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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18화 (18/303)

# 18

18화 - 현실에서도 (1)

“쯧. 역시 직접적으로 개입을 못하니 불편하네. 이게 다 초대 지배자가 쓸데없는 짓거리를 해놔서 그런 거 아냐! 왜 지배자가 간섭을 못하도록 만든 거냐고! 애초에 그딴 걸 만들지나 말 것이지! 이전 지배자들도 귀찮다고 다 내팽개치고. 왜 내가 똥 덩어리를 맞아야 하는 거냐고!”

울컥한 지배자가 소리 지르자, 중년남성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자르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야. 그것보다 토토 운영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 그거 하나 설치하는데 내 능력을 꽤나 소진했다고.”

직접적인 간섭이 불가능한 만큼 토토의 비중이 컸다.

“네 아직까지 넘치는 쓰레기들을 소화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배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껏 쓰레기들을 끌어 모았는데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었다.

“훌륭해 자르! 역시 자르한테 맡긴 일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아.”

지배자가 몸을 일으켜 중년남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감사합니다!”

과분한 칭찬이라고 생각한 자르가 몸을 직각으로 굽혔다.

“그럼, 이제 루크의 진행 상황을 들어볼까?”

자리에 돌아와 앉은 지배자가 반 폐인의 모습을 한 청년을 바라봤다. 감지 못한 검은머리에는 기름기가 반들거리고 있었다. 옷도 후줄근한 것이 며칠째 갈아입지 못한 것 같았다.

“월급 안 주셔도 되니까 그만 일하면 안 될까요? 이러다 과로로 죽을지도 몰라요.”

루크가 살려달라는 듯 지배자를 바라봤다.

“응? 피곤해? 얘기하지 그랬어. 이제 됐지?”

지배자의 손짓에 루크의 피로감이 씻은 듯이 날아갔다.

“아니요... 그게 아니고. 하... 죽고 싶다.”

루크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우리 루크가 또 예민해졌구나. 이럴 땐 이게 특효약이지.”

지배자가 손뼉을 치려하자 루크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아뇨! 아뇨! 완전 멀쩡...”

“잘 다녀와!”

짝-

지배자의 손바닥이 마주치자 루크의 신체가 빌딩 밖으로 이동되었다.

“끄아아아아악!”

루크의 비명소리가 멀어지자 마음속으로 5초를 샌 지배자가 다시 손뼉을 쳤다. 역풍에 머리가 산발이 된 루크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헉헉. 열심히 하겠습니다.”

짜릿한 63빌딩 다이빙 체험에 루크의 눈이 크게 트여있었다.

“이제 대화할 준비가 됐구나. 게임 개발은 잘 진행되고 있어?”

청소의 핵심이 게임이었다. 루크의 활동여부에 따라 청소의 진행도도 크게 달라졌다.

“작은 쓰레기들은 지금 준비한 게임들로도 쓸어 담을 수 있습니다. 쓰레기들의 부피가 커지는 만큼 게임의 크기도 커져야 됩니다.”

배려 넘치는 음성에 루크가 이를 갈았다. 고액연봉에 홀라당 넘어간 그의 실수였다.

“큰 쓰레기들을 담을 게임을 만드느라 제가 이 모양 이 꼴인 게 안 보이십니까? 얼마 전에 만들었던 케슬 디펜스만 해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는데요.”

루크가 치가 떨린다는 듯 손을 부들거렸다.

“그리.. 아, 아닙니다.”

무언가 얘기하려던 루크가 말을 멈췄다.

‘젠장. 완벽하다고 했는데 버그 같은 게 발생했다고 하면 또 빌딩 밖으로 떨어뜨리겠지? 일단 입 닫고 걸리면 그때 변명하자.’

루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또 짜릿한 다이빙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당연하지! 루크가 아니었으면 애초에 이 계획은 시도조차 못했을 거라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힘들면 또 얘기해!”

지배자가 눈을 돌려 밖을 넌지시 살피자 루크의 안색이 다시 하얘졌다.

“리나, 경계선 상황은 어때?”

지배자가 앳돼 보이는 여성을 바라봤다. 분홍색의 양 갈래머리가 앙증맞아 보였다.

“네, 지배자님! 아직 경계선에는 이상이 없어요. 그리고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마세요!”

발랄한 여성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좋아, 다들! 계속 잘 부탁해. 정 안되면 나도 다음 지배자한테 전부 짬 때리면 되지 뭐.”

무책임한 지배자의 발언에 레이첼이 눈을 흘겼다.

“크흠. 그럼 제일 중요한 건인 차원전쟁에 대해서 논의해보자. 전 지배자의 안배로, 수백 년간 누려왔던 휴식기가 끝났다. 이제 다시 전쟁의 시간이 도래했는데...”

커피를 들이 킨 지배자가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평화에 취한 인간들을 믿어도 될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전쟁에 나갈 인간들을 우리가 선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아, 지배자가 전쟁에 개입을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배자 자리 따위 거절했어야 했는데. 허울만 좋지 쓸모가 없어 쓸모가! 어쩐지 급하게도 넘겨준다 했더니.”

머그컵을 들어 책상에 내려찍던 남자가 금발 소녀의 눈빛에 슬며시 그것을 내려놨다.

“이제 전쟁도 얼마 안 남았는데, 에라 모르겠다. 패배해봐야 죽기밖에 더해?”

빈말이라도 그런 소리하지 말라는 듯 부하들이 동시에 외쳤다.

“어쨌건, 어느 차원이 됐건 우리를 건드린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자.”

“예!”

경쾌한 함성과 함께 회의가 파장되었다.

“그럼 간만에 한잔할까?”

지배자가 손가락을 모아 잔 모양을 만들어 입에 갔다댔다.

“대낮도 아니고 아침부터 술 처마시려고?”

레이첼이 한심하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응! 냉장고에서 맥주 좀 갖다 주면 안 돼?

“니가 갖다가 처먹어!”

레이첼의 고성과 함께 웃음소리가 64층 안을 울렸다.

6. 현실에서도

‘이번에도 살아서 돌아왔다!’

익숙한 강남역 버스정류장이 민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높은 빌딩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거기 서라!”

‘아, 맞다. 이런 빌어먹을.’

성난 남자들의 음성에 현실을 자각한 민성이 본능적으로 다리를 놀렸다.

‘젠장, 헛짓거리만 안 했어도.’

잠깐의 실수가 놈들과의 거리를 좁혀놓았다. 덕분에 택시를 탈 기회도 놓쳤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소용없을 것 같다.

‘도움을 받아봐야 결국 경찰의 손에 넘어가겠지. 경찰은 놈들 편이니,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구나.’

이를 악다문 민성이 속도를 높여 뻥 뚫린 대로변을 달렸다.

“헉, 헉.”

저 멀리 양재역이 보이자 헐떡거리던 민성이 뒤를 살폈다. 지치지도 않는지 놈들의 끈질긴 추격이 이어졌다.

서서히 체력의 한계가 다가오자 조금씩 놈들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이러다 붙잡히겠다. 어디 숨을 만한 곳이 없을까……. 저기다!’

사방으로 눈을 돌리던 민성이 좌측으로 빠지는 길을 보곤 몸을 틀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빌라단지가 보였다.

‘빨리 몸을 숨겨…….’

“저기 있다!”

어느 정도 오르막길을 올라타자 밑에서 놈들이 쫓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민성이 단지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다.

“헉, 헉.”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자 판단이 점점 흐려졌다. 바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하지만 한 골목에 들어서자 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길이 끊겼어?’

민성이 들어선 길은, 양옆으로 빌라들이 들어서 있고 정면은 커다란 담벼락으로 막힌 막다른 골목이었다.

“놈은 이 근처에서 사라졌어. 빌라 안에 숨은 게 분명하다. 내부를 전부 뒤져!”

곧바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그를 찾는 음성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급한 마음에 민성이 빌라 안으로 몸을 숨겼다.

‘젠장, 무슨 수가 없나…….’

빌라의 끝 층까지 올라온 민성이 계단에 주저앉았다. 창밖으로 놈들이 빌라를 수색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 곧 그가 숨은 건물에도 놈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이대로 손 놓고 당할 수는 없어. 방법이 없을까, 방법……. 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민성이 호주머니를 뒤적였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버섯의 보상이 남아 있었다.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새빨간 돌로 된 조그마한 함이었다.

‘제발 뭐라도 나와라.’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골렘의 면상이 조각된 함을 열자, 안에는 익숙한 핏빛 보석 하나와 작은 상자가 들어 있었다.

띠링-

[200루비를 획득하셨습니다.]

핏빛 보석을 집자 또다시 형체가 사라졌다. 저번에 얻은 루비까지 합치면 벌써 400루비를 소유한 상태였다.

‘도대체 루비는 어디에 쓰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루비의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뭐, 아무래도 좋아. 이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민성이 재빨리 푸른 환단을 집었다.

띠링-

[랜덤 육체강화 환단을 획득하셨습니다. 복용하시겠습니까?]

“네!”

민성이 곧바로 음성의 요구를 수락하자, 녹아내린 푸른 액체가 입안으로 들어왔다.

[근력이 4 상승하셨습니다.]

‘진짜 랜덤이네. 저번보다 2나 더 상승했으니 좋은 거지.’

같은 환단을 복용해도 오르는 수치와 능력은 다른 모양이었다. 민첩 2가 오른 덕분에 놈들의 추격을 뿌리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물며 근력이 4가 올랐으면 얼마나 힘이 세졌을지 기대됐다.

‘이제 대망의 상자만이 남았는데…….’

민성이 골렘의 파편을 축소화한 모습의 작은 상자를 잡았다.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검은 구슬이 놓여 있었다.

‘이건…….’

민성이 재빨리 검은 구슬을 집었다.

띠링-

[골렘과 함께하는 랜덤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응?’

예상을 깨는 보상에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 발소리가 점점 그가 있는 위층으로 다가온다.

“네!”

민성이 가느다랗게 외쳤다.

수락과 동시에 검은 구슬이 꿈틀거리더니 안에서 주먹 크기의 골렘이 불쑥 나왔다. 버섯 안에서 마주했던 골렘의 축소판 버전 같았다.

“그어어어!”

민성을 한 번 바라본 골렘이 그에게 관심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리고 구슬 안에다 손을 집어넣었다. 몸을 뒤로 뺀 채 낑낑대는 것이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몸짓 같았다.

긴장한 채 골렘을 바라보던 민성이 슬며시 주먹을 풀었다. 놈의 행동에서 어떠한 위협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작달막한 몸으로 용쓰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어어!”

한참을 낑낑대던 놈이 마침내 구슬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 동그란 모양의 돌 판을 끄집어냈다.

‘룰……렛?’

민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돌 판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눈금이 그려져 있었다. 정확히 12등분 된 것이 시계와 비슷해 보였다. 그 사이마다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 골렘의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판의 12시 부분에는 작은 화살표가 달려 있었다.

“그어그어!”

숨을 돌린 골렘이 민성에게 다가와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다른 팔로 돌 판을 가리켰다. 마치 빨리 저것을 돌리라는 것 같다.

“나보고 저걸 돌리라는 거지?”

“그어어어어어!”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 골렘이 민성의 말에 기뻐하며 방방 뛰었다.

덜컹-

민성이 돌 판을 돌리려는 순간, 빌라 밑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곤 계단을 올라타는 소리가 내부를 조용히 울렸다.

‘빌어먹을. 벌써 여기까지 왔나, 빨리 돌려야겠어.’

계단 올라타는 소리가 내부를 울리자, 민성이 급하게 판을 돌렸다. 뱅그르르 돌아가던 판이 동작을 멈추자 민성이 화살표 밑을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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