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One for all, All for one (86/100)



〈 86화 〉One for all, All for one
"정말 애처롭구나. 역시 인간은 실패작이라니까."


웃으며 레피나의 머리를 으깨려는 천사.
그때 자신의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것에 고개를 틀었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 송곳]


푸욱-!

"음?"
"지금 누구한테 손을 대려는 거냐?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지만, 한때는 공주였다고."


멀쩡히 살아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일라이.
그는 천사의 몸을 그리메로 꿰뚫으며 차갑게 웃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명검인 그리메라면 가능하다.
게다가 지금이라면 자신의 한계를 넘을  있을 거라 여겼다.


"어머, 너 분명 죽었을 텐데?"
"꺼져."

찌극- 파앗-!


천사를 꿰뚫은 그대로 내팽개치는 일라이.
볼품없이 나가 떨어진 천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일라이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괜찮겠냐? 멍청아!"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듯 외치는 레피나.
일라이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다 자신이 죽어서 생긴 일이었다.
그  번의 기술에 대처도 못하고 죽은 것이다.
일라이는 다시 천사에게 눈을 돌렸다.
이미 유리엣와 테아도 제법 다친 상태임을 깨닫고 혀를 찼다.

"완전 괴물이군. 신은 신이구만."
"인간 주제에……대체 어떻게 살아난 거지?"


눈을 번뜩이며 묻는 천사.
귀를 파는 시늉을 하며 일라이가 대답했다.
그 어느 때보다 귀찮은 얼굴이었다.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잖아?"
"오호라,  안에 꿈틀거리는 힘이 느껴져. 그래, 그런 치트를 가지고 있었군?"
"곧 죽어도 신이라 이건가? 대단하네. 아까도 그런 식으로 내 타이밍을 뺏어서 기술 쓴 거지?"
"신에게 그런  아무 것도 아닌행위니까. 하지만너 따위가 어떻게 그걸……."
"이제 좀 닥쳐."

척- 푸확-!

더는 떠들기 싫다는 듯 천사의 입을 그리메로 찢어발기는 일라이.
하지만 천사는 바로 재생하며 일라이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주먹을 내지르는 뒤로 소닉붐 현상이 일어났다.
파공음과 함께 일라이가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일라이!"


레피나가 놀라 외쳤다.
다른여자들도 가세하려 했지만, 이미 당한 있는지라 쉽게 일어설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일라이를 믿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천사의 공격에 잘 대응하던 일라이가 그리메를 두 손으로 쥐었다.
그 순간 천사가 극초음속으로 쇄도했다.


"죽어."


흡사 웃는 것 같은표정으로 주먹을 내지르는 천사.
일라이가 정신을 집중해 피하자 그녀는 단숨에 그의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최대한 숨을 들이켜고 곧바로 사자후를 내지르려 했다.

"흐으으읍……."
"꺼지라고."


푸욱-!


기다렸다는  천사의 입을 향해 그리메를 내지르는 일라이.
그러자 사자후를 쓰려던 천사는 표정을 찌푸리며 피를 내뱉었다.
그가 이 정도로 민첩했던가?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인지라 황당하기도 했다.

"어, 딜도, 망가?"

텁-!


천사가 물러나며 부러진 이를 뱉으려 할 때, 일라이가 그녀의 왼발을 밟으며 행동을 제한시켰다.
동시에 멱살을 잡으며 그대로 박치기를 했다.
또 다시 물리적인 피해를 받은 천사가 멍한 얼굴로 주춤거렸다.
일라이는 다리를 들어 천사를 가격하며 몸을 한 바퀴 회전시켰다.


"하앗!"

그리메로 횡베기를 하다가,  번 더 휘저으며 천사에게 피해를 주는 일라이.
뒤로 나가 떨어진 천사가 히죽 웃으며 몸을 재생시켰다.
그녀에게 이 정도는 피해도 아니었다.


"움직임이 많이 달라졌는데? 하지만……그래봤자 인간의 영역이지."
"너 역시 인간의 영역이야. 왜? 신이라고 아직도 착각하고 있나?"
"너를 잡아먹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해보셔, 내가 여자를 따먹을지언정, 따먹히진 않으니까."


패기있는 일라이의 대답에 천사가 발랄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한 순간 웃음을 끊으며 힘을 발휘했다.
날개를 움직여 하늘로 날아오른 천사.
그 상태에서 일라이를 내려다보다가 손바닥을 내질렀다.


[거짓된 계시]


시잉- 파팡-!


그녀의 손바닥에서 순식간에 에너지가 생성되어 빔 형태로 나아갔다.
워낙 속도가 빠른지라 일라이는 대처하지 못하고 당해버렸다.
어깨가 꿰뚫렸으나 일라이는 웃었다.
이미 몇 번이나 죽은 몸이다.
고작 이런 고통에 놀랄 이유는 없다.


"하아!"
"분수를 알도록, 인간!"

[거짓된 섬광]


두 손을 펼치며 일라이에게 겨누는 천사.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미친 듯이 빔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5초도 지나지 않아서 수십 발의 빔이 일라이에게 비처럼 쏟아졌다.
압도적인 화력에 일라이는 그리메를 들어 막으려다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피잉- 피잉- 파파파파파팍-!


과거에 미스레아가 보였던 건 애들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엄청난 화력이었다.
먼지가 걷히자 일라이가 피를 뿜어내며 이를 악문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즐기며 천사가 외쳤다.

"아직 시작이라고! 더 고통스러워 해 줄래?"

[거짓된 섬광]


다시 한 번 화력을 퍼부으려는 천사.
일라이는 그리메에 묻은 온갖 핏자국을 보며 쓰게 웃었다.


'그리메가 우니,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더라.'

언젠가 들은  있는 시구를 읊는 일라이.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내리붓는 빔을 올려다봤다.
다시 맞게 된다면 또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모든  바뀔까?

[만물 왜곡 - 척력]


테아가 일라이를 향해 손을 내밀며 힘없이 웃었다.
그녀가 발휘한 척력이 빔들을 얼추 밀어내기 시작했다.
혼자서는 힘에 부친다.
그러므로 유리엣이 가슴을 쓸며 힘을 보탰다.


[Shield of dragon]


용이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배리어가 일라이를 감싸기 시작했다.
테아에 이어 유리엣의 힘.
거기에 더해 우린이 마법봉을 휘저으며 천사에게 외쳤다.


"마법소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남기다니……임금체불과 치맥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겠다!"

또로롱- 또로롱-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며 마법봉에서 짙은 분홍색의 하트가 연이어 뿜어져 나왔다.
그것들이 천사에 직격하며 주변으로 사랑의 향기를 퍼트렸다.
사랑의 향기를 맡은 천사는 단숨에 표정을 구겼다.
사랑이라는  믿지 않는 자신과 상극이었던 것이다.


"역겹구나. 사라져라."

천사는 그저 날개짓만 했다.
그러자 힘을 보태던 여자들이 전부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제대로 일라이를 죽이려 할 무렵,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빛의화살이 날아왔다.

[Ray of light]

피이잉-!

빛의 화살에 이마를 적중당한 천사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눈을 굴리자, 레피나가 숨을 헐떡이며 빛에 감싸인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힐러.
하지만 그 이전에 빛의 힘을 다루는 적성자.
그러므로 천사에게 극상성일지 모를 빛의 힘은 큰 무기가 될 것이다.


'위협적이지만 약해. 아마 조금만  성장한다면 더 위협적인 힘이 되겠지.'


레피나만큼은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녀는 매우 약하고 자그맣다.
그러나 잠재력만발휘된다면 무시무시한 성녀가 될 지도 몰랐다.
천사는 자신의 몸에 에너지를 두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레피나 앞에 섰다.

"아……!"
"먼저 너부터 먹어 주……."


샤학- 팍-!

재정비를 마친 일라이가천사의 목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이어서 돌려차기를 하며 천사의 주검을 걷어찼다.
레피나를 위기에서 구해낸 일라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방심하지 말라고, 씨발 악신새끼야!"


그러나 천사는 죽지 않았다.
목이 잘렸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어렵지 않게 원래 몸과 결합한 천사는 목을 매만졌다.
다른 건 몰라도 일라이의 그리메만큼은 더없이 위협적이었다.
그제야 천사는 깨달았다.
아까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이 무엇인지를.


"특이한 조합이잖나?"
"그래? 이게 바로 진정한 하렘이거든. 꽃벼림 기사단에게 경의라도 표하지 그러냐?"

일라이가 자신있게 받아쳤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천사가 입맛을 다셨다.


"이곳에 있는 모두를 잡아먹어야겠어. 그럼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누구 마음대로, 하앗!"

다그닥다그닥-

그때 측면에서 자하가 세지에  채로 달려왔다.
세지가 무기를 내지르자, 자하가 위로 튀어오르며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전력을 담은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동시에 컴비네이션이 이뤄지자 천사는  채로 꿰뚫리며 몸이 뒤틀리고 말았다.


푸파파팟-!

천사의 붉은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생명을 의미하는 붉은 피가 비린내 하나 없이 주변을 적셨다.
무표정하게 공격을 받아준 천사가 입을 열었다.


"끝을 봐야겠구나."
"그러게, 지금이라면 할  있겠어."

천사의 말을 받으며 일라이가 그리메를 비스듬히 들었다.

'방금 한 공격은 분명 유효타였어. 목을 잘라도 죽지 않는다면, 목을 자르면서 동시에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주지. 나 혼자서는 불가능해. 하지만 다수라면……!'


그리메에 일라이의 기운이 휘감겼다.
동시에 새까맣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거짓된 심판]

시이잉- 파아아앙-!

"끄아아악!"
"흐아아악!"


세지와 자하가 동시에 뒤로 나가 떨어졌다.
새까맣게 물든 채로 뼈가 보일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그 모습에 일라이가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이제 끝낼 때였다.
천사는 다가오던 그리메를 주먹으로 쳐내며 말했다.


"진정한 이질을 보여주지."


일라이의 몸통 박치기에 버티며 천사는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일라이가 쓰러지자 천사는 뒤로 크게 물러나더니 두 손을 펼치며 하늘을 향해 벌렸다.


[거짓된 선고]

회랑의 천장에 먹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먹구름은  밤하늘처럼 변하며 새까만 바탕에 형형색색의 별들이 빛나는 것을 보여줬다.
갑자기 밤하늘이 나타나자 일라이 일행은 놀랐다.
천사는 여기서 모든 힘을 다 쏟기로 했다.

"종말이 다가왔노라."


그녀가 만들어낸 밤하늘에 있던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름답게 빛나는 게 아닌,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위협적으로 빛난 것이다.
그렇게 빛나던 별들이 갑자기 아래로낙하하며 회랑 전체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치잉- 치잉- 치잉-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팡- 푸화아아아앙-!


힘이 담긴 별들이 그대로 낙하했다.
미티어처럼 크진 않았지만, 이미 개별 위력이 그에 맞먹었다.
회랑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사가 부리는 힘은 분명 재앙이었다.
그 재앙에 가까운 힘을 만끽하자 일라이 일행은 투지가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 어떡해……."
"저건 정말 재앙이잖아!"
"이럴 수가……."

레스레모나가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이를악물었다.
끝까지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포기하지마."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일라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귀신같이 별들을 피하며 천사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엄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그는 웃고 있었다.


"똑똑히 봐, 내가 기적을 일으키는 걸. 모두가 너희 덕분이니까!"
"우후히히히히힛, 다 사라져라, 다아! 지긋지긋한 인류여, 종말을 받아들여라!"

광기에  무한에 가까운 별들을 떨어트리는 천사.
그런 천사를노려보며 일라이는 마침내 적정 거리까지 좁혔다.
일라이가 다가오자 천사는 바로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던 일라이가 거짓말처럼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뭐야?"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모두는 왕을 위하여!"


[그리메 - 잔영망상향]

흐릿해지던 일라이가 갑자기 복제라도 된 듯 다중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늘어난 일라이들이 일제히 천사를 공격했다.
그들은 명백히 실존하는 존재였고, 그들이 쥐고 있는 검 역시 그리메라 할 수 있었다.
명검을 든 일라이들에게 순식간에 포위공격당한 천사는 경악한 얼굴로 피를 쏟았다.
그야말로 기적을 넘어서 거짓말 같은 결과가나타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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