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2화 〉다~ 쓸어버리겠어! (82/100)



〈 82화 〉다~ 쓸어버리겠어!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왔다.
일라이는 세지에 오른 채로 외쳤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한다. 포위망을 돌파할 때는 신속하게 간다! 다 쓸어버리는 건 지하공동에서 해도 되니까. 모두 무운을 빈다!"
"와아아아아아아!"


모험가들이  데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지켜보고 있던 자경대원들 역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이 도시 하나를 위해 내린 결단이다.
그렇다면 성공을 기원하는 건 당연했다.


"갈까?"
"잠시만."

일라이는 잠시 때를 기다렸다.
지금쯤 여자들이 움직였을 것이다.
그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먼 곳을 응시하며 일라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1분이 지나려 할 때.


퍼엉- 콰앙-!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일라이가 그리메를 빼들고 외쳤다.


"지금이다, 제군들! 돌격! 포위망을 조지고 악신의 편린에게 간다!"
"다 조져버리겠다, 개새끼들!"
"내 목숨을 파이엇에!"
"오늘 나는 전설이 될 거다!"


모험가들이 각자 각오를  마디씩하며 일라이를 따랐다.
세지가 능숙하게 달리며 가장 선봉에 섰다.
그녀가 무기를 휘두르면, 일라이가 그 빈틈을 보충해주는 식으로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그늘진 곳에서 기다렸다는 듯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일라이는 단숨에 이들을베어버리며 정면으로 나아갔다.

"키헤에에에!"
"인간이다, 인간!"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무기를 빼들며 돌진했다.
불시에 날아오는 화살이나작살을 피하며 일라이는 엷게 웃었다.
역시 예상대로 수가 별로 안 된다.
지금쯤 다른 곳에서 여자들이 휘젓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몬스터들이라도 칠흑의 사도가 지휘하고 있어. 포위망이 깨지면 좆되는 걸 안 거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날카롭게미소지으며 일라이가 더욱 세지를 재촉했다.
그러자 세지가 전속력으로 달려가며 눈에 보이는 것들은 전부 받아버리기 시작했다.


"케헥!"
"꾸이햑!"

세지에게 받혀 반병신이 되거나, 아예 팔이나 다리가 날아가는 몬스터들도 보였다.
 뒤를 흉흉한 기세의 모험가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심지어 모험가들 사이에서 마법사도 존재했기에 화력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시잉시잉- 파파팡-!

매복이 일렬로 나타나며 일라이를 막으려 했다.
뒤에서 마법이 날아와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그리메를 높이 쳐들며 일라이가 외쳤다.


"제군들, 우로!"


단숨에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 일라이.
몬스터들의 손길을 뿌리치며 달리던 모험가들도 유연하게 일라이의 뒤를 따랐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예상대로의 일이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츄츄츄츄츗- 파팟-!

양쪽에서 사선으로 화살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일라이는 검에 기를 담아 그대로 내지르며 화살들을 상쇄했다.
그러자 정면에서 새까만 무언가가 다가왔다.

스스슥- 타앗-!

칠흑의 사도였다.
그는 투구 속에서 안광을 빛내며 일라이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위기의 상황.
세지가 급히 무기를 들어 대검을 막았다.
그 뒤를 이어 일라이가 그리메를 덧대며 힘을 더했다.


카앙- 그그극-!

"무슨 힘이……!"

칠흑의 사도가 지닌 힘에 놀라는 세지.
그러나 일라이는 여유로웠다.

"이런 걸로 쫄지마. 앞으로숱하게 조질 새끼들이니까!"
"켄타우르스와…인간이로군."

한숨을 담아내듯 말을 내뱉는 칠흑의 사도.
그는 안광을 더욱 빛내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몸 속에서 힘이 증폭되어 서서히 두 사람을힘싸움에서 압도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일라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푸푹-!


갑자기 화살과 단검이 날아와 칠흑의 기사의 갑옷에 꽂혔다.
재질 자체가 훌륭한 갑옷임에도 꽂힌 것을 보면, 날아온 것들의 재질도 상급이라는 얘기.
게다가 베니타와 다른 근접전 모험가들까지 합세하자 칠흑의 사도가 밀리기 시작했다.


"하앗!"
"개새끼!"
"이제 더는 당하지 않는다!"

사방에서 칼이며 창이 다가오자 칠흑의 사도는 뒤로 물러났다.
그 틈을 놓칠 일라이가 아니었다.
세지의 몸 위에서 부드럽게 일어선 그가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바퀴 돌며 칠흑의 사도의 머리를 향해 그리메를 휘둘렀다.
회전할  생기는 힘과 본래의 힘이 뒤섞인 갑작스런 일격이었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 달을 베는 바람]


태탱- 쩌저적-!


버티나 싶던 투구가 깔끔하게 갈라졌다.
난적들과 실전을 치러온 일라이는 계속해서 성장해왔다.
심지어 죽으면서도 성장해왔기에 더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반쯤 잘린 투구를 부여잡는 칠흑의 사도.
빈틈이 생기자 모험가들이 단숨에 달려들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므로 방해꾼은쓰러트린다!

푸욱- 파팡- 써걱-!


모험가들이 합심해서 칠흑의 사도 하나를 죽이는 데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자신들끼리는 꿈도  꿀 성과였다.
정말로 칠흑의 사도가 죽었는지 확인하던 모험가가 외쳤다.

"죽었어, 정말 뒈져버렸다고!"
"히이햐아아아!"
"와하하하하!"

즐거움도 잠시.
다시 세지에 오른 일라이가 망토를 펄럭이며 외쳤다.

"진군, 진군! 이대로 다시 우회해서 지하공동으로 향한다!"
"알았쓰!"


거친 대답과 함께 모험가들이 다시 달렸다.
일라이 역시 세지와 함께 달리며 숨을 골랐다.
고작 칠흑의 사도가 하나뿐이라지만 어렵지 않게 쓰러트렸다.
모험가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이미 이것으로 사기는 하늘 끝까지 닿을 수준이었다.


"일라이, 괜찮겠어?"
"뭐가?"


세지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무기를  손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바보같은 소리마. 너 아니었으면 아까 그 새끼 대검 못 막았을 거야."
"역시 여자들 따라갈 걸 그랬나."
"나는  아니면 안 돼. 지금은 네가 가장 필요하니까!"

세지의 어깨를 쓸어주며힘있게 대답하는 일라이.
일부러 일라이에게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세지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
이런 사람 때문에라도 더욱 힘을 낼  있지 않을까?


"곧 지하공동이다! 전투 준비!"
"예에!"

일라이는 숲 하나를 지나며 더욱 속력을 냈다.
마침내 지하공동으로 통하는 입구가 보였다.
흡사 납골당처럼 어두운 색을 지닌 입구였다.
양쪽에 2개의 가고일 석상이 지하공동 자체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표현하고 있었다.
험상궂은 가고일 석상을 바라보고 있자 인기척이 들렸다.


"크어허어어엉!"
"인간을 죽여라!"
"강간하고, 죽이고, 다시 강간해야지!"


몬스터들이 충혈된 눈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오우거까지 대동했다는 점에서 이곳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일라이는 세지에게서 내리며 외쳤다.

"다들 전력으로 싸워! 적들의 죽음에 기뻐하고, 아군의 죽음에 잠시동안 슬퍼해라. 가자!"


일라이가 그리메를 들고 돌격했다.
세지는 반대방향으로 향하며 몬스터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모험가들은 일라이를 돕거나, 세지와함께 전선을 형성하며 전력으로 싸움에 임했다.
그저 비명과 피만이 난무하는 전쟁터.
이곳의 가혹한 모습에도어느 누구 하나 비통해하는 이가 없었다.

"흐읏, 하아!"


순차적으로 기합을 내지르며 일라이가 몸을 돌렸다.
코볼트 하나가 코를 씰룩이더니 일라이에게 단검을휘둘렀다.
그걸 바로 보고 피한 일라이는 그리메를 가볍게 휘둘렀다.
코볼트가 다시 공세에 나서려다가 머리가 잘리고 말았다.

"으게엑……."


아직 쓰러트려야  적이 남았기에 일라이는 앞으로 전진했다.
어인과 구울들이 게걸스럽게 침을 흘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문답무용.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그리메를 휘두르는 일라이.
어인 하나가 몰래 옆으로 빠지며 일라이에게 삼지창을 휘둘렀다.

"새끼,어디서  건 있구만!"


빠르게 다가오는삼지창을 몸을 회전시켜 피하는 일라이.
지면을 두 발로 빠르게 쓸며 어인에게 접근했다.
그때 구울들이 사방에서 일라이를 덮치려 했다.
하나가 시선을 끌고, 나머지가 포위망을 순식간에 좁혀온다.
체계화된 전술이었다.


'인간의 방식이군. 몬스터들은 결코 이렇게 안 싸워.'

쓰게 웃으며 일라이는 전력으로 지면을 박차 올랐다.
그때 어인이 기다렸다는 듯 삼지창을 들이밀었다.
무방비하게 삼지창에 찔릴 순간.
마법이 날아와 삼지창을 동강내고 말았다.
일라이가 고개를 돌리며 착지했다.
마법사 하나가 일라이를 도와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큭, 조심해!"

하지만 뒤에서 나타난 오우거가 단숨에 마법사의 머리를 으깨버리고 말았다.
일라이는 다가오던 구울들을 차례차례 베며 거리를 벌렸다.
어인이 자기 삼지창에 침을 흘리며 멍하니 있다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인의 침에는 마비 성분이 가득하다.
찔리는 순간 곤란해진다.


"지랄!"


삼지창을 여유있게 피하며 그리메를 드는 일라이.
그 상태에서 어인의 목을 바로 꿰뚫어버렸다.
어인이 나자빠지자 다음은 오우거였다.
오우거는 제법 모험가들을 죽이거나,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기껏 오른 사기가 떨어질 수 있었다.

"크워어어어어!"
"시끄러, 새끼야!"

모험가 하나가 오우거에게 작살을 던졌다.
작살이 오우거의 가슴에 박치며 피를 뿌리게 만들었다.
다시 괴성을 지른 오우거가 모험가를 노리려 할 때였다.

타타탓- 화악-!

"널 죽일 건 나다, 개새끼야!"

어느새 허공에 떠오른 일라이가 그리메를 휘둘렀다.
오우거는 반사적으로 목과 얼굴을 지키기위해 두 팔을 들었다.
그러자 오우거의  하나가 허무하게 잘려나갔다.
설마 자기 팔이 잘릴 줄은 몰랐는지 오우거가 놀라기 시작했다.
지면에 착지한 일라이는 바로 오우거의 뒤로 돌아가 종아리를 베었다.


써걱- 푸카칵-!


새빨간 피가 튀며 주변을 적셨다.
오우거가 괴로워 하면서도 남아 있는 왼팔을 휘둘렀다.
대들보가 다가오는 것처럼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라이에겐 한없이 느리게 보였다.
대각선으로 구르며 피한 일라이가 오우거의 아킬레스건을 베어버렸다.
날카롭게 아킬레스건을 자른 느낌이 그리메를 통해 전해졌다.

"끄어허어어엉!"

울부짖으며 쓰러지는 오우거.
그러자 모험가들이 달려들며 오우거의 숨통을 끊기 시작했다.
일라이는 그리메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죽어버린마법사의 시체를 향해 잠시 애도를 보내며 다시 전장에 합류했다.

"모두 쓸어버려! 그리고 지하공동으로 간다!"
"당연하지!"
"가서 악신의 편린을 강간하자!"
"씨벌새끼들, 다 덤벼!"


모험가들이 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앞으로 전진했다.
지하공동 주변을 지키던 몬스터들의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였다.
어설프게 달려들던 고블린 하나를 둘로 갈라버리며 일라이는 앞으로 나아갔다.
더없이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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