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아는 주인공들-442화 (442/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442화

“아하하핫! 죽어라! 죽어!”

태초의 마왕 마라 파피야스.

불길한 어둠으로 꿈틀거리는 그가 양팔을 펼치는 순간 무수한 악마들이 서수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늘도 땅도 전부 검은 진흙 같은 괴물들로 가득 찼다.

서수민은 자신을 향해 좁혀 오는 그 광경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수작을 부리기는.”

숨을 들이쉬며 오른발을 수직으로 들어 올리고, 내뱉으며 지면을 내리찍는다.

쿠웅───!!!

거대한 진각이 주위로 파동을 뿌렸다. 서수민을 중심으로 모래가 동심원을 그리며 바깥으로 밀려났고, 거대한 공진이 생겼다.

공진이 크기를 불려 나가며 악마의 군세와 충돌했다.

키에에엑! 크랴악!

공진과 충돌한 악마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가루가 됐다.

서수민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하체를 낮추며 자세를 잡은 그녀의 손이 정면으로 뻗었다.

의념을 담으며 내질러진 정권이 공간이 꿰뚫었다. 폭풍이 몰아쳤다. 주먹의 방향에 서 있던 하수인들은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쓸려 나갔다.

끝을 모른 채 밀려오는 악마 대군을 향해 서수민은 다시 주먹을 회수하고 연속으로 정권을 내질렀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빨랐던 탓에, 그녀의 두 손이 순간적으로 사라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칠마흑천신공의 오의를 펼친 것도 아닌, 그저 순수한 무에 의한 정권.

의념이 담긴 주먹은 그대로 악마들의 진형에 거대한 통로를 뚫었다.

“하하하! 역시 대단해! 대단하다고! 천마!”

“언제까지 그쪽에 서서 쓸모없는 소모전만 할 거지? 딴 소리 하지 말고 직접 덤벼. 아니면…….”

내가 간다.

서수민의 신형이 수직으로 솟구쳤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마라의 하수인들은 그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지 못했다.

인간을 초월한 움직임.

급화를 터득하고 세계의 흐름을 자신의 것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초월적인 존재들만이 보일 수 있는 신기(神技)에 가까운 능력.

공간을 뛰어넘은 서수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마라 파피야스의 코앞.

“그때는 널 놓쳐 버렸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주먹을 내지른다. 부하들만 시키고 본인은 싸우지 않는 이 겁쟁이에게는, 무기를 꺼낼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성령이라 하더라도, 지금의 서수민은 그런 1세대 성령조차 머리를 터뜨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이걸로 이 지긋지긋한 악연에 종지부를…….

터업.

마라 파피야스의 손이 서수민의 주먹을 붙잡았다.

서수민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무슨…….”

죽이기 위해 날린 공격을 이렇게 쉽게 막았다고?

“내가 너한테 도망을 갔다고 생각해?”

뻗은 팔 너머로 보이는 마라 파피야스가 씨익 웃었다.

마라 파피야스의 전신을 뒤덮고 있는 어둠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며 안쪽에 있는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너를 피했던 것은, 단지 그때가 싸우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야. 싸움은 자고로 최고의 전장에서 벌여야 제맛 아니겠어?”

“너, 그 모습은…….”

마라 파피야스의 진짜 모습.

그것은 서수민의 기억 속에서도 분명 존재하던 것이었다.

무림세계에서 지구로 환생을 했을 때,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을 노리고 만들어진 사상세계.

악몽이 구현된 그 세계에서의 천마는 어둠을 짙게 두른 채 모두를 죽이는 괴물이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과거가 그랬다.

지금 마라 파피야스가 그 모습을 똑 닮아 있었다.

“왜? 신기해?”

“……그렇군.”

서수민의 표정이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지난 세월 동안 단련된 그녀의 강건한 정신은 눈앞의 현실을 손쉽게 받아들이게 해 줬다.

“너는…… 실패한 세계의 나였구나.”

마라 파피야스.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혼성계 내에서도 말이 분분했던 그녀 역시 찬탈자였던 것이다.

“너 역시 찬탈자가 된 건가.”

“아니. 나는 이제 마라 파피야스야.”

자신과 똑같은 얼굴로,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은 그녀의 눈동자에 떠돌아다니는 감정은 오로지 광기뿐.

부하들에게 배신당하고 결국에는 자신의 손으로 모두를 죽여, 끝끝내 성령의 자리에 올라 폭군이 되어 버린 과거의, 아주 오래전 우주의 서수민.

강유현을 만나지 못해, 구원받지 못한 그녀의 말로.

타화자재천왕.

제육천마왕.

최초의 마왕.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마라 파피야스의 근원은, 결국은 실패한 세계의 천마였다.

“너는…… 지금까지 대체 얼마나 되는 세계를 반복한 거지?”

“몰라. 이제는 잊어버렸어.”

마라 파피야스는 다른 우주의 서수민이지만, 과연 지금의 그녀를 서수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몇 번이고 반복되는 우주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아온 지금의 그녀는 서수민으로서의 자아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마라 파피야스다.

그리고, 이 마라 파피야스라는 역할은 언제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 로고스조차도 타락해 버린 그녀를 보고, 이 녀석만큼은 절대로 대체할 존재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녀를 계속해서 몇 번이고 돌려서 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아.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누구를 증오해야 하는지.”

마라 파피야스의 섬뜩한 시선이 서수민에게 날아온다.

둘은 거울을 마주 보는 것처럼 닮았지만, 또 동전의 양면처럼 정반대였다.

서수민의 머리카락은 눈처럼 새하얗고, 마라 파피야스의 머리카락은 칠흑보다 어둡다.

서로 주먹을 맞대고 있는 둘은, 분명 같은 뿌리에서 시작됐지만, 어느덧 다른 길을 가게 된 가능성이었다.

누군가는 꽃을 피웠지만, 누군가는 꽃을 피우지 못한.

“나는 네가 싫어.”

마라 파피야스가 살기 어린 시선으로 서수민을 노려봤다.

“왜 나만 이런 꼴을 겪어야 해? 왜 나만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건데? 너는, 너는 왜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거냐고.”

“너…….”

“그래서 나는 죽였어. 모든 세계의 내가 죽게 놔뒀어. 방법은 너무 쉬웠지. 그냥 내가 관심만 가져 주면 돼. 그러면? 극락정토의 저 아둔한 놈들이 알아서 죽이려고 하지. 키히힉. 바보 같은 녀석들. 그게 내가 바라던 것인지도 모르고!”

“대체 얼마나 이런 짓을 반복해 온 거냐? 대체 얼마나 같은 ‘나’를 죽여 온 거지?”

“그것도 기억 안 나. 내가 지금 몇 번이나 되는 우주를 반복했는지도.”

마라 파피야스는 돌연 듯 광소를 터뜨렸다.

“뭐 어때! 어차피 다음 우주가 시작되면, 나는 다시 기억이 삭제되고 똑같은 짓을 반복하겠지.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가장 원하던 일이고!”

“너는…… 정말 끔찍한 괴물이 됐구나.”

서수민의 싸늘한 목소리가 마라 파피야스에게 비수처럼 꽂힌다.

마라 파피야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괴물? 지금 나한테 괴물이라고 한 거야? 나는 너야!”

“나는 서수민이다. 하지만 너는 마라 파피야스지. 우리 둘은 다르다.”

“천만에! 너도, 소중한 사람들을 네 손으로 죽였잖아!”

“그래서 나는 속죄를 하려고 한다. 그 사람들이 바라던 삶은, 이렇게 괴물이 되어 누군가를 타락시키고 죽이는 게 아니었을 테니까.”

“잘도 말하네? 죽인 녀석이, 그 사람들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적어도.”

서수민의 오른팔 끝에서 기가 폭발하며 마라 파피야스를 뒤로 강하게 밀어냈다.

“너보다는 훨씬 더 낫겠군.”

“키히히히힉!”

튕겨져 날아가면서도 마라 파피야스는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서수민은 날아가는 마라 파피야스를 쫓아 거리를 좁혔다.

그녀의 양팔에 검은 강기가 둘러졌다. 칠마흑천신공이 펼쳐졌다.

제 삼마 마룡회천. 그것도 양팔에 하나씩. 두 마리의 용이 마라 파피야스를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마라 파피야스는 그 광경을 보며 웃더니, 서수민과 같은 행동에 들어갔다.

그녀의 양손에도 검은 용이 생기더니, 서수민이 쏘아 낸 마룡회천과 충돌했다.

“그 기술을 만든 게 누구라고 생각해? 그리고 누가 훨씬 더 이걸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너와 살아온 시간 자체가 달라!”

역(逆) 마룡회천.

콰가가가각!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마룡이 서수민의 기술을 집어삼켰다.

서수민은 황급히 허공에서 몸을 틀어 가까스로 공격을 회피했다.

흐름이 바뀌었다. 마라 파피야스는 이제 자신이 공격을 할 차례라는 듯 전신에서 마음껏 칠흑을 뿜어냈다.

“칠마흑천신공은 분명 신공절학에 가까운 무공!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저 구닥다리에 지나지 않아!”

마라 파피야스는 일곱 개의 마로 모든 것을 없애는 자신의 기술을 개조했다.

무공이란 결국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섬세해지고, 상대방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 발전하는 법이다.

몇 번이고 반복한 우주의 속에서, 비록 이전 우주 기억의 대부분을 상실했고 떠올리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지만, 마라 파피야스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절기를 만들어 냈다.

항마멸신(降魔滅神).

악마를 죽이고 신마저 멸하며

혼천공(混天功).

세상에 자신과 같은 혼돈만이 남기겠다는 마라 파피야스의 독문무공.

“어디 한번 받아 봐!”

참마혼세검(斬魔混世劍).

땅을 뚫고 거대한 검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폭이 1km가 넘고 그 길이만 수십km가 넘는 거대한 검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았다.

마라 파피야스의 악마 하수인들과 하늘을 가득 채운 엘로힘이 혼세검에 휩쓸려 소멸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혼세검을 본 서수민은 이를 악물고 반격에 나섰다.

* * *

‘미치겠군.’

유영민은 옆구리의 상처를 한 손으로 틀어막으며 숨을 헐떡였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이 피와 섞여 턱 끝에 맺혔다.

아후라 마즈다와 싸움이 시작되고 시간이 대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체감상 10시간은 지난 것 같았지만, 실제 시간은 그보다 훨씬 더 짧을 터.

유영민은 아직도 자기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악을 한 덕인가.’

하지만, 반대로 아후라 마즈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여전히 하늘에 고고하게 뜬 채로 이쪽을 무감정한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젠장. 이쪽은 죽을 맛인데 저쪽은 여유가 가득하구만.’

죽어 간 부하들의 복수를 위해 호기롭게 싸우겠다고 다짐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강렬한 의지만으로는 역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유영민은 새삼스레 깨닫고 말았다.

아후라 마즈다는 대성군 아베스타의 1세대 성령. 그것도 무려 주신급 위치를 지니고 있는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다.

용병왕이라 불린다 하더라도, 아직 인간에 지나지 않은 저격수인 자신이 정면에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망을 쳐야할까?’

이대로 싸운다고 해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맥스웰의 악마가 있었다면 모를까, 그마저도 유현에게 모두 넘겨 버린 지금 유영민에게 적을 확실히 쓰러뜨릴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도망친다고 해서 아후라 마즈다의 손길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바보 같네. 나.’

부하들의 원수를 갚아 주겠다고 했으면서 이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맥스웰의 도움이 없다면 저 건방진 녀석에게 제대로 된 유효타를 날리지 못한다는 것도 우스웠다.

지난 5년 동안 그는 강해졌다. 분명히 그의 성장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도 확실히 대단한 것이었다.

그래도 부족했던 것이다.

“포기할 거냐?”

아후라 마즈다가 유영민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잘했다. 인간 따위가 감히 신에게 맞먹으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문제였던 일. 지금이라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회개하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고통 없이 보내 주도록 하마.”

“하하. 그거참 눈물 나게 고마운 말이로군.”

“진심이다.”

안다. 아후라 마즈다가 절대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그래서 화가 났다. 자신이 최강인 것마냥 거들먹거리는 저 성령의 건방진 표정도,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의 처지가.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게 현실인데.

“그래도 해야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해야지. 무서워도, 힘들어도, 불가능해 보여도. 그게 사람 된 도리로서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그러지 않으면, 죽은 내 부하들이 저승에서 날 욕하고 있겠지.”

“고통을 자처하는가.”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난 직접 끝까지 부딪쳐 보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성격이거든?”

만약 5년 전의 그였다면, 정확히 유현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유영민은 이런 상황 자체를 반기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가장 안전한 자리를 선점하고, 상대방이 닿지 않는 곳에서 확실하게 적을 쓰러뜨리는 방법만 사용했을 테니까.

적과 직접 부딪치는 것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비웃으며, 쿨찐 짓이나 계속해서 반복했겠지.

“뭐, 나라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유영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리춤에 걸린 권총에 시선을 줬다.

성령과의 싸움에서 고작 권총 한 정으로 뭘 할 수 있겠냐마는, 이런 권총도 그가 사용하면 전차가 쏘아 내는 대포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1세대 성령을 상대하는 것은 부족하다.

녀석들은 단신으로 핵융합을 일으켜도 이상할 게 없는 존재들. 그런 녀석들에게 대포 정도의 위력은 모기가 무는 것보다도 덜 간지럽겠지.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가 준 탄환이 있다면…….’

권총 안에 담겨 있는 한 발의 총알은 메피스토가 자신에게 넘겨주었던 것.

1세대 성령이 준 것인 만큼 분명히 위력 하나만큼은 기대에 미치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영민은 곧바로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 아후라 마즈다를 겨누었다.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 신속의 스피드 슛이 벌어지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아후라 마즈다가 빛의 화살을 쏘았다.

“느리구나.”

유영민은 이를 악물고 옆으로 몸을 날리며 회피에 들어갔다.

저것은 빛의 화살이지만, 진짜 빛의 속도보다는 느리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욕 나오게 빨라서, 방아쇠를 먼저 당겨도 당하는 건 이쪽이 된다.

쿠웅!

조금 전까지 유영민이 있던 자리에 빛의 화살이 깊숙이 박히더니 지면을 통째로 뒤흔드는 폭발을 일으켰다.

거기에 휩쓸린 유영민이 바닥을 뒹구는 사이, 아후라 마즈다는 자비를 보이지 않고 곧바로 다음 화살을 쏘았다.

‘위험……!’

목숨의 위기감을 느끼는 순간, 유영민은 시간이 정지했다는 착각을 느꼈다.

‘이건…… 죽기 전에 느낀다는 주마등 같은 건가?’

“뭔 헛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피하기나 하세요.”

한심하다는 목소리에 유영민의 몸이 절로 반응했다.

유영민은 곧바로 안전한 곳으로 몸을 던졌고, 동시에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흘러갔다.

“흠?”

아후라 마즈다는 이번엔 확실히 유영민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을 의아해했다.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메피스토펠레스.”

“그러는 그쪽은 아후라 마즈다 맞지?”

대성군 판데모니엄의 일곱 군주 중 하나.

칠대죄에서 교만을 담당하며, 시간을 멈추는 기계 장치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그가 이 싸움에 끼어들어 유영민을 지켜줬다.

“다, 당신이 왜 저를…….”

“총알 하나 주기는 했는데, 그거로는 힘들어 보여서요.”

메피스토펠레스는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아후라 마즈다를 향해 겨누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케어를 해 주려고요.”

“허…….”

“일어설 수는 있죠?”

“……이런 상황에서 엄살을 부릴 수는 없겠죠.”

“좋은 태도입니다. 제가 보조를 할 테니, 당신은 목표를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유영민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보다도 먼저, 자신의 싸움을 방해받은 것에 분노한 아후라 마즈다가 빛의 날개를 펼치는 것이 더 빨랐다.

그 등 뒤에 펼쳐진 무수한 날개는, 깃털 하나하나가 조금 전에 쏘았던 빛의 화살이었다.

유영민은 그 광경에 절망을 넘어 그냥 어이가 없어졌다.

“준비는 됐죠?”

“……어, 안 됐으면요?”

“…….”

“알았어요, 알았어! 할게요! 해!”

필요한 것은 단 한 발.

그것을 확실하게 맞춰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