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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그녀의 과감한 제안! (10/100)



〈 10화 〉그녀의 과감한 제안!

레스레모나의 안내를 통해 엘프 장로 앞에 도착한 일라이 일행.
자고 있는 엘프들이 많은지, 그냥 엘프 생존자들이 적은 건지 주변에 늘어선 엘프들은 20명도 채  되었다.
게다가 이곳까지 오면서 시체의 일부분이나 시체를 옮긴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엘브루트에 있는 좀비들보다 수가 적다니. 끔찍하군.'

속으로 한숨을 쉬며 일라이는 엘프 장로를 바라봤다.
그는 외눈 안경을  채로 몸의 모든 털이 하얗게 샌 노인이었다.

"하아…이 얼마만에 보는 인간인가. 그동안 인간이라고는 네이쳐 가드들을 통해서 돌려보내기만 했는데. 새삼 반갑군."
"반갑습니다, 엘프 장로님."
"그냥 편하게 대장로라고 부르게. 나는 그대를 친구라 불러도 되겠나?"
"편할대로."

언제 만났다고 친구라 부르는지 모르지만 일라이는 허락했다.
그때 레스레모나처럼 네이쳐 가드로 보이는 남성 엘프가 아넬을 가리켰다.

"저건 몽마입니다! 무슨 짓을 하려고 여기에 왔나!"


갑자기 시선을 받게 된 아넬은 흠칫 놀라며 일라이 뒤에 숨었다.
예상치 못한 일인지라 아넬은 뭐라 대꾸도 못하고 숨어버린 것이다.
괜히 일라이만 곤욕을 치르자 레피나가 앞으로 나섰다.


"아, 아. 그냥 우리 친구라고. 깔 거면 차라리 나를 까시지 그래?"
"아니, 이건 하프엘프? 이런……!"


마치 전에 없는 괴물을 본다는 듯 남성 엘프가 이를 갈았다.
미와 수렵의 종족인 엘프에게 있어 혼혈은 있어서는  될 존재였다.
섀도우 엘프인 레스레모나가 버젓이 앞에 있음에도 남성 엘프는 하프엘프인 레피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역정을 냈다.


"정순하지 못한 핏줄 주제에 어딜 함부로 나서는가? 그 정도예법도 못 배웠나?"
"나 이래도 전직 공주였어. 막말은 그쯤 하지?"
"하, 여기가 네 나라인  아는가?"
"하아…내가 저놈처럼 검만 좀 썼어도 저 주둥이를 닫게 만드는 건데."

경우 없으면서도 시원하게 말을 내지르는 레피나.
그러자 남성 엘프는 두 눈을 크게 뜨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대장로가 도중에 나섰다.

"자, 거기까지. 혈통가지고 차별한  우리 세대에서 내려온 적폐다. 젊은 세대는 끊은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하아."
"죄송합니다."


뒤로 한 발 물러나는 남성 엘프.
그 모습에 어째서인지 레스레모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 같았다.
일라이는 아넬을 돌아보다가 대장로에게 말했다.
제법 진지한 표정이었다.

"저 네이쳐 가드에게 말했던 대로, 저랑 레피나는 왕국의 왕족이었습니다. 리비카는 시녀였고, 얘는…그냥 되다 만 몽마라 생각하세요."
"잠깐, 되다 만 몽마라니? 여기서  진면목을 보여줘야겠구나! 그래야 만족할 거지?"

갑자기 길길이 날뛰며 진짜로 마법을 쓰려는 아넬.
그러자 리비카가 이마를 짚으며 겨우 제지했다.
정말 여기서 진면목을 보이려고 했다가는 분쟁에 이를 수 있다.
이곳은 엄연히 인간이 아닌 엘프들의 공간.
따라서 함부로마법을 사용하면 그건 곧 숲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넬은 몽마이지 않은가?

"허허, 당돌한 몽마는 처음 보는 것 같구만. 그래, 왕자여. 이곳을 지나가려는 중이었나?"
"네. 딱히 길도 없어서요."
"며칠 묵고 가도 상관 않겠네. 알다시피 우리 숲도 지금 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말이네."


예상대로 영광의 숲 역시 멸망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어쩌면   뜨고 숲이 사라지는 꼴을 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라이가 말을 아끼려하자 대장로가 가볍게 웃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조금 혈기가 지나치긴 하네. 하지만 인간을 자주 만나본 적이 없으니 이해해주게."
"아뇨,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를 이길 실력자도 없어 보이는걸요."

이건 패기를 넘어서 오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소리였다.
대장로는 재미있다는 듯  눈을 빛냈다.
대장로의 금안에서 마나가 아른거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마도 통찰 마법 같았다.

[Vision]


마법을 통해서 대장로는 일라이에대해서 알아보려 했다.
그 방식은 다를지언정, 개념은 일라이의 능력과 비슷했다.

[이름 - 일라이 브류스터드]
[근력: B 체력:A- 반사신경:B+ 지능:B 정신력:A 욕정:S]
[왕족의 프라이드(S), 냉철한 늑대(A), 통솔(A+), 수집과 지배(S)…….]

일라이 같은 경우는 워낙 능력이 다양해서 차마 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스테이터스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엄청난 수준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여러 인간을 만나본 대장로.
그런 그에게 일라이는 확실히 오만한 발언을 할 만큼의 실력은 있었다.
일류 네이처 가드에 비교하면 반사신경은 좀 떨어지지만 근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체력을 통한 잠재력도 엄청난지라 아마 일류 네이처 가드라도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웠다.

'엄청난 인간이로군……!'

순수하게 감탄하는 대장로.
그에 반해 일라이는 지금까지 보인 대장로의 모습을 토대로 그를 판단했다.

'온화하다. 일족 하나를 짊어질 인물은 된다.'
'지금 처한 문제를 스스로인정하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가 필요한 존재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엘프들이 많이 죽었다면…….'
'우선 이곳에서 쉬면서 정보를 얻자.  자는 인간에게 호의적이니 도움을 구하면 되겠지. 그나저나 이야기속의 엘프장로면 쭉빵미녀에 엄청 동안이던데. 현실은 역시 다르군.'


마지막은 다소 아쉬운 입맛(?)을 다시며 끝내는 일라이.
그때 일라이의 발언으로 대기하고 있던 네이처 가드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오직 레스레모나만 조용히 있었다.

"장로님, 저건 우리에 대한 모욕입니다!"
"주제를 모르는구나, 인간!"
"지금 도발하는 건가? 받아주지. 여긴 너희가 딛고 다니던 말라빠진 땅바닥이 아니라고!"

엘프 주제에 한 성격하는 이들이 많은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한 명 불러내서 실력으로 찍어누르고 싶었다.
그러나 일라이의 목적은 정보를 얻는 것이지, 이상한 남성 엘프들을 복속시키는  아니었다.
차라리 나설 거라면 여성 엘프가 나서기를 바랐다.
대장로가 가만히 손을 들자 좌중이 조용해졌다.

"마음껏 쉬어 가게. 생각보다 안전한 곳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 볼 것이네."
"저희 역시 자기 몸 지킬 실력은 있습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좋네, 좋아. 총명한 아이여, 저들을 숙소로 안내해주겠나?"

레스레모나를 다른 호칭으로 부르는 대장로.
그녀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레스레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라이일행을 안내했다.

"이쪽으로."
"저기, 잠시만."


일라이가 손을 들며 제지하자 레스레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생각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특이한 남자다.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긴  같아.'

내심 일라이를 다른 엘프들과는 특별하게 보는 레스레모나.
일라이는 어깨를 으쓱이다가 레스레모나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저를 대신해서 이들을 안내하고 좀 지켜주겠어? 대장로님이랑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오호, 나랑?"


마침 적적하던 참에  된 건지 대장로가 관심을 보였다.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일라이.
대장로는 허락하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레스레모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녀가 일라이의 일행들을데려가자 나머지 엘프들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오직 일라이를 경계하는 네이처 가드 3명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래, 나랑 무슨 얘기를?"
"대장로님이라면 아마 인간조차 비교할  없는 지혜와 지식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이번 멸망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자 합니다."
"나한테? 허허허."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닌 진심이 담긴 칭찬.
그렇기에 대장로는 더욱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물론 일라이를 경계하는 네이처 가드들의 얼굴은 시시각각 색이 변할 뿐이었다.
우선 대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일라이에게 손짓했다.

"그럼 내 서재로 따라오게. 재미있는 얘기를 즐길 수 있겠군."
"잠시만요,장로님. 이 인간이 무슨 짓이라도 하면……."


네이처 가드들이 당연히 나섰다.
그러자 대장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없으니 안심하게. 얼른 가서  일들 봐."
"네, 알겠습니다."

멸망해가는 와중에도 제법 체계가 잡힌 모습이었다.
엘프들의 위계질서에 대해 감탄하며 일라이는 대장로와 함께 그의 서재로 들어갔다.
거대한 고목의 내부를 파내서 도서관 같은 느낌의 서재로 만든 곳이었다.
안에 들어오니 춥다기 보다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여름에는 훌륭한 피서지가 될 것이다.


"이번 멸망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네.  탓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
"세계가 이렇게 되기 전, 저는 어떤 예언을 봤습니다. 정확히는 그걸 발굴한 학자들이 제게 결재를 받으려고 보낸 사본이었죠."
"호오? 인간들은 여전히 역사를 연구하고 조명받게 하려나 보구만. 좋은 것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 잔 건네는 대장로.
일라이는 차를  모금 마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당히 잘 우려낸 귤차였다.
차의 향과풍미를 제대로 느끼며 일라이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멸망 전에 본 멸망관련 예언과 온갖 전설과 신화들.
그것들을 허구로 보다가 막상 일이 닥치니 진심으로 믿게 됐다는 말까지.
일라이의 진심어린 얘기에 대장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좋아. 나도 그런 예언을 모르는 건 아닐세. 나름 연구하던 것도 있었고. 하지만 정말 올 줄은 몰랐어. 신께서 무심하시지!"
"그렇습니까?"
"이것만 봐도 그래."

두꺼운 고서를 하나 꺼내온 대장로가 느릿하게 책장을 넘겼다.
색이 바랜 붉은빛의 표지가 특징인 고서였다.
엘프문자로 적혀 있어서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내용을 대장로가 대략적으로 읽고 있었다.

"여기에 보면 최후의 일식이 일어날 때 세계가 무너진다고 되어 있네. 인간이면서 인간을 초월할 수 있는 자만이 멸망을 막을 있다고 서술되어 있지."
"그런 인간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예언이라는  그래서 어려운 것이네.  믿어야 하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어. 분명한 건, 우리가 맞이한  멸망은 실존한다는 거네."
"그렇죠. 그리고 적어도 그 멸망을 막으려 노력하고싶고요."
"자네가?"
"네,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당하면서도 패기넘치는 일라이.
대장로는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비록 엘프였지만 당당한 인간을 많이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은 항상 나라를 세우거나, 하나못해 확실하게 골목대장은 하는 인간이 되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앞에 앉아있는 청년 역시 그럴 것이다.

"대담하군. 그래서 멸망예언에 대한 정보를 모으겠다는 거로군?"
"그렇죠."
"이 서재에는 여러 고서들이 많아. 내가 일일이 읽어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정도야."
"과연 엘프들의 서재 답습니다. 여러 가지의 책들이 있는 것 같군요."

일라이는 순순히 인정했다.
살아온 것만 해도 엘프가 인간보다 더 길다.
대륙의 온갖 풍파를 다 경험하기도 했고, 다른 대륙과 하나가 되었던 시절 역시 기억하는 종족이다.
그런 엘프를 지식과 지혜로 억누른다는 건 무모한 짓이 아닐까?

"앞으로 여기에 자주 오게. 나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을 거야."
"책을 보러 말입니까?"
"그래. 책을 볼 수 있게 내가 도움을 주지."

대장로는 하늘을 향해 검지를 치켜들었다.
아넬 같은 몽마가 했다면 필시 유치찬란한 춤이나 마법이 나올 거라 여겨지는 그런 포즈였다.
그러나 대장로는 달랐다.


[Xenoglossy]

마법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이곳에 있는 고서들을 일라이가 볼 때마다 인간의 언어로 바뀌게 하는 마법이었다.
대개 이런 마법을 광역으로 사용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그런데 대장로는 지친 기색도 없이 바로 말했다.


"번안 마법을 걸었네. 당분간은 여기서 무슨 고서를 보더라도 쉽게 읽힐 테지."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하지 말게. 내 나이 이제 2500이야. 자네 일행을 안내한 아이보다 10배나 많은 셈이지."

2500년이나 살아온 대장로.
일라이는 진심으로 놀라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이 자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이나 다름없었다.
일라이가 놀라자 대장로는 흐뭇하게 웃었다.
마치 손자를 놀래키는 할아버지와도 같았다.

'그나저나 레스레모나…그 엘프 여자의 나이가 250살이라고? 그럼 사람 나이로 대충 28살쯤 되겠네?'


본의 아니게 레스레모나의 나이까지 알게 된 일라이.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렇게오랫동안 살아도 자네처럼 톡톡 튀는 인간을 보는 건 드물어. 종종 자네같은 인간들을 보면서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는 하지.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고, 같이 놀고, 즐기기도 하고. 정말 좋은  아닌가?"
"그렇죠. 대장로님께서 뭘 좀 아시네요."
"허하하핫! 그러니 도움을 줄 수밖에. 요즘 세대는 잘못된 편견에서 벗어난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야. 이제 곧……모든 종족이 힘을 합쳐야 할 텐데."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 대장로.
대장로가 한 말을 곱씹으며 일라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번안마법이 걸려 있다면 이제 필요할 때마다 이곳에 와서 정보를 얻으면 된다.
일라이가 가려고 하자 대장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나만 묻지. 이번 멸망이 무엇에 의한 것이라 생각하나?"
"잘 모르겠습니다.그걸 알고 싶은 게 궁극적 목표인데. 파괴신에 의해서일까요?"
"내가 보기에는 조금 달라. 아마 이건 신……은 아니라도 신만큼 초월적인 존재의 소행일 것 같아."
"초월적인 존재?"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애써 지우며 뺨을 긁는 일라이.


"그, 그럴지도요."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무언가 더 얘기하려던 대장로는 결국 하품을 하고 말았다.
그는 허리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살짝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자야겠구만."
"편히 주무시죠. 앞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래,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쉬다 가게."

일라이의 어깨를 몇 번 쳐주며 대장로는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일라이는 서재를  더 둘러보다가 바로 나왔다.
레스레모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기다려주는 여성이 글래머 체형의 엘프 여자라니.
이것부터가 이미 흥분되는 구성요소였다.


"가지, 숙소의 위치를 모르잖아?"
"호의에 감사를."

살짝 상체를 숙이는 일라이.
레스레모나는 특이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다가 표정을 숨기며 숙소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하지만 내심 서로를 신경 쓰는 듯한 느낌은 기류로 변하며 흐르고 있었다.


"아까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

숙소에 가까워지자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레스레모나였다.
태연한 얼굴로 일라이가 물었다.


"레스, 무슨 말을?"
"그래, 편하게 부르라고. 아무튼…이 숲에 있는 어느 누구도 너를 이기지 못할 거라 했는데. 자신 있나?"
"의심할 바 없지."


자신만만한 일라이의 모습.
레스레모나는  눈을빛내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좋은 의도라기 보다 날카로운 살기가 숨은 미소였다.


"그럼 나랑 내기할까? 나랑 맞붙는 거야. 그쪽이 정말 말한대로의 남자라서 나를 이기면, 그때부터 나를 마음대로 해도 좋아. 하지만 내가 이기면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해."

순혈 엘프가 아니라는 건 인간처럼 호승심이 있거나, 아니면 사령술사들처럼 음침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
레스레모나는 호승심 옅은 눈으로 일라이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거절을 한다면 바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호오, 마음대로?"
"그래. 어때?비록 내가 섀도우 엘프지만……현재 네이처 가드중에서 나를 건드릴  있는 녀석은 없거든."


호언장담하는 레스레모나를 보며 일라이는 빠르게 생각했다.


'분명 승진에 적합하지 않은 태생이다. 그런데 네이처 가드고, 그중에서 최고라 자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엘프들처럼 무언가를 통한 게 아닌, 순수한 실력으로 올라간 것이다. 따라서 이 여자는 실력자일  분명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먼저 제안을 걸어오기도 했으니 받는  당연하다. 이런 여자를 원했으니까!'

몸매 좋고 색기가 흐르는 그녀.
거기에 훌륭한 실전 감각과 실력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영원히 카드에 넣고 가지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일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정 대충 정하라고. 서로 목숨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대로 해보자고."
"준비가 되면 알려주지. 그럼 푹 쉬라고."


짧게 윙크를 하며 왔던 길을 돌아가는 레스레모나.
떠나는 와중에그녀의 살짝 흔들리며 유혹하는 듯한 엉덩이가 보였다.
저 구릿빛 엉덩이 사이에 육봉을 비빌수만 있어도 바로 사정을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일라이는 숙소로 들어갔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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