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반가운 얼굴이 나타나따네~ (30/100)



〈 30화 〉반가운 얼굴이 나타나따네~

일라이는 멍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분명 자신이 아는 그 하늘이 맞다.
불어오는 바람 역시 자신이 알던 그 흔한 바람이다.
그런데 왜 자신은 살아 있을까?


"일라이, 일라이! 야 이 새꺄! 아흐흑."

레피나가 달려오며 그를 꽉 안았다.
놀란 얼굴로 레피나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왕자.
그는 자신이 어떻게 된 건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분명 심장이 뚫렸는데…어째서?'

자기도 모르는 재생능력이 있나 싶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치면 무조건 약을 먹거나, 신력에 의지했었다.
재생능력이 있다면 진작 나타났으리라.
그럼 대체 뭘까?
죽었어야 할 자신이 왜 죽음에서 돌아온 것일까?


"놀랍군. 대체 어떻게  거지?"

고블린의 시체를 옆으로 치우며 레스레모나가 물었다.
살면서 이 정도로 놀라운 일은 처음이었다.
아넬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 일라이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정말 살아있는 맞아? 혹시 내 정념의 인형이  건?"
"닥쳐."

반사적으로 욕을 하는 일라이.
그제야안심한 얼굴로 물러나는 아넬.
여자들이 저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일라이가 일어났다.
분명 자신은 죽었어야 했다.

"내가 왜 살아있는 거지?"
"잘은 모르겠지만…무언가가 일어난 거겠지."

유리엣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히 그녀를 돌아보며 일라이가 물었다.


"설마 네가 날 살린 거야?"


무릇 드래건이나 됐다면 가능할 법도 하다.
인간이 마법에 대한 재능을 10이나 가지고 태어날 때, 드래건은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1000이나 가지고 태어나는셈이다.
그러니 유리엣 정도면 기적에 가까운 마법을 행할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백발이 하늘거렸다.

"나한테 그런 재주는 없어. 무엇보다 지금은 전성기에 못 미치는 상태라고?"
"그, 그럼 내가 어떻게 된 건데?"
"그건 너만이 알지 않을까? 아, 인간들은 이걸 기적이라 부르지?"

말을 마치며 흐뭇하게 웃는 유리엣.
하지만 일라이는 웃을 수 없었다.
얼굴을 만져보고, 자기 손도 만져본다.
모든 게 확연하게 실재한다.
 실감은 결코 꿈이나 환상으로 볼  없었다.


"모르겠어…나 분명 심장이 터져서……."
"음? 상처 언제 나은 거야?"

자하가 일라이의 가슴을 가리키며 물었다.
분명 일라이의 가슴은  뚫려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지금은 태연할 정도로 말끔했다.

"레피나, 네가 치료한 건?"
"히힛, 공주님은 계속 울고 있었다고. 치료할 여유가 있겠어?"


우린이 레피나를 뒤에서 안으며 친근하게 말했다.
물론 레피나는 버럭 화를 냈다.


"내, 내가 언제 울어!저런  죽으면 나야 좋지. 칫!"

어설픈 레피나의 독설에 모두가 웃었다.
계속해서 자기 몸을 매만지던 일라이는 흠칫 놀랐다.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 능력에 대해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럼 이건 뭐지?'
'아니,그래도 외부의 힘이 개입해서 내가 이렇게 될 가능성은없다. 유리엣도 모르는 눈치고, 레피나의 실력이 좋다한들 나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럼 따져보자. 내가 내 능력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나? 정말로? 그렇게 착각하는 건 아니고?'
'여자와 성교를 해서 계약이 맺어지면, 나는  여자에 의해 좀  강해진다. 물론 그녀는 나의 하수인이 되지만.'
'만약 나랑 계약을 맺은 여자가 죽으면,  여자가 지니고 있던 가장 강한 능력이나 숨겨진 능력이 내게 승계된다.  의사와는 관련없이.'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일라이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 잡힐 것 같다가 다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머리를 거칠게 긁으며 집중했다.
현재까지 그와 계약을 맺은 여자는 제법 된다.
그 중에서 죽은 사람은?

'리비카? 아니야, 걔는  시종이니 계약한 적도없어. 그저 죽는 순간에 떠올렸을 뿐! 잠깐만…죽은 사람이 하나 있잖아?'


일라이가 걱정되어 아넬이 조심스럽게 다가설 때였다.
경악한 얼굴로 일라이가 외쳤다.

"셀레나!"
"음, 뭐?"

갑자기 일라이가 소리를 치자 아넬은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다른 여자들 역시 낯선 이름에 일라이를 돌아봤다.
셀레나라는 이름은 오직 그만이 알고 있었다.
그때 레피나가 팔짱을 낀 채로 다가왔다.


"그건  뭐하는년이야?"
"나랑 처음으로 계약을 맺은 여자…몸매도 좋고, 교육자라서 인성도 마음에 들었어."
"하, 또 강제로 따먹고 계약이랍시고 지랄했겠지."
"아니야! 그 여자는 지금  세상에 없다고!"


너무나 심각하며 진지한 일라이의 모습에 레피나는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녀가 물러나든 말든 일라이는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나갔다.


"셀레나의 능력이야. 확실해!하지만 말도 안 돼…내가 아는 셀레나는 연금술 한정 천재이지, 죽음에서 돌아오는 능력은 없었는데!"
"혹시 모르는  있는  아닐까?"


유리엣이 진정하라는 듯 일라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일라이가 위태로운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자유리엣이 싱긋 웃었다.
역시 아름다운 미소였다.

"생각해 봐. 네가 가진 능력에 너도 모르는 맹점이 있지 않을지."
"나랑 계약한 여자가 죽으면, 그 여자가 가진 가장 최대의 힘이 내게 계승돼. 전이된다고 해야 하나?"
"네가 가져오는 거야?"
"내 의지랑은 관계없어. 애초에 그런 능력인 걸. 그런데…이건 아무래도 셀레나의 능력 같아."


일라이가 아는 셀레나는 기껏해야 연금술에 재능이 있는 훌륭한학자였다.
게다가 속궁합도 잘 맞아서 제법 자주 만나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였지만 어느 날 아무 징조도 없이 죽어버리고 말았다.
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위험한 실험을 하다가 죽은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러나 일라이는 그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실험을 하다가 죽었다고 하기에, 셀레나였던 것으로 보이는 뼈대만 간신히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알겠다.  셀라나가 그거지? 실험하다 죽은 천재 연금술사."


이제 기억난다는 듯 레피나가 아는 척을 했다.
머리를 쥐며 일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난  결과  믿었어.  세상 어느 실험이 사람의 살만 딱 발라내서 없애?"
"그럴 수 있지. 화학작용이라는 게 있잖아?"
"아니, 화학작용이면 피하를 가리지 않아. 피부고, 뼈고 전부 없애버렸겠지.게다가 셀레나는 공학자이기도 했어. 그런 이상한  발명할 이유는 없다고."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셀레나의 능력으로 인해 다시 살아난 건 좋았지만,그녀의 비밀에 대해서는 아는 없었다.
혼란스러워 하는 일라이를 보며 자하가 힘없이 웃었다.


"비밀이 많은 여자였나 보네. 그래도…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좋다. 정말로."
"응, 응! 정말루!"


우린이 두 눈을 별처럼 빛내며 외쳤다.
레스레모나 역시 기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애써 표현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것이다.


"얼른 돌아가자구. 뭐가 더 나올지 모르니까."
"……그래. 오늘 일에 대한 걸 조사해봐야겠어. 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


결국 일라이 일행은 돌아가기로 했다.
바리언 영지를 향해 가면서도 일라이는 내내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셀레나에게 어떤 능력이 있던 건지, 만약 이게 그녀의 능력이면 왜 그녀는 죽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일라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



힘없이 여관에 도착한 일라이 일행.
서로 고블린들과의 싸움을 치른 터라 피곤하기 매한가지였다.
각자 힘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자기 방에 들어온 일라이.

"어멋, 꺄아아악!"
"음? 뭐, 뭐야!"


혹시 방을 잘못 들어왔나 싶어 일라이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그는 예상치 못한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들어온 곳은 자신의 방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어떤 여자가 있었다.
분명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던시녀, 리비카였다.


"와, 왕자님……?"
"리비카? 진짜 리비카가 맞는 거야?"

믿을 수 없다는 듯 리비카에게 다가오는 일라이.
리비카는 눈물지으며 손으로 자기 입을 막았다.
그녀의 비명에 여자들이 달려와 일라이 방으로 들어왔다.


"뭐야? 또 강간이야?"
"크흠……."
"아니, 리비카?"

급히 들어오던 여자들이 모두 리비카를 발견하고 경악하고 말았다.
그녀는 죽었다.
르갈론의 폭풍 브레스에 그대로 사지가 찢어지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태연한 모습으로  자리에 있었다.


"주, 죽었잖아?"
"저 사람이 그때 그 시녀인가?"
"말도 안 돼…우리 꿈꾸는 거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돌아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을 2번 연속 체험한 일라이 일행은 미칠 지경이었다.


"왕자님, 아흑, 왕자님……!"


벌써 얼굴이 눈에 젖은 채로 안겨드는 리비카.
일라이는 멍하니 그녀를 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녀도 죽었다.
그러나 지금은 멀쩡히 살아있었다.

'그 능력이 분명해. 그럼 그건…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살리는 능력인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하나 확실한 건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위력적인 능력이라는 것이다.
 능력을 가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일라이는 리비카를 세게 끌어안았다.

'어째서지? 일라이는 능력에 의해서 부활했다지만, 이 시녀는 왜?'


유리엣은 의문을 가졌다.
 의문은 비단 그녀만 이러는 건 아니었다.
서로 끌어안은 일라이와 리비카를 보며 다른 여자들 역시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리비카가 살아 돌아왔는가?
죽은  알았던 그녀가 돌아온 건 기쁜 일이다.
생전 모습 그대로 돌아와서 모습만 닮은 가짜가아닌가 싶었다.

"정말 기적이 따로 없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자 레피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리비카는 급히 얼굴을 붉혔다.
감히 공주가 보고 있는데 왕자에게 안긴 셈이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어. 아예 섹스까지 하지 그래?"
"네, 넷? 아뇨…저……!"


부끄러워 하며 고개를 젓는 리비카.
일라이는 그녀가 다시 살아난 게 운이 좋은 거라 여겼다.


'내 능력이 그녀에게 영향이  것일까? 하지만 어떻게? 살아날 거라면 그때 바로 살아났어야 하지 않나? 아니면…….'

좀 더 다각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려던 일라이는 무언가를 바라봤다.
자신이 리비카에게 선물한 목걸이였다.
일라이의 시선을 눈치챈리비카가 밝게 웃었다.

"이거 인연의 목걸이라고 했죠?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저랑 왕자님이랑 이어졌나 봐요. 정말 고마워요, 왕자님."
"뭐? 이어졌다고……?"

리비카의 말을 일부러 야하게 알아듣는 우린.
그녀는 얼굴이 상기되더니 뜨거운 콧김을 뿜기 시작했다.
 모습에 아넬이 한숨을 쉬며 그녀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무리수는 두지 마."
"하지만 남자랑 여자랑 이어지면…으익!"

더는 말하지 말라는  레피나가 우린의 발을 짓밟았다.
우린은 간신히 신음을 삼키는 선에서 버틸  있었다.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
그것도 2명이나.
이 일에 대해서 좀 더 고찰해봐야할 것 같았다.
일라이는 그저 이대로 리비카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녀가  더 안심하도록, 이제 스스로가 살아났다는 실감이 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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