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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24화 (2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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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현실에서도 (7)

“나는 이 새끼가 얘기하는 걸 분명히 들었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온 남자가 민성의 멱살을 잡아 올려 강제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커다란 남자의 음성에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됐다.

“이게 무슨 짓이죠?”

민성이 스산한 표정으로 남자를 노려봤다.

“흥. 내가 모를 줄 알아? 분명 네놈이 건물 안에 놈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안다는 듯 얘기했잖아!”

민성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남성이 그를 마주 노려봤다.

“젊은이, 그게 참말인가?”

“놈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확신에 찬 남자의 음성에 민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기묘하게 뒤바뀌었다. 그들에게는 불안과 원망을 털어낼 마녀가 필요했다.

“아뇨, 저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남을 그렇게 모함하면 안 되죠.”

여론이 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려 하자, 민성이 그의 몸을 밀치며 차갑게 말했다.

“어허,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그렇지 사람을 오해하면 쓰나. 다 똑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저 청년이라고 뭘 알겠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배 나온 중년이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 진짜라고요! 진짜로 저놈이 무언가를 알고 있을 거라니까요?”

남자가 분통터지는 듯 사람들에게 고함쳤다.

“청년,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인가?”

두 사람을 어느 정도 떨어뜨려놓고 나서야 중년이 민성을 바라봤다.

“아뇨. 저 사람이 완전히 착각했네요. 아니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생긴 피해망상을 저한테 뒤집어씌우려고 작정하신 것 같네요.

“저 새끼가!”

민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가 씩씩거리며 민성에게 달려들었다.

“그만! 확실치 않으면서 남을 오해하는 행동은 자제해주게. 그리고 자네도, 기분 나쁜 건 알지만 도발하는 말은 삼가주게.”

중년의 중재에 험악했던 분위기는 조금씩 진정되었다. 하지만 그의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남자는 계속 고개를 돌려 민성을 노려봤다.

남자의 시선을 무시한 민성이 공룡을 슬며시 바라봤다. 녀석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의 의심을 산 이상 공룡과의 대화는 한동안 단절해야 될 것 같았다.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하자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위해 사람들이 전열을 재정비했다. 싸울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분 지었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 삼분지 일 정도가 전력 외로 판명됐다.

전력편성을 끝낸 사람들이 이번에는 화물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사람들이 일정거리 내로 들어가면 화물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 거리 내로 들어가면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부상자와 노약자부터 화물에 태운다.

이것이 인간이 도출한 답안이었다.

노약자들을 화물 옆, 뒤에서 걷게 하고 부상자는 화물에 올렸다. 아직 전투능력이 있는 자들은 화물을 넓게 둘러싸고 전후좌우를 경계하게 했다.

“더 실을 수는 없는 건가?"

부상자들을 나르던 남자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직 많은 수의 부상자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한계예요. 공간이 없어요.”

다른 남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상자들을 다 태우기에 트럭의 공간은 너무나 비좁았다.

“우릴…… 버리지…… 마!”

“남아서 죽느니, 화살받이라도 할게요.”

후방에서 구슬픈 울음소리와 절규 섞인 부르짖음이 들려왔다.

“지금은 전시상황이에요. 어설픈 동정은 오히려 독이라구요. 이제 가죠.”

한 남자가 머뭇거리는 다른 남자를 잡고 이동했다.

덜컹거리는 화물과 함께 인간들이 알 수 없는 도착지를 향해 움직였다.

“다시 놈들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던 남자의 불안한 음성이 들렸다.

“그래서 앞에 선발대를 보내놨잖아요. 괜찮을 겁니다.”

기습을 대비해 인간들은 건장한 남성들로 구성된 선발대를 구축했다. 그들은 트럭보다 먼저 앞에 나가 도로 주변에 위치한 건물들을 수색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수색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빌딩 안을 둘러봤다.

“놈들끼리 내전이라도 벌어진 건가?”

적들이 이미 죽은 채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퉤. 망할 새끼들. 뭐, 잘된 일이죠. 하마터면 놈들의 기습을 그대로 허용할 뻔했네요. 어쨌든, 이제 놈들이 기습할 만한 곳은 다 돌아본 거죠?”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놈의 시체 위로 침을 뱉었다.

“네. 이제 다시 합류하죠.”

중년의 음성과 함께 사람들이 몸을 돌렸다.

도로 끝에 도착할 때까지 놈들의 습격은 없었다. 마음을 졸이며 걷던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쉬었다.

도로를 따라 U자로 크게 돈 트럭 앞에는 직진코스가 나왔다.

트럭 뒤에 꼭 붙어 걷고 있던 작은 소년이 옆에 있던 노인의 소매를 흔들었다. 노인의 허리춤에서 기다란 칼집이 덜렁거렸다.

“우와, 신기하다! 할아버지 이것 좀 봐요. 이 팔찌, 좀 전까지는 황금색이었는데 지금은 하얗게 바뀌어 있어요! 신기하죠?”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그 색깔을 유지했다.

“음? 부럽구나.”

반쯤 눈을 감고 있던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소년이 보라는 듯 팔찌를 신나게 흔들었다. 황금빛 모래는 절반이 넘게 변색되어 있었다.

“에이, 할아버지 것도 저랑 똑같으면서 뭐가 부러워요.”

노인의 팔에도 같은 것이 있자 소년이 심술을 부렸다. 그럼에도 노인은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했다.

트럭이 터널 앞에 멈춤과 동시에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화물이 경유지에 도착했습니다.]

“어? 갑자기 또 황금색이 됐어요!”

팔찌 안의 흰 모래 중 일부가 다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장애물 하나 없는 거대한 터널 안은 고요했다. 칸칸이 떨어져 있는 조명등이 그 안을 비추었다.

덜컹-

트럭 움직이는 소리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고요한 터널을 조용히 울렸다.

‘정찰을 못 하니까 답답하네.’

민성이 답답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공룡에게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의 멱살을 잡았던 남자가 계속 민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전방에서 트럭을 호위하던 사람이 무엇을 발견한 듯 갑자기 크게 소리 질렀다.

“적이다!”

터널의 끝에는 검은 형체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적들의 맨 앞에는 활을 든 궁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궁수들 사이사이로 갖가지 병장기를 든 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후미에는 유독 커다란 몸을 가진 놈이 서 있었다.

“크르륵!”

놈들이 다가오는 인간들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크투!”

트럭이 점점 가까워지자 커다란 몸집을 가진 놈이 커다랗게 고함쳤다. 놈의 외침과 동시에 궁수들이 활을 잡아당겼다.

“억!”

시위를 떠난 화살들이 인파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화물 주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변했다.

“방패 들어!”

터널에 들어가기 전, 방패를 소지한 사람들을 최전방에 배치했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방패 사이사이로 화살들이 뚫고 들어왔다.

“이런, 젠장! 방패라도 넉넉했더라면.”

몸을 보호할 도구가 없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화살에 그대로 관통 당했다. 사람들이 트럭 뒤에 숨었지만 길게 빠져나온 꼬리는 여지없이 화살의 표적이 됐다.

“크르륵!”

화살세례가 끝나자 이번에는 병장기를 든 놈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어 왔다. 아직 인간들이 정신을 못 차렸을 때 빠르게 승부 보려는 속셈이었다.

“으아아!”

화살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놈들을 향해 마주 달렸다.

챙-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터널을 울렸다.

“케륵.”

민성이 적의 가슴에 박아 넣은 검을 빼내었다. 보라색 체액이 그의 몸을 적셨다. 그리곤 곧바로 다른 놈을 향해 달려들며 빠르게 전세를 살폈다.

‘젠장. 안 그래도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거대한 놈이 전장에 합류하고 나서부터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놈이 휘두르는 워 해머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기반죽이 되어버렸다. 피부는 강철로 만들어졌는지 무기도 박히지 않았다. 놈이 인간들을 빗자루질 하듯 쓸어버리며 민성이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놈이 워 해머를 들어올리자 민성이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굳건한 골렘의 의지!”

퍽-

거대한 워 해머가 사람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직격타를 맞은 사람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커헉.”

스쳐 맞은 사람들의 몸이 터널 벽면에 부닥쳤다.

“저…… 저건 못 이겨.”

“도망쳐!”

사람들이 화물을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우리도 도망쳐야 해요! 할아버지!”

소년이 울먹이며 노인의 소매를 잡아당겼지만 노인은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았다.

“크르아아!”

화물로 다가온 커다란 육체가 워 해머를 들고 그대로 노인을 내려치려 했다.

“할아버지! 제가 지켜드릴게요!”

작은 소년이 두 팔을 벌려 노인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지만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크아아!”

괴성과 함께 놈의 망치가 내려오자 소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챙-

“착한 아이로구나. 이번에는 정말로 나서지 않으려 했건만. 에잉, 다른 놈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건지.”

따듯한 노인의 음성에 소년이 슬며시 눈을 떴다.

놈의 워 해머가 한 손에 들린 노인의 검집에 가볍게 가로막혀 있었다.

“선물로 이 할아버지가 재미난 것을 보여주마.”

노인이 웃으며 용감한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크아아!”

당황한 놈이 다시 워 해머를 들어 올려 그대로 내려찍었다.

“어르신이 얘기하고 있을 때는 공손하게 있어야지.”

스산한 노인의 눈빛에 순간 놈이 몸을 움찔거렸다. 노인이 웃으며 검을 뽑았다.

쉬운 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놈의 눈이 번뜩였다.

“크루마티나!”

“응?”

놈의 외침이 들리자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돼지같이 생긴 놈이 잔재주도 부릴 줄 아는구나.”

노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콰창-

점멸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쏜살같이 도약한 노인이 놈의 목에다 검을 휘둘렀다.

“생각보다 껍데기가 두꺼운 놈이군.”

단숨에 처리할 생각으로 휘둘렀건만 놈의 목에는 가느다란 검상만이 남아 있었다.

“그럼 이건 어떠냐! 대라멸사장!”

노인의 검은 손바닥이 그대로 놈의 머리통에 작렬했다. 효과가 있었는지 놈의 몸뚱어리가 크게 휘청거렸다.

“죽어라!”

거대한 워 해머를 피하며 노인이 검은 손바닥을 끊임없이 내리꽂았다.

“크에에.”

내부를 뒤흔드는 충격에 뇌가 으스러졌는지 놈의 신체가 천천히 허물어졌다.

‘저 말도 안 되는 힘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노인의 힘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민성 때와 달리 누구 하나 나서서 그의 힘을 지적하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자가 아군이라는 것에 안도할 뿐이었다.

“뭐 해! 기회다!”

“가자!”

뒤편에서 그들의 전투를 숨죽이고 바라보던 사람들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화물이 목적지까지 도착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승리하셨습니다.]

트럭이 터널의 끝까지 도착하자 여성의 음성이 모든 사람들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크르?”

화물이 도착하는 순간 살아남았던 적들의 신체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풍선처럼 점점 커진 놈들의 몸이 이내 하나둘 뻥뻥 터져나갔다.

“만약 졌으면 우리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공적치 정산을 시작합니다.]

1.흑혈검마

2.부스터

3.비숍

4.혜정 스님

.

.

.

사람들의 시야에 커다란 화면이 떠올랐다. 그 안에는 순위가 매겨져 있었다.

[코인이 지급됩니다.]

잠시 보이던 순위창이 없어지고 사람들의 시야에 지급받은 코인이 둥실거리더니 우측 상단으로 이동했다. 생존한 모든 사람들의 우측 상단에는 각자가 받은 코인의 숫자가 적혀 있었다.

‘흠. 400코인이라…….’

애매한 숫자에 노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타워로 복귀합니다.]

여성의 음성과 함께 사람들의 신체가 빛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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