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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425화 (425/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425화

사탄이 방송을 켰다는 소식은 혼성계 전역으로 퍼졌다.

1세대 성령이 시화를 벌인다는 초유의 사태에, 성령들의 지배를 받지 않은 영역은 물론이거니와 절대다수의 성군과 대성군마저도 전부 관심을 보였다.

사탄이 하려는 짓은 관심을 안 보이려야 안 보일 수가 없을 정도로 미친 짓이었던 것이다.

“결국, 시작했군.”

홀로그램 창 너머로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탄을 보며 갈리아츠는 손에 땀이 차는 것을 느꼈다.

그런 갈리아츠의 곁으로 샤루리엘이 다가왔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 그러면 무시해도 좋잖아요.”

“아니. 그래도 봐야 해. 앞으로 우리 미래가 걸린 일이니까, 긴장이 돼도 마음 크게 먹어야지.”

재단이 움직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폭풍이 몰아칠 테니까.

* * *

“먼저 여러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묻고 싶습니다. 성령, 그중에서 1세대 성령이란 무엇인가. 혹시 그들이 어떻게 이 세상에 나타났고, 또 존재하게 됐는지 아시는 분 있습니까?”

사탄의 질문에 대다수가 침묵했다. 그중 태반은 이유를 모르기에 입을 다문 것이고, 그중 진실을 알고 있는 극소수는 말해선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진실을 내뱉었을 때 그 뒤에 따라올 일이 두려워서였다. 그리고 놀랐다. 설마하니 사탄이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죽음이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

다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일부러 진실을 외면하며 자신에게 부여받은 역할이 진짜 자신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며 지내 왔다.

그것이 그들에게 ‘옳은’ 일이었으니까.

죽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사탄의 행동은 그 기본 명제마저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어떤 대답도 없으시니, 제가 친절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고…….]

사탄은 순식간에 떠오르는 메시지 창을 가볍게 손으로 치웠다. 그때 홀로그램 창이 치지직 거리며 오작동을 일으켰다.

이변을 느낀 것은 다른 성령들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히 작동하던 제네시스 네트워크가 바이러스에 걸린 것마냥 기현상을 일으키며 꺼지려고 했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사탄은 조소를 지었다.

“저런. 그러면 안 되죠. 제가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그 모든 것은 사탄의 손짓 한 번에 무산됐다.

사탄의 팔뚝을 타고 흘러나오는 검은 활자가 홀로그램 창에 스며들더니, 이윽고 흐려지는 화면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방금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제네시스 네트워크가 서버 내리려던 거 아님?]

[미친. 진짜라고?]

“진실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부단히도 애를 쓰는 자들 때문이죠. 여러분들도 이제 슬슬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느끼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유현은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봤다.

조금 전 사탄은 제네시스 네트워크를 해킹했다. 그것을 그냥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간단한 각인, 그리고 시스템에 개입하는 급화까지.’

활자를 이용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각인.

그리고, 기존의 활자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이야기를 지우거나 바꿔 버릴 수 있는 급화.

역시 1세대 성령이기 때문일까, 그중에서 특별한 사탄이라 그런지 급화를 사용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러웠다.

‘그런데 뭘까. 이 익숙함은.’

무엇보다 제네시스 네트워크를 일시적이나마 해킹한 짓에 본인도 영향이 없을 리가 없다.

그것을 증명하듯, 사탄의 왼쪽 손끝이 약간이지만 연기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겠지만, 가까이 있는 유현은 볼 수 있었다.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저지르고 있어.’

아직 5년 전에 입었던 상처가 다 낫지 않았을 텐데도 사탄은 무리를 하고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이제 정말로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선언은 전혀 허언이 아니었다.

비록,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사탄은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의 종지부를 찍을 생각이었다.

‘당신은 대체 왜…….’

이해할 수 없다는 유현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사탄은 힐끔 유현을 보며 조용한 미소로 답해 주었다.

그래. 안다. 이제 곧 자신은 진실을 전부 까발린 죄로 죽게 될 거라는 걸.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1세대 성령들의 정체, 그리고 그들이 어째서 진실에 대해서 외면하는지.”

그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지금까지 충분히 외면해 왔다.

어쩔 수 없었다고 몇 번이고 스스로 되뇌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켰다, 그렇게 세계의 끝과 시작을 지켜봤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때의 광경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살려 주세요! 제발!

-왜! 끝까지 간다면서!

-제발 이 아가만이라도!

선택받지 못해 사라진 모든 사람.

로고스의 하수인들이 그들을 완전히 지워 버리는 것을, 그는 그저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언제나 후회했던 것이다.

지켜야 할 것만 지키기 위해 결국 타협해 버린 자신을.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 이래, 이젠 자신의 근원조차 잊을 정도로 까마득한 긴 세월 동안.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러니.’

이 자리는 그런 후회를 다잡을 유일한 기회이자, 그가 마지막으로 서는 무대의 위.

이제는 지난번과 같은 과오는 저지르지 않으리라.

“우리는 찬탈자입니다.”

진실을 고한다.

모두에게 알린다.

“본래 지녔어야 할 이름을 로고스에게 대신 이어받은, 거짓된 존재들.”

아무것도 모른 채, 곧 있을 수확의 시기에서 의미 없이 사라질 목숨들을 위해.

이것이 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저항의 의지마저 상실시키겠지만, 그래도 상관하지 않는다.

“지금의 1세대 성령들은 다 가짜입니다. 우리가 책벌레라고 탄압하던 존재들이 전대 성령들이었고, 그들은 로고스의 억압 아래에서 겨우 숨만 붙이며 살아왔죠. 우리는 그 위에 지어진 장난감 왕국의 시민에 지나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들 중 누군가는, 자신과 같은 뜻을 품게 된다면.

그것으로 족했으니까.

의미 없는 죽음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니까.

콰르르르.

어느덧 주위에 거대한 돌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사탄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거기에 동반된 뜨거운 열기는, 자신의 주적 미카엘이 내뿜는 것.

그리고 이 강렬한 바람은 미카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공간을 찢고 재단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내며 만들어 낸 기상 이변이었다.

“사탄! 거기까지 해! 거기서 멈추라고!”

그녀는 슬픔이 가득한 눈동자로 이쪽을 향해 창을 겨눈다.

그러면서도 공격을 내지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마 본인부터 마음이 가장 복잡할 것이다.

사탄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적수여야 했다. 에덴동산을 등지고, 위대한 빛을 배신해서 어둠으로 타락해 버린…… 가장 눈부신 샛별.

그러면서도 끝없이 에덴을 습격해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고, 묵시록의 붉은 용을 대동하며, 짐승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은 대체 뭐란 말인가.

진실? 역할? 찬탈자들?

그런 알기도 어려운 말을 대체 왜…….

으득!

“멈추란 말이야!”

이성에 의한 행동이 아닌, 본능에 가까운 반응.

미카엘은 사탄의 이 짓을 멈추기 위해 창을 집어던졌다.

위력은 크지 않다. 미카엘이 던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일격이지만, 제네시스 네트워크를 장악하며 시화에 힘쓰고 있는 지금의 사탄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그때 유현이 나섰다.

카앙-!

유현이 내지른 정권이 빛의 창을 튕겨 냈다. 사탄이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보내오자 유현은 걱정 말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세요.”

“고맙습니다.”

쿠르르릉!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재단이 거대한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굉음을 토했다.

사탄은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시화에 집중했다.

“잘 들으십시오. 저는 이제 오래 말하지 못합니다. 지금 이러고 있는 순간마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기회로 얻은 것들이니까요.”

사탄은 손끝부터 서서히 무너지는 자신의 육신을 느꼈다. 단순히 육신만 사라지는 것이라면 차라리 나았다.

자신의 존재. 사탄이라는 이 세상에 허락된 유일한 껍데기마저 그 역할을 다 하고 사라지고 있다.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죽음을 넘은 존재의 소멸.

누군가 계속 기억해 줘서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이야기의 지평선 너머에 존재하는 끝없는 어둠이었다.

“로고스는 이제 이 세상을 지울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원들을 선별하겠죠. 다음 시대에 살아갈 자들.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할 겁니다. 그자들이 다음 우주의 사탄일지도 모르고, 다음 우주의 제우스, 혹은 다음 우주의 오딘일지도 모르죠.”

일부 메시지 창의 반응이 격렬하다.

자신들의 주신을 모욕하는 언사에 분노하는 자들도 있지만, 대부분 너무 충격적인 진실에 경악했다.

“어쩌면 지금의 주신들은, 다음 우주에서도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로고스의 편에 붙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허락된 것은 아마 극소수겠죠. 그 외에 대부분은 죽을 겁니다. 이제 곧 벌어질 신화의 재현에,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하르마게돈.

라그나로크.

티타노마키아.

티러이 벌판 전투.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온갖 전쟁.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뭉친 거대한 학살이 벌어질 거다.

쩌적. 쩍.

사탄의 육신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생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만! 그만하란 말이야!”

미카엘은 거의 애걸에 가깝게 소리 질렀다. 그녀도 이제 사탄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짓을 하면…… 네가 죽는단 말이야!”

왜 그런지 모른다. 사탄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에덴의 적이다. 그가 죽는다면 에덴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이고, 그건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반겨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마음이, 미카엘이 아닌 또 하나의 그녀가 계속 묻고 있다.

정말 그걸로 좋냐고.

그 순간, 머리에 가득한 안개가 걷히며 먼 과거에 묻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 그 남자가, 로고스에 저항하던 것마저 포기하면서까지 내렸던 선택을.

“살겠다며!”

움찔.

미카엘의 행동에 무관심으로 응대하던 사탄이 처음으로 반응했다.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여기까지 온 거 아니야? 우리가…… 모두가 함께 살려면 역할을 부여받는 것 말고는 없었으니까!”

“미카엘……님?”

“미카엘님. 그게 대체 무슨……!”

함께 온 다른 천사들이 그녀의 발언에 충격을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미카엘과 사탄이 먼 과거에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미카엘도 여기까지 온 이상 자신의 직위고 뭐고 신경 쓰지 않았다.

“함께 살겠다고,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넌 에덴을 배신하고, 그런 자리까지……!”

그녀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방울진 눈물이 아래로 뚝 떨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기억났다. 그녀는 본래 미카엘 같은 것이 아니었다. 미카엘이라고 불리기 전까진, 그녀에게도 다른 이름이 있었다.

동료가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며 세상의 끝에 도달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기대와 약속은 항거할 수 없는 힘의 앞에서 무너졌다.

그때 그 남자는 앞으로 나서며 로고스와 거래를 맺었다. 동료들을 살려 주는 대신, 절대로 그에게 맞서지 않겠다는 조약이었다.

-흠. 뭐, 나 또한 너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면 귀찮으니…… 좋아. 계약 체결이다.

눈 부신 빛을 등진 그 존재는 그렇게 자신들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그 사건 이후로 의견이 갈린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남은 것은 미카엘과 사탄뿐이었다.

그녀는 그래도 좋았다. 이 남자만 있다면, 단둘이라도 좋으니 에덴에서 함께 조용히 지내기만 하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천성이 그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결국 동료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꺾은 후회 때문이었을까.

그는 천사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악마가 되었다. 빛을 등지고 어둠을 몸에 감으며, 빛나는 천상낙원의 아래로, 끝없는 저 아래의 무저갱으로 향했다.

“왜 떠난 건데!”

믿었던 자에게 배신당한 충격에 얼마나 오랜 세월을 고통받았는가.

이런 꼴이라도 좋으니 추하게 살아남으려는 것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지금 하는 이 행동은 대체 뭐란 말인가.

“난, 나한테는 너만 있으면 됐었는데!”

“너…….”

모든 기억을 되찾은 미카엘의 진심 어린 토로에 사탄은 머리의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듯.

“이제야 전부 떠올렸구나.”

“그만하자. 지금이라면, 다시 되돌릴 수 있어. 아직은 괜찮아. 응? 나, 이제 전부 떠올렸으니까.”

미카엘은 애절함이 가득 담아 사탄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니까 제발…….”

힘없이 늘어진 날개. 가장 찬란한 빛을 닮았다는 이명과 다르게 지금의 그녀는 눈부시지도 않았다.

가련하고 연민마저 드는 그 자태에도 사탄은 흔들리지 않았다.

“우린 정말 먼 길을 왔지. 원래라면 나는 또 하나의 대천사로서, 너와 함께 에덴을 지탱하는 기둥이 돼야 했어.”

“지금이라도 그럴 수 있으니까…….”

“아니. 늦었어. 전부 늦은 거야.”

사탄은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동료들의 죽음이 두려워서 현실과 타협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끝까지 모든 것을 밀고 나아갔다면, 그때는 달랐을까?

“많은 후회를 했어.”

결국, 마지막에 로고스와 모종의 거래를 통해 그는 동료들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나머지는 어떻게 됐는가.

전부 죽었다. 존재조차 소멸당해, 다음 우주의 밑거름이 되었다.

누가 그들을 기억하지? 누가 그들을 추모해 준단 말인가.

이후에 살아남은 동료들끼리 서로 잘 살았다는 그런 동화 같은 허황된 결말도 없었다.

결국, 모두가 그릇된 선택으로 싸우고 갈라져서 흩어지고 말았다.

“처음부터 그러면 안 됐는데.”

쩌적.

어느덧 금은 사탄의 전신을 뒤덮었다. 육신을 넘어 존재 자체가 한계를 맞이한 것이다.

하늘에서 빛이 내려왔다. 그것이 재단의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것임을 모르는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빛을 등지고 이쪽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는 엘로힘.

사탄은 그들을 보며 웃었다.

“내가 네트워크를 이렇게까지 장악해서 이런 짓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나 보군. 급하게 재단의 본체를 불러와서 환영식을 열어 주다니.”

하지만, 이쪽은 이미 당초에 정했던 목표를 전부 이뤄 냈다.

그 대가로 죽게 되겠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건가.

이럴 거라는 각오는 유현을 만난 순간부터 해 왔다.

“강유현.”

“…….”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충돌한다.

사탄은 마지막으로 유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너는 나처럼 실패하지 마.”

사탄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둠이 서서히 벗겨졌다.

그 안쪽에 있는 얼굴을 본 유현은 눈을 크게 떴다.

“당신은…….”

“너는 마지막까지 가라. 나처럼 되지 말고.”

“……그래.”

유현은 사탄의 손을 잡았다.

동시에 사탄의 몸이 한계치를 넘어 가루로 변했다. 그것은 그대로 사라지지 않고 마주 잡은 손을 타고 유현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유현은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이야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혼성계를 주름잡던 대성군 판데모니엄의 군주.

사탄이자 루시퍼라 불리던 1세대 성령은 그렇게 스스로 만족스러운 최후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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