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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화 〉죽고 나서 받아쳐라, 이해밖의 공격! (99/100)



〈 99화 〉죽고 나서 받아쳐라, 이해밖의 공격!

다시 드래건의 모습으로 돌아온 르갈론.
새까만 기운이 감도는 질풍 브레스를 뿜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다.

"그렇겐 안 돼!"
"어떻게든 잡아!"
"마지막 그물이라고!"

드래건베인의 남은 인원들이 필사적으로 대형 그물을 날렸다.
이미 대동한 용병이나 드래건베인 인원들이 많이 다친 상황.
원래 병력의 절반 이하로 싸워야 하는 절망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일라이와 여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Gravity control - Over]

피투성이가 된 테아가 겨우 오른팔을 들어 중력장을 펼쳤다.
얼마 가지 못하지만, 지금은 이것마저도 소중했다.
애써 웃으며 테아가 말했다.


"얼른 해치워…그리고 나랑 놀아줘."
"테아…크윽."

테아를 돌아보던 일라이가 이를 악물었다.
뒤를 이어유리엣이 필사적으로 마나를 활성화시켰다.


휘이잉- 파아파파파팟-!

중력장이 펼쳐진 곳 아래에서 눈보라가 불기 시작했다.
혹한의 추위를 연상케 하는 눈보라가 르갈론을 덮쳤다.
그에 따라 거동 가능한 용병들도 간신히 움직였다.
마법을 쓸 줄 아는 자들은 마법으로, 무기를 쓸 줄 아는 자들은 어떻게든 쇄도하고 있었다.
죽을  알면서도 돌진하는 용기와 투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집념.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이 어떤 인간들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르갈론!"

르갈론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며 일라이가 덤벼들었다.
날개를 펼치던 르갈론이 뒤로 뛰어오르며비웃었다.
드래건으로 변한 모습으로도 비웃음이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그는 장난스럽게 날개를 펄럭이며 외쳤다.


"이대로 날아가버려라!"


후웅- 파웅-!


르갈론 정도의 드래건이 날개를 퍼덕이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다.
용병들은 나가 떨어지기 바쁘고, 그물은 날아가던 도중에 뒤집혀서 엉뚱한 곳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르갈론을 향해 빠르게 쇄도하는 그림자가 보였다.
일라이였다.
그는 녹안을 번뜩이며 길게 잔상을 남겼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 숨통 자르기]

민첩하게 르갈론의  위에 올라가 날개를 노리는 일라이.
이 일련의 행동이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지고 있었다.
피해야 한다는생각과 함께 르갈론은 날개를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았다.


'어째서?'


경악하는 르갈론을 뒤로 하고 일라이가 위로 떠올랐다.
르갈론의 얼굴을 향해 전력으로 그리메를 내질렀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멸검 - 종식]


파공음과 함께 압도적인 기를 머금은 그리메가 다가왔다.
르갈론은 브레스를 내뿜으며 일라이를  멀리 날려보냈다.

"커억!"

쒸하아아아아악-!

균형을 잃으며 추락하는 일라이.
자신의 날개를 살펴보던 르갈론은 경악했다.
그 짧은 시간에 날개 근육이 찢어져 있었다.
아무리 드래건이라 해도 결국 생명체다.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면 아무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크으, 일라이……!"

으르렁거리며 브레스를 난사하기시작하는 르갈론.
그가 광분을 하며 제자리에서 날뛰자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태풍이 연이어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반전을 꾀하려던 용병들은   방울만을 남긴 체 사라져버렸다.
드래건베인도 그물을 회수하려다가 말려들며 덧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쾅쾅- 후우웅- 파파파파팡-!

"크하아아아, 잘도 버텼다만 여기까지다!"

울분을 토해내며 르갈론은번쩍 뛰었다.
일라이가 막 자세를 잡으며 일어날 때 르갈론의 거체가 다시 지면에 착지했다.
 파급력은 엄청났다.

터어엉- 콰지직- 퍼퍼퍼퍼퍼펑-!

지면이 크게 갈라지고, 주변 협곡이 산산조각나며 무너져내리고, 바위나 나무가 박살나며 그 파편이  몸을 찔렀다.
신화 시대의 재앙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일라이는 파편에 찔리면서도 간신히 자세를 유지했다.
어느새 찢어진 이마에서 피가 나왔고, 고막이 터진 건지 한쪽 귀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왼팔은 거대한 파편에 관통당한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지 않아……."
"크화아아아아아아아!"

쿵쿵쿵- 쿵쿵쿵- 콰아앙쾅-!

분노를  몸으로 표출하는 르갈론.
그 탓에 거동을 못한다거나 미처 도망을 못간 여자들까지 휘말렸다.
르갈론의 거대한 발에 짓밟히며 찌그러지는 여자들이 생생하게 보였다.

"안 돼!"


절박하게 외치며 달려가는 일라이.
르갈론에게 짓밟히고, 태풍에 말려들어 사지가 찢어지고, 지진에 의해 아예 분쇄되는 여자들.
그토록 자신과 함께 하며 싸워왔던 여자들이 힘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지키고 싶었는데.
자신에겐 더없이소중한 여자들인데.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았다.


"왕자님, 반드시…힘내주세요. 믿어요……."


슬픈 얼굴과 함께 리비카의 머리가 산산조각났다.
그녀가 하고 있던 목걸이가 빛을 발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한없이 사랑스럽던 전신이 잘게 쪼개지며 육편으로 남고 말았다.
사람이란 이토록 허무하게 죽을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전력을 다해 뛰어나가며 르갈론에게 달려드는일라이.
르갈론이 입을 벌려 바로 브레스를 내뿜었다.
일라이는 이미 기를 다루는 것에 적응된 상태에서 그리메를 내질렀다.
한 번 휘두른 그리메가 브레스를 찢어발기며 낮게 울기 시작했다.

위이잉- 지잉- 지잉-

주변에 널려 있는 여자들 시체를 둘러보며 일라이는 파상공세를 펼쳤다.
정교한 기술도, 폭발적이기만한 힘에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공격을 보였다.

"크아아아, 인간!"
"뒈져, 뒈져, 뒈지라고!"

피힉- 파파팍- 시힝- 콰륵- 투컹-!


그리메를  손으로 쥐고서 미친 듯이 휘두르는 일라이.
그는 이를 악물며 그리메의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르갈론이 한 발 더 빨랐다.


"죽어라."

[진 사계 - 종언]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못하더니,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어버리고 말았다.
대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죽여버리는 정점급 힘인 진 사계의 종언.
그 힘은 드래건급 생물이 아니라면 결코 체득하기 어려운 힘이기도 했다.
온 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아내며 일라이는 무릎을 꿇었다.

"크룹…끄윽."
"그래, 그렇게 죽어가는 거다."


일라이에게 공격당하 너덜너덜해진 한쪽 발을 매만지며 르갈론이 말했다.
피눈물을 흘리며 일라이는 쓰러졌다.
너무나 강한 상대.
이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기지 못하는 상대.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지지 않아, 죽지 않아. 반드시 살아서, 다시 살아서 여자들을…구할 거야.'

강렬한 염원을 뒤로 하고 일라이는 눈을 감았다.
그의 시체가 볼품없이 쓰러지며 나뒹굴었다.
숨이 멎은 것을 느낀 르갈론이 사악하게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 결국 이렇게 될 것을!"


그리고 이변은 벌어졌다.


[세이브 스킬을 가져옵니다.]
[세이브 스킬을 가져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세이브 스킬은 이하 1개가존재합니다. -자기개변-.]
[사용자가 세이브 스킬을 인식하고 발동시킵니다.]
[본래의 주인 셀레나의 히든능력 -자기개변-이 발동합니다.]
[사용자를 죽음에서 되돌리며, 발동된 부정적인 트리거를 모두 제외합니다.]
[자기개변에 의해 사용자의 스펙이 효율적으로 맞춰집니다.]

번쩍 눈을 뜨는 일라이.
그는 지면을 손으로 짚은 다음서서히 일어났다.
승리감에 취해 있던 르갈론이 흠칫 놀라며 눈을 굴렸다.
죽은  알았던 일라이가 멀쩡히 살아 있었다.

"뭐, 뭐야? 분명 죽었는데?"
"죽었다고? 무슨 소리야…나는 멀쩡해. 아니, 모든 게 멀쩡해."

눈을 신비하게 빛내며 일라이가 차게 웃었다.
르갈론은 뒤로 물러나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이 죽인 줄 알았던 인간들, 그리고 엉망진창으로 만든  알았던 협곡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전투 따위는 없었다는 것처럼 생생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말도 안 돼…분명 나는 여기서……!"
"네가 했던 의미없는 짓거리는 잘 봤다. 그래서 무효화시켰지."
"뭐라고……?"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왔다. 이제부터 돌림빵을 해주지!"

[그리메 - 잔영망상향]

과거의 그때보다 더욱 많아진 분신을 불러내는 일라이.
그가 갑자기 낯선 모습으로 나타나자 르갈론은 당황했다.
허나 그는 드래건.
최강에 걸맞은 힘과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살기에 마나를 담아 그대로 억누르려 했다.


"그래봤자 한낱 인형놀이!"

[Dragon fear]


드래건처럼 초월적인 존재들만이 지닐 수 있는 살기.
살기 자체에 개념을 담아 생명 자체를 거두는 힘.
그건 권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일라이도 두 눈을 더욱 짙게 물들이며 외쳤다.


"새끼, 그런 거에 안 쫄아!"

[Majesty fear]

인간의 정점이자 영원한 지도자인 왕족들만이 지닐  있는 살기.
정직하게 사람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그렇기에 초월적이면서인간다운 힘.
일라이는 드래건 피어를 자신만의살기로 상쇄하며 분신들과 함께 달려들었다.
근처를 거칠게 할퀴며 르갈론이 으르렁거렸다.
이제 끝장을 봐야  때였다.

"고작 인형극 따위에 어울릴 생각 없다…즐거웠고, 덧없이 사라져라!"

[마지막 바람]

휘이이잉- 콰하아아아아악-!

처음에는작게만 보이던 소용돌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르갈론을 감쌌다.
르갈론은 여기에 마나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며 협곡 하나를 집어삼키려 했다.
분명 재앙에 가까운 능력인 건 맞다.
만약 이대로 가만히 놔둔다면 모두가 죽을 것이다.
그러나 일라이는 당황하지 않았다.


"모두 저 새끼 상쇄시켜!"

일라이의 외침에 분신들이 르갈론을 포위하며 그리메를 내질렀다.
저마다 브류스터드 파검류의 최고 기술을 남발하며 어떻게든 바람이 더 커지지 않도록 저지했다.
거기에 더해 부활한 여자들과 용병들, 그리고 드래건베인까지 가세했다.


"크으, 주제를 모르는 것들이……!"


자신을 방해하는 수많은 인간들을 보며 르갈론은 이를 갈았다.
일라이에게 불시의 습격을 당해 날개가 마비됐을 때부터 승세가 기울기는 했다.
하지만 설마그가 다시 살아나다니.
마법으로 해낼 수 없는 짓을 어떻게 해낸 것일까?
소용돌이를 키우며 몸부림치는 르갈론.
그때 리비카가 외쳤다.


"왕자님, 지금틈이 생겼어요!"


주변의 파상공세로 인해 회오리의 빈틈이 생겼다.
그리고  틈을 유리엣이 마법을 통해 벌렸다.

"들어가, 그리고  돌아와."

희미한 미소를 남기며 유리엣이 마나를 폭발시켜 거대한 틈을 만들었다.
그 틈으로 일라이가 본능적으로 뛰어들었다.
달려가며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끝낼 수 있을까?
아니면  실패할까?

"씨발, 천하의 일라이가 무슨 실패를 두려워 해? 실패하면 또 일어나서 족치면 돼!"

주변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호언장담을 하는 일라이.
그는 그리메가 아까보다  검게 물든 것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검게 물들고 있던 그리메가 서서히 녹색을 띄기 시작했다.
브류스터드 왕가를 나타내는색깔이자 눈색인 녹색.
색이 진할수록 왕족의 피가 짙고, 의무를 다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속설에 불과한 것이 실체화되고 있었다.


"가십시오, 왕자님!"

케르돈의 외침.
 뒤를 이어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라이, 끝장내는 거다!"
"얼른 달려가라고!"
"휘잇, 힘내!"
"끝장 내버려엇!"
"우리 동생 잘 한드아아아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리비카의 목소리.

"기도할게요."

그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일라이는 그리메를 들었다.
평소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그리메.
그렇기에 가장 믿음직스러웠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이 한 자루 검에 다 담긴 것 같았다.
안광을 흩뿌리며 일라이는 검을 전력으로 내질렀다.
르갈론이 인상을 쓰며 다시 한 번 일라이를 죽이려 했다.


"그래봤자 똑같은 결과다! 이번에는 제대로 보내주지!"

[진 사계 - 종언]

그리고 추가로  어떤 공격도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결계까지.

[진 사계 - 개벽]

태초에 세상이 생겨나고 오랫동안 존재했다는 창조의 힘.
그것이 르갈론의 전신을 감싸며 빛나고 있었다.
설령 같은 권능이라 해도 비껴나갈 것이다.
르갈론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장난은 아니라서 말이지."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검을 내지르는 일라이.
그리메가 녹색 궤적을 남기며 한 순간 사라졌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멸검 - 혼돈]

그리고 다시 나타난 그리메.
놀랍게도그리메가 나타나는 순간에 르갈론은 이미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분명 한 번 베였을 텐데.
고작 그 한 번의 공격에 조각이 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군…너는 혼돈의……."


믿을 수 없다는  일라이를 바라보던 르갈론이 비로소 눈웃음을 지었다.
그 상태에서 르갈론의 신체 파편들이 잿빛으로 물들며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마법이나 초상력, 권능으로도 막을  없는 최강의 기술.
브류스터드 왕족만이 가질 수 있다는 궁극적인 힘이 일라이의 진심으로 인해 피어난 순간이었다.
르갈론이 쓰러지자 마침내 바람은 멎었다.
다시는 불지 않을 바람을 뒤로 하며 일라이는 과묵하게 손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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