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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캐쉬상점 쓴다-3화 (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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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밤길이 위험한 이유 (3)

“너, 뭐냐? 뭔데 내 친구 옷을 입고 있냐고, 이 새끼야!”

민성이 험악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봤다.

“이 미친놈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린 남자가 품 안의 스턴건을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민성에게 다가갔다.

“내가 모를 줄 알아? 이 시발놈아! 경찰 불렀다.”

경찰이라는 말에 남자의 몸이 멈칫거렸다.

“이 새끼가…….”

“병신아! 내가 작업 끝나고 입으라고 했지? 짭새 오기 전에 도망가야 돼. 빨리 타!”

운전석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가 그의 동료를 불러 세웠다.

“넌 나중에 두고 보자.”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태성이 내놔! 십새끼야!”

그들의 반응에 확신을 얻은 민성이 몸을 날려 남자의 등을 덮쳤다.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남자의 몸이 균형을 잃고 엎어졌다.

“이 새끼가!”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품에서 스턴건을 꺼낸 남자가 민성을 노려봤다. 그리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민성의 목에 스턴건을 내리꽂으려 하는 순간,

“오늘은 세 개나 건졌잖아, 뒤에 자리 없어. 일 키우지 말고 빨리 타! 저 새끼 말이 사실이라면 곧 짭새가 들이닥칠 거다. 시간 없다고!”

동료의 목소리에 험상궂은 남자가 단도를 회수했다. 하지만 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민성의 등을 거세게 걷어찼다.

“억.”

충격을 이기지 못한 민성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얼굴 봐뒀으니까, 쥐 죽은 듯이 살고. 다음에 마주치면 죽여 버릴 거니까.”

민성을 내려다보며 낮게 읊조린 남자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부웅-

남자를 태운 탑차가 빠른 속도로 자리를 벗어났다.

“거기 서!”

몸을 일으킨 민성이 뒤를 쫓으려 했지만 그것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젠장. 경찰은 질색이지만, 어쩔 수 없다.’

과거에 있었던 일로 경찰을 불신했지만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 머뭇거리던 민성이 결심한 듯 핸드폰을 들었다.

“경찰이죠? 여기 연신내 XX번진데, 빨리 좀 와주세요. 지금 친구가 납치당했어요! 빨리요! 관계요? 친구라고요, 예.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민성이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라도 놈들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고하면 째깍 출발해주지. 뭐 이리 조사하는 게 많아.’

급한 상황이라고 말했음에도 신원조사를 요구하는 그들의 행동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도착까지는 약 5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태우던 민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뭐지? 아까 그 새끼가 흘린 건가?’

다툼이 있었던 자리에 수상한 물건이 굴러다니고 있다. 허리를 굽힌 민성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그것은 턱을 괴고 고민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

놈들이 떨어뜨리고 간 것일 수도 있다. 잠시 조각상을 바라보던 민성이 그것을 파카 주머니에 넣었다.

에에에에엥-

민성이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경찰차가 경광등을 깜박이며 골목 안으로 진입해 들어오고 있었다.

“이쪽이에요!”

민성이 소리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신고자세요?”

“네.”

경찰차 안에서 두 명의 경찰이 내리자 민성이 조금 전까지 겪었던 사건을 빠짐없이 털어놨다. 한 명이 민성의 진술을 받아 적는 사이 다른 한 명은 골목을 살펴봤다.

‘납치를 당했으면 약간이나마 반항의 흔적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너무 깨끗해.’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이 그의 동료에게 다가갔다.

“경위님. 특별한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주변 방범카메라와 블랙박스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경위가 민성을 바라봤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저희에게 더 언급할 만한 사안이 있습니까?”

“납치범이 친구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놈들의 차 번호판이라도 외우고 싶었지만 달려 있지 않더군요. 친구를 찾을 방도가 없을까요?”

“그렇군요. 잠시만요.”

진술을 끝낸 민성이 경찰들을 쳐다봤다. 그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수군거린 경찰들이 민성에게 다가왔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조사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허위신고였을 경우 그에 대한 조치가 따를 것입니다.”

“네?”

나이가 있어 보이는 경찰의 말에 민성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지금 신고자분의 몸에서 술 냄새가 과하게 나는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린 겁니다.”

“설마 제가 술에 꼴아서 장난으로 신고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졸지에 허위신고자로 몰린 민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설마요. 다만 허위신고는 엄연한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형에 구속까지 될 수 있습니다.”

“…….”

의뭉스러운 경위의 말투에 민성이 입을 다물었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대화를 끝마친 경찰들이 차에 올라탔다.

“시발놈들.”

민성이 멀어져가는 경찰차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

민성이 잠잠한 핸드폰을 바라봤다. 요 며칠간 불이 나도록 울려대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금방 범인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태성의 모습이 명확하게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납치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덕분에 민성도 요 며칠간 집보다 경찰서를 더 자주 들락거린 것 같았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자의 몽타주를 만드는 데 협조하고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당시 상황을 보여줄 단서가 없었다. 방범카메라나 차 한 대만 있었더라도 수사에 진전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태성의 부모님도 곧바로 서울로 올라오셨다.

“내 아들 찾아내!”

“우리 아들 내놔라, 이 죽일 놈들! 으아아아아!”

울부짖으며 경찰서를 뒤엎은 태성의 부모님을 떠올린 민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물로 범벅된 부모님을 마주했을 때는 죄지은 기분이 들었었다. 하지만 애써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역시 눈물을 흘렸었다.

‘젠장…….’

서울 어디선가 실종 전단지를 붙이고 계실 태성의 부모님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팠다. 민성 역시 협조하고 싶었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 때문에 일을 그만두기 어려웠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출퇴근할 때마다 전단지를 붙이는 일뿐이었다.

[다들 고생했다. 퇴근 준비하자.]

직원들을 다독이는 점장의 목소리가 무전기를 울렸다. 재빨리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민성이 마감을 도우러 이동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들 많았다. 조심히들 들어가렴.”

따듯한 인사와 함께 직원들이 퇴근길에 올랐다.

“아참, 그리고 민성아. 선물 고맙다. 덕분에 휑했던 책상이 고급스러워졌어.”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민성이 웃으며 점장을 바라봤다. 조각상 하나에도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점장에게 인사한 민성이 가게를 나왔다.

‘오늘은 간만에 목욕이나 해볼까.’

뜨듯한 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담글 생각에 민성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덜컹-

집에 도착한 민성이 현관문을 열었다. 어둠에 감긴 그의 방 안이 보였다.

‘……뭐지?’

분명 익숙한 광경이건만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진다.

‘요즘 일이 많아서 내가 예민해진 건가.’

납치당한 태성을 생각하자 심란한 감정이 가슴을 옥죄이는 듯했다. 무거운 숨을 내쉰 민성이 방 안으로 들어와 불을 켰다.

“안녕?”

낯익은 목소리에 민성이 눈을 부릅뜨고 침입자를 노려봤다. 누가 봐도 미남이라고 할법한 얼굴에는 작은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이…….”

파지직-

목에서 시작된 짜릿한 충격이 전신으로 퍼져나가자, 민성의 몸이 힘없이 쓰러져 내렸다.

“얌마, 일어나!”

검은 복면을 쓴 남자가 민성의 뺨을 후려쳤다.

‘끄응.’

혼절했던 민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의 남자에게 가격 당했는지 양 뺨이 욱신거려온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방 안에는 눈앞의 남자 이외에도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이 여럿 보였다. 전신에 힘을 줬지만 침대기둥에 묶인 팔다리는 꼼짝하지 않았다.

“안녕, 민성아?”

민성이 흉터가 새겨진 남자를 노려봤다. 침입자들 중 유일하게 복면을 쓰지 않은 남자였다.

“우리의 서프라이즈 파티 어땠어? 마음에 들었어?”

남자의 상냥한 음성에도 민성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마음에 들었냐고, 친구야.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커헉.”

미소를 지운 남자가 민성의 배를 걷어찼다.

“내가…… 왜 네놈의 친구냐?”

“태성이의 친구는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대답을 하랬지 질문을 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잠시 고민하던 남자가 해맑게 웃으며 또다시 발길질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민성을 재미있게 쳐다보던 남자가 말을 이었다.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 혹시 네가 갖고 있니? 사실 그거 때문에 찾아왔거든. 모르면 안 되는데.”

“모른다.”

“음, 그래? 야! 연장 가져와.”

남자의 명령이 떨어지자 복면사내 중 하나가 재빨리 톱을 가져다주었다.

“친구야, 이건 기억회복제라고 하는 건데. 손가락이 하나씩 떨어져나갈 때마다 기억을 회복시켜주는 도구야. 굉장하지? 이제 이걸로 친구의 기억을 하나하나씩 회복시킬 거야. 중간에 기억이 떠오르거든 고개를 끄덕여줘. 참고로 태성이의 기억을 회복시킬 때도 이걸 사용했어. 세 개쯤 되니까 회복되더라고. 너는 몇 개에서 회복될지 궁금하다.”

‘미친놈.’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복면사내들이 달려와 민성의 입을 헝겊으로 틀어막았다.

“읍읍!”

“준비됐다고? 그럼 시작할게.”

흉터를 가진 남자가 신난다는 듯 톱을 들어 민성의 손가락에 갖다 댔다.

“읍!”

“늦었어.”

민성이 알려주겠다는 듯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미 없는 조각상보단 손가락이 중요했다. 하지만 민성의 몸짓에도 남자는 톱을 움직이려 했다.

“읍읍읍!”

그때, 갑자기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진동이 일어났다.

“뭐야?”

“잘…… 모르겠습니다.”

톱질을 시작하려던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고 그의 부하를 노려봤다. 하지만 복면을 쓴 남자들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콰르르르-

아까의 진동은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센 진동이 몰려왔다. 방 안의 모든 사물들이 요란하게 흔들렸다. 집기들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지진 같습니다. 잠시 몸을 빼셔야 합니다.”

“아, 이제 하이라이트에 돌입하려던 참인데.”

부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자 남자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일단 밖으로 피한다.”

“저놈은 어떻게 할까요?”

“아직 조각상의 행방을 확인 못 했다. 챙겨서 나와.”

흔들림이 점점 커지자 몸을 일으킨 남자가 먼저 방을 빠져나갔다.

빠지직-

천장에서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가루가 떨어졌다.

“우리도 빨리 마무리 짓고 나가자.”

“그래, 이대로 무너질까 봐 겁난다.”

조금씩 금이 가는 천장을 본 복면인들이 민성에게 다가갔다. 흔들리는 몸을 가누기가 쉽지 않았지만 남자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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