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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44/100)



〈 44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다그닥다그닥- 타타탓-!

"크으, 조심해! 괜찮아?"
"흐읏, 허으, 괜찮아.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위로 갈  있어!"

일라이는 어두운 얼굴로 말발굽녀를 쳐다봤다.
위로 향하는 길이 보였으나, 거기까지 가려면 무려 1km를  달려야 했다.
문제가 있다면 딥다크 갱단이 사방에서 활을 쏘아대고 있다는 것.
다른 문제가 있는지 머스켓은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각에서 날아오는 활이나 쇠뇌 때문에 말발굽녀의 몸에 상처가 늘고 있었다.


"제길, 미안."

진심으로 사과하는 일라이.
그는 지금까지 계약한 여자들을 떠올리며 치명적인 단점을 깨달았다.
바로 원거리에서 오는 공격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레스레모나는 같은 원거리공격으로 맞불을 놓을 수는 있어도, 그녀 혼자서 모든걸 해결할 수는 없다.
레피나는 어디까지나 치유 특기이며, 아넬은 대상이 보여야 저주가 유의미하다.
그렇다고 유리엣을 부를 수는 없는 것이, 그녀와는 계약을 맺지 못한 상태였다.


"후우, 후욱, 뭐가 미안해? 꽉 잡고 있어!"
"크으……."

그렇다고 우린이나 자하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크게 도움이  됐다.
남 부럽지 않게 여자들을 모았다면서, 결국 이런 상황 하나 타개하지 못하는 현실이 싫었다.
떨어지지 않게 말발굽녀의 상의를 붙잡고 있던 일라이는 주변을 둘러봤다.
드디어 위로 올라가는 길에 올랐으나 습격은 더욱 거셌다.


파앗- 파바바밧- 후욱- 타탁-!

"망할!"

사방에서 엇박자로 화살들이 날아왔다.
세뇌의 볼트가 아슬아슬하게 일라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말발굽녀에게 떨어져서 전부 쓸어버리고 싶었다.


'안 돼, 일대다의 싸움을 누구보다 잘 알잖아? 포위되는 순간 끝나!'

제아무리 엄청난 재능의 실력자라도 한계는 있다.
만약 상대가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을 알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장비를 가진 것에 더해 수까지 많다면?
실력자 하나쯤은 우습게 잡을  있었다.
그렇기에 일라이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메를 빼들어서 날아오는 화살들을 최대한 쳐내는 것에 그쳤다.


"이제 곧, 흐윽, 이제 곧……."
"어이, 굽녀, 진짜 괜찮아? 제기랄!"


마침내 위에 도착한 일라이와 말발굽녀.
위에 도착해봤자 같은 지하도시인 건 맞지만, 적어도 딥다크 갱단의 시야에서 탈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일라이는 급히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야아아아, 씨발!  여기 있어! 누구라도 좋아! 좀 와 줘! 여자들,  여기 있다고! 나, 일라이가 여기 있단 말이야아!"


지하도시는 기본적으로 동굴 형태다.
평범한 동굴에 비해 광범위하다 하더라도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최대한 소리를 질러서 아군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다고 계약한 여자들만 부르자니, 그리 되면 계약하지 않은 여자까지 있기에 위험할 수 있었다.

"진짜 개거지 같네!"
"으읏……!"
"컥, 괜찮아?"

털썩-!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말발굽녀가 더 걸어가려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일라이는 급히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어깨와 가슴에는 화살과 볼트가 박혀 있었다.
심지어 화살촉에는 무언가가 붙어 있었다.
마치 끝에 고무덩이를 붙여 놓은  같았다.

"제길, 이게 뭐야?"
"흐큭…그건 '암흑 고무'라는 거야."
"암흑 고무?"
"여기에서만 통용되는 물건…이야. 흐읍, 매달고 쏴서  몸속에 박히면, 피를 일정량 흡수해서 혈액순환을 막는 거지."
"씨발, 악랄한 새끼들……."

단숨에 화살을 내던지는 일라이.
과연 마경이라 불리는 지하도시 다웠다.
기본적인 무장조차 사악하기 그지없었다.
암흑 고무는 무엇보다 제조가쉬워서 무난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몸에 맞으면 치명상은 확정적이었다.
그런 화살이 말발굽녀의 몸 곳곳에 박혀 있었다.

"제기랄, 어떻게든 응급처치를……."
"이봐, 저기 누가 오는데?"
"뭐?"

아무래도 레피나를 소환해야  것 같다고 여길 때였다.
혹시 여자들이 왔나 싶어 고개를 돌리는 일라이.
그러나 말발굽녀가 가리킨 곳에는 전신에 붕대를 감은 남자였다.
기괴해 보이는 외모만큼이나 파인애플 같은 헤어스타일을 지닌남자가 서서히 칼을 뽑아들었다.
남자가 뽑은 칼은 정글에서 흔히 쓰는 '마체테'를 크게 만든 무기였다.

"인간이다, 흐흐, 오랜만에 인육을 먹겠어……!"
"그러는 너도 인간 같아 보이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거, 그게 바로 인간이지. 내 건 먹기 싫더라고."
"미친 새끼네."


하필 이런 상황에서 이상한 적까지 만나버렸다.
일라이는 뒤에서 딥다크 갱단이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다.
결국 선택을 해야 했다.
말발굽녀에게 다소 전력이 누출되더라도 여기서는 소환하는 게 맞았다.


'말발굽녀가 제발 배신하지 않기를……!'

친구가 없다는 지하도시.
그곳에서 일라이는 말발굽녀를 믿기로 했다.
 위험천만한 선택과 함께 일라이는 계약한 여자들을 소환했다.


"후우!"
"읏챠!"
"제길, 일라이! 여기 있었……."
"큰일이야! 드래건이랑 시녀는 오지 못했는데?"


여자들이 저마다 나타나며  마디씩 했다.
일라이가 급히 지시했다.

"나는 앞에 저 새끼랑 붙을게. 너흰  친구 맡아줘."
"어머, 상처가 이렇게……!"

레피나가 사색이 되어 치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라이는 자신있게 앞으로 나아갔다.
식인을 하는 남성이 제법 예를 차리며 인사를 했다.


"반갑다. 나는 지하도시의 미식가, '조트'라고 한다."
"이름 참 좆같은 새끼네. 이제 죽어."
"흐히히, 네 고기…탐나!"

군침까지 흘리며 두 눈을 번뜩이는 조트.
일라이가 정면으로 돌진하며 거칠게 그리메를 뽑았다.
떨쳐내듯 뽑아낸 검이 조트를 향해 날렵하게 날아갔다.

"히히!"


여유있게 웃으며 막아내는 조트.
그는 톱날처럼 벼린 칼날을 세워 막고는 히죽 웃었다.
이 정도는 눈 감고도 막을  있을 것 같았다.
조트는 곧장 그리메를 흘리며 일라이의 목을 향해 검을 비스듬히 세웠다.


"먼저목!"
"병신."


툭- 뻐억-!

"헉……!"

일라이는 발을 최대한 뻗어서 조트의 급소를 가격했다.
숨 막히는 소리와 함께 조트가 움찔거리자 일라이가 대각선으로 굴렀다.
그리고 일어나면서 바로 그리메를 휘둘렀다.


후웅- 태앵-!

그러나 조트도 기본적인 실력이 있는지 바로 막아내며 뒤로 물러났다.
계속해서 압박을 하려는 일라이.
지그재그로 빠르게 움직이던 그가 허공으로 뛰었다.
조트는 바로 반응하려 했다.


"그런 빈틈이  움직…어?"


그러나 허공으로 뛰는 척만 하던 일라이는 바로 몸을 숙여 아래로 슬라이딩을 했다.
조트는 위를 향해 검을 들려다가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일라이가 그리메로 조트의 다리를 긋고 지나갔다.


스윽- 푸확-!


"끄어헉! 씨, 씨발……!"
"이제 죽어."

날렵한 몸놀림으로 그리메를 휘두르는 일라이.


[브류스터드 파검류 - 추수]


찰나에 가깝게 다가오는 그리메를 겨우 막아내는 조트.
그는 흡사 격투기를 하듯 위빙을 하더니 어지럽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궤적을 읽기가 어려웠지만 상관없었다.
최대한 집중하던 일라이가 조트의 검을 살짝 쳐냈다.

까앙-!

거친 쇳소리와 함께 조트의 검이 옆으로 흘렀다.
그와 동시에 일라이가 조트의 한쪽 발을 밟으며 어깨로 부딪쳤다.
몸의 균형이 무너진 조트가 뒤로 물러나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걸렸어!"


두 눈을 빛내며 쇄도하는 일라이.
그를 보며 조트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려 했다.
일라이의 전법은 변화무쌍하기 그지없었다.
적응을 하려 하면 이미 또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있던 것이다.
안광을 흩뿌리며 달려들던 일라이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어, 어떻게……?"


조트가 주변을 둘러보며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일라이가 측면에서 나타났다.


[브류스터드 파검류 - 피바라기]

활짝 열린 조트의 상체를 향해 그리메로 휘젓는 일라이.
오직 조트의 숨통을 끊기 위해 연속해서 찌르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속도였다.
실시간으로 조트의 상체가 갈려나가며 피가 튀기 시작했다.
흡사 해바라기처럼 피가 맺히며 사방으로 튀니 잔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푸파파파파파팟- 파삭-!

마지막으로 조트의 목을 그으며 마무리를 하는 일라이.
힘없이 뒤로 쓰러진 조트의 시체에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 시체를  번 걷어차고는 일라이는 바로 여자들에게 돌아왔다.
말발굽녀를 치유하던 레피나가 물었다.

"또  짓을 한 거야? 이제 켄타우르스한테까지 손을 대?"
"헛소리하지 마! 나 여기로 데려다주다가 다친 거야."
"아무튼 이런 데에 오래 있어서 좋을 건 없겠어. 자리를 옮기자."
"다른 여자들은?"
"저기 오잖아!"

레피나가 신경질적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유리엣이 리비카를 안은 채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그녀 역시 아넬처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머스켓을 꺼내들고 주변을 주시하던 레스레모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좋아, 주변에 기척이 없는  같아."
"흐으으, 일어날 수 있으니 걱정마셔. 모두 고마워."

말발굽녀가 조금씩이지만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일라이는 그녀의 팔을 살짝 치며 웃었다.

"제기랄, 걱정했잖아? 어때?"
"조금낫네. 여전히 아프지만."


그녀의 몸에 박혀 있던 화살들이 땅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레스레모나가 그  하나를 확인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화살촉은 처음 보는데. 피를 과하게 머금고 있군."
"진짜 악독한 도구지. 아무튼 자리를 바꾸자고. 굽녀?"


일라이가 길 안내를 부탁한다는 듯 바라보자 말발굽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더 안전한 곳으로 가서 쉬는  나을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동안 말발굽녀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일라이 일행은 그녀를 따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말발굽녀는 일라이 일행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불가능할 거라 여겨지던 친구들을 사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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