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캐쉬상점 쓴다-25화 (25/303)

# 25

25화 - 상점 안은? (1)

7. 상점 안은?

“무사히 복귀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하얀 공간으로 돌아온 사람들을 관리인이 웃으며 맞이했다.

“돌아왔어!”

“완전히 끝난 줄로만 알았는데.”

끝까지 화물을 이송한 사람들 이외에도 버려졌던 부상자들까지도 타워 안으로 복귀됐다. 그들의 몸에 새겨졌던 상처들도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무기도 없어졌어!”

“당연하죠. 전쟁터 내에서 제공되는 기본적인 무기들은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집니다.”

친절한 관리인의 설명이 들렸다.

‘죽는 줄 알았네.’

거대한 워 해머에 얻어맞고 혼절했던 민성도 관리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분의 건투 덕에 1차전을 무사히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예? 1차전이라뇨? 이게 끝이 아니란 말이에요?”

앞으로도 전투가 있을 예정이라는 관리인의 말에 사람들이 경악스럽게 그를 쳐다봤다.

“전쟁은 저희 차원의 시간개념으로는 한 달 동안 진행됩니다. 그중에 더 많은 승리를 챙기는 쪽이 승리하는 것이죠. 그렇게 쳐다보셔도 소용없습니다. 제가 지정한 룰이 아니니까요.”

관리인이 할 말을 잃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미소 지었다.

“그럼 미리 말해주든가.”

불만 어린 사람들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자, 그럼 상점을 이용하실 분들은 검은 철문으로 가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새로 생긴 붉은 철문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열려 있는 붉은 철문을 가리킨 관리인이 말을 이었다.

“바로 나가길 원하시는 분들은 붉은 철문으로 가셔도 좋습니다. 물론 추천 드리지는 않습니다. 승리하신 전사들께는 3일간의 휴식시간이 부여되지만, 그 뒤로는 다시 차출되실 수 있으니까요.”

관리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검은 철문으로 달려갔다.

쾅-

육중한 소리와 함께 검은 철문이 개방되었다.

“우와. 여기가 상점이라고?”

거대하지만 복잡한 내부가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상점 안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웅장했다. 천장에는 큼직한 샹들리에가 여기저기 매달려 내부를 밝게 비추었다. 상점 중간중간에는 괴이하게 생긴 조형물들과 기괴한 식물들이 서 있었다.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많은 생물체들도 상점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입구 옆에 있는 넓은 안내판 안에는 상점의 층수와 층마다 판매하는 물품들과 제한사항이 적혀 있었다.

1F-스킬

2F-소모품

3F-장비

4F-펫

5F-도박장

6F-투기장

상점 이용가능 시간: 72시간

제한사항: 상점 내부에선 전투 불가

“어이, 길 막지 말고 비켜. 어느 차원 출신인진 모르겠지만 예의가 없군.”

두리번거리던 사람들의 뒤로 낮게 깐 음성이 들렸다.

“으악!”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목소리의 주인은 몸 곳곳에 점이 박혀 있고 사람보다 3배는 커다랗고 육중한 몸집을 갖고 있었다.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엔 커다란 눈동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쯧. 잘생긴 건 알아가지고.”

육중한 그것의 눈동자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잠시 인간들을 흘낏거린 그것은 밑에 달린 촉수들을 이용해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놀라라.”

모든 사람들이 예외 없이 놀란 가슴을 붙잡았다.

“아무래도 저희가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내부를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이동했다.

‘흠. 역시 스킬을 사는 게 좋겠지.’

잠시 고심하던 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용하게 사용했던 ‘골렘의 굳건한 의지’는 민성의 구매 욕구를 스킬로 몰아붙였다.

‘구매하는 곳이 어디지?’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빠져나온 민성이 고개를 사방으로 돌렸다. 공룡과 버섯 덕에 이런 상황이 그다지 놀랍게 다가오지 않았다.

“인간! 인간! 저기에 못생긴 놈들이 잔뜩 몰려 있다!”

생소한 광경에 신이 났는지 공룡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녀석이 언급한 곳은 일자로 된 기다란 카운터였다. 일정거리마다 계산을 돕는 점원이 보였다. 다양한 존재들이 곳곳에 줄서서 구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다음 분 오세요.”

유독 기다란 코가 돋보이는 존재가 카운터에 다가갔다.

“랜덤 스킬 상자 하나 주세요.”

“네, 손님. 등급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흠…….”

고심하던 손님이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카운터를 내리쳤다.

“하급으로!”

“네, 300코인입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시죠?”

고양이같이 생긴 점원이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크윽.”

그것이 기다란 코로 점원의 손을 마주잡았다. 점원이 확인됐다는 듯 웃으며 상자를 넘겼다.

‘여기가 구매할 수 있는 곳인가 보다.’

고개를 끄덕인 민성도 줄 뒤에 서서 그의 순서를 기다렸다.

“네, 결제됐습니다. 다음 분 오세요.”

점원의 음성에 그의 차례가 된 민성이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다.

“저, 여기서 파는 건 랜덤 스킬 상자밖에 없나요?”

“네, 손님. 저희는 최하급부터 최상급까지의 랜덤 스킬 상자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민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잠시 민성의 위아래를 살핀 점원이 코웃음을 쳤다.

‘딱 봐도 못 사거나, 사봐야 최하급 상자일 텐데.’

수많은 고객들을 보아온 눈은 어느 정도 손님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손님.”

테이블 한쪽을 톡톡 두드리는 발톱 끝에는 설명서가 있었다.

최하급 랜덤 스킬 상자 ★~★★ 스킬

가격: 100코인

하급 랜덤 스킬 상자 ★~★★★ 스킬

가격: 300코인

중급 랜덤 스킬 상자 ★~★★★★ 스킬

가격: 500코인

상급 랜덤 스킬 상자 ★★~★★★★★ 스킬

가격: 900코인

최상급 랜덤 스킬 상자 ★★★~★★★★★★ 스킬

가격: 5,000코인

설명서 끝자락에는 아주 조그맣게, ‘해당 스킬의 조각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거 좀 빨리빨리 삽시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민성의 뒤에 서 있던 존재들이 크게 소리쳤다.

“최하급 랜덤 스킬 상자로 주세요.”

뒤에서 웅성대는 독촉에 민성이 다급하게 주문했다.

“네, 100코인입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시죠?”

점원이 손을 내밀자 앞에서 손님들이 했던 그대로 손을 마주잡았다.

[최하급 랜덤 스킬 상자 구매를 위해 100코인이 소모됩니다. 정말 결제하시겠습니까?]

“네!”

“네, 결제됐습니다. 다음 분 오세요.”

동전과 바꾼 것은 낡아 보이는 나무 박스였다.

‘사기는 샀는데, 이걸 어떻게 개봉하지.’

나무 박스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민성의 눈에 코가 긴 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코에 동으로 된 박스를 든 손님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앞에는 은빛 광채가 여기저기서 뿜어져 나오는 바닥이 있었다. 그 외에도 간절한 표정으로 광채 위에 올린 박스를 바라보는 수많은 손님들이 있었다.

“이번에는 제발……. 이제 코인도 거의 없다고. 많이도 안 바란다! 2성 하나만 떠라!”

박스를 광채 위에 올린 코가 긴 손님이 간절하게 외쳤다. 빛을 받은 박스가 곧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펑-

박스에서 낡은 책 한 권이 나왔다. 코로 책을 집어든 손님의 표정이 곧 환희에 부풀어 올랐다.

“와! 대박! 대박! 파이어볼이라니! 팔려고 안 쓰고 있었는데, 놔두길 잘했다. 이제 강화할 수 있다!”

책을 들고 날뛰는 그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종족들이 몰려들었다.

“부럽다.”

“나는 같은 스킬은커녕, 스킬북도 안 뜬다고. 조각 좀 그만 먹고 싶다.”

부러움과 시샘의 눈빛을 한 몸에 받자 코가 긴 손님이 우쭐거렸다.

그 모습을 본 민성도 광채에 박스를 올렸다.

펑-

광채 위에는 낡은 책 귀퉁이가 놓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귀퉁이를 줍자 민성의 시야에 안내창이 떠올랐다.

[‘고양이 미소’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고양이 미소

등급: ★

설명: 매력적인 고양이의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다.

효과: 사용 시 일시적으로 매력이 증가한다.

필요 조각 수: 1/20

“…….”

잠시간 안내창을 보며 침묵에 빠져 있던 민성이 요란한 고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 강화 간다! 성공하면 1코인씩 돌린다!”

“오오! 흥해라! 가자!”

코가 긴 손님이 낡은 책 두 권을 들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수많은 종족들이 그에 맞추어 호응하고 있었다. 일부는 똑같이 책 두 권을 들고 그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다!”

그의 음성과 함께 낡은 책들이 허공에 살짝 떠올랐다.

“으아! 제발!”

그의 손을 떠나 허공에 떠오른 책들이 빛을 뿜어내며 서로의 몸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파지직-

빛이 사라지자 그 자리엔 책의 형체를 갖추고 있었던 종잇조각만이 너풀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코가 긴 손님의 절규와 함께 다른 종족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소위 ‘제물’이라 불리는 것으로, 다른 자가 강화에 실패했을 때 강화를 하는 행위였다. 정말 통계상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강화를 이용하는 자들은 이것을 상당히 믿는 편이었다.

“붙었다! 빨리 경매장에 올려야지.”

“제물이 돼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여기저기서 강화에 성공했다고 기뻐 날뛰는 손님들이 보였다. 강화에 성공한 자들이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있는 코가 긴 손님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개평으로 1코인을 준답시고 코를 잡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같은 스킬로 강화를 할 수도 있구나. 난 하지 말아야지.’

참사를 지켜본 민성이 고개를 가로젓고는 자리를 빠져나왔다.

‘1층은 대충 다 둘러본 것 같은데, 이제 다른 층이나 구경하러 가볼까.’

민성이 다른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한참을 헤매고도 찾지 못하자 결국 줄까지 다시 섰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알 거라고 했지?

한참을 걷자 민성의 앞에 파랗고 기다란 원통들이 나열된 공간이 나타났다.

‘아까부터 자꾸 따라오네. 저놈도 거슬리니 빨리 들어가야겠어.’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바라보자, 화물 때부터 시비 걸었던 남자가 그의 뒤를 밟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킨 민성이 원통 앞에 섰다.

스르륵-

네모난 문이 민성의 크기에 맞춰 원통 표면에 생성됐다. 민성이 원통 안에 발을 디뎠다.

내부는 생각보다 단출했다. 각각 1부터 6까지의 숫자가 적힌 버튼들만이 한쪽에 몰려 있었다. 장비를 구경하기 위해 3층을 누르려던 민성의 손가락이 멈칫거렸다.

덜컥-

갑자기 괴상한 소리와 함께 6층 버튼 위에 빨간 버튼이 등장했다. 버튼에는 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7층이 있었나?’

호기심이 동한 민성이 7층 버튼을 누르자 원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륵-

7층에 도착한 것인지 멈춘 원통의 네모난 문에서 민성이 슬며시 걸어 나왔다. 나름 생기 있었던 1층과는 달리 7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의 발길조차 없었는지 쌓인 먼지만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볼 게 없다! 돌아가자, 인간!”

“그러게요. 응? 저기 뭔가 있는 것 같은데요?”

공룡의 말에 동의하며 발길을 돌리려던 민성이 무언가를 발견하곤 천천히 다가갔다.

“자판기?”

그것은 먼지를 뒤집어쓴 자판기였다. 민성이 숨을 크게 들이켜 먼지를 불어내자 자판기에 붙어 있는 종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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