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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435화 (435/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435화

세상을 구하기 위한, 그리고 멸망시키기 위한 전쟁 속.

그 혼돈의 중심에서, 두 개의 목적이 서로 충돌하며 뒤엉켰다.

연합군의 목적은 적들을 뚫고 강유현을 재단의 안쪽으로 보내는 것.

반대로 로고스의 목적은 강유현이 이곳까지 못 오게 막는 것.

콰과광──!!!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인간과 인간이 하는 전쟁을 넘어, 초월적인 힘을 지닌 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충돌하는 신화의 재현.

평범한 행성이었다면 이미 반으로 갈라져 두 쪽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힘들이, 좁은 지역에 모여서 충돌과 폭발을 반복했다.

무수한 생명이 거기에 휩쓸려 나갔다. 죽음은 성령들에게도 공평하게 내려왔다.

“로고스의 편에 붙어먹은 개자식들!”

“신의 뜻을 거부하는 어리석은 녀석들!”

비명과 고함, 죽음이 난무하는 치열한 각축장.

다수의 초월자와 성령들이 모인 자리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전략 병기급 힘을 발휘하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바로, 1세대 성령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1세대 성령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가 있었다.

대성군 리그베다의 삼주신, 트라무르티에서 우주의 파괴를 담당하는 최강의 신 시바.

그가 자신의 무기 번개의 삼지창 트리슈라를 들고 전장을 휩쓸었다.

“파괴의 신 시바다!”

“모두 대피해!”

1세대 성령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동등한 힘을 지닌 것은 아니다.

특히 시바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신이 아닌 마하데바(위대한 신)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녔으며, 리그베다에 소속된 다른 1세대 성령들 모두와 홀로 맞서 싸워서 승리한 전적이 있었다.

대성군 리그베다의 최강자이자, 대자연의 자연스러운 파괴와 소멸을 상징하는 존재.

“누가 감히 우리에게 맞서는가!”

시바의 노호성과 함께 그의 이마에 달린 3번째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전장 위를 휩쓸었다.

빛이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초고열의 불꽃이 벽을 만들 듯 솟구쳤다. 화염에 휩쓸린 자들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흩날리는 불꽃의 중심에, 파괴신 시바는 고고하게 떠 있었다.

“어리석은 녀석들.”

어찌 저런 나약한 힘으로 저항을 꿈꾼단 말인가.

세상을 지배하는 모든 궁극적인 이치란 결국 힘이다. 힘이 없는 자들은 지배받아야 하고, 그것에 불만을 품어도 저항해서는 안 된다.

힘이 곳 정의니까.

결국, 그런 것이다. 더 강한 힘에 의한 굴복은 당연하다. 시바는 로고스의 힘을 인정했기에 그를 따르기로 했다.

그런 시바의 눈에 로고스에게 대항하는 연합군이란, 약자들이 살기 위해 뭉쳐서 정의에 반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힘이 비록 대단한 것일지라도, 순수한 힘의 정통성에 어울리지 않았다.

“진정한 철인이란, 단신으로 그만한 힘을 누려야 하거늘.”

그것이 진정한 신이다. 그런 자에게 어찌 감히 고개를 짓쳐 들고 반항하는가.

그저 몸을 조아린 채, 자신에게 곧 다가올 천벌을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을.

힘이 없는 자들에겐 그게 가장 어울리는 최후지 않은가.

“그러니 이 자리에서, 그 대행자로서 내가 네놈들에게 죽음을 안겨 주마.”

그 순간, 멀리서 한 줄기 황금빛 섬광이 시바의 앞을 막아섰다.

“저런, 그래서는 안 되지. 약한 녀석들 괴롭히지 말고 급이 맞는 녀석끼리 노는 게 어때?”

“네놈은, 제천대성.”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는 투전승불이야.”

“과연. 그대가 내 앞을 막아서겠다는 건가. 좋다. 어디 한번 해 보거라.”

시바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에는 삼지창인 트리슈라(Trishula)를, 다른 한 손에는 파슈파타(Pasupata)를 쥐었다.

번개의 삼지창인 트리슈라는 창조신 브라흐마의 가호를 받던 철, 은, 금으로 된 도시를 일격에 불태운 그의 무기였으며.

파슈파타는 시바가 가지고 있는 아스트라 중에서 최강의 아스트라라 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것을 본 손오공은 애써 강한 척하며 웃으며 거리를 벌렸다.

‘이거 큰일이군.’

저런 사기적인 무구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여의봉의 존재가 필수였다. 하지만 그는 유현에게 필요할 거라며 여의봉을 넘겨주었다.

아직 무수한 도술과 그 자체만으로 전략 병기가 되는 육신이 남아 있다곤 하지만.

‘상대가 저래서야, 결정타를 넣을 수는 없겠어.’

시바는 대성군 리그베다의 자타공인 최강자다.

올림포스에 최종병기 헤라클레스가 있고 아스가르드에는 토르가 있듯, 리그베다에는 시바가 있었다. 시바 또한 급화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였기에, 손오공의 입장에서는 전력을 다해도 쉽게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것도 사실.

눈 부신 빛이 날아왔다. 손오공은 근두운을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회피에 나섰다.

“도망만 치려는 것이냐?”

한 발이라도 스치면 죽는 건 이쪽이 된다. 팔괘로 안쪽에서도 몸이 녹아내릴 위험에 처했다고는 하는데, 시바가 내뿜는 빛은 그 팔괘로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초고열로 압축된 저 열은 스치기만 해도 황금쇄자갑이 녹아내릴 정도.

그러니 어떻게든 공격에 맞지 않고 파고들어서 틈을 만들어야 했다.

“힘들어 보이시는데.”

그때 손오공의 곁으로 한 성령이 다가오며 시바가 날린 아스트라의 공격을 막아 냈다.

‘이 열기를 막았다고?’

손오공은 자신의 옆에 선 남자를 바라봤다. 화려한 금발을 지닌, 짐승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입은 남자였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은 한 자루의 검. 하지만 더욱이 놀라운 것은 저런 단순한 무기로 시바가 날린 공격을 튕겨 내거나 흘린 것도 아니라, 막아 냈다는 것.

피부에 닿는 서늘한 감촉에 손오공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

“냉기를 흘리는 건가. 못 보던 성령인데. 누구지?”

“가르디안의 수호자인 레안이라고 합니다. 성령이 된 것은 5년 전이라, 아직 애송이에 불과하지만요.”

“대단한데? 5년짜리치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야.”

특히, 냉기 이상으로 방금 전 선보였던 극한의 기교를 담은 검술.

저건 분명, 성령이 되기 전부터 꾸준히 단련을 해 온 존재만이 보일 수 있는 기술이었다.

성령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실력.

그렇다는 것은 이 녀석이 어나더 등급의 성령이라는 소리였다.

이쪽과 함께 싸울 전우로서 손색은 없다.

“다만, 지니고 있는 이야기의 크기가 모자라기는 하는군. 혹시 급화는 사용할 줄 알아?”

“예. 그건 아직…….”

“그런 상태에서 저 녀석의 공격을 막아 냈다는 건, 상성의 힘인가.”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초고열의 아슈트라와, 이야기마저 얼려 버리는 초저온의 열쇠검.

시바에게 있어서 레안이 지닌 힘이란 자신에게 가장 맞지 않는 극악의 상성이었다.

본래라면 영구동토 코퀴토스의 지배자인 사탄만이 그를 막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운 천적이 등장한 셈이다.

“뭐가 됐든 나쁘지는 않아.”

“그런가요?”

“그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네 도움을 좀 받아야겠어. 이기지 못해도 좋아. 저 녀석을 상대로 시간만 끌어도 우리에게 유리해진다. 하겠어?”

손오공은 혼성계 내에서도 최강의 자리를 논할 때마다 항상 이름이 나오는 존재다.

레안도 손오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 손오공이 지금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기꺼이.”

이 싸움은 생존을 위한 싸움이기도 했지만, 유현에게 받았던 은혜를 갚기 위한 것이기도 했으니까.

* * *

“드래곤 부대! 길을 열어라!”

대성군 드래고니카 소속의 거대한 용들이 전면으로 나섰다.

거대한 덩치, 그에 걸맞은 엄청난 힘. 용의 심장에서 끝없이 품어져 나오는 무한의 힘은 이윽고 그들의 숨결로 승화했다.

벌어진 용들의 입을 본, 로고스의 적병들이 기겁했다.

“요, 용종이다! 드래고니카의 용들이야!”

“다들 피해! 휩쓸린다!”

지휘관들이 그렇게 외쳤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이윽고 용들의 입을 비집고 뿜어져 나오는 드래곤 브레스에 지워져 사라졌다.

순식간에 전열의 일부가 뭉텅이로 깎여 나갔다. 거기에 휩쓸린 천군들은 재가 되어 소멸해 버렸다.

“허허. 이거 참 뜨겁군그래.”

그 순간 화염이 좌우로 쩌억 갈라지더니, 안쪽에서 강렬한 빛의 화살이 날아왔다.

브레스를 뿜던 일부 용들이 화들짝 놀라는 순간 빛의 화살은 용들의 미간을 그대로 꿰뚫었다.

어떤 외부의 공격도 막아 내거나 튕겨 내는 용의 비늘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뚫렸고. 용의 시체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맙소사! 용종의 비늘이 고작 화살에 뚫렸다고?!”

“대체 누가……!”

연합군 내에서도 기함에 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아직도 허공에 잔류해 있는 드래곤 브레스로 향했다.

이윽고 드래곤 브레스가 사라지더니 백의를 차려입은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찬란한 태양과 같은 왕관을 쓴 채로.

“태양신 라……!”

“헤르모폴리스의 주신이 나타났다!”

이집트 신화의 주역, 헤르모폴리스의 주신 태양신 라.

얼핏 인자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다른 신들의 반역에서부터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 온 백전노장의 괴물이었다.

당장 그가 쏘아 낸 태양의 화살은,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태양의 열에너지를 머금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용의 비늘이라 할지라도 라의 화살 앞에서는 무력하다.

[모두 물러나라!]

거대한 고함과 함께 다른 용종보다 훨씬 더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드래곤이 나타났다.

라도 그를 알아보더니 눈을 빛냈다.

“호오. 이 늙은이를 상대하기 위해 붉은 비늘 일족의 용왕이 나선 거요?”

[나뿐만이 아니지.]

붉은 비늘을 필두로 청, 녹, 황, 자, 흑, 백까지.

대성군 드래고니카를 받치는 일곱 기둥, 칠룡왕이 등장했다.

1세대 성령이 버금가는 신대의 용들. 그중에서 백색의 일족 샤루리엘은 밑바닥부터 왕의 자리까지 올라간 위대한 성공 신화의 주역이었다.

아무리 태양신 라일지라도 일곱 용왕을 상대로는 힘에 부치게 된다.

물론, 그 또한 이쪽이 혼자일 경우에나 통용되는 말이다.

“싸우거라. 나의 아이들아.”

라의 뒤로 헤르모폴리스 성령들이 속속히 등장했다.

사후세계의 지배자 오시리스.

영생과 부활의 늑대신 아누비스.

사막의 황폐자 세트.

창공의 여신 이시스.

사막을 굽어보는 자 호루스.

범람하는 강의 네프티스까지.

“이 정도는 돼야 서로 수준이 맞지.”

[칫! 드래고니카의 용들이여! 우리가 길을 열겠다! 나머지는 잡졸들을 뚫어라!]

헤르모폴리스의 1세대 성령들과 대성군 드래고니카의 일곱 용왕이 서로 충돌했다.

그들의 격돌만으로 주위에 거대한 충격파가 퍼졌다.

운이 없거나 가까이 있어서 휘말린 일부 성려들과 병사들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다들 피해! 휩쓸리면 적이고 아군이고 구분하지 않고 죽는다!”

“저게, 1세대 성령들의 싸움이라고?! 완전 정신이 나갔군.”

전열에 거대한 공백 구간이 생겼다. 그것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세대 성령과 1세대 성령간의 싸움이란 그런 것이었다.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지형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넘어,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정도.

너무나도 거대한 힘 때문에, 그곳에 휘말리는 것은 적도 아군도 없었다.

“유현! 계속 달려라!”

다른 성령들이 적 우두머리의 시선을 끌어 준 덕분에, 유현네 일행은 아직까지 큰 방해를 받지 않고 적들을 뚫고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병력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

아주 예전,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에서 10만이 넘는 적을 보고도 압도적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번 전쟁에서 몰려오는 적들은 그 단위의 숫자부터가 남달랐다.

그것을 모두 뚫는 것도 문제거니와.

“엘로힘.”

데카르트의 힘을 발동해서 적들을 스쳐 지나가려 했지만, 마음만큼 쉽지 않다.

마치 주위에 그의 이야기를 펼치려는 것을 방해하는 재밍 필드가 깔린 것마냥, 유랑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엘로힘들이 날개를 펼친 채 거대한 필드를 펼치고 있었다.

“로고스의 짓인가.”

우회를 허락하지 않는 재밍 필드.

엘로힘이 갑자기 이런 능력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오직 하나. 로고스의 짓이다.

이런 편법을 통해서 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모든 것을 넘어서서 정문으로 들어오라는 무언의 선언.

그것에 짜증을 느끼면서도 유현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뭐, 뚫고 나가 주지.”

그의 곁에 강혜림과 권지아가 각기 무기를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 넘긴다.

앞을 막아 세우는 것이 비록 2세대 성령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막아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부, 집어삼켜라.”

권지아의 몸에서 흘러나온 보랏빛 짐승이 주위의 모든 것을 먹어 치웠다.

강혜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가 휘두르는 천뢰검은 빠르고 정확하게 적들의 숨통을 끊으며 전장의 여신으로 군림했다.

“크아악!”

“이런 미친! 저런 건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대체 인간이 어떻게 저만한 힘을……! 그것도 고작 셋이잖아!”

성령들은 고작 인간 셋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지 현실을 부정했다.

그 순간, 멀리서 날아온 총알이 그들의 미간을 꿰뚫었다.

성령들도 인지하지 못한 사거리 바깥에서 날아오는 초속의 탄격.

쓰러진 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죽어 나가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세 명이 아니라 넷이야.”

유영민은 멀리서 저격총의 탄창을 재장전하며 스코프로 적들의 지휘관들을 살폈다.

그의 역할은 유현을 방해할 위험을 지닌 녀석들을 원거리에서 저격을 통해 배제하는 것.

그런 유영민의 주위로 부하 용병들이 포진해서 그를 지키는 포메이션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하하! 역시 대장이야.”

“총 한 정으로 성 한 채를 무너뜨린 남자답다니까?”

“다들 시끄럽고, 일에나 집중해라.”

“예이.”

건성으로 대답하면서도 그들의 기세는 잔뜩 날이 서 있다. 괜히 베테랑이라 불리는 용병들이 아닌 듯 긴장을 놓는 녀석들은 하나도 없었다.

다시 유현을 지원하기 위해 적진을 확인하던 유영민은 무언가 이상한 움직임을 잡아냈다.

“……이런!”

유영민이 뭐라고 경고를 내리는 것보다 먼저, 거대한 그림자 두 개가 유현의 앞으로 떨어졌다.

“씁. 여기서 우리가 나서야 하다니. 귀찮단 말이지.”

“투덜거리지 마라. 우린 우리의 역할을 이행하면 돼. 다음 세계를 위해서.”

새하얀 정장을 갖춰 입은 백발의 미중년.

8개의 발이 달린 말을 탄 애꾸눈의 창지기.

올림포스의 주신 제우스와 아스가르드의 주신 오딘.

“멈춰라.”

“가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들이 유현의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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