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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28화 (28/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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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 버섯이 만만해? (1)

“저는 먼저 잘게요. 오늘도 잘 부탁드릴게요. 몰래 잠들면 안 돼요!”

TV에 빠져 있는 공룡을 보며 민성이 작게 말했다.

“알았다. 걱정 마라, 인간!”

아이돌에 흠뻑 취한 공룡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으이그.”

민성이 TV 음성을 낮춘 뒤 이불을 뒤집어썼다.

*

툭툭-

‘녀석인가?’

누군가가 계속 그가 덮은 이불을 건드리자, 민성이 눈을 번뜩 떴다.

‘응?’

공룡은 그의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에잉, 꼴이 이게 뭐야. 아주 좁아터졌군그래.”

“방 청소 좀 하고 사시랍니다.”

“누구야!”

낯선 음성에 침대에 누워 있던 민성의 몸이 벌떡 일어났다. 검은 롱코트를 걸친 노인과 두터운 파카를 걸친 청년이 민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노인의 롱코트 끝에는 튀어나온 검자루가 언뜻 보였다.

“갑작스럽게 방문해 미안하네. 내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더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이용했지. 자네와 대화를 좀 했으면 해서 찾아왔네.”

노인이 알 수 없는 중국어를 지껄이자,

“위대한 마교 장로의 말을 경청하시랍니다.”

옆에 있던 청년이 어눌한 한국말로 통역했다.

“골렘의 굳건한 의지.”

작게 중얼거린 민성이 그와 더 가까이에 위치해 있던 청년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침입자들과 할 얘기 따윈 없었다. 단단해진 민성의 주먹이 청년의 안면으로 직행했다.

“아이고, 장로님! 저 죽습니다.”

민성의 주먹을 옆으로 회피한 청년이 죽는 소리를 내며 노인을 쳐다봤다.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온 거니, 그렇게 경계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위대한 장로님께서, 계속 저항한다면 죽여 버리신답니다.”

청년이 중국어와 한국어를 구사하며 바쁘게 민성의 공격을 피했다.

“제대로 통역하고 있는 거 맞지? 다른 놈들이 눈독들일까 봐 참았건만, 그냥 타워에서 얘기해볼 걸 그랬나.”

민성의 공격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자 노인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청년을 노려봤다.

“당연하죠. 제가 한국 지부로 옮긴 지가 벌써 몇 년짼데. 그런 섭섭한 말씀을.”

유창한 변명과는 달리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한국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근데 저 청년은 왜 이리 공격적으로 나오는 건데!”

“그걸 제가 알면 벌써 장로님께 말씀 드렸겠죠. 그리고 갑자기 지부로 들이닥쳐서는 이 남자를 찾아내라고 해서 제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십니까! 제가 아니었으면 장로님이 찾으실 수나 있었겠습니까? 분명 어딘가의 골목에서 헤매셨을 것이 분명한데요.”

청년의 음성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인의 손이 검게 물들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의 얼굴을 봤다고 좋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이구나. 정신이 가출한 손자한테는 이게 약이지.”

흐뭇하게 미소 짓던 노인이 손을 쥐어 청년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려 했다.

“아이고, 할아버지!”

청년이 기겁하며 머리로 다가오는 검은 손을 피해냈다.

“이놈이! 할아비의 사랑의 매를 피해?”

“죄송합니다!”

청년이 비명을 지르며 노인의 공격들을 피해냈다.

‘뭐 하는 놈들이지?’

당황한 민성이 공격을 멈췄다. 저들끼리 쑥덕대더니 갑자기 싸워대는 모습이 어이없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점 방 안이 난장판이 되어가자, 민성이 크게 소리쳤다.

“그만해, 미친놈들아!”

민성의 외침에, 그제야 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크흠, 추태를 부렸구먼.”

그의 행동이 머쓱했던지 노인이 가볍게 헛기침했다.

“이 정도 무력시위면 알아먹었으리라고 전하시랍니다.”

“똑바로 못해!”

민성의 표정이 이상해지자 통역이 잘못됐다는 걸 눈치챈 노인이 청년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한참 동안 청년의 통역을 들은 민성이 노인을 쳐다봤다.

‘저 새끼가 말하는 걸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되겠다.’

청년의 통역이 노인의 말을 왜곡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민성이 재차 질문했다.

“그러니까. 저보고 마교에 입교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는 거죠?”

그들의 방문 목적은 아마도 그들이 속한 집단에 들어올 생각이 없냐는 물음인 것 같았다. 민성의 질문을 받은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사람들 중 제일 눈에 띄더군. 나는 재능 있는 놈을 좋아하지. 꼭 우리 마교와 함께했으면 좋겠네.”

“싹수가 있는 놈이니 특별히 거둬준다고 말씀하시랍니다.”

어눌한 한국말을 전달받은 민성이 고민에 잠겼다.

‘도대체 무슨 싹이 있다고 나한테 온 거지. 분명 접근해온 이유가 있을 텐데.’

고민 끝에 민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마교에 들어가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뭐죠?”

“혹시 목숨의 위협을 겪어 들어오기를 주저하는 것인가? 근례에 자네의 이동경로를 조사해보니 근거지를 많이 옮긴 모양이더군.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묻지는 않겠네. 하지만 우리 마교는 자네를 충분히 보호해줄 수 있다네. 그럴 능력도 있고.”

“위대한 마교의 산하로 들어오면 천수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시랍니다.”

청년의 말이 끝나자 민성이 고심했다. 액면 그대로 믿긴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진정성이 느껴졌다.

‘마교에 들어가면 나를 보호해준다는 소린가. 이건 좀 끌리는데.’

계속되는 추격전에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그리고 타워가 등장한 이상, 이제 전쟁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네. 이건 내가 자네를 겁주려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마교가 보관중인 오래된 책자에 적혀 있었던 기록이야. 과거부터 내려온 이 전쟁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동시에 강자들을 배출했지. 대표적으로 내가 쓰는 이 ‘대라멸사장’만 해도 타워에서 얻은 스킬이라네. 물론 몇백 년간 차원전쟁이 없었기에 스킬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이상은 자네가 마교에 들어오면 얘기해 주도록 하지.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마교의 보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힘. 그리고 스킬도 전수해주겠네.”

“몇백 년간 물량확보에 실패해서 우리도 부족하긴 하지만 웬만큼 퍼줄 거고, 스킬도 줄 테니까 재지 마시랍니다.”

청년의 말이 끝나는 순간 민성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대충 말을 맞춰보자면, 저 손이 검게 되는 것도 스킬 중 하나라는 말이고, 몇백 년간 타워가 생기지 않아 스킬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리 같은데. 그렇다면 저 노인은 어떻게 스킬을 갖고 있는 거지? 그리고 노인의 말을 빌리면 과거부터 이런 전쟁이 있었다는 소린데. 왜 역사서에는 그런 기록들이 없는 거지?’

의문이 머리를 맴돌자 민성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위대한 마교의 장로님의 말씀에 따르자면 이 전쟁은 과거부터 존재했던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건가요?”

“그 부분 역시 자네가 마교에 입교하게 되면 알려주도록 하겠네.”

“입교부터 하시랍니다.”

청년의 답변에 민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부분은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어. 그리고 스킬북이라. 굳이 나한테 필요한가?’

자판기를 떠올린 민성이 곧 회의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네도 상점을 봐서 알겠지만 스킬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 3성은커녕 2성조차 얻기 힘든 게 현실이야.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전쟁에 차출된다고 생각해보게.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가? 설령 살아남았다고 해도 박스에서 스킬이 나온다고 확신할 수 있나?”

문장이 길어지자 청년이 잠시 고민하더니 근엄하게 말했다.

“어차피 넌 안 나오니 빨리 제안을 받아들이시랍니다.”

서서히 결정을 촉구하는 듯하자 민성이 생각에 잠겼다.

‘뜬금없이 들이닥쳐서는 갑자기 스카우트 제의를 하면 누가 그걸 받겠냐!’

하지만 대놓고 거절했다가는 좋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내 공격을 가볍게 피했어. 근데 그런 놈이 노인한테 쩔쩔매다니. 잘못했다간 피 본다.’

놈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거절할 방법을 찾아내던 민성이 서서히 입을 열렸다.

“저같이 부족하고 부족한 놈을 높게 평가해주신 위대한 마교 장로님께는 감사드리지만, 저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최대한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은 민성이 두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진상 손님을 상대하며 터득했던 자세가 빛을 발했다.

“크흠, 정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상대방의 저자세에 노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럼 약간의 시간을 줄 터이니 잘 생각해보게. 그때는 이놈을 보내도록 하지.”

목적을 다 이뤘는지 노인이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올 때까지 마교 입문 준비를 모두 끝내시랍니다.”

민성을 바라보며 당당히 외친 청년이 문밖으로 노인의 뒤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이동했다.

“다음부터 통역이 필요할 때는 네놈 말고 유창하게 잘하는 부하로 보내!”

“그래도 제가 제일 유능합니다, 할아버지!”

노인의 고함이 울려왔다. 내용을 알기 어려웠지만 손자의 반응으로 봐서는 혼내는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한 민성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빨리 버섯부터 찾는다.”

9. 버섯이 만만해?

“어딜 가려고 그렇게 바쁘게 준비하나, 인간?”

TV를 보며 빈둥거리던 공룡이 고개를 돌렸다. 불청객들이 사라지자 바삐 옷을 입는 민성의 행동이 수상쩍어 보였다.

“잠깐 나갔다 오려고요.”

“나도 간다, 인간!”

외출이란 소리에 공룡의 꼬리가 위로 치솟았다.

“그럼, 빨리 나와요.”

“같이 가자, 인간!”

현관문을 닫고 뛰어가는 민성의 뒤로 공룡이 물체들을 통과하며 쫓았다.

마스크와 모자로 최대한 얼굴을 가린 민성이 버섯을 찾아다녔다.

‘젠장. 정작 필요할 때는 보이지를 않냐.’

신촌부터 시작해 동대문까지 몇 시간을 걸어 다녀도 버섯을 찾지 못하자, 민성이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행군은 그의 체력을 점점 빼놓았다.

“모르겠다.”

긴 한탄을 내뱉은 민성이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담배를 물었다.

“인간! 저기서 먹이 냄새가 난다!”

갑자기 공룡이 크게 소리치며 빌라 사이사이에 위치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응?”

공룡의 외침에 민성이 처진 고개를 번쩍 들었다. 녀석의 먹이라면 버섯이 틀림없었다.

“같이 가요!”

반쯤 남은 담배를 털어버린 민성이 티노가 날아간 쪽을 향해 달려갔다. 잠시 골목 안을 누비고 나서야 공룡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맛있겠다.”

“드디어…….”

골목 구석에 위치한 거대한 버섯을 쓰다듬고 있는 티노가 보였다. 버섯은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쳤던 그것과 크기가 비슷해 보였다.

“먹으면 안 돼요!”

군침을 흘리는 공룡을 본 민성이 다급하게 제지했다. 녀석이 버섯을 먹는 광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고 싶었다.

재빠르게 버섯에 다가간 민성이 손을 들어 버섯을 만지려 했다.

뿅-

‘뭐지?’

눈앞에 있던 버섯이 갑자기 증발했다.

“어디 갔어!”

당황한 민성이 버섯이 있던 자리를 매만져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이 만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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