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아는 주인공들-454화 (454/456)

# 후일담 4

“너.”

유현은 끼어든 상대를 알아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최도윤.”

자신에게는 악연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최도윤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아니, 딱히 그가 나타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혼성계에서 일어나는 최대 규모의 결혼식에서 연합의 군주가 방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너도 여기에 왔구나.”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유현은 예전만큼 최도윤을 싫어하지 않게 됐다.

아직도 응어리가 맺힌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지금까지 담아 주며 계속 짜증을 부리는 것은 추한 일이었으니까.

실제로 마지막 전쟁이 벌어지기 전 화해를 하기도 했고.

이제는 조금 데면데면한 사이일 뿐, 딱히 이를 드러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유현이 눈살을 찌푸린 데에는 최도윤의 존재 보다는 그와 동행한 사람 때문이었다.

“오빠 안녕!”

“어. 유라도 왔구나.”

최도윤의 곁에는 강유라도 함께였다.

그래.

두 사람이, 같이 온 것이다.

그것도 어쩐지 사이가 가까운 듯 바짝 붙은 채로.

“……둘이 왜 같이 있어?”

의심이 잔뜩 깔린 목소리.

그 말에 최도윤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강유라는 시선을 살짝 피하며 뺨을 긁적였다.

“뭐야 그 반응은. 뭔데. 왜 그러는 건데.”

불현 듯 느껴지는 강렬한 불안감.

유현이 무언가 느끼고 추궁하듯 묻자 강유라가 한 발짝 나서며 말했다.

“으음. 그러니까 말하자면.”

“됐다. 내가 말하겠다.”

“어, 응? 오빠가?”

‘오빠?’

저 참을 수 없는 명칭은 그렇다 치고, 뭔가 각오하고 말을 하려는 최도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유라랑 나, 사귄다.”

“……?”

유현은 순간 최도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귄다고? 최도윤이? 누구랑? 강유라?

유현의 의식이 저 머나먼 우주 바깥까지 뻗어져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헤, 헤헤. 숨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어.”

유라가 수줍게 웃으며 최도윤의 곁에 섰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끼는 커플 간의 팔짱.

미남미녀 한 쌍.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잘 어울린다. 심지어 두 사람 다 초월자의 경지를 넘어선 강자이기도 했다.

끼리끼리 논다고, 확실히 둘은 매우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이미 엄마랑 아빠한테는 말 했어. 두 분 다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고.”

“우리 어머니도 그러시더군.”

유현은 그 말에 발끈했다.

“나는 인정 못해!”

로고스를 쓰러뜨리고 이 세계의 조율자가 된 유현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유라랑 네가? 우리가 아무리 화해를 했다 하지만, 이건 별개야! 안 돼! 절대로 안 돼!”

“아니, 오빠가 왜!”

“아무튼,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대 안 돼!”

아무리 최도윤을 용서하고 서로 화해를 했다 해도 이건 전혀 별개의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유라가? 이건 그냥 유현의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셈이다.

유현의 격렬한 반발에 강유라도 발끈했다.

“아니, 오빠가 왜! 내가 좋다는데!”

“당연히 안 되지!”

“애초에 오빠랑 나는 전혀 별개의 존재잖아!”

“그, 건…….”

강유라는 이번 우주의 유현이다.

강유현이라는 인간이 여자로 태어났을 때,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뤘을 때의 가능성.

태어난 환경은 같지만, 자라난 환경은 전혀 다르다.

어떻게 보면 둘은 쌍둥이 친남매에 가깝지만, 또 그만큼 다르기도 했다.

“안 돼! 아무튼 안 돼!”

“와, 세상에. 유현 씨가 무작정 떼쓰는 거 저 처음 봐요.”

옆에서 강혜림이 놀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유현의 심정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가 전생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든 싸움이 끝나고 그녀들은 전부 알게 됐으니까.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유현이 의견에 동조해 주고 싶지는 않았다.

“최도윤, 역시 그때 널 죽였어야…….”

이제는 최도윤의 사살건에 대해 언급이 나올 때였다.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너에게 전할 말이 있다.”

“뭐?”

“내가 아닌, 정확히 전생의 나와 관련된 일이다.”

“…….”

최도윤이 흔들리지 않는 시선으로 유현을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는 거짓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유현은 모르지 않았다.

“……그런가.”

사실 유현도 인지하고 있던 일이기도 했다. 정확히는 그가 로고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난 뒤였다.

로고스가 저지른 모든 일들을 다시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뒤틀린 우주의 흐름을 조율하면서 유현은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중에서는 전생. 즉 전대 우주의 최도윤에 관한 일도 있었다.

그가 세상을 저주하며 죽었던 시절. 그런 자신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 남자를.

“역시, 찾아왔구나.”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쪽에서 찾아오거나 혹은 자신이 찾아가던가.

그래도 한참 뒤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방향은 저쪽이다.”

최도윤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예식장 외곽의 숲을 가리켰다.

“잠시 갔다 오겠습니다.”

유현의 진지한 표정을 봤기 때문일까. 누구도 유현을 말리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행들에게서 떨어져 나온 유현은 최도윤이 가르쳐 준 방향으로 걸었다.

얼마나 걸어야 할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만 들어갔을 뿐인데도 공터가 있었고, 그곳에 한 남자가 이쪽에 등을 보인 채로 서 있었으니까.

검은 제복에 붉은 망토. 그리고 머리에 뒤집어쓴 헬름 투구까지.

유현이 기척을 대놓고 드러내자 그가 뒤를 돌아봤다.

“오, 왔어요?”

“로믈락시스.”

천체주식회사 소속의 텔러이자 자신과 몇 번 만난 적이 있던 존재.

유현은 그의 이름을 부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최도윤.”

“……하하. 역시 못 숨기겠네.”

로믈락시스. 아니, 유현과 같은 우주에서 넘어온 최도윤은 머리에 쓴 투구를 천천히 벗었다.

이윽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조금 전까지 보고 왔던 익숙한 그 모습.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이를 먹은 것 같은 외모의 그를 본 유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이 변했네.”

겨우 꺼낸 말이 이것뿐이었다.

눈앞의 최도윤은 그가 기억하던 그 남자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가 기억하던 얼굴보다 한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으니까. 머리도 길게 장발로 길렀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전혀 최도윤답지 않았다.

날카롭고 웃는 것조차 몰랐던 남자의 얼굴은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최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많이 변했지.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네가 죽고 난 뒤, 나는 세상의 종말을 목격했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죽고 나서 얼마 가지 않아 로고스가 새 우주의 창조를 시작했을 테니까.

“나는 로고스와 싸웠지만, 실패했어. 최대한 맞서 싸운다고 발버둥 쳤지만, 확실히 한계를 느껴 버렸지.”

그러는 사이에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홀로 남은 최도윤은 선택을 해야 했다.

사라지는 세상과 함께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존재를 바꿔 가면서까지 살아남아 훗날을 도모할 것인가.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는 후자의 길을 택했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 걸릴 일인지, 그는 모르지 않았다.

하나의 우주가 끝나고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 그 시간을, 그는 인간의 정신력으로 견뎌야 했던 것이다.

이미 최도윤은 지구로 넘어오기 전, 베니싱으로 인해 다른 세계에서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하지만.

그때의 일은, 단언컨대 그가 로믈락시스로 살아오던 시절에 감히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감히 셀 수 없는 긴 시간을 살면서 버티던 최도윤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였는지.

우물 안에서 스스로가 많은 것을 안다고 자부해 왔는지.

“그렇게 우주의 새로운 탄생을 숨어서 지켜보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절로 바뀌게 되더라.”

때로는 포기할 건 포기하고 놓아 줄 건 놓아 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 긴 세월을 도저히 인간의 정신력으로 견딜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되었지만, 최도윤은 그래도 스스로가 종말 이후에서 생존하던 그때의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왜 그렇게까지 버틴 거지?”

“세상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처음 최도윤이 다른 세상에서도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친 것은, 지구에 남은 가족을 위해서였다.

어머니.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 일념 하에 그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견뎌 왔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왔을 때, 자신을 기다리던 가족이 죽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는 망가지고 말았다.

하지만 멸망의 끝에서 그는 죽음을 택할 수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다. 일단 살아남은 뒤 훗날을 도모해야 했다.

“살다 보면, 그래도 언젠가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답을 찾기 위해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했지.”

“그때의 네가 그런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맞는 말이야. 실제로도 그때의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좀 그랬지.”

유현은 최도윤이 허탈하게 웃는 저 모습이 적응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우주의 종말과 탄생을 지켜보고, 다른 존재로서 오래 살아왔다는 걸 생각하니 또 납득이 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사람의 성격이 그 세월 속에서 바뀌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 사실 그때 내가 결정적으로 변하게 된 계기는, 강유현 네가 죽고 난 뒤였어.”

“…….”

최도윤이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강유현의 죽음 이후였다.

혼자서 추하게 살아남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때의 유현은, 결국 타인을 위해 제 목숨을 불태웠다.

최도윤은 유현이 쓸데없는 감정 때문에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리석다고 여기기도 했다.

처음에는 분명 그랬다.

하지만 그 이후 최도윤은 죽은 유현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죽음이 자꾸 아른아른 눈앞에 밟혔다.

그가 왜 바뀌었는지, 어째서 사는 것을 포기했는지.

그리고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그는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그때부터였을 거야. 딱 한 가지 생각이 들더라.”

“뭐지?”

“이 세상이 다시 반복되는 걸 깨달았을 때. 이 잘못된 것들을 모두 바로 잡고난 뒤. 너에게 사과하기로.”

“나한테?”

“그래. 비록 만나게 되는 것이 내가 알던 진짜 네가 아니라고 해도, 꼭 그렇게 전해야만 했어.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았거든.”

“…….”

“하지만 모든 것이 똑같이 흘러가지는 않더라고. 내가 찾아갔을 때 강유현은 없었고, 강유라만 있었지. 세상은,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변했던 거야.”

“……그래.”

“그러다가 나중에 네가 텔러로 나타났을 때,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어.”

그야 그럴 것이, 전생에 죽었던 그가 시간을 뛰어넘어 다음 우주에서 텔러로 태어난 것이다.

그것이 대체 어떠한 이유로 된 것인지 그는 깨닫지 못했다.

다만, 그것이 하나의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맞았어. 너는 결국 로고스를 쓰러뜨리고 이 반복되는 세계의 굴레를 끊었지.”

유현은 옳았다.

결국, 틀린 것은 그였던 것이다.

“강유현.”

“…….”

“미안했다. 전부.”

그때의 자신이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다느니, 하나뿐인 가족이 죽어서 그랬다느니.

그런 구차한 변명은 입에 담지 않았다.

모두가 힘든 시절이었다. 사람이 죽는 것이 길가에 버려진 돌멩이를 걷어차는 것처럼 쉬워진, 그런 끔직한 세상이었다.

그 안에서 타인을 찍어 누르고 무자비하게 죽여 온 건 결국 그였다.

환경이, 사건이 그렇게 몰아갔다는 건 진실에서 눈을 돌리고 도망치는 짓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거야.”

“…….”

“이제 네 마음대로 해. 그때의 복수를 위해 나를 죽여도 돼. 어차피 내 역할은 이걸로 끝이니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속은 후련하다.”

제 역할을 끝냈다는 듯 상쾌하게 미소 짓는 최도윤을 보며 유현은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이내 등을 돌렸다.

“그냥 가는 거냐?”

“그래.”

“나는 어쩌고?”

“어쩌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네 마음대로 살아.”

전혀 의외의 말에 최도윤이 눈을 크게 떴다.

“네 꼴을 보니 이미 대가는 충분히 치른 거 같으니까. 지금도, 앞으로도.”

이미 지금 세상에는 최도윤이 존재한다.

그가 다시 살아간다 하더라도 다시는 최도윤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할 거다.

그는 이제 로믈락시스가 되었다.

그렇게 살아야 했다.

“내가 싫어하는 건 그때 그 시절의 최도윤이지. 로믈락시스가 아니야.”

“…….”

이윽고 유현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홀로 남게 된 최도윤은 그런 유현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응시했다.

“최도윤이 아니라 로믈락시스인가.”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솔직하지 못하기는.”

그래도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래 전부터 계속 이어져온 사명을 드디어 달성했다는 해방감.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것을 정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의지겠지.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세계.

그것이 지금의, 강유현이 만들어 낸 세상이니까.

“보고 있다면 나오지 그래.”

최도윤의 말에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도윤은 그를 바로 알아봤다.

“진청운, 이라고 했던가.”

“그래.”

“너도 용케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아니, 오히려 상태가 더 좋아졌군.”

“은혜를 입었거든.”

누구에게 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는?”

“서로 피차 비슷한 사이니 거두절미 하고 말하지. 우리와 함께 일하지 않겠어?”

“우리?”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변했지만, 아직 안정이 필요해. 강유현이 최대한 열심히 해 보고는 있지만, 그 혼자서 모든 걸 다 처리할 수는 없지.”

“그래서?”

“때로는,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러운 일을 처리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거 재미있는 이야기로군.”

“내가 이렇게 멀쩡해진 것도, 어쩌면 이렇게 하라고 고쳐 준 걸지도 모르지. 그러니 나는 내 의무를 다 할 생각이야.”

“세상의 어둠속에서 세상을 지키려는 건가?”

“적어도,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저질러 온 짓의 속죄가 될 수만 있다면.”

진청운의 말에 최도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생각 좀 해야겠군.”

“선약이 있었나?”

“선약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 직장 선배한테 생존 신고는 해야 하거든.”

“나도 강요하지는 않겠어. 다만,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

“뭐, 그러지.”

진청운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최도윤과의 만남을 끝내고 다시 예식장으로 돌아온 유현은 자신을 기다리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아, 맞다.’

아직 대답해야 할 것이 남아 있었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어…… 다음에 대답하는 건, 안 되겠죠?”

“안 돼요!”

“더 이상 미루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

“죽거나 말하거나! 둘 중 하나!”

“그냥 여기서 속 시원하게 대답하세요!”

“아, 아니 저…… 조금 전까지 되게 심각했는데요?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한데요?”

그건 네 사정이고!

야속하기까지 한 말에 유현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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