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8화 〉남자는 주먹으로! (98/100)



〈 98화 〉남자는 주먹으로!

"한  시작된 건 바꿀 수 없지."
"좆 까!"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르갈론에게 달려드는 일라이.
그는 느긋한 시선을 보내다가 손을 뻗는다.
아까와 같은 수법.
그렇다면 정직하게 당해주는  싫다!


"후웁!"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초월적인 속도로 나아가는 일라이.
갑자기 일라이가 빨라지자 르갈론은 신기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르갈론이 바람을 자신의 몸에 두르려  때, 일라이가 기습적으로 그리메를 뻗었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멸검 - 종식]

푸후욱-!

찰나의 순간에 르갈론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그리메.
갑작스런 순간이라 르갈론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드래건이라 해도 결국 인간 스펙은 한계가 있다.
드래건이 인간으로 변하는 것도 한낱 유희를 위한 것.
그러므로 그런 스펙은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뒈져."

푸욱- 찌저적-!

가슴에 그리메를 찌른 그대로 옆으로 찢어발기는 일라이.
피가 광범위하게 튀며 르갈론이크게 기우뚱거렸다.
승기를 잡았다고 여긴 일라이가 추가 공격을 하려 할 때였다.
르갈론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휘말려 죽어라."

[숙명의 소용돌이]


후우웅- 화아아아악-!

하늘에서 회오리 바람이 날아와 주변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일라이는 왕관의 능력으로 회오리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르갈론을 차근차근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까지 방심하고 있다.
그럼 그 방심을 최대한 이용해야 할 것이다.
일라이가 측면으로 빠지는 척 하다가 배후로 돌아갔다.
르갈론이 바람을 일으키려 하자 일라이가 먼저 움직였다.

"느리다, 새끼야!"

[브류스터드 파검류 - 추수]


샤학-!

르갈론이 피하며 옷만 베인 상황.
하지만 충분히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아까와는 다른 일라이의 모습에 르갈론은 당황했다.

'뭐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모든 게 달라졌어.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속으로 혀를 차며 르갈론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일라이는 바로 따라 잡으려다가 놓치고 말았다.


"제길!"
"일라이, 날아!"


그때 가슴에 난  상처를 부여잡은 채로 유리엣이 마법을 걸었다.

[Flight]


아군이 비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
몸이 솜털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낀 일라이가 바로 날아올랐다.
느긋하게 공격을 준비하려던 르갈론은 놀라고 말았다.
일라이가 허공을빠르게 질주하며 르갈론에게 검을 내질렀다.

"칫!"


후웅- 파캉-!


이미 르갈론의 몸을 두르고 있던 바람이 그리메를 튕겨냈다.
어지간한 기를 두르고서도 이 정도.
그렇다면 공격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해보자고!"

끓어오르는 투지를 느끼며 일라이가 그리메에 기를 담았다.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이 싸움에 모든 걸 걸려고 했다.
르갈론이 한숨을 쉬며 더 높이날았다.
순간 일라이가 바로 따라오며 치열한 공중전이 펼쳐졌다.


퍼엉- 투쾅투쾅-꽈아앙-!


일라이와 르갈론이 서로 엇갈릴 때마다 수십 합의 공격이 나타나다가 사라졌다.
서로 사라지다가 나타나기를 거듭하며 정신없이 싸우기 시작했다.
누가 우위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근처에 있는 구름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만큼 치열한 싸움이었다.
르갈론이 엇박자로 바람을 날리는가 하면, 일라이는 집중하며 피하고는 바로거리를 좁혀 반격을 했다.
그 반격을 유연하게 넘기며 르갈론이 광범위한 폭풍을 뿌려댔다.
그러자 일라이는 허공에서 민첩하게 유영하며 폭풍의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티힝- 푸화아아아앙-!

르갈론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풍압이 전해졌다.
일라이는 그리메에 기를 담아 그대로 내질렀다.


"그늘백작에게 감사하고 싶군."


[브류스터드 파검류 일라이식 - 기력베기]


반달 형태로 날아오는 검기에 르갈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바람막이를 최대로 키우며 웃었다.
고작 기 따위에 뚫릴 일은 없으리라.


푸컹- 샤학-!

"윽……!"


그러나 아니었다.
일라이가 내지른 검기는 보란 듯이 바람을 베고 르갈론에게 닿았다.
그는 어깨에서 흐르는 피를 매만지며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지?'


평범한 인간은 드래건에게 피해도 주지 못한다.
아무도 나서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일라이만이 제대로 싸우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분명스펙은 자신이 우위에 있을 텐데.
상대는 한낱 인간일 뿐일 텐데!


"궁상맞게 뭐하는 거야? 더 불타보자고!"


[브류스터드 파검류 - 송곳]

"장난은 이쯤 해두자고."


르갈른은 다가오는 그리메를 고개만 틀어 피하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일라이가 바로 따라오자 르갈론은 두 손을 화려하게 휘저으며 아래로 내리그었다.

[무형의 재앙]


쓰후우욱- 푸콰하아아악-!


갑자기 엄청난 풍압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단 한 번만 짓누르고 사라지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풍압이었다.
일라이가 허공에서 균형을 잃고 지면에 곤두박질쳤다.
오늘 처음 날아본  치고익숙했다.
그러나 이런 갑작스런 일에는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너무 우습게 놀아주고 있었군. 이제 슬슬……."

철컥- 타아앙- 팍-!


르갈론의 말을 자르고 총알 하나가 그의 목을 뚫었다.
고작 목 좀 뚫린다고 죽을 만큼 드래건은 약하지 않다.
르갈론은 눈을 돌려 자신을 레스레모나를 노려봤다.
그녀가 다시 장전하려 할 때, 르갈론은 차갑게 웃으며 그녀 앞에 순식간에 나타났다.


[바람의 인도]


바람처럼 빠르게 이동하는기술.
동시에 레스레모나의 두 팔을 걷어차며 부러트렸다.


뻐걱-!

"으끄흑!"
"가여운 삶, 끝을 내주지."

손가락을 들어 그대로 레스레모나의 이마를 뚫으려는 르갈론.
그때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일라이가 느껴졌다.
일라이가 사이에 뛰어들려 할  르갈론이 비웃듯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일라이가 노린  바로 그 행동이었다.

스으윽-


"음?"
"여기 있다."


르갈론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미리 뒤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일라이.
그는 그리메를 들어 전력을 다해 내리그었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멸검 - 만개]

르갈론을 둘로 갈라버리기 위해 내지르는 일격!
그때 르갈론은 민첩하게무릎을 들어 일라이의 팔꿈치를 걷어찼다.
압도적인 기세로 내지른 일격이건만 일라이의 팔꿈치가 거짓말처럼 위로 튕겨났다.
팔꿈치가 튕겨지며 그리메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후후후!"
"개새끼!"

르갈론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일라이.
던전 탐험을 통해서 얻은 체인 글러브가 하얗게 빛나며 르갈론의 얼굴을 강타했다.

퍼헉-!

하지만 르갈론은 쓰러지지 않고 마주 주먹을 뻗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치열한 육탄전이 벌어졌다.
일라이가 왼손으로 페이크를 주며 라이트 잽을 연속해서 날렸다.
전부 맞아주던 르갈론이 위빙을 하며 일라이의 턱이나 명치를 노렸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르갈론 때문에 일라이가 옆으로 비켜서더니 바로 태클을 걸었다.
상체를 숙여 르갈론을 안은 다음 그대로 스파인 버스터를 하며 지면에 내리꽂았다.


후우웁- 퍼억-!

"좀 맞자, 용가리."
"맞는 건 너지."

일라이가 소나기처럼 주먹을 퍼부으려 할 때 르갈론이  발로일라이를 밀어내며 방어하려 했다.
그러자 일라이는 간을 보다가 갑자기 르갈론의 측면으로 슬라이드를 하며 근접했다.
르갈론이 몸을 틀며 다시 방어하려 했지만 일라이가 한 걸음 더 빨랐다.
단숨에 르갈론의 상체에 두 팔을 얹은 일라이가 무릎으로 그의 안면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퍽퍽- 푸억-!


"쯧……!"

혀를 차며 팔을 세워 막는 르갈론.
단조롭게 무릎으로 가격하다가 르갈론이 세운 팔을  팔로 안아 그대로 뒤로 누웠다.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는  바였다.
르갈론은 두 눈을 찌푸리더니 팔에 힘을 줬다.
하지만 르갈론의 팔에 매달리듯 버티던 일라이 때문에 결국 암 바에 완벽하게 걸렸다.

"이대로  하나 뽑혀봐라."
"크읏, 인간 따위가……!"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긴 르갈론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자기 팔에 매달린 일라이를 들어 올린 채로 일어나버린 것이다.
일라이는 바로  바를 풀고 지면에 한 발을 내디딘 채로 하이 킥을 날렸다.


수훅- 뻐억-!

르갈론의 얼굴이 크게 젖혀질 만큼 심대한 타격을 줬다.
하지만 르갈론 역시 반격을 개시했다.
정직하게 앞차기를 하려다가 바로 궤도가 꺾였다.
일라이는 머리를 방어하려다가 느닷없이 옆구리가 타격당하자 경악했다.
찰나에 벌어진 브라질리언 킥이었다.

"하아!"
"후훗!"

퍼퍽-!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며 뒤로 밀려나는 두 남자.
르갈론은 얼굴을 쓸며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일라이는 땅바닥에 처박힌 그리메를 빼들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잠시 소강 상태.

"그래, 너무 놀았군."
"하여간 도마뱀 새끼. 처음부터 제대로 싸우라고."

주변에 그나마 작은 부상을 입은 채로 모여드는 이들을 보며 일라이가 도발했다.
르갈론은 입가에 묻은 피를 핥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마침내 진짜 힘을 발휘하려는 듯 엄청난 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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