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라이벌 각이 서버렸쥬? (50/100)



〈 50화 〉라이벌 각이 서버렸쥬?

[세이브 스킬을 가져옵니다.]
[세이브 스킬을 가져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세이브 스킬은 이하1개가 존재합니다.]
[사용자가 의식불명이므로 강제로 세이브 스킬을 발동합니다.]
[본래의 주인 셀레나의 히든능력 '자기개변'이 발동합니다.]
[사용자를 죽음에서 되돌립니다.]
[자기개변에 의해 사용자의 스펙이 효율적으로 맞춰집니다.]


"허억, 끄흐윽……!"

기겁하며 일어나는 일라이.
그는 뚫렸어야 할 가슴을 쓸며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걱정하는 여자들을 지나치며 벨레르에게 외쳤다.


"야, 이 개새끼야! 아직 안 끝났어!"

일라이의 목소리를 들은 벨레르는 우뚝 멈춰 섰다.
그는 잠시 동안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돌아섰다.
멀쩡히 살아 있는 일라이를 보며 동공이 흔들렸다.
분명 확실하게 죽였을 텐데!


"살아…있다고?"

벨레르는 스스로의 실력을 의심했다.
오랫동안 봉인되어 감각이 쇠퇴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게 아닌 바에야 죽은 줄 알았던 자가 어떻게 살아 나겠는가?
그러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죽일  있다면 또 죽일 수 있으니.

"죽여주지."

벨레르는 다시 대검을 들었다.
묵직한 대검을 들고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여자들에게 물러나라고 손짓하며 일라이는 그리메를 들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나는……."
"하압!"

차가운 얼굴로 노려보다가 대검을 휘두르는 벨레르.
그때 일라이는 상체를 뒤로 젖혀 묘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피했다.
그리고 다시 보고야 말았다.
여러 갈래로 휘며 뱀처럼 다가오는 대검을.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일라이는 웃었다.

"그딴 거에 당해줄 생각 없다고!"

[브류스터드 파검류 - 피바라기]

뒤로 물러나 자세를 잡고 바로 연속 찌르기를 선사하는 일라이.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리  치의 물러섬도 없이 벨레르의 공격을 전부 상쇄시키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그의 선전에 벨레르는 물론이고 여자들 전부 놀라버렸다.
분명 힘에서 그에게 밀렸을 텐데?

'죽었다가 살아난 건가? 아니면 내 마무리가 미숙했나? 그럼에도…전부 상쇄했다.'

벨레르는 일라이에 대해 생각하며 낮게 침음했다.
지금 일라이는 아까와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
이미 눈빛부터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눈빛이었다.
 정도로 위험천만하게 변해버렸다.
이런 상대는자주 봐왔으면서,  이제 와서 떨리는 것일까?
그리메를 든 팔을 살짝 풀며 일라이가 웃었다.

"말했잖아. 당해줄 생각 없다고. 그리고…그 정도 경지는 나도 들어섰거든? 그래, 이렇게 목숨 걸고 싸워 보니 내 수준을 좀 더 끌어올릴 수는 있겠더라. 지금처럼."

여유있게 얘기를 늘어놓으며 다가가는 일라이.
묵묵히 일라이의 얘기를 들어주던 벨레르는 차갑게 웃었다.
그는 살짝 턱을 당기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내가 전력을 다 했다 생각하나?"
"그런  관심없어."
"뭐……?"
"내가 관심있는 건, 지금 내가 너를 얼마나 압도적으로 족칠 수 있냐 하는 거야. 내기 할래?"

일라이는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가장 단위가 낮은 동전 하나를 꺼내더니 벨레르를 향해 튕겼다.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동전을 받아낸 벨레르.
그런 벨레르를 보며 일라이가 히죽 웃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도전할 때 신청자가 동전을 던지거든. 이기면 그거 이상으로 회수하고, 지면 노잣돈으로 쓰이고."
"동토인답군."
"근데 그거 회수할 생각 없어. 왜냐하면…네노잣돈으로 쓸 생각이거든."


그리메를  손으로 쥐며 심기일전하기 시작하는 일라이.
일라이의 장난아닌 기세에 벨레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슬슬 본격적으로 죽여주지, 동토인!"
"와라."

후욱- 타타타탓- 화악-!


순식간에 달려들다가 도약하는 벨레르.
일라이는 벨레르가 대검을 있는 대로 들고 풀스윙하려는 것을 포착했다.
정면승부는 무리.
그렇다면 우회하고 반격을 해야 했다.

"흡!"
"후우!"


쑤후욱- 콰아아앙-!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땅에 박힌대검을 발로 차서 빼내며 벨레르는 바로 일라이를 추격했다.
거리를 벌리려던 일라이는 생각을 바꾸며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 송곳]

순식간에 펼쳐진 찌르기!
그리메가  번 빛나더니 벨레르의 코앞까지 위협하듯 다가왔다.
그걸 끝까지 지켜보다가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벨레르.
그때 일라이가  더 다가서며 벨레르의 발을 밟았다.
동시에 무릎을 굽혀 벨레르의 무릎을 공격하려 했다.


"흠……!"
"칫!"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벨레르 역시 육체능력으로 뒤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둘이 동시에 무릎을 굽히다가 물러났다.
벨레르가 대검을 떨쳐내듯 휘둘렀다.
일라이는 상체를 움직이며 피하고는 재빠르게 앞으로 굴렀다.
그리고 일어나는 그대로 그리메를 위로 향했다.
공격이 들어올 거라 여긴 벨레르가 대검을 비스듬히 세워 막으려 했다.

"잡았다!"

그러나 진짜 공격은 바로 일라이의 손이었다.
그는 벨레르의 발목을 잡으며 앞으로 당겨버렸다.
몸의 균형이 무너진 벨레르가 인상을 쓰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모습을 음미하듯 바라보며 일라이는 다시 뒤로 굴렀다.

"큿!"
"죽어."

아까와는 다르게 분위기를 끌고 오는일라이.
그는 몸을 반쯤 숙인 벨레를 향해 그리메를 휘둘렀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 추수]

벨레르는 황급히 대검을 들어 막으려 했다.
그러나 다가온 공격은 하나가 아니었다.


후우욱- 파캉- 태태탱- 카앙-!


4개의 검을 휘두른 것처럼 제각기 다른 공격들이 대검을 때리고 지나갔다.
그 중 하나는 무려 벨레르의 어깨를 베고 지나가기까지 했다.
대검 뒤에서 놀란 표정을 짓는 벨레르.
설마 일라이가이 정도까지  줄은 몰랐기에 당황한 눈치였다.
바위 같았던 그의 포커페이스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크음……."
"어때? 놀랐지? 그래도 감사인사는 해둬야지. 네 덕분에 내 기술을 좀 더 효율적으로   있겠더라고."
"나를 보며…배웠나?"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따라하며 익혔지. 검술 아카데미에서 내가 알던천재가 하나 있거든? 그 자식 별명이 카피머신인데, 어째 그놈 흉내를 내게 됐네. 하하!"

이것 역시 재능이었다.
그가 지닌 재능이 보통의 것이 아니라 여긴 벨레르는 숨을 고르며 바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우직하게 대검을 내질렀다.
일라이는 가볍게 피하며 벨레르의 측면을 잡으려 했다.

[장치 분리]

그때 벨레르는 순식간에 대검의 결합을 분리했다.
그러자 하나의 거대한 대검이던 것이 한 자루의 단검과 한 자루의 동양식 태도가 되고 말았다.
부피가 작아진 대신 밀도가 늘어난 셈이었다.


"엇?"
"이게 진짜 실력."

[헐트부르크식 이검 - 하얀 번개]

마치 눈앞에서 번개가 치듯 두 가지의 검격이 순식간에 뻗어나갔다.
일라이는 놀란  그리메를 기울이며 간신히 막아냈다.

휘익- 태탱- 까앙-!

"무슨 힘이……!"


태도가 먼저 쇄도하며 거리를 만들고, 단검이 곧장 급소를 노린다.
힘은 물론이고 속도마저 엄청난 벨레르.
간신히 막은 일라이가 다시 뒤로 밀려났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던 벨레르가 바로 다음 공격을 시도했다.
단검과 태도를 양옆으로 벌리며 그대로 질주했다.

[헐트부르크식 이검 - 검은 천둥]

바우웅- 카카캉-!

이번에는 두 가지 무기를 있는 그대로 크게 휘두르는벨레르.
이를 악물며 겨우 막고 피한 일라이가 대각선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벨레르가 빈 곳을 보완하기 위해 움직이자, 일라이는 마주 빠르게 움직이며 속도전을 펼쳤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어지럽게 검격들이 교환되기 시작했다.
누가 유리하고, 누가 불리한가에 대한 담론이 의미없을 정도였다.
이미 둘은 보는 사람이 놀랄 만큼 박빙의 승부를 펴치고 있었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 휘둘러치기]
[헐트부르크식 이검 - 가슴 가르기]

후우웅- 때애앵- 카캉-!

다시  번 거친 쇳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일라이와 벨레르는 서로를 노려보며크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한 번 숨을 쉬는가 싶더니 다시 격돌했다.
일부러 상체를 크게 내밀어 빈틈을 보인 일라이.
벨레르가 빠르게 태도로베려 하자 일라이는 상체를 숙이며 피했다.
그리고 날렵하게 벨레르의 정면으로 가는 척 하다가 측면으로 빠지며 그리메를 휘둘렀다.
그리메를단검으로 흘린 벨레르가 날렵하게 태도를 내질렀다.
뒤로 크게 뛰며 피한 일라이가 다시 숨을 골랐다.

"말도 안 돼. 저게 칼싸움이라고……?"


우린이 놀란 얼굴로 입을 벌렸다.
레피나와 리비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술 아카데미에서 보인  일부러 놀면서 싸운 거였구나."
"왕자님, 역시 대단해……."


그리고 나름 검술에 조예가 있는 레스레모나 역시 놀라고 있었다.

"인간 중에서 저런 실력자가 2명이나? 장로님께도 듣지 못했는데!"

타타탓- 후웅- 태태탱- 휘익- 카앙-!


둘은 불똥이 튈 것처럼 치열하게 싸우더니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물러났다.
 순간 움직인 사람이 있었다.
유리엣이 빠르게 마나를 활성화시키며 벨레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시히이잉- 촤아아아악-!


고드름 형태의 얼음 화살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얼음 화살이 날아가며 크기가 부풀어오르더니, 곧 얼어붙은 파도처럼 변하며 벨레르를 덮쳤다.
갑작스런 유리엣의 난입에 벨레르는 지면을 박차며 뒤로 크게 뛰었다.
그리고 대검을휘두르며 파도가 더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강맹하면서도 유연한 검놀림이었다.


"마법사…그것도 수준이 높군. 거의 드래건과 맞먹으려나?"
"아쉽다, 나도 많이 녹슬었네."


재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유리엣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라이에게 맡겨도 되지만 직접 나서서 위협이 될 적을 처치하려 했던 것이다.
의도를 알아챈 벨레르가  무기를 결합했다.


[장치 결합]

그리고 어깨를 으쓱였다.


"좋은 승부였다, 동토인. 이름이 일라이라고 했나? 기억해두지."
"너, 이 새끼…일로 안 와?"

일라이가 거칠게 외쳤지만 벨레르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그가 명백하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다음에  수 있다면 보자고. 아직  세상은 내가 이해하기에 급속도로 변해가는 것 같으니까."
"뭐? 야, 이 씨발놈아!"
"좋은 승부였다."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벨레르는 바로 던전의 출입구로 향했다.
일라이는 어떻게든 잡으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허사였다.
결국 그를 보내며 그는 유리엣을 쳐다봤다.
그녀가 왜 그런 건지 알 것 같았지만 내심 서운했다.
아넬과 자하가 위로하듯 어깨를 다독이자 일라이가 고개를저었다.


"됐어, 다음에 만나면 죽여버려야지."
"쳇, 일라이. 인정할게. 좀 한다?"


팔짱을 끼며 입을 비죽이는 레피나.
 모습이 귀여웠으나 일라이는 짓궂게 웃으며 그리메를 칼집으로 거뒀다.


"인정해주니 기쁜데? 우리 공주님!"
"내, 내가  우리 공주님이야? 닥쳐!"
"네, 네. 아무튼 우리도 얼른 빠져나가자."
"응!"

여자들의 대답을 들으며 일라이는 말에 올랐다.
비록 한 번 죽다 살아났지만 비로소 자신에 대해   있었다.
이 능력을 발동하는 원동력은 간절함이라는 것을.
간절함이 더해지고 더해지면 마침내 기적을 발한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믿는 기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음을.

'두고보자, 벨레르.'


오늘 못 다한 승부를 다음으로 미룬 셈이다.
일라이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면을 노려보며 말을 달렸다.
말발굽녀가 보고 싶은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