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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35화 (3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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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 변화는 한순간 (3)

“뭐…… 뭐야. 네놈도 이능력자냐?”

일격에 도끼 든 남자를 쓰러뜨린 민성의 무력을 경계한 남자가 도를 세웠다.

“아닌데요.”

말을 끝마친 민성이 곧바로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날선 도신이 민성의 머리로 날아왔다.

챙-

간지럽다는 듯 남자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민성이 머리를 뒤로 살짝 뺐다.

“억.”

그리곤 그대로 남자의 안면에 박았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남자가 뒤로 벌렁 넘어졌다.

“이것들은 정신적 피해를 입은 제가 보상으로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흩어진 무기들을 집어 주섬주섬 아이템창 안에 넣은 민성이 허리를 폈다.

“순식간에 이능력자 둘을 제압했어!”

“저 사람도 이능력잔가? 저 사람은 곧 갑부반열에 오르겠네, 부럽다. 지금 정부에서 이능력자들 정식으로 영입한다고 돈 어마어마하게 풀고 있잖아.”

사람들이 일순간에 상황을 정리한 민성을 경악스럽게 쳐다봤다. 그 와중에도 핸드폰을 들어 영상을 찍은 일부 손님들도 존재했다.

‘오늘은 글렀구나. 다음에 다시 오자.’

민성이 매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그의 정체를 눈치챈 진우가 달려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민성이형? 민성이 형 맞죠?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사람을 잘못 보신 모양입니다. 저는 민성이 아닙니다.”

작게 중얼거린 민성이 매장을 나가려 했지만 진우는 어깨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거짓말!”

“진짜 민성이야? 진짜? 야! 잘 지내고 있으면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를 해줘야지. 그날 이후로 우리가 너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재빨리 달려온 지혜도 진우를 거들었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 정체를 숨기기 어렵다고 생각한 민성이 수긍하듯 사과했다.

“됐어. 그래도 이렇게 무사하니까 다행이다.”

“형, 어디 다친 곳은 없죠?”

따스한 말에 민성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네. 완전 말짱해요.”

모자를 더 눌러쓴 민성이 떨리는 음성을 최대한 가라앉혔다.

“근데 방금 일은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너도 타워에 갔다 온 거야?”

지혜와 진우가 두 눈을 빛냈다.

“네, 우연히.”

진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민성이 멋쩍게 웃음 지었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이 수군댔다.

“이 매장 직원이었나 봐. 근데 저 사람은 이능력잔데 왜 무기가 없는 거지?”

“모르지. 장비가 아닌 능력을 선택한 이능력자일 수도 있어. 요즘 능력을 이용한 강도 놈들이 어찌나 많던지.”

이미 사회에는 언론을 통해 타워와 상점에 대한 정보가 꽤나 많이 풀려 있는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손님들께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다고 판단돼, 오늘은 영업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금액은 전액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물의를 끼쳐 대단히 죄송합니다.”

점장이 식사비용을 환불해주며 손님들을 내보냈다. 매니저와 직원들은 난잡해진 식당 한쪽을 빠르게 정리했다.

“그럼 얼굴도 봤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가기는 어딜 가! 조금만 기다려.”

“…….”

지혜의 날카로운 말투에 민성이 바위처럼 그 자리에 섰다.

“고생하셨습니다!”

매장 정리가 끝나자 점장이 민성에게 다가왔다.

“민성아, 그간 잘 지냈니? 걱정 많이 했다.”

“예……. 죄송합니다.”

“매장이 아수라장이 될 것을 막아준 은인에게 죄송은 무슨.”

다정한 음성에 민성이 고개를 더 푹 숙였다. 어떠한 질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따듯한 그들의 반응은 민성을 더 송구스럽게 만들었다.

“형! 형!”

민성의 옆으로 진우가 쪼르르 달려와 붙었다.

“타워에서 있었던 일들, 얘기해주시면 안 돼요? 솔직히 인터넷이나 언론은 뻥이 너무 심한 것 같아서 경험자에게 듣고 싶어요. 혹시 저도 갈 수 있으니까요.”

“맞아! 얘기해줘!”

직원들 역시 궁금했는지 민성을 재촉했다.

“나도 듣고 싶구나. 오늘은 일도 일찍 끝났으니, 다 같이 회식이나 할까? 겸사겸사 민성이의 타워 탐방기도 듣고.”

“예!”

윤민수의 말에 직원들이 격렬하게 호응했다.

“갈 거지?”

“예!”

점장의 은은한 미소에 또다시 눈시울을 붉힌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읏차.”

모텔로 돌아온 민성이 침대에 몸을 던졌다.

‘고마운 사람들.’

매장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민성이 쫓기던 이유에 대해선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아마 그를 배려하기 위함이 틀림없었다. 타워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할 때는, 다들 놀라거나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아까 얻은 장비들이나 확인해볼까.’

[견습 대장장이가 만든 도 +1]

등급: ★

공격력: 25~32(+0)

특수능력: 무

[이빨 빠진 도끼 +1]

등급: ★

공격력: 27~34(+0)

특수능력: 무

예상했던 대로 썩 좋은 장비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양이 미소 조각’에 비하면 좋은 장비들임에는 틀림없었다. 민성이 장비들을 다시 아이템창에 넣었다. 안에는 기존에 얻은 장비들과 스킬, 그리고 USB 등 중요한 물품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매장에서 있었던 다툼을 떠올린 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도 타워에서 능력이나 장비를 획득한 사람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런 힘들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할 게 분명했다.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아니다,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할 처진가?’

“오늘은 정말 안 주무실 거죠?

생각을 끝낸 민성이 고개를 돌려 TV를 보고 있는 공룡을 쳐다봤다. 매번 정찰을 부탁하지만, 항상 옆에서 잠들어 있는 녀석을 보면 과연 제대로 정찰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걱정 마라, 인간!”

“전 공룡님만 믿습니다.”

호언장담하는 녀석의 모습에 호응해준 민성이 잠에 빠져들었다.

“인간! 일어나라, 인간!”

공룡이 꼬리로 민성의 얼굴을 두드렸다.

“왜……요?”

아직 잠에 취한 민성이 가늘게 뜬 눈으로 공룡을 바라봤다.

“지금 인간이 말한 놈들이 나타났다. 눈가에 흉터를 가진 남자를 필두로 한 남자들이 이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예?”

반쯤 감겨 있던 민성이 눈을 부릅떴다.

‘놈들의 추격이 끝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건 너무 빠르잖아!’

“놈들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요?”

“조금 전에 봤을 때는 이 건물 앞에 세워진 차 안에서 줄줄이 내리는 것을 확인했었다.

“젠장…….”

민성이 급하게 옷가지를 챙겨 입고 방 안을 빠져나왔다. 중요한 물품들은 아이템창에 넣어놨었기에 몸만 건사하면 됐다.

‘어디로 도망가지? 어디로?’

웅-

고심하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1층, 2층, 3층…….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민성이 머무르던 5층으로 치고 올라왔다.

‘설마…….’

섬뜩한 느낌이 전신을 맴돌았다. 민성이 비상구로 몸을 숨긴 순간,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덜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험상궂은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503호랬지? 새끼 우리가 찾아온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잠들어 있겠지.”

“빨리 그 놀라는 낯짝을 보고 싶다.”

503호를 둘러싼 남자들의 손에는 사람 하나는 너끈히 죽일 수 있는 장비들이 들려 있었다.

“요즘, 능력자들인지 뭔지 하는 녀석들한테 감사해야겠어. 덕분에 움직이기 편해져서 좋다.”

“그러니까. 좀 더 난리쳐줬으면 좋겠다. 시선이 그쪽으로 쏠릴수록 우린 좋으니까.”

“잡담은 작업 끝내고 하자.”

등 뒤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오자 작게 속삭이던 남자들이 입을 다물었다.

“들어가면 바로 스턴건으로 조져. 반항하면 장비로 허벅지 한 군데 정도는 쑤셔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눈가에 흉터를 가진 남자가 나직한 목소리로 명령하며, 주인에게서 받아온 열쇠를 방문에 꽂아 넣었다.]

“…….”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져들었다. 분명 잠겨 있어야 할 방문이 열려 있다.

쾅-

남자가 거칠게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자, 다른 남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시발, 이 새끼 어디 갔어?”

“설마, 도망간 거 아니야?”

내부를 구석구석 뒤졌지만 민성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목표물을 놓치자 남자들이 허탈하게 웃었다.

“케케케.”

염탐을 끝낸 공룡이 몸을 날려 빠르게 도로를 달리는 한 택시 안으로 들어갔다.

“놈들이 인간의 방으로 들어갔었다.”

“역시…….”

민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이라도 미적거렸거나 반응이 늦었더라면 꼼짝없이 놈들에게 잡힐 뻔했다. 물론 공룡의 정찰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공룡님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네요. 감사합니다.”

“날 찬양해라, 인간.”

“공룡님 만세!”

정말 고마운 마음에 민성이 두 팔을 위로 들고 크게 외쳤다.

“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미친놈 보듯 쳐다보는 택시기사의 눈빛에 민성이 슬그머니 팔을 내렸다.

민성이 도착한 곳은 개포동의 한 모텔이었다.

TV를 보며 춤을 추는 공룡과 달리,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문 민성이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야 공룡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지만, 언제까지 놈들을 피해 도망 다니며 살 수는 없어. 방도를 모색해야 해.’

“아이템창.”

아이템창에서 USB를 꺼낸 민성이 그것을 빤히 쳐다봤다.

‘확 인터넷에 뿌려버려? 아냐, 그럼 놈들이 더 게거품을 물고 추격해오겠지. 그리고 동영상 옆에 적혀 있던 기업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알아주는 대기업들이야. 근데 왜 기업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을까?’

“상위 0.01%에 위치한 사람들 중에는 인육을 먹는 사람들이 존재한대. 세상에 온갖 진귀한 음식들을 계속 먹고 사니 질린다 이거지.”

고심하던 민성의 머릿속에 문뜩 매장에서 일할 때 엿들었던 손님의 농담이 떠올랐다.

‘설마, 이 새끼들이 진짜로…….’

그 당시에야 농담으로 치부했지만, 동영상과 그를 쫓는 남자들은 농담을 농담 그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럼 옛날에 내가 당했던 것도 단순한 장기밀매가 아니라 내 눈알을 식용으로 판매하려고…….’

삐-삐-

규칙적인 기계소리가 다시 머릿속을 울리는 것 같다.

민성이 왼쪽 눈가를 부여잡았다.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자 눈가에서 고통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야, 아직 심증뿐 명확한 증거가 없어. 설령 명확한 증거가 있다고 해도 내가 힘이 없으면 오히려 기업들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지금 쫓아오는 놈들로도 머리가 아픈데 적을 더 만들면 안 돼. 과거에도 힘이 없으면 어떤 목소리를 내도 단순한 아우성에 불과하다는 걸 느꼈잖아. 아직은 사리면서 힘을 기르자.’

피가 나도록 왼눈을 긁어댄 민성이 마지막 담배연기를 뿜어내고 재떨이에 꽁초를 지졌다. 그리곤 은근슬쩍 리모컨을 건드려 채널을 바꾸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인간!”

흥에 겨워 꼬리를 들썩이던 공룡이 민성을 노려봤다.

“하루 종일 TV만 보시면서. 잠깐만 보고 다시 바꿔드릴게요.”

공룡의 허락을 구한 민성이 흘러나오는 뉴스에 집중했다. 사회와 단절된 민성이 정보를 얻을 곳은 TV와 핸드폰뿐이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이능력자에 대한 내용을 집중보도했다. 스킬을 이용해 부녀자를 겁간한 사건부터 살인사건까지 다양한 사건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어느 국가에나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리모컨을 놀리던 민성이 한 채널에 시선을 고정했다. 반달 같이 휘어진 눈매와 얕게 패인 주름, 그리고 네모난 안경을 쓰고 있는 깐깐해 보이는 남자가 정면을 보며 연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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