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드래건의 생보지
파앗- 후두둑-
에스텔을 묶고 있던 밧줄을 자르는 일라이.
죽을 거라 여기던 에스텔의 눈이 커졌다.
일라이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세한 건 들어가서 얘기하지. 곧 여긴 사람들이 환호하는 곳으로 바뀔 거야. 파티도 열릴 테고.그런 곳에서 몬스터를 보길 원하는 이들은 없어."
"네, 네!"
급히 일라이를 따라 나서는 에스텔.
주변을 둘러보던 에스텔은 어느새 일라이의 방에 들어와 있었다.
지친 듯의자에 앉으며 일라이가 손짓했다.
맞은편 자리에 앉은 에스텔에게 물었다.
"너는 정상처럼보이는데."
"당연하죠! 동족들이 거기에 다가갔을 때, 저는 그러지 않았거든요."
"악신의 편린? 그 고치에?"
"네. 직감적으로 위험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대로 다가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 같아서요."
"……감이좋군."
고블린치고 감이 좋은 것이다.
에스텔은 자그맣고 약한 육체일지 몰라도, 그 직감 만큼은 전쟁터를 넘나들던 전사처럼 예리했다.
새삼 그녀를 다시 보고 싶었다.
육체 뿐만 아니라 정신도 쓸만 하다.
게다가 고블린이니까 손재주 역시 좋을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에스텔은 자신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만약 살려주신다면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그건 당연한 거고. 어떻게?"
"저는 뭐든 잘 만듭니다. 화포나 장병기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도표만 있다면 기계장치나 특수원리를 가미한 도구도 가능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나 말 그대로 손재주가 좋다는 의미였다.
'자넷이랑 잘 맞겠군.'
자넷 역시 손재주가 좋기에 둘이 잘 어울릴 것이다.
여전히 밖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몬스터의 잔당들을 소탕하는데에 시간이 드는 것이다.
갑자기 일라이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것도 좋지만, 나는 다른 것도 원하는데."
"다른 것이라면? 아, 흡……!"
에스텔은 순간 일라이가 가랑이를 벌리자 경악했다.
다른 것이란 바로 성교를 의미하는 것.
갑자기 드래건이라도 만난 듯 에스텔은 주춤거렸다.
"뭐야, 역시그러긴 싫다는 건가?"
"그게…저는 아직 경험이……."
"그건 변명에 불과해. 아니면 그냥 죽일까."
일라이 다운 사악한 장난.
에스텔은몸을 떨었다.
이대로 누군가의 육노예가 된다 하더라도 살고 싶었다.
그녀는 땀을 흘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살아야 해, 산다는 건 좋은 거니까. 살아야…….'
그때 일라이가 덧붙였다.
"먼저 한 번 빨아봐."
"빠, 빨아요……?"
"그래, 내 거기를."
"흐읏, 서, 성기를……!"
두 눈이 흔들리는 에스텔.
일라이는 바로 시킬 것처럼 바지를 벗기까지 했다.
에스텔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하는 것에 따라 사느냐 죽느냐가 가려진다.
물론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일라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바지를 더 내리려 할 때 일라이가 에스텔의 손목을 잡았다.
"거기까지. 장난 좀 쳐봤어. 너랑 섹스하고 계약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강제로 시키진 않아."
"아, 아아……."
모든 게 장난이었음을 깨달은 에스텔은 안도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왔다.
고블린이지만 속마음은 여린 숙녀다.
그러므로 이런 낯선 상황에서 더욱 동요한 것이다.
"으흑, 살려주세요, 흐읏."
"안 죽여. 그럼 우리랑 같이 다니자. 너 정도의 기술자라면 환영이야. 마침 우리도 기술자가 한 명 있거든."
"그런가요?"
"둘이 잘 어울릴 거야. 절망적인 세상이지만 잘 버텨 보라고. 나를 따라오면 거대한 부와 영예를 줄 테니. 몬스터라 하더라도."
누구든 능력만 있다면 평등하게 대하는 일라이.
에스텔은 그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라고 전부 야만적이지는 않다.
적어도 그는 말이 통하는 것이다.
일라이는 에스텔의 머리를 쓸어주더니 어깨를 다독였다.
"내맞은편 방은 비어 있어. 동료들이 쓰는 곳인데, 돌아오면 사정 잘 설명해. 아마 이해할 거야."
"네!"
"어서 가서 쉬어."
에스텔을 내보내고 일라이는 옷을 벗었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부족한지 욕조에 뜨거운 물까지 받았다.
콸콸콸- 쥬르르르륵-!
오늘 하루가 너무 긴 것을 깨달으며 일라이는 욕조에 들어갔다.
도프스는 다시 평화를 찾을 것이다.
구심점이 무너진 이상, 몬스터 쪽에 희망은 없다.
하지만 천사와 싸우던 기억은 생생했다.
"흐으."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일라이.
그는 욕조 안에서 기대어 있다가 몸을 떨었다.
그토록 당당하게 싸웠지만, 천사가 보인 힘은 재앙 그 자체였다.
아무리 잘나도 일라이는 인간이다.
인간인 이상 원초적인 공포를 억누를 수는 없었다.
만약 결정타를 먹이지 못하고 죽었다면?
또 죽었다가 살아났어도 동료들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됐어, 잘 해냈어.'
애써 스스로를 격려하며 일라이는 이를 악물었다.
뜨거운 물이 차츰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심스럽게 뜨거운 물을 손으로 담아 머리에 뿌리며 정신을 집중하려 했다.
모두 다 끝났다.
그러니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싸웠으면서 이제 두려운 거야?"
그때 유리엣의 목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라 고개를 드는 일라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새하얀 몸을 드러낸 유리엣이 보였다.
"유리엣……."
"들어가도 되겠지? 읏차."
"엇, 아, 그래."
갑자기 그녀가 나체로 들어오자 일라이는 놀랐다.
그의 표정을 읽으며 유리엣이 싱긋 웃었다.
"뭘 그렇게 놀라? 이 도시에 와서 내가 말했잖아. 이곳의 일을 해결하면 내 모든 걸 주겠다고."
"그랬었지."
힘없이 웃는 일라이.
유리엣은 그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처럼 새하얀 백발이 일렁이다가 뜨거운 물에 젖어든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일라이의 시야에 남아 있었다.
"일라이, 내가 유일하게 인정한 인간."
"드래건에게 인정받다니. 가문의 영광이야."
"오직 너 자신만의 영광일 뿐이야. 넌 정말 대단해."
물이더 차오르지 않도록 조절하며 유리엣은 일라이의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쓸며 웃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비록 죽더라도 너는 포기하지 않아. 바로 다시 일어나서 적에게 검을 내지르지. 그 용기와 끈기야말로 네 보물이야."
"그런가? 그것도 재능은 재능이겠지."
"재능이란 건 결국 한계가 있어. 승리와 패배를 결정 짓는 건 재능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걸 쌓아왔느냐 하는 거니까."
"그 비슷한 말을 검술 아카데미에서 숱하게 들었지."
"네가 좋아, 일라이."
고백에 가까운 말에 일라이는 가슴이 떨렸다.
드래건 숙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고고하며 강대한 존재인 드래건이.
그러므로 일라이는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입을 열게 한 건 유리엣의 입이었다.
"음, 하음……."
"흐우웁, 쯉."
둘은 천천히 키스를 했다.
욕조에 가득 찬 뜨거운 물로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며, 둘은 서서히 몸을 밀착시켰다.
일라이는 반사적으로 유리엣의 보지를 손으로 비비며 숨을 내쉬었다.
그 어떤 방해물도 없고, 때조차 타지 않은 생보지.
그것이 손짓에 의해 조금씩 질척해지기 시작했다.
욕조의 뜨거운 물조차 흡수할 것처럼 구멍이 벌려지자 일라이는 어정쩡하게 일어섰다.
"괜찮아, 괜찮아."
일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웃는 유리엣.
어떤 때는 친구 같고, 어떤 때는 연상의 여인 같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친혈육인 소르 브류스터드처럼.
그래서 일라이는 다시 앉았다.
유리엣이 두 손으로 일라이의 육봉을 자극하며 그의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실전경험이 쌓일수록 단단해지는일라이의 가슴은 산맥과도 같았다.
"흠, 하응, 슈흡, 하아암……."
고양이가 소심하게 핥듯, 유리엣 역시 일라이의 가슴을 핥았다.
일라이는 유리엣의 혀와 손을 느끼며 두 눈을 감았다.
매 순간이짜릿할 만큼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다.
인간의 몸으로 드래건과 이어지는 건 전설이나 신화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다.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건 처음이 아닐까?
"일라이, 나의 일라이."
"응, 유리엣. 우리 둘 뿐이야."
마치 이 욕실이 세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공간인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뜨겁게 바라보다가 다시 키스를 했다.
유리엣이 손 끝으로 일라이의 목과 가슴을 긁으며 자극했다.
그러면서 가랑이를 벌리며 보지를 육봉에 비비고 있었다.
일라이는 유리엣의 앙증맞은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다가 부드럽게 부여잡았다.
그리고 단숨에 육봉을 질속에 쑤셔넣었다.
부으윽- 쑤컥-!
"웃흐으응……!"
몸을 떨며 눈을 질끈 감는 유리엣.
일라이는 유리엣을 보며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피스톤질을 이어갔다.
온수와 어우러져 육봉이 수월하게 박혔다.
유리엣은 일라이의 얼굴을 안으며 하체에 힘을 풀었다.
그러자 육봉이 폭발적인 가속을 하며 질속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첨벙첨벙- 쑤퍽쑤퍽- 뿍뿍뿍-!
"흣, 으으, 하흣, 하앙!"
"아파?"
"아, 아니, 이런 느낌은, 흐잇, 처음…이라."
힘겹게 대답하는 유리엣.
이런 어설픈 모습조차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일라이는 유리엣의 가슴을 빨다가 유두를 혀로 굴렸다.
딱딱해지던 유두가 열이 오른 채로 일라이의 혀와 만났다.
푹푹푹- 뽀옥뽀옥- 찰박찰박- 퍽퍽-!
물속에서 즐기는 섹스는 느낌이색다르다.
침대 위에서 하는 것보다 풍미가 색다르고, 그걸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일라이는 드래건의 생보지를 먹고 있는 셈이잖은가?
그는 더욱 갈구하듯 유리엣에게 붙어서 그녀의 가슴을 게걸스럽게 핥았다.
유리엣은 어설프게나마 엉덩이로 원을 그리며 일라이의 육봉을 만끽했다.
'이 느낌, 수백 년을 살아도 맛볼 수 없을 느낌이야!'
속으로 감탄하는 유리엣.
그녀는 섹스라는 게 이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족번식과는 거리가먼 종족이 드래건이기에, 그녀가 느끼는 신선한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푸억푸억- 철벅철벅- 떡떡떠억-!
착실하게 유리엣의 질속을 공략해나가며 자궁을 노리는 일라이.
유리엣은 아랫입술을 깨물다가 상기된 얼굴로 일라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에게 키스를 하며 나직이 속삭였다.
"안에…해도 돼."
"정말?"
"임신은 내가 원할 때 되니까…그러니까 네 마음을 풀어줘, 내 안에……."
아슬아슬하게 숨을 쉬며 애걸하는 유리엣.
고고하지만 그렇기에 외로운 드래건.
전과는 달리 약해진 상태의 그녀.
그럼에도 일라이는 그녀를 존중하고 싶었다.
다른 누구보다 강대하고 곁에 두고 싶은 여자였으니까.
"좋아."
결심한 일라이는 유리엣의 목을 핥으며 피스톤질에 박차를 가했다.
동시에 유리엣은 일라이의 등을 두 손으로 긁으며 더욱 분위기를 돋웠다.
숨이 거칠어지며 유리엣을 껴안는 일라이.
몸을 밀착하며 서로의 성기가 결합될수록, 끓어오르는 흥분은커져만 갔다.
사막처럼 더워지는 욕실 안.
일라이는 부러트릴 기세로 유리엣을 안으며 온 힘을 다해 피스톤질을 했다.
인정 사정없이 처박히면서도 유리엣은 일라이의 허리를 두 다리로 강하게 안았다.
"일라이, 아하아앙, 좋아해, 흐웃, 좋아해, 하아앙, 드래건인 내가 너를, 흐꺄하앙, 좋아한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유리엣! 계약, 하즈아아아아앗!"
"으응!"
욕실이 울릴 정도로 대답하며 일라이는 압도적인 기세로 피스톤질을 했다.
물 속에서 온갖 기포가 발생하며 두 사람이 내뿜는 체액들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터질 것처럼 두근대는 가슴을 느끼며 일라이는 유리엣을 내려다봤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드래건.
그것이 유리엣에게 가장 적합한 말일 것이다.
"허억, 헉헉헉, 허흐으으윽!"
"와, 일라이의 마음이, 하아학, 내 안으로옷……!"
푹푹푹- 뿌슛뿌슛- 쮸우러어어어억- 꿀럭꿀럭- 콰르르르륵-!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유리엣을 '꽃벼림 기사단'에 추가합니다!]
유리엣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은 채로 사정을 하는 일라이.
사정을 하니 긴장과 샘솟는 욕정이 전부 날아가는 것 같았다.
일라이가 뒤로 기대자 유리엣이 바로 따라오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유리엣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합니다.]
[이름 - 유리엣]
[근력: ? 체력: ? 반사신경: ? 지능: S 정신력: S 욕정: ?]
[모든 마법의 지배자(S), 그 외 정보 다운로드 실패]
섹스가 끝난 순간 두 사람은 말 한 마디 없이 있었다.
그저 서로의숨소리와 심장박동을 들으며 흥분을 삭이고 있었다.
욕조의 물이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