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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33화 (3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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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 변화는 한순간 (1)

“저, 저는……. 아, 영험한 나무 조각이 오작동을 해서 정보전달에 실수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죽어!”

“우리를 속였어! 죽여라!”

18번 난장이가 버벅거리며 스스로를 변호했지만 난장이들의 분노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저는 정말 아닙니다! 억울해요! 저기 14번이 진짜 공주입니다. 저는 아니에요!”

“닥쳐라!”

[회의가 종료됩니다.]

[투표를 시작합니다.]

[의심되는 난장이를 지정해주십시오]

난장이들이 18번 난장이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투표가 종료됩니다.]

[최다 득표자: 18번, 6표]

[과반수의 표를 얻었기 때문에 집행을 실시합니다.]

“으아! 안 돼!”

18번이 혓바닥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난장이들이 고소하다는 듯 쳐다봤다.

[공주를 성공적으로 찾아내셨습니다.]

[남은 공주 수: 1, 왕자 수: 1]

“역시 우리의 생각이 정확했어! 이제 공주와 왕자 각각 한 명씩만 찾아내면 우리가 이긴다!”

민성이 난장이들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다 찾아내서 죽여 버리자!”

“와!”

살아남은 난장이들이 살아남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

[열 번째 밤이 되었습니다.]

‘이제 5명 남았나. 공주 1명, 난장이 4명만 죽이면 끝나겠군. 독침은 두 발 쐈으니 없을 테고, 영험한 나무 조각 보유자도 죽은 게 확실하고. 강철 발톱 매 보유자만 남았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이제 믿을 건 감각인가.’

고심하던 민성이 번호를 선택했다.

[열한 번째 낮이 되었습니다.]

[간밤에 공주의 습격을 받은 번 17번 난장이가 죽었습니다.]

[간밤에 왕자의 습격을 받은 4번 난장이가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네 명의 난장이가 서로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남아 있는 난장이는 이게 전부인가?”

27번 난장이가 텅 빈 광장을 보며 씁쓸하다는 듯 웃었다.

“그런 것 같은데요. 그나마도 공주와 왕자가 한 명씩 남았으니, 우리 중 절반이 살인자라는 소리군요.”

민성이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솔직히 말하지. 나는 독침 가보를 소유하고 있었지. 그래서 각자의 의견을 들으며 내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네. 공주 한 명을 죽였으니 말이야. 물론, 지금은 평범한 난장이에 불과해. 두 번을 사용하니 자동으로 소멸하더군.”

‘선수를 치다니. 독침 얘기를 꺼내면서 자신이 난장인 걸 못 박는군. 물론 진짜 보유자였을 수도 있지만.’

재빠르게 직업을 밝히는 27번 난장이의 영악함에 민성이 혀를 내둘렀다.

‘나도 빨리.’

“저는 강철 발톱 매 보유자입니다. 18번 난장이에게 속지만 않았어도 많은 난장이들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민성이 입을 열려는 순간, 14번 난장이가 분하다는 듯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응? 내가 강철 발톱 매 보유잔데 무슨 소리야?”

25번 난장이가 이상하다는 듯 14번 난장이를 쳐다봤다.

“내가 강철 발톱 매 보유잔데?”

“내가 강철 발톱 매 보유자라고. 강철 발톱 매가 어떻게 생긴 줄은 알아?”

‘됐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민성이 불이 붙은 두 난장이를 바라봤다. 둘 중에 한 명은 공주가 확실했다.

“둘 다 강철 발톱 매를 보유하지는 않았을 테니 한 명은 공주나 왕자가 확실하겠군.”

27번 난장이가 의심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제가 정말 보유잡니다. 저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닙니다! 저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진짜 보유잡니다!”

25번 난장이와 14번 난장이가 언성을 높이며 격렬하게 다투었다.

“저는 25번이 공주 같군요. 아까 18번 난장이가 죽기 직전에 남긴 말이 걸립니다. 14번이 공주라고 했었죠. 마지막까지 저희에게 혼란을 주려는 공주의 발악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전 역으로 25번이 공주라고 생각합니다.”

“일리가 있군.”

민성이 그의 생각을 말하자 27번 난장이가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저놈을 죽여야 합니다!”

눈치를 보던 14번 난장이가 재빠르게 말했다.

“내가, 진짜 강철 발톱 매 보유자라고!”

25번 난장이가 답답하다는 듯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우리도 믿고 싶지만 강철 발톱 매 보유자가 2명이 나온 이상, 우리는 선택해야만 한다네.”

“현명하게 선택하쇼. 어차피 밤이 되면 당신이라고 안 죽을 것 같아?”

25번 난장이가 조곤조곤 얘기했지만 27번 난장이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를 몰아세우는 놈들에게 좋은 말이 나갈 리가 없었다.

[회의가 종료됩니다.]

[투표를 시작합니다.]

[의심되는 난장이를 지정해주십시오]

정적의 흐름 속에서 난장이들이 투표를 끝냈다.

[투표가 종료됩니다.]

[최다 득표자: 25번, 3표]

[과반수의 표를 얻었기 때문에 집행을 실시합니다.]

“이런 병신새끼들! 그냥 다 뒤져라! 다 뒤지라고! 으아아아아아!”

25번 난장이가 저주 담긴 음성을 뱉어내며 혓바닥에 빨려 들어갔다. 난장이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결과를 기다렸다.

“이럴 수가. 공주나 왕자가 아니었어?”

27번 난장이가 경악스럽다는 듯 민성과 14번 난장이를 쳐다봤다.

[열한 번째 밤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 게임의 종지부를 찍자.’

민성의 손가락이 최후의 번호를 눌렀다.

[열두 번째 낮이 되었습니다.]

“24번 난장이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었으니까, 이제 남은 건 27번 난장이뿐인가? 마침내 공주의 승리조건을 달성했군.”

아직 나오지 않은 난장이를 부르며 14번 난장이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간밤에 왕자의 습격을 받은 27번 난장이가 죽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간밤에 놈의 가슴에 검을 쑤셔 넣었는데. 왜 살아 있는 거야?”

덜컥-

벽돌집들 중 한곳에서 나무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러게. 아직 한 명이 남아 있었네? 가슴을 찌르려면 양쪽 다 찔러야지. 심장이 2개인 존재도 있어서 말이야.”

왕자로 변한 민성이 공주에게 스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손에 들린 굵은 밧줄이 덜렁거렸다.

우드득-

갑자기 14번 난장이의 몸에서 뼈 뒤틀리는 소리가 울렸다. 공주로 변한 14번 난장이가 왕자를 노려봤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은 여태껏 죽인 난장이의 피를 머금었는지 시뻘겠다.

공주가 별안간 왕자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공주가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르며 검을 내뻗었다. 날카로운 검이 왕자의 심장으로 빠르게 쇄도했다. 하지만 예상했다는 듯 왕자가 밧줄을 펴 검 끝을 막아냈다.

챙-

절단날 거라고 생각했던 밧줄에서 금속음이 울리자 당황한 공주가 칼을 회수하려 했다.

“어딜!”

왕자가 밧줄로 고리를 만들어 공주의 손목을 포박했다. 그리고 밧줄에 있는 힘껏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으아악!”

힘을 이기지 못한 공주의 몸이 왕자에게 딸려왔다. 공주의 몸이 밀접해오자 왕자가 그녀의 손을 발로 걷어찼다. 핏빛 검이 바닥에 튕겨져 나갔다. 그리곤 재빨리 공주의 등 뒤로 돌아 남아 있는 줄을 이용해 만든 고리를 목에 걸었다.

“목이 꽤 가늘구나. 조이는 맛이 덜하겠는걸.”

왕자가 아쉽다는 듯 공주의 가녀린 목을 품평했다.

“사…… 살려줘.”

등 뒤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목소리에 겁먹은 공주가 울먹이며 애원했다.

“그래? 그럼 그러지, 뭐. 대신 몸을 돌려봐.”

목에 걸린 밧줄이 느슨해지자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 공주가 몸을 돌렸다.

꽈악-

“억.”

갑자기 밧줄이 공주의 목을 강하게 조여들었다. 팔을 들어 저항하려 했지만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풀리는 두 눈이 왕자를 원망스럽게 응시했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왜 죽이려 하냐는 눈빛이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채 죽어가는 것. 그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흥분되거든.”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은 왕자가 밧줄을 쥔 두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커컥.”

“잘 자.”

왕자의 선명한 미소. 그것은 감기는 두 눈망울이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침묵에 잠긴 마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루비 400개, 난장이들의 절규가 지급됩니다.]

10. 변화는 한순간

민성이 도넛 가게로 돌아오자 멈춰 있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민성이 조심스럽게 그의 왼쪽 가슴을 어루만졌다. 공주의 검에 찔렸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말 공주의 공격에도 죽지 않는구나. 그나저나 마지막은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모르겠네. 공주의 승리 조건은 난장이와 숫자가 동률일 때인가? 아, 몰라.’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민성이 가게를 빠져나갔다.

***

빛무리에 휩싸인 민성이 텅 빈 공터를 두리번거렸다.

“어이구, 허리야.”

요 며칠간, 버섯을 찾아다니느라 바쁘게 돌아다닌 민성이 그의 허리를 두드렸다. 난장이들이 바글거리는 버섯을 깬 뒤, D급 버섯 2개를 더 클리어했다. 그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이건 꽤 쓸 만했었지. 마나통이 140밖에 안 돼서 한 번밖에 못썼지만 이게 어디야.’

“스킬창!”

민성이 ‘난장이들의 절규’에서 나온 스킬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음 지었다.

Active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등급: ★★★★

설명: 망령이 된 난장이들이 원한을 풀 대상을 찾아 헤맨다.

효과: 난장이들이 달라붙어 대상의 움직임을 20분간 둔화시킨다.

쿨타임: 1시간

소모마나: 80

‘미로 찾기 때도 좋았지만 눈사태 피하기가 끝장이었지.’

눈사태를 피해 도망 다니며 끝까지 생존하는 게임이었다. 자체 민첩도 상당한 민성이었지만 그를 앞질러가는 플레이어가 나오면 여지없이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걸었다.

‘어디 보자. [미로 찾기] 때 얻은 게 루비 200개, 랜덤 육체강화 환단이고. 그리고 이번 [눈사태를 피해 도망쳐라]에서 얻은 것도 똑같네. 저번에 얻은 것까지 하면 랜덤 육체강화 환단은 3갠가.’

중급 랜덤 소모품 상자에서 나온 랜덤 육체 강화 환단도 아직 아이템창 안에 잠들어 있었다.

‘이제 3일이라는 보호기간도 끝나니까, 이 정도면 쉽게 당하진 않겠지.’

“빨리 가자, 인간! 버섯을 찾아내면 TV를 보여준다 하지 않았나! 먹지도 않고 양보까지 해줬는데 이러면 섭섭하다, 인간.”

공룡이 생각에 깊게 빠져 있던 민성을 끄집어냈다.

“빨리 돌아가죠. 돌아가서 재미있는 프로그램 틀어드릴게요.”

“가자! 빨리 가자!”

“예, 예.”

‘이 정도면 다음에 차출될 때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

쌓인 루비를 보며 히죽거리던 민성이 걸음을 옮겼다.

모텔로 돌아오자마자 민성이 한 일은 TV를 켜는 것이었다. 한참 화면을 돌리던 민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 채널이건 타워에 관련된 내용만 다루고 있었다.

“요즘 이것 때문에 아이돌 나오는 채널이 없네요.”

“없으면 만들어라! 빨리 틀어라, 인간!”

목적을 이루지 못한 공룡이 꼬리를 휘두르며 투덜거렸다. 공룡의 보챔에 다시 화면을 돌렸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내 포기한 민성이 한 채널에서 리모컨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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