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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9화 (19/303)

# 19

19화 - 현실에서도 (2)

‘이건.’

화살표는 골렘이 당당히 서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을 가리키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골렘과 함께하는 랜덤 스킬에서 ‘굳건한 골렘의 의지’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그들이 몸을 일으키면 대지는 긴장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지면이 갈라지고 용암이 솟아올랐다. 타오르는 불꽃을 거침없이 짓밟으며 전진했던 그들의 발은 항상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불타는 대지를 종횡무진하던 그들의 발걸음. 위대한 불길의 의지가 이어진다.]

익숙한 음성이 끝남과 동시에 근엄한 남자의 음성이 이어졌다.

영문 모를 음성이 궁금했지만, 민성에게는 호기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놈을 찾았다! 내가 있는 빌라 쪽을 포위해!”

민성을 발견한 남자가 밑층에다 크게 소리 지르곤 그를 노려봤다.

“숨으면 못 찾을 줄 알았지? 마지막 기회다.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네놈이 갖고 있지? 사실대로 말하면 목숨은 살려준다.”

민성을 노려보는 남자의 눈빛은 다잡은 사냥감을 보는 맹수의 그것 같았다.

“아, 없다고!”

민성이 억울하다는 듯 외치며 뒷주머니에 숨겨놓은 USB를 만지작거렸다.

‘씹새끼가, 살려준다고? 개소리하고 있네. USB를 돌려주면 나도 똑같이 해부당하겠지.’

USB에 첨부된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놈들의 말에 조금은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민성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렸다.

“모르면 직접 알아내는 수밖에.”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오자 남자가 손에 스턴건을 쥐었다.

‘저건 위험한데. 스턴건에 맞지 않고 놈을 무력화시켜야 돼.’

놈들의 정체를 알았기에 스턴건의 의미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민성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자, 잠깐! 돌려주면, 정말 살려주는 거야?”

“당연하지. 남자 대 남자로 한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

남자의 상냥한 음성이 들리자, 머뭇거리던 민성이 주머니를 뒤적여 조각상을 꺼냈다.

“너희가 찾는 것. 이거 맞지?”

민성의 손에 들린 조각상을 본 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래. 그게 맞다! 이제 그걸 나한테 넘겨.”

“그래? 여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성이 조각상을 놈의 머리 위로 던졌다.

“어?”

‘지금!’

남자의 시선이 순간 조각상에 쏠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민성이 몸을 날렸다.

퍽-

체중 실린 민성의 발이 남자의 얼굴을 정확히 가격했다.

“억.”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간 남자의 몸이 계단을 굴렀다. 마지막 계단까지 구르고 나서야 겨우 움직임을 멈췄다. 그의 목숨을 노리던 놈들이었지만 막상 새빨간 선혈을 보니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시발. 뒤진 거 아니야?’

민성이 미동 없는 남자를 내려다봤다. 큰 부상을 입었는지 놈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아냐, 알게 뭐야. 내 목숨을 노리던 새끼들이야. 이런 일로 마음 약해지면 안 돼.’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은 민성이 허리를 숙여 조각상을 회수했다. 놈이 흘린 스턴건도 집었다. 창밖을 살피자 빌라 근처를 왔다 갔다 하는 놈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까 쫓아오던 놈들이 20명가량이었지. 지금 눈에 보이는 놈들은 4명. 아직 동료가 당한 줄 모르겠지. 어떻게 한다…….’

방금은 약간의 요행에 가까웠다. 기습이 아닌 정면대결이었으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다. 하물며 놈들 전원이 스턴건을 갖고 있다고 상상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이라곤 스턴건 하나와 정체불명의 스킬뿐. 이걸로 놈들의 포위를 뚫을 수 있을까?’

민성이 고민하는 사이 빌라를 포위한 숫자가 5명으로 늘어났다. 아까 남자의 함성을 듣곤 몰려오는 모양이다.

‘젠장,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 돼. 도망갈 구멍만 점점 좁아질 뿐이야. 지금 승부를 봐야 해.’

결심을 굳힌 민성이 계단을 내려갔다.

“놈이다!”

“저 빌라에는 재민이가 들어가지 않았어? 설마 저놈한테 당한 거야?”

“일단 잡아!”

민성이 빌라 밖으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남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잠깐! 너희가 찾는 조각상이 이거지?”

민성이 조각상을 보이자 남자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잠시 조각상의 외관을 유심히 살피던 남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역시 네놈이 갖고 있었구나. 진작 돌려줬으면 좋게 끝났을 것을. 네놈은 우리를 수고스럽게 만든 대가를 치러야 된다.”

“대가? 좃까!”

어차피 놈들이 곱게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민성이 들고 있던 조각상을 있는 힘껏 던지자, 그것은 담벼락을 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새끼가!”

“뭐, 이 시발놈들아!”

목소리를 높인 남자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민성도 목청을 높였다.

“진태, 성수는 조각상 회수해오고, 나머지는 저 새끼를 잡는다. 잡으면 곱게 죽이진 않을 거다.”

이름이 언급된 남자들이 조각상을 회수하러 몸을 돌리자, 남은 3명의 남자가 민성에게 다가왔다.

‘역시나 전원 스턴건으로 무장한 상태구나. 상관없어,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남자들의 손에 들린 장비를 본 민성이 눈을 더욱 부라렸다.

“잡아!”

신호가 떨어지자 남자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 새끼!”

초록색 카디건을 입은 남자의 스턴건이 목 언저리로 빠르게 다가왔다.

“죽어라!”

허리를 숙여 놈의 공격을 피하자 곧바로 카키색 코트를 두른 남자의 공격이 이어졌다. 간신히 몸을 틀어 피해내자 곧바로 2개의 스턴건이 양옆에서 날아왔다.

‘이건 힘들다.’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자 민성이 재빨리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그리곤 비어 있는 남자의 다리를 스턴건으로 지졌다.

“끄아아악!”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카디건을 입은 남자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았다. 그 틈을 이용해 민성이 바닥을 굴러 놈들과의 간격을 벌렸다.

‘옷 위에 사용하면 기절하지 않는 건가.’

몸을 일으킨 민성이 남자들을 노려봤다. 남은 놈은 카키색 외투의 남자와 빨간 패딩을 입은 남자 둘이다. 민성이 스턴건을 갖고 있단 사실을 알자 놈들은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기회를 엿보는 듯했다.

‘시간을 끌려는 건가. 그렇게는 안 된다.’

조각상을 회수하러 간 남자들과 수색을 끝낸 남자들까지 합류한다면 끝이다.

‘여기서 승부를 여기서 승부를 봐야한다. 반드시.’

더 미적거릴 수는 없었다. 민성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외쳤다.

“굳건한 골렘의 의지.”

스킬을 작게 읊조리자 그의 신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컹물컹한 피부가 점점 단단해져갔다. 살을 슬쩍 건드리자 바위를 만지는 것 같다.

‘스킬이 정말 효과가 있네. 완전 돌덩어린데?’

“으아아!”

자신감을 얻은 민성이 패딩 입은 남자를 노렸다. 놈의 스턴건이 응수하듯 정면으로 다가왔다. 민성이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해내자 예상했다는 듯 놈의 주먹이 곧바로 옆구리를 강타해왔다.

‘하나도 안 아픈데?’

강렬한 고통을 예상했지만 간지럽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끄아악 내 손! 조심해! 이 새끼 몸 겁나 단단해!”

오히려 공격을 가했던 남자가 고통스럽게 그의 손을 부여잡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민성이 잽싸게 놈의 앞에 다가가 머리를 놈의 이마에 박았다.

뿌득-

남자의 머리에서 뼈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흰자를 드러낸 남자의 신체가 허물어졌다.

‘장난 아닌데?’

스킬의 효과를 몸소 체감한 민성이 감탄 서린 미소를 흘렸다. ‘굳건한 골렘의 의지’는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 새끼…….”

이제 남아 있는 놈은 그를 노려보고 있는 카키색 외투를 걸친 남자뿐이다.

‘최대한 빠르게 놈을 제압하고 탈출한다.’

생각을 끝낸 민성이 아직 멀쩡히 서 있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뒤져라!”

주먹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자 남자는 스턴건을 최대한 이용해, 민성의 접근을 막아내려 했다.

‘이런.’

파지직-

최대한 몸을 놀리며 스턴건을 피해냈지만 결국 팔에 공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강한 전류는 바위 같은 피부를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평범한 놈이라더니, 정보가 다르잖아.”

스턴건이 효과를 보지 못하자 당황한 티가 역력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최소한의 충격이라도 있어야 정상인데, 네놈은…… 뭐 하는 새끼냐?”

“나도 몰라.”

민성이 주먹을 들어 괴물 보듯 그를 쳐다보는 남자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리곤 놈의 복부에 주먹을 연달아 꽂아 넣었다.

“컥.”

카키색 외투를 입은 남자가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바닥에 뉘었다. 동시에 1분의 시간이 지나자 단단했던 민성의 신체가 부드럽게 바뀌었다.

‘어? 스킬이 풀렸어? 갑자기 왜 풀리는 거지? 지속시간이라도 있는 건가? 어쨌든 시간 내로 놈들을 처리해서 다행이다. 놈들의 동료가 들이닥치기 전에 빨리 도망치자.’

다행히도 놈들의 동료들은 민성이 위치한 골목으로 오지 않았다. 잠시 골목 밖의 상황을 살피던 민성이 재빨리 몸을 움직여 빌라단지를 벗어났다.

“택시!”

한참을 달려 현장을 벗어난 민성이 택시에 올라탔다.

***

“감사합니다.”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에 내린 민성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집 인근에 위치한 모텔이었다. 혹시나 추적이 붙었을까 싶어 서울역에도 들렀었다.

‘이러면 내가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설마 내가 다시 집 근처로 돌아오리라고는 예상 못 했겠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떠올린 민성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고생하세요.”

모텔비를 결제하고 방 안으로 들어온 민성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이 사본들은 어떻게 한다.’

민성이 손에 쥔 USB들을 바라봤다. 혹시나 싶어 4개의 USB에 원본을 옮겨 담았다. 하지만 마땅히 숨겨놓을 곳이 없어 그가 계속 갖고 있었다.

‘놈들의 추격을 따돌렸으니 한동안은 안전할 거야.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숨길 곳을 생각해보자.’

USB를 다시 집어넣은 민성이 이번에는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했다.

“조회하신 계좌의 잔액은 2,301,215원…….”

음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성이 통화를 종료했다.

‘젠장. 슬슬 돈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네. 이대로 가다간 돈이 없어 붙잡히겠다.’

민성이 그의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계속되는 도피생활은 그의 은행잔고를 빠른 속도로 거덜 냈다. 놈들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않는 이상 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 뻔했다. 상황을 타개할 생각을 거듭해 봐도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좀 쉬고 맑은 정신으로 고민을 해보자.’

숨을 고른 민성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한참을 손가락으로 뉴스나 가십거리를 뒤적거리던 민성이 눈을 크게 치켜떴다.

‘응? 국회의사당 붕괴?’

자극적인 기사 제목에 민성이 그것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드롭일보

국회의사당 붕괴. 테러의 소행인가?

김남길 기자([email protected])

19일 오전 11시 05분께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이 무너졌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원인불명의 폭발과 함께 건물이 그대로 주저앉는 영상을 확보했다고 한다. 어떠한 폭발음도 없이 그대로 건물이 주저앉았다는 진술에 따라 테러가 아닌 부실공사에도 가능성을 두고 있다.

경찰당국은 영상 확보를 토대로 실종자들을 추정하고 있으며 생존자 확보와 원인수색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건물에 깔린 만큼 국정운영의 극심한 마비가 우려된다.

‘세상이 망할 때가 됐나. 납치부터 국회의사당 폭파까지, 아주 그냥 난리 났네.’

찰칵-

핸드폰을 던진 민성이 창문을 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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