨을 내쉬던 남자가 큰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켰다.

“잠시만 기다리십니다. 차를 갖고 오십니다.”

“굳이 가지러 가실 필요는 없는데.”

민성이 극구 사양했다.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차를 가져오겠다는데, 말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십니……. 오!”

몸을 틀은 남자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가옥에서 그의 동생이 다과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소소!”

생각지도 못한 동생의 행동에 감동한 지부장이 재빨리 달려가 다과가 담긴 쟁반을 받았다.

“다음부턴 국물도 없어!”

“그래, 그래! 고맙다!”

남자가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째려보는 동생의 시선도 예쁘게 보였다.

‘저 여자는? 부인인가? 그런 것치곤 많이 앳돼 보이는데.’

민성이 의문이 담긴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봤다. 지부장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영락없는 부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길게 늘어뜨린 검은 생머리와 째진 눈, 붉은 입술이 동양미를 강조했다. 짧은 치마 밑으로 길게 뻗은 매끄러운 다리도 눈에 들어왔다.

“꽤 능력이 있는 남잔가 보네. 매일 노괴들만 손님이랍시고 오는 이곳에 온 걸 보니.”

찡긋-

‘응?’

갑작스러운 여자의 눈인사에 당황한 민성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치마는 안 된다, 소소야! 바지를 입고 가!”

잠시 지부장과 대화를 나누던 여자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부인을 격하게 아끼나 보네.’

울상이 되어 정자로 올라온 지부장을 본 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십니다.”

“아닙니다. 부인 되시는 분의 미모가 출중하시더군요.”

민성의 칭찬에 지부장이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시무룩해졌다.

“동생이십니다.”

‘동생이었어? 어쩐지 눈매가 닮았다더니.’

민성이 납득이 간다는 듯 머리를 주억거렸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십니다.”

‘어라?’

민성이 이채롭게 남자를 바라봤다.

‘정부의 그놈도 그렇고, 이 남자도 그렇고. 크기를 떠나서 한 조직의 장은 다르구나.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어.’

방금까지 쉽게만 느껴졌던 남자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째진 눈매 사이로 보이는 작은 눈동자가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약자는 멸시하시고 강자는 대우해주십니다. 그게 마교의 절대적인 규칙이십니다. 그래서 요즘 사회는 마음에 드십니다. 마교의 절대적인 규칙과 상당히 부합하십니다.”

잠시 찻잔을 들어 차를 들이킨 남자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십니다. 난 장로님께서 왜 당신을 주목하는지 이해 못 하십니다. 당신은 너무 약하십니다. 그래서 난 당신을 인정할 수 없으십니다.”

‘인정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

민성은 무거운 표정으로 어눌한 한국어를 늘어놓는 그를 어이없게 쳐다봤다.

“당신이 마교의 크기를 가늠하러 왔듯, 우리도 당신의 크기를 가늠할 필요가 있으십니다. 장로님이 인정하셨다고 모두가 인정한다고 착각하면 안 되십니다. 그래서 우리도 당신을 시험하십니다. 한 달 후, 저와 비무를 하십니다. 그때까지 능력을 키우십니다. 만약 당신의 능력이 기준에 미달하면 죽이십니다.”

‘그냥 인정 안 받고 비무도 하지 않겠습니다.’

속마음을 내뱉고 싶었지만, 지부장의 얼굴을 본 민성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몇 번의 사투 속에서 길러진 민성의 감각은 상당히 예리한 편이었다. 크게 치켜뜬 남자의 가느다란 눈 속에는 살기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이 새끼……. 진심이다.’

만약 거절했다간 바로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는 눈빛이다.

“그 정도 간단한 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야 당연히 해야죠.”

“흐음.”

민성이 손쉬운 일이란 듯 가볍게 말하자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패기는 인정하십니다만, 한 달 뒤에도 멀쩡한지 지켜보십니다.”

“그러시죠.”

민성이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들었다. 지부장도 찻잔을 들자, 자리는 잠시간 정적상태에 빠졌다.

‘젠장, 어째 순탄하게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냐.’

그의 처지를 한탄하며 차를 들이켜던 민성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지부장의 옆에 검은 옷으로 전신을 두른 사내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섬뜩한 느낌이 전신을 맴돌았다.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언제 온 거지?’

긴장한 민성이 사내와 대화를 나누는 지부장을 주시했다. 짧은 대화가 끝나자 야행복을 입은 사내는 금세 자취를 감췄다.

“더 중요한 손님이 오실 시간이라, 이제 일어나십니다.”

남자가 매몰차게 민성을 일으켜 세웠다.

‘이젠 대놓고 찬밥 취급하는구나. 아니, 사실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아무것도 없는 애송이를 대우해준 그 노인이 특이한 경우지.’

씁쓸한 웃음을 흘린 민성이 표정을 갖추고 지부장을 바라봤다.

“그래요? 그럼 얼른 나가보죠.”

태연함을 유지한 민성이 지부장의 뒤를 따라갔다.

“지부장은 위대하다!”

지부장의 말이 끝나자 다시 익숙한 사무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호, 부지런하시기로 소문난 지부장님께서 어인 일로 늦으시나 했더니, 선객이 있으셨구려.”

민성의 앞에는, 아까와 달리 사무실에는 낯선 인물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스님? 저 사람이 지부장이 말했던 더 중요한 인물인가?’

몸에 걸친 승려복과 밑으로 늘어진 흰 수염, 그리고 인자한 웃음을 걸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승려였다.

“죄송하십니다. 일정이 꼬여서 늦으셨습니다.”

“전도유망하신 분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안면이 있는지 지부장과 승려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다.

“아니십니다. 자각사의 방주를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하십니다.”

“허허,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가벼운 담화를 나누던 지부장이 갑자기 눈을 흘겼다. 아직 민성이 밖으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데 저 젊은 도우는 뉘신지? 혹시 마교에 혜성같이 등장했다던 그분입니까?”

승려가 민성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마교의 요주 인물들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생소한 얼굴을 마주하자 호기심이 절로 동했다. 요즘 압도적인 능력으로 마교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는 소문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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