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
26화 - 상점 안은? (2)
랜덤 루비 스킬 상자 ★★★★~★★★★★★ 스킬
가격: 200루비
랜덤 루비 장비 상자 ★★★★~★★★★★★ 장비
가격: 200루비
랜덤 루비 소모품 상자 ★★★★~★★★★★★ 소모품
가격: 150루비
랜덤 루비 펫 상자 ★★★★~★★★★★★ 펫
가격 200루비
랜덤 루비 칭호 상자 ★★★★~★★★★★★ 칭호
가격 200루비
‘설마. 이 루비가…….’
자판기에 적힌 루비가 그가 여태껏 습득해왔던 루비와 동일한 화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자판기 한쪽에는 손바닥 모양이 표시되어 있었다.
“품목을 선택해주십시오.”
1번- 랜덤 루비 스킬 상자
2번- 랜덤 루비 장비 상자
3번- 랜덤 루비 소모품 상자
4번- 랜덤 루비 펫 상자
5번- 랜덤 칭호 상자
민성이 그곳에 손바닥을 올리자 자판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고심하던 민성이 자판기 구석에 박혀 있는 번호 중 하나를 눌렀다.
[랜덤 루비 스킬 상자 구매를 위해 200루비가 소모됩니다. 정말 결제하시겠습니까?]
“네.”
덜컹-
상자가 내려오자 민성이 뽑은 상자를 들어올렸다. 상자에선 검은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민성이 상자를 들고 곧바로 자판기 옆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선 상자를 개봉할 수 있는 은빛 광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상자를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그 결과를 기다렸다.
펑-
[‘마나 브레이커’를 획득하셨습니다.]
등급: ★★★★
설명: 상대방의 마나를 남김없이 태운다.
효과: 타격 시마다 상대의 현재 마나의 6%를 태우고 그만큼 피해를 입힌다.
[스킬을 배우시겠습니까?]
파란 비단으로 만들어진 책을 집어든 민성의 앞에 안내창이 떠올랐다.
‘마나를 태운 만큼 피해를 입힌다…….’
잠시간 침묵하던 민성이 눈가를 긁적였다. 애매한 스킬이 나오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네.”
[‘마나 브레이커’를 익히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킬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민성이 빛이 파고든 심장부위를 잠시 어루만졌다. 포근하다는 느낌이 그의 전신을 휘돌았다.
‘이제 습득한 건가? 스킬창이라……. 설마?’
“스킬창!”
게임에서 쓰이는 그것을 떠올린 민성이 스킬창을 외쳤다. 그러자 그의 앞에 작은 화면이 떠다녔다. 안에는 민성이 보유하고 있는 스킬들이 적혀 있었다.
강민성 님의 스킬목록
Active
[골렘의 굳건한 의지]
Passive
[마나 브레이커]
‘마나 브레이커’는 이미 확인했기에 ‘골렘의 굳건한 의지’를 살펴봤다.
[골렘의 굳건한 의지]
등급: ★★★
설명: 골렘의 단단한 의지를 잠시간 신체에 부여한다.
효과: 60초 동안 신체가 단단해진다.
쿨타임: 15분
소모마나: 50
스킬을 확인한 민성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 1분여 동안만 적용됐는지 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똑같은 외침으로 스킬창을 닫은 민성이 생각에 잠겨들었다.
‘이런 정보는 좀 진작 알려주면 좋잖아.’
버섯에서의 고된 과거가 잠시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VIP포인트 1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아이템 창이 5칸으로 확장됩니다. 중급 랜덤 소모품 상자가 지급됩니다.]
[축하드립니다. VIP포인트 2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아이템 창이 12칸으로 확장됩니다. 중급 랜덤 장비 상자가 지급됩니다.]
[축하드립니다. VIP포인트 3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아이템창이 20칸으로 확장됩니다. 상급 랜덤 스킬 상자가 지급됩니다. 보상은 아이템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VIP포인트는 또 뭐지?’
일정 코인을 소모할 때마다 VIP포인트가 누적된다. 하지만 요구되는 포인트가 어마어마한 수치이기에 칼밥 깨나먹은 손님들조차 1단계를 달성한 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코인’을 쓸 때의 이야기이다. 루비를 사용할 경우 포인트가 몇백 배나 빠르게 누적된다. 민성은 그것을 알 도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아이템창!”
외침과 동시에 네모난 모양이 칸칸이 나뉘어져 있는 하얀 창이 떠올랐다. 안에는 은색 박스 두 개와 금색 박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낡은 책 귀퉁이를 만지작거리던 민성이 그것을 아이템창 안으로 슬며시 집어넣었다. ‘고양이 미소’ 조각이 네모난 칸 중 한 칸을 차지했다. 심지어 실험 삼아 벗은 겉옷까지 창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옷을 빼서 입은 민성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확인을 끝낸 민성이 다시 자판기를 바라봤다.
‘남은 루비는 이제 200밖에 없는데, 신중해져야겠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나왔다면 주저 없이 1번 버튼을 다시 눌렀을 것이다. 한참의 고심 끝에 민성의 손가락이 자판기 버튼으로 다가갔다.
[랜덤 루비 칭호 상자 구매를 위해 200루비가 소모됩니다. 정말 결제하시겠습니까?]
분명 밑에서 봤던 안내판에서는 칭호를 판매하는 층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민성의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네.”
[축하드립니다. VIP포인트 4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아이템창이 30칸으로 확장됩니다. 장비 보호권이 지급됩니다.]
또 이해하기 힘든 음성이 들렸지만 공짜로 준다는데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다. 상자를 집어든 민성이 숙인 허리를 세웠다.
‘그럼 이제.’
칭호상자를 개봉할 차례였다. 민성이 은빛 광채 위에 상자를 올려놨다.
펑-
[칭호 ‘바람에 나풀나풀’을 획득하셨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스텟창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등급: ★★★★★ (귀속)
설명: 바람에 나풀거리는 한 마리의 나비처럼.
효과: 착용 시 총 민첩의 30% 추가 상승. 칭호 해제 시 모든 효과가 사라집니다.
칭호까지 장착을 끝내자 왠지 모를 자신감에 미소를 흘렸다. 스텟창을 외치자 그의 신체능력이 구체화된 안내창이 나타났다.
이름: 강민성
나이: 22세
HP: 280 MP: 140
스텟:
체력: 14
근력: 15
민첩: 13(+4)
지능: 8
지력: 7
행운: 5
스텟을 확인한 뒤 VIP포인트에서 획득한 다른 상자들도 모두 개봉했다. 민성이 획득한 것은 각각 이것이었다.
중급 랜덤 소모품 상자: 랜덤 육체 강화 환단
중급 랜덤 장비 상자: 불의 정령의 힘이 깃든 검 조각(★★★)
상급 랜덤 스킬 상자: 랜덤 다이스 스킬 조각(★★★★★)
[불의 정령의 힘이 깃든 검]
등급: ★★★
설명: 불의 정령이 가지고 놀다 버린 검. 그 기운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다.
공격력: 105~120
특수능력: 그 열기가 남아 있어 자칫 델 수 있다.
조각: 1/60
[랜덤 다이스]
등급: ★★★★★
설명: 주사위를 굴려 1~6까지의 숫자에 따라 24시간 동안 행운이 증가된다.
효과:
1눈: 행운 2 증가
2눈: 행운 4 증가
3눈: 행운 8 증가
4눈: 행운 16 증가
5눈: 행운 32 증가
6눈: 행운 64 증가
쿨타임: 24시간
조각: 1/100
상자에서 나온 물품들을 확인한 민성이 그것들을 그대로 아이템창 안에 넣어 놨다. 구태여 당장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 가자! 가자!”
“네, 이제 가요.”
기다림이 심심했던지 다른 층으로 구경 가자는 공룡을 따라 원통으로 이동했다.
3층에 도착한 민성이 돌아다니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장비상자를 판매하는 층도 1층과 똑같은 외관이었다. 여기도 박스를 개봉하는 곳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몰려 있었다.
한쪽에선 손님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았다. 호기심이 동한 민성이 강화대란이 일어나는 곳을 향해 이동했다.
“갸아아아아악! 2강에서 터지면 어쩌라는 거야!”
“또 터졌어!”
강화에 실패한 이들이 한때는 장비였을 가루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기회다! 간다!”
남들의 실패를 제물 삼아 강화를 시도하는 이도 있었다. 날카로운 대검 두 자루가 몸을 부딪치며 빛을 뿜어내더니 한 자루의 대검이 됐다. 대검에서는 은은한 하얀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으아! 됐다!”
대검을 붙잡은 커다란 오우거가 고함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방방 날뛰었다. 부러움과 시샘으로 가득한 눈빛들이 그를 쳐다봤다.
“와. 저 영롱한 빛 좀 봐.”
“무기 좀 보여주시면 안 돼요?”
손님 중 한 명이 부럽다는 듯 외치자, 우쭐거리며 대검을 만지작거리던 오우거가 소리쳤다.
“정보 공개.”
그러자 그 위로 모두가 볼 수 있는 설명창이 나타났다.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강철대검 +3]
등급: ★★
공격력: 45~55(+50)
특수능력: 무
“와, 어떻게 2성 무기를 3강까지 강화할 생각을 하지. 3강이면 무려 2강 무기 두 개를 붙인 거 아냐. 경매장에다 팔면 얼마나 나올까?”
“도대체 코인을 얼마나 갖다 박았을까?”
대검의 능력치를 본 손님들이 혀를 내둘렀다. 그들의 눈빛엔 하나같이 갖고 싶다는 욕망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상점에서는 알 수 없는 힘 때문인지 서로 간의 약탈이 불가능했다. 오로지 거래 시스템을 이용해야 했다.
“박스를 포기하고 코인을 모아다가 경매장에서 같은 아이템을 구매하시면 이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오우거가 자랑스럽게 대검을 흔들며 그의 무기를 뽐냈다.
“강심장이시네요. 코인을 모으기도 전에 죽을까 봐 상자 사기 바쁜데. 그나마도 조각이 나오면 죽고 싶지만요.”
“젠장, 그렇게 해서 붙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내가 깨먹은 무기가 몇 갠데!”
자랑스럽게 미소 짓던 오우거가 허공에 손짓하자 대검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갔다.
“혹시라도 전장에서 뵙게 된다면 대검의 위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오우거가 껄껄거리며 자리를 벗어나자,
“제가 1코인만 있으면 ‘최하급 랜덤 장비 상자’를 살 수 있는데. 제발 1코인만 주시면 안 될까요?”
“5코인만 기부하세요.”
상당수의 손님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재밌다! 재밌다! 다른 곳도 구경하러 가자, 인간!”
손님들의 좌절과 환희를 지켜본 공룡이 꼬리를 휘적거렸다. 고개를 끄덕인 민성이 자리를 벗어났다.
소모품 층과 펫 층까지 둘러봤지만 방식은 모든 층이 동일했다. 어딜 가든 전부 박스를 판매하고 있었다. 다만 소모품 층만은 조금 특별한 것들을 판매했다. 보호권들이 바로 그것이다.
강화에 실패해도 장비가 터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아이템이다. 다만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장비가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
‘최상급 장비 보호권이 장비를 보호해줄 확률이 10%면 말 다 한 거지.’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그 확률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제 볼만한 곳은 다 본 거 같은데요.”
“경매장! 투기장! 경매장! 투기장!”
아직 멀었다는 듯 공룡이 반복해서 소리 질렀다. 언제 안내판을 읽었는지 정확한 층수까지 읊고 있었다.
“알았어요.”
그 역시 궁금했기에 공룡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 좋은 것 좀 뽑았나?”
원통으로 이동하려던 민성이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배 나온 중년이 그를 향해 반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선을 넘나들며 생긴 전우애는 초면이었던 그들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뇨. ‘고양이 미소’라는 스킬 조각 하나 얻었습니다. 아저씨는요?”
민성이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책 귀퉁이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탐욕은 한순간에 인간관계를 바꾸어 놓는다. 구태여 7층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랜덤이라더니 정말 별별 것이 나오는군. 참 신기한 곳이야. 그 거대한 놈을 쓰러뜨린 노인의 힘도 이해가 가.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 나는 이 창 하나 건졌네. 분위기를 봐서는 장비 조각이 많이 나오는 것 같던데 다행이지.”
그 역시 허공에서 기다란 창 하나를 자랑스럽게 꺼내어 정보 공개를 외쳤다.
[창대가 흔들거리는 낡은 창 +1]
등급: ★
공격력: 20~30(+0)
특수능력: 무
능력을 확인한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써 부러움을 감추는 것으로 보였는지 신이 난 중년이 말을 이었다.
“창도 창이지만 이 아이템창이 신기하단 말이야. 한 칸이지만 어떤 물건이든 보관할 수 있는 것 같아.”
“예? 한 칸이요?”
그의 말에 당황한 민성이 확인을 위해 되물었다.
“한 칸이지 그럼 여러 칸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던데?”
“아, 맞네요. 제가 다른 것과 착각을 해서.”
“싱거운 사람 같으니.”
피식 웃음 지은 중년이 민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네도 슬슬 볼만한 곳은 다 봤을 텐데. 이만 합류하지.”
“아직 투기장이랑 경매장을 못 봐서요.”
민성이 중년과 대화하며 슬며시 공룡을 바라봤다. 빨리 가자는 듯 꼬리를 휘적거리고 있었다.
“이미 다녀와 봤는데, 거긴 입장이 안 되더군. 들어가려면 상점 입장 횟수가 10회를 넘겨야 한다고 뜨더라고.”
“그래요? 아저씨 덕분에 헛걸음을 면했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내려가지. 위층부터 내려오면서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거든. 다 같이 돌아가야 할 거 아닌가.”
미소로 화답한 민성이 앞장서는 중년의 뒤를 따랐다. 시무룩해진 공룡도 그 뒤를 쫓아갔다.
층층을 둘러보며 사람들을 끌어 모은 민성들이 1층에 도착했다. 검은 철문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서로 획득한 것을 자랑스럽게 언급하고 있었다.
“최하급 랜덤 펫 상자에서 2성 펫이 나왔으면 개이득이지.”
어떤 이들은 옆에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생물들을 끼고 있었다. 상자에서 얻은 장비를 과시하는 사람도 일부 존재했다.
“껑껑.”
“저놈은 나보다 훨씬 못생긴 것 같다!”
공룡이 박수치는 물개를 거만하게 내려다봤다.
‘병신새끼. 힘을 숨겨도 모자랄 판에 그걸 자랑하고 앉았네. 아니면 펫은 아이템창에 넣지 못하는 건가?’
허리까지 오는 크기의 물개를 옆에 둔 남자를 안쓰럽게 쳐다본 민성이 고개를 돌렸다.
“젠장, 조각은 도대체 어디에 쓰라고.”
하지만 대개는 책의 귀퉁이나 무기 조각을 쥐고 울상 지었다.
“자, 그럼 다시 돌아가 볼까요.”
중년이 앞장서서 검은 철문을 열어젖혔다.
“돌아오셨군요. 쇼핑들은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관리인이 변함없는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이제 집으로 가도 되나요?”
시원치 않은 보상을 획득한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이 공간을 나가고 싶어 했다.
“물론이죠.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관리인의 인사를 뒤로한 사람들이 붉은 철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