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414화
“우선은 시민들의 피난을 최우선으로 돕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엘로의 싸늘한 시선이 하늘을 점점 채워가는 엘로힘을 향했다.
“저 녀석들을 막을 필요가 있겠지.”
그 이상 자세한 명령은 필요 없었다. 그가 뽑은 인재들은 전부 유능하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알아먹지 못한 녀석은, 적어도 이 자리에 없었다.
전직 텔러, 현직 해결사가 된 이들은 곧바로 자신의 격을 드러내며 기술을 펼쳤다. 허공에 반투명한 황금빛 막이 펼쳐지며 엘로힘과 카멜롯의 사이를 차단했다.
오엘로가 경고를 날렸다.
“엘로힘을 죽일 생각은 버려라. 놈들은 어차피 소모품. 몇 기를 격추하더라도 제단의 본채가 멀쩡한 이상 무한히 쏟아진다. 그렇다고 우리로 제단을 어떻게 할 수도 없으니 그냥 시간만 끌어.”
그들의 목적은 카멜롯의 시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거지 엘로힘과 싸우거나 놈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됐다.
“저도 돕죠.”
유현이 나서자 오엘로가 만류했다.
“아서라. 너는 가만히 있어도 돼.”
“손 하나가 더 느는 것이 좋을 텐데요?”
“꼭 네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우리는 약하지 않다. 거기서 지켜보기나 해. 게다가, 네가 지닌 그 힘을 생각하면 당장에 제단 앞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롭다. 내 말을 들어.”
“오랜만에 봤는데, 그 말투는 여전하시네요.”
“뭐, 아니면 눈물이라도 줄줄 흘리면서 감동의 포옹이라도 할까?”
오엘로는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이게 우리다운 거잖아?”
“뭐, 그렇죠.”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 어차피 나도 너한테 듣고 싶은 것이 많고, 너도 나한테 궁금한 것이 많잖아? 시간은 많지 않지만, 여유는 있으니 조바심 낼 필요는 없지.”
“알겠습니다. 그보다 그 복장은, 업무용입니까?”
“아, 이거?”
오엘로는 자신이 입고 있는 화려한 제복을 슬쩍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색 기조에 황금 실로 화려하게 꾸며진 제복은 오엘로와 아주 잘 어울렸다.
“원래 이런 의뢰를 받는 업무를 하려면 겉모습이 깔끔해야 하거든. 그래서 규정에 따라 맞춰서 입고 있지. 그 규정을 만든 것이 나고,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야.”
다른 텔러도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였다.
엘로힘은 황금의 장벽에 막히자 바깥쪽으로 돌아서 움직이려고 하거나, 혹은 장벽을 뚫으려고 했다.
장벽 자체의 내구성은 그렇게 크지 않은지 엘로힘이 창을 몇 번 내지르자 구멍이 뚫렸다.
“오엘로님! 오래 못 버텨요!”
아리샤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오엘로가 직접 나섰다.
“걱정하지 마라.”
오엘로는 곧바로 주먹을 쥐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의 목표는 이제 막 장벽을 뚫고 내려오는 엘로힘의 무리였다. 오엘로는 그대로 엘로힘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 그의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황금빛 격류가 엘로힘을 휩쓸었다. 동시에 넓게 퍼진 기운이 황금빛 장막을 더욱 강하게 보강했다.
멀린은 이때다 싶어 남은 마력을 전부 쥐어짜 내며 전이에 모든 힘을 다했다.
카멜롯 곳곳에 빛의 기둥들이 점차 늘어났다. 벌써 카멜롯 시민의 8할 이상의 대피가 끝났다.
우우우웅.
엘로힘은 이대로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방식을 바꾸었다.
열린 제단의 문을 통해 새로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기존 엘로힘보다 훨씬 더 거대한 개체였다.
전장 100m가 넘는 녀석은 무수한 창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단 채, 양팔을 교차하는 자세로 천천히 내려왔다.
녀석을 알아본 오엘로가 눈살을 찌푸렸다.
“집정관(Archon).”
오엘로를 도와 장막을 유지하는데 집중하던 셀린이 물었다.
“집정관이요?”
“엘로힘의 상위 개체다. 그 숫자는 적지만, 집정관이 가지고 있는 파괴력은 말 그대로 남다르지. 녀석은 움직이는 소형 요새에 버금가니까. 그리고…… 엘로힘에게 무기를 제공해 주는 녀석이기도 하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정관이 움직였다.
집정관이 교차한 양팔을 풀고 날개를 움직였다. 무수한 창들이 깃털처럼 흩어지며 엘로힘들의 손에 쥐어졌다.
신기무장(神器武裝).
새로운 무구를 얻은 엘로힘이 장벽을 향해 창을 투척했다.
조금 전까지 놈들을 잘 막아 내던 장벽이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다른 창의 위력에 해결사들도 당황했다.
“이 자식들이!”
셀레스티나가 분노를 터뜨리며 전신에 불꽃을 둘렀다. 그녀의 양팔과 양다리에 둘린 진홍빛 화염이 고열과 함께 엘로힘을 휩쓸었다.
엘로힘이 잿더미가 됐지만, 그 뒤를 이어 더 많은 엘로힘이 자리를 차지했다.
집정관 또한 움직였다. 녀석의 머리에 있는 것은 새빨간 외눈에 빛이 난다 싶더니 이윽고 붉은 광선이 공간을 가르며 쏘아졌다.
오엘로는 혀를 차며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그의 정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이중 나선 형태의 방패가 생성됐다.
콰아아아앙!
집정관이 쏘아 낸 광선과 오엘로가 펼친 방패가 서로 충돌하며 동시에 소멸했다.
“오, 오엘로님이 펼친 방패를 일격에 부쉈다고?”
셀린과 아리샤는 그 광경이 믿기지 않는지 멍하니 중얼거렸다. 오엘로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이 세상에 다섯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의 왕 중 하나다.
1세대 성령조차도, 감히 함부로 그의 앞에서 주름을 잡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그였다.
그런 오엘로의 힘으로 펼친 방패가 일격에 부서진 것이다.
집정관이 지닌 힘은 그 정도로 강했다.
“호들갑 떨지 마라. 녀석은 덩치가 크고 출력만 강하지, 기동력이나 그런 부분은 다른 엘로힘보다 훨씬 더 약하다. 쓰러뜨리려면 그 부분을 공략할 수밖에 없어.”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집정관의 주위로 엘로힘이 포위를 하듯 대열을 이루며 지키고 있는 데다 집정관 본체도 요새라는 이름답게 말도 안 되는 방어력을 자랑했다.
저것을 뚫고 가는 것은 아무리 오엘로라도 무리가 있었다.
오엘로도 일부러 강하게 말을 했지, 상황이 좋지 않는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미치겠군. 시민들을 대피시킨다는 임무라 나름 위험함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제단이 움직이고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엘로힘으로도 모자라 집정관이 나서서 카멜롯을 지우려 하고 있었다.
엘로힘까지는 여유롭게 막을 수 있지만, 집정관이 나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엘로는 의뢰주인 아서가 제단의 천칭을 기우는 수준을 아니라 아주 뒤집어엎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빠질 수도 없는 노릇.
오엘로의 시선이 아직도 엘로힘을 쏟아 내는 요새를 향했다.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제단이 움직이다니. 아버지. 당신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
오엘로는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이야기를 모으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머지 셋으로 충분하다 생각했고, 그는 오직 배신자를 찾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유현이 사라진 5년 전부터 해서, 혼성계의 정세가 점점 변하고 있었다.
그것을 모두 지켜본 오엘로의 입장에서, 이 세상은 어느 한 방향을 향해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 중간에 방해되는 것들은 전부 제네시스 제단이 나서서 제거하거나 처리하는 중이다.
대체 혼성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가.
“의뢰주! 남은 시간은?”
“3분. 아니, 1분이면 충분하겠군요.”
오엘로의 곁에 아서 팬드래건이 함께 섰다. 찬란한 황금빛 검을 쥔 그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제단을 응시했다.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나?”
“어찌 모를까요. 이렇게나 노골적이었는데.”
“다른 성령은…….”
“모르는 자들도 있지만, 적어도 1세대들 중 다수는 알고 있을 겁니다. 알면서도 묵인했죠. 무섭고, 두렵고,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을 놓고 싶지 않아서.”
지금 따져 봤자 변하는 것은 없었다.
남은 1분. 모든 것을 불태워서 카멜롯을 지키기만 하면 승리는 이쪽의 것이니까. 우선은 거기에 집중하자고, 아서는 그렇게 답했다.
“그런가…… 뭐, 일단 맡 바 의뢰는 최선을 다해 수행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뭘. 이런 게 비즈니스 아니겠어?”
오엘로와 아서는 집정관을 노려봤다. 집정관의 붉은 눈동자가 재차 빛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쏘았던 붉은 광선이 재차 날아온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민들의 대피는 착실하게 이어졌다. 멀린은 이마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계속 전이 마법에 집중했다.
일부 엘로힘은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멀린을 목표로 삼았다.
“멀린 경을 지켜!”
케이는 뚫린 방벽을 통해 내려오는 엘로힘을 오러 블레이드로 격추시키며 외쳤다. 가레스와 니뮤에, 란슬롯이 그에 호응했고, 유현과 서수민 또한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무수한 황금빛 격류가 허공을 수놓는 것이 시야 끝에 잡혔다. 오엘로와 아서왕이 서로 힘을 합쳐 집정관과 맞서고 있었다.
“세상에.”
카멜롯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존재들은 자리에 못 박힌 듯 선 채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사태를 지켜보던 2세대 성령들은 1세대 주신들의 눈치를 살폈다.
카멜롯이 제단의 침공을 받고 있다. 카멜롯은 대성군 마비노기온의 하나의 축이다. 그것이 공격받고 있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 순간 통렬한 목소리 하나가 그들을 향했다.
“계속 거기 서서 지켜만 보실 겁니까?”
“쿠 훌린?”
“게다가 핀 막 쿨까지?”
아서 일행과 따로 움직이던 쿠 훌린과 핀 막 쿨이 1세대 성령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1세대 성령 중, 마비노기온을 대표하는 누아다가 우묵한 시선으로 쿠 훌린을 돌아봤다.
“뭘 말이지?”
“은 팔의 누아다여. 이거 서운하게 왜 이러십니까. 제가 뭘 말하려는지 다 아시면서. 저는 지금 카멜롯을 이대로 두고만 보실 생각이냐고 물었습니다.”
“……카멜롯은 제단의 뜻을 등졌다.”
“그 제단의 뜻이 대체 뭡니까? 카멜롯은 마비노기온의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왜 저희가 제단의 눈치를 보는 겁니까. 아니면, 누아다께서는 제단이 그렇게 두려우십니까?”
“입조심해라.”
누아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쿠 훌린에게 경고를 날렸다. 거대한 압박감이 쿠 훌린을 짓눌렀지만, 그는 2세대 성령이어도 1세대에 버금가는 강자였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묻죠. 저 제단이 카멜롯을 붕괴시키고 나서 곧바로 마비노기온에 그 책임을 묻는다면. 누아다께서는 그때도 이렇게 가만히 서서 지켜만 보실 겁니까?”
“…….”
“카멜롯이 뭘 잘못했습니까? 그들의 왕이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던져서? 왕으로서 지켜야 할 도시를 지키려 하지 않았기에, 제단이 벌을 내린다는 겁니까? 그러면 저 모습을 보십시오. 지금 누가 도시를 지키고 있습니까?”
“…….”
쿠 훌린과 핀 막 쿨은 아서의 뜻에 동조했기에 그를 도와 카멜롯의 반란을 주도했다.
그것은 분명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같은 대성군 내에서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은 분명 엄벌로 다스려야 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비롯된 작금의 상황은 어떻단 말인가.
마비노기온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제단이 멋대로 나서서 카멜롯을 지우려 하고 있다. 그리고 1세대 성령이라는 자들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만 본다.
무엇이 1세대 성령인가. 뭐가 신화의 주역이란 말인가.
자신의 영토가 외세에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못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게 대성군입니까? 이게 마비노기온입니까? 영예와 자존심마저 모두 벗어던지고 압제에 굴복해서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이 성령들입니까? 그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누구도 쿠 훌린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 제단의 행포에 가장 분노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었으니까.
자신의 영역이, 그 누구도 아닌 다른 이들의 손에 의해서 유린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하지만 어쩌란 말이더냐. 제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 우리라고 그걸 모른다고 생각했더냐?”
“그렇다고 싸우지 않을 겁니까?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으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너는 모른다. 제단의 뒤에 얼마나 두려운 존재가 있는지.”
“로고스 말이죠.”
누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는 그 로고스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외쳤지만, 로고스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일부 1세대 성령들은 감히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기를 꺼렸다.
그들에게 성령이라는 자리를 부여한 것이 바로 로고스다. 하계의 존재들에게 그들이 비록 신이라 불리지만, 성령들은 사실 신이 아니다. 그들은 전지하지도 전능하지도 않으며 신에 근접하지도 않았다.
신은, 그 모든 것을 가만히 놔둔 채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로고스.
바로, 그자 말이다.
“마비노기온은 그에 맞서지 못한다. 아니, 그 어떤 대성군도 그렇다.”
“하지만, 대성군이 하나가 아니라면 어떻습니까?”
“뭐?”
“대성군이 둘이라면? 아니, 그걸로 부족하면 셋, 혹은 넷이라면? 그들이 모두 모여 힘을 합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그게 무슨…….”
누아다는 쿠 훌린과 핀 막 쿨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대성군이 힘을 합친다니. 다른 대성군들이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본다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은 팔의 누아다시여.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하는 세상의 끝에 존재하는 게 뭐라고 생각합니까?”
쿠 훌린은 점점 무너져 내리는 카멜롯을 가리켰다.
“파멸입니다. 저게 그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죠.”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건가.”
“싸우는 겁니다. 폭정에 맞서서 우리의 자유를 되찾읍시다.”
“다른 대성군이 우리의 뜻에 동조해서 움직인다는 보장이 있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핀 막 쿨이 끼어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뭐라?”
“다른 대성군도 지금 사태를 지켜보고 있겠죠. 아닌 척해도 그들의 눈은 어디에나 존재하니까요.”
“그건…….”
“그리고 그들도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제단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대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선택을 내리겠죠. 제단에 맞서거나, 혹은 제단의 편에 붙거나.”
“그렇다면 대부분 제단의 편에 설 거다.”
“그러지 않은 자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설마…….”
누아다는 그제야 쿠 훌린과 핀 막 쿨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했다.
그들이 정말 제단의 행태에 분노했기에 감정적으로 움직였을까? 그들도 오래 살아온 성령들이고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이다. 단순히 힘만 믿고 까부는 치기 어린 애송이가 아니다.
“이미 다른 대성군에도, 저희처럼 암약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들군. 대체 누가 너희들에게 이 진실을 알려 준 거지?”
누아다는 이제 숨기려 하지 않았다. 로고스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1세대 성령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들마저도 제단의 눈치를 보며 비밀을 엄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쿠 훌린과 핀 막 쿨, 아서는 제단의 존재와 그 너머의 비밀까지 들여다봤다. 그리고 지금의 일을 꾸몄다.
이건, 누군가 세세하게 알려 주지 않는 이상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언자입니다.”
“예언자가 말해 줬다고? 그거야말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예지, 예언의 능력을 지닌 자가 우리 중에는 없는 줄 아느냐? 그자들조차 제단의 어둠을 꿰뚫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로고스의 존재를 예언자가 말해 줬다고?”
“그냥 예언자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을 신의 뜻에 맞서는, 거짓된 예언자라고 했습니다. 다른 예언자들과는 확실히 다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