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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38화 (38/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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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 마교 한국지부 (1)

“할 수 없지.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명예로운 길을 저버리다니.”

‘놈들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야 한다.’

대답 대신 민성이 입술을 작게 달싹거렸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저놈이 날 죽였어!]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줘야 돼! 죽여! 죽여! 죽여!]

스킬을 외치자 야차 같은 모습을 한 난장이 망령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부장의 몸에 달라붙었다.

[살아 있는 것들이 증오스럽다!]

“이 새끼가 잔재주를…….”

달라붙은 망령들을 때내려 손써봤지만 소용없자, 담담했던 부장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져들었다.

“골렘의 굳건한 의지.”

신체를 단단한 바위처럼 만들어주는 ‘골렘의 굳건한 의지’는 민성의 자신감을 높여줬다.

‘무기를 빼든 이상 끝장을 봐야 한다. 어차피 국가와 등을 지기로 한 이상 놈을 죽인다.’

이미 살인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은 없었다.

“죽어라!”

부장에게 다가간 민성이 서슴없이 도를 세로로 휘둘렀다. 날카로운 도신이 부장의 신체를 두 동강 낼 것 같았다.

“크윽.”

하지만 있는 힘껏 몸을 틀어 도를 피해낸 부장은 민성의 옆구리에 주먹을 찔러 넣었다.

“큭.”

신체를 경화시켰음에도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만약 스킬을 쓰지 않았더라면 갈비가 나갔을 것이다. 이 정도 고통은 참을 만하다. 이를 악문 민성이 횡으로 도를 휘둘러 놈의 머리를 베어 들어갔다.

“흡.”

주먹을 미처 빼기도 전에 묵직한 도신이 그의 목 언저리로 다가오자, 당황한 부장이 급히 몸을 바닥에 굴렸다.

“죽어!”

기회를 놓치지 않은 민성이 바닥에 엎어진 부장의 심장을 노리고 도를 내려찍었다.

콱-

부장의 심장을 노린 도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찔렀다. 민성이 몸을 옆으로 굴려 그의 공격을 피해낸 부장을 노려봤다.

‘분명 느려졌을 텐데. 원래는 얼마나 빠르다는 소리야.’

스킬로 부장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랜덤 육체강화 환단으로 신체능력도 강화시키고 칭호도 착용한 상태다. 그런데도 그의 공격을 피해내자 민성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부장님!”

한순간에 벌어진 일에 놀란 부하들이 이종범의 주위를 감쌌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했는지 인상을 찌푸린 부장이 몸을 일으키며 부하들을 옆으로 밀쳐냈다.

“괜찮으니까 호들갑 떨지 마. 계획을 수정한다, 놈을 반드시 포획한다. 저놈은 우리가 알고 있던 능력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다. 지금 판단된 스킬만 2가지. 몸을 경화시키는 것과, 신체능력을 저하시키는 작은 유령들을 다루는 것. 그 외의 스킬들을 더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짧은 순간에 그걸 다 파악해냈다고?’

부장의 경이로운 신체능력에 혀를 내두르던 민성이 눈을 크게 떴다. 그 짧은 공방으로 그가 보유한 스킬의 본질을 파악해낼 줄은 몰랐다.

‘역시 아까의 일격으로 죽였어야 했어.’

씨익-

아쉬운 눈빛으로 부장을 쳐다보던 민성이 몸을 흠칫거렸다.

‘이놈이, 무슨 자신감이지.’

물건 품평하듯 그를 훑는 부장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놈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생각한 민성이 다시 공격을 감행하려 했다.

‘저건? 설마…….’

민성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아까의 격전으로 찢어진 놈의 외투 사이로 가죽 주머니가 보였다. 그 모양과 크기로 어림잡았을 때 권총집임이 틀림없었다.

‘미친놈이 총을 갖고 있었어.’

놈의 자신감의 원천을 확인한 민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스킬이 위력적이라고 해도 놈이 총을 꺼내는 순간 사태가 역전될 것이 분명하다.

‘도망쳐!’

본능이 그를 향해 외쳤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소리쳤다. 그를 생포하기 위해 아직 총을 꺼내들지 않은 이상, 기회는 지금뿐이다. 놈의 부하들 역시 총을 소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골렘의 굳건한 의지’의 지속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도망가야 한다.

‘문은 놈들이 막고 있으니 남은 곳은…….’

“빌어먹을!”

빠르게 도주로를 모색하고 결단을 내린 민성이 창문으로 돌진했다.

“어, 어?”

등 뒤에서 그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놈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

파편이되 떨어져 나가는 유리조각들과 함께 민성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스팔트 바닥에 뒹군 민성이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3층에서 떨어진 것치곤 생각보다 큰 충격은 없었다. ‘굳건한 골렘의 의지’가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면 위험할 뻔했어.’

시간이 다 됐는지 그의 몸은 다시 말랑해져 있었다. 능력 자체는 나무랄 것 없이 훌륭하지만 지속시간이 1분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놈을 잡아!”

머리 위에서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눈앞에 있던 하얀 밴에서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 서라!”

‘젠장, 밑에도 있었어?’

놈들의 철저함에 식겁한 민성이 모텔을 벗어나 곧바로 사람 많은 대로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쫓아오지 않는 건가? 어차피 위치를 알고 있다 이거지?’

전력으로 질주하던 민성이 뒤를 힐끗거렸다. 끈질기게 추격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놈들은 금세 떨어져나간 모양이다.

‘어디로 가야 하지. 놈들과 척을 진 이상, 이제 한국에서 내가 발붙일 곳이 있기는 할까? 외국으로 나가는 게 답인가? 어차피 정상적인 루트로는 나가기 어려울 테니 밀입국이 답인가? 아, 밀입국을 해도 타워에 다시 끌려가면 한국으로 돌아오는구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그럴듯한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는 어딘가, 인간?”

이제야 일어났는지 주머니 속에 넣어놨던 공룡이 고개를 내밀고 민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희를 노리는 녀석들의 손을 피해 도망가는 중입니다.”

“저번의 그 인간들인가! 놈들은 어디 있나, 인간?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주머니를 빠져나와 꼬리를 휘두르는 녀석의 당당함에 민성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정보가 노출됐다고 도망갈 곳이 없진 않을 거야. 조금만 더 힘내보자.’

마음을 다잡은 민성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부우우웅-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기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저건…….’

뒤를 돌아본 민성의 시야에 보인 것은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흰색 밴 2대였다.

‘왜 안 쫓아오나 했더니, 빌어먹을 새끼들.’

민성이 본능적으로 대로변을 내달렸지만, 사람이 자동차의 속도를 추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금방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다.

‘어?’

갑자기 어깨를 붙잡는 강한 힘이 민성의 도주를 멈춰 세웠다.

“오, 방청소 안 하는 청년이십니다. 겨우 찾으셨습니다.”

‘마교 한국 지부장이라고 했었던가. 근데 이 사람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지?’

민성이 의문스럽게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통역을 위해 마교 장로와 함께 왔던 그 남자였다. 그의 오른손이 어깨를 붙잡고 있는 걸 봐서는 그에게 용건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의 양 옆에는 수하로 보이는 남자들이 서 있었다.

“저번에 찾아간다고 하십니다. 자, 얼른 마교 입문을 하러 가십니다.”

“예? 근데 제가 지금 조금 바빠서…….”

민성이 다시 달리려 했지만 남자는 어깨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다시 찾아올 때는 마교 입문 준비를 끝마치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알았으니까 일단 좀…….”

끼익-

민성이 지부장과 투닥거리는 사이 흰 밴들이 그들의 옆에 멈춰 섰다.

“도주능력은 떨어지는 모양이군.”

차에서 내린 부장이 민성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빠르게 내린 부하들이 민성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 새끼가…….”

민성이 비아냥대는 부장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퇴로를 완전히 차단당했다.

“이놈들은 무엇입니까? 아! 누군지 알 것 같으십니다. 추격자십니다!”

‘젠장, 스킬도 아직 사용하지 못한다. 쓸 수 있는 거라곤 도밖에 없는데.’

여유로운 음성이 들려왔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민성의 머릿속은 그를 둘러싼 포위망을 뚫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놈이 동료를 부른 것 같은데, 같이 포획해라. 반항하면 죽여도 된다.”

이종범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의 부하들이 민성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를 죽이신답니다? 매우 재밌으신 분이십니다.”

“얌전히 잡히면 목숨은 살려주마.”

“제가 잘못 들으셨습니다?”

지부장이 잘못 들었다는 듯 귀에 손을 갖다 대자, 그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왔다.

“이놈이!”

“어이쿠.”

천연덕스럽게 주먹을 흘려보내자 곧바로 양쪽에서 늑골을 노린 날카로운 발차기가 들어왔다.

“귀찮게 구십니다.”

공중으로 몸을 날려 가볍게 공격을 피한 남자가 그의 왼편에 위치했던 부하를 불렀다.

“당철! 일반인들 다 죽이면 일 키웠다고 장로님한테 욕먹을 테니까, 제압만 해둬.”

“존명!”

명령을 받은 남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마천우.”

그러자 그의 소매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 하늘로 솟구쳤다. 그것들은 곧 이종범의 수하들의 머리 위로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으악! 따가워!”

“뭐야, 이거! 계속 쫓아오잖아!”

“당황하지 마! 이건 단순한 눈속임일 뿐, 실질적인 피해는 없다!”

이종범이 목소리를 높여 혼란에 빠진 그의 부하들을 독려했다.

“과연 피해가 없으십니다?”

“어……어…….”

스킬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민성들에게 달려들던 남자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마비가 온 듯 몸을 부들부들 떨어댈 뿐 스스로의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잘했다, 당철.”

만족스러운 얼굴로 수하의 노고를 칭찬한 지부장이 종범에게 다가갔다.

“다음부턴 상대를 봐가면서 건드리십니다. 주제파악이 안 되시면 금방 죽으십니다.”

남자가 이종범의 뺨을 툭툭 치자, 그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물들었다.

‘단순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민성이 꺼내들었던 도를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그를 겁박하던 집단을 단 한 수에 제압하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나마도 지부장이 직접 나선 것이 아니라 그 수하의 손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방해물도 전부 치웠으니 지부로 가십니다. 빨리 가서 입문을 하십니다.”

“어어, 잠시만…….”

“가십니다!”

민성의 머뭇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지부장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11. 마교 한국지부

‘여긴…….’

그들이 도착한 곳은 서울의 번화가 중 한 곳인 명동이었다. 대낮임에도 거리는 사람들로 바글거리고 있었다.

“이런 곳에 지부가 있다고요?”

민성이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지부장을 쳐다봤다. 은밀한 장소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이쪽으로 오십니다.”

지부장이 안내한 곳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빌딩이었다.

‘외관은 평범할지라도 속은 다를 수도 있지.’

“얼른 입교를 끝내고, 오늘부터 위대한 마교인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입교를 거듭해서 강조하자 민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구해준 건 고맙지만, 내가 뭘 보고 마교에 입교를 해.’

“아직 결정내린 것은 아닙니다. 과연 마교가 제가 몸담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판단하고 결정하겠습니다.”

“감히 우리 마교를 평가하십니다?”

갑자기 남자가 가소롭다는 듯 정색하며 민성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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