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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411화 (411/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411화

유현이 눈앞의 멀린이 진짜 멀린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처음 멀린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소문에 못 미치는 그의 격에 실망을 품었을지언정 그의 존재가 진짜인지 의심하지는 않았다.

‘원래라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일이었지.’

무슨 의심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행하는 대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려고 틈만 나면 타인의 책을 펼쳐서 읽을까. 보통 이런 경우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게 된다.

유현은 멀린의 격이 부족한 것도 그냥 과장된 소문이 났을 뿐이라고 넘겼고, 그가 지닌 명성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할 뿐이지, 지금의 멀린이 지닌 책도 찬란한 황금빛을 내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에 대해 처음으로 의문을 품게 된 것은 바로 아발론에서 모르간을 만났을 때였다.

멀린과 모르간은 서로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실제로 신화로부터 전승된 이야기만 놓고 비교하면 둘은 대등하거나 혹은 멀린이 모르간보다 훨씬 더 강해야만 했다.

역사와 격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으니까.

유현이 본 모르간은 상당히 강했다. 그녀 또한 마비노기온에서 손에 꼽히는 마녀답게 그 수준은 2세대 성령에 준했으니까. 그녀의 머리 위에 떠다니는 책은 찬란한 빛이었고, 당연히 유현은 멀린의 책과 그녀의 것을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둘은 같은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과 다르게 책의 수준에 차이가 난다. 정상적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것이 유현을 움직이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화안금정을 통해 알게 된 그의 진짜 정체는 역시나 멀린이 아니었다.

“니뮤에.”

“……!”

유현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멀린은 몸을 흠칫 떨었다.

“그게 당신의 진짜 이름이 아닙니까.”

브레실리앙 마법의 숲에 있는 호수에는 여러 존재가 산다.

전부 여인이었으며 신화에서는 그녀들을 호수의 귀부인, 혹은 혹수의 여인들이라 부른다.

그중에서 가장 이름이 잘 알려진 것은 역시나 란슬롯을 키웠다고 알려진 호수의 여인 비비안.

그리고, 멀린의 제자인 니뮤에였다.

“니뮤에라고? 그럼 이분은 진짜 멀린 경이 아니란 말인가?”

“유현 씨. 그게 정말이에요?”

케이와 가레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멀린을 바라봤고, 서수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유현의 곁에 섰다.

“당신은 우리가 호수에 다가가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겠죠. 단순히 란슬롯을 만나게 하지 못 하게가 아니라, 혹시라도 자신의 진짜 정체가 탄로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멀린. 아니, 니뮤에는 정체를 들킨 이상 더는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본모습을 드러냈다.

늙은 노마법사의 모습이 연기처럼 흐릿하게 변하더니, 이윽고 짙은 녹발을 기른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니뮤에도 유현이 진짜 화안금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기에 더는 정체를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케이와 가레스는 정말 멀린이 진짜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대체, 언제부터?”

“중간부터. 물론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정체를 숨기고 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카멜롯에 외적이 침입하고 아서왕이 사라졌으며, 호수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꺼리는 것을 보고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게 정말이냐?”

케이가 니뮤에를 노려보며 살기를 드러냈다. 상대가 진자 멀린이 아니며, 지금까지 자신을 속였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녀를 적대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유현의 말로 짐작건대 니뮤에는 아서를 찾으려는 자신들을 은연중에 방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카멜롯이 위기에 처한 이 순간에 이런 수작질에 놀아났다는 사실에 케이는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진짜 멀린 경은 어디에 있지? 아니, 그전에…… 대체 언제부터 멀린 경의 흉내를 낸 거지?”

“…….”

“대답해!”

니뮤에가 입술을 꾹 다물자 케이는 검을 뽑아 들며 그녀를 위협했다.

니뮤에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지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저런. 그러면 안 되죠.”

유현은 곧바로 급화를 발동시키며 그녀의 마력을 흩어 냈다. 그녀보다 훨씬 더 강한 모르간의 마법도 손쉽게 없앴는데, 니뮤에 정도라면 너무나도 손쉬웠다.

모아 놓은 마력이 흩어지자 니뮤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유현은 그녀를 향해 코웃음을 쳤다.

“뭘 그렇게 억울해 하십니까? 우릴 속인 건 그쪽이면서.”

“너만 아니었어도…….”

“저만 아니었다면 뭐, 대단한 일이라도 성공할 거라 생각했습니까? 카멜롯이라도 전복시킬 생각이었나요? 대답하시죠. 당신은 그 흑기사들과 한패입니까?”

“나는…….”

니뮤에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때, 숲 안쪽에서 미풍이 불어왔다.

처음에는 피부를 간질이는 산들바람은 이윽고 바위마저 찢어 버리는 삭풍으로 변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불구하고 유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곁에 있는 사람의 힘을 믿었으니까.

“같잖은.”

서수민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자세를 잡았다. 옷자락이 거칠게 나부꼈고, 서수민은 붕대를 두른 오른손으로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왼손은 앞으로, 그리고 주먹을 쥔 오른손은 단전의 위쪽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이쪽을 향해 몰아치는 강풍을 주시한다.

푸슛!

동시에 정권이 내질러졌다.

자세를 잡는 것부터 해서 주먹을 내지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눈 한 번 깜빡하는 것보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

모든 것이 하나의 동작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격.

서수민이 내지른 정권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꿰뚫었다.

동시에 케이와 가레스가 움직였다. 두 기사가 쏜살같이 칼을 뽑아 들고 숲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 끝에서 폭발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숲 안쪽으로 날아갔다.

쿠구구궁.

무수한 나무들이 오러에 잘려 나가 밑동만 남긴 채 쓰러졌다. 하지만 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방금 그건 눈속임이었던 건가.”

유현은 조금 전까지 니뮤에가 있던 자리를 곁눈질로 살폈다. 그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바람이 휘몰아치며 일행을 공격한 것은 눈속임이었고, 진짜는 니뮤에를 탈출시키기 위함이었다.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저 숲 안쪽에 이번 일과 관련된 자들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케이 씨.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어떻게 하자는 거지?”

“아무래도 적들은 저 숲 안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니뮤에의 행동을 보면, 이번에 카멜롯을 침공했다는 그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저곳에 있을지도 모르죠. 그들이 없다 하더라도 관련된 자들이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바로 들어가실 겁니까? 아니면 카멜롯에 지원군을 요청할 겁니까?”

“그건…….”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지원군을 요청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적들이 도망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순간에도 놈들은 황급히 도망칠 채비를 마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케이는 일행들을 면면히 살폈다.

책더미 군주 강유현, 천마 서수민, 원탁의 기사 가레스.

그리고, 원탁의 기사인 자신까지.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어지간한 적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패배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일단, 우리끼리 움직이도록 하지.”

“지원 요청은 하지 않으실 겁니까?”

“위험하면 바로 후퇴하면 돼. 당장에 중요한 건 적들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것. 그 흑기사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내는 것이 최우선이야.”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사실, 유현도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몄는지 궁금하던 차였다.

유일하게 걸리는 것이라면 카멜롯을 침공한 10인의 흑기사들이었지만, 정면에서 대결하지 않고 후퇴하는 데 집중하면 그러지 못할 것도 없을 거다.

마음을 다잡은 넷은 곧바로 숲의 안쪽으로 향했다.

숲은 유현 일행의 침입을 저지하려는지 짙은 안개를 뿜어내며 길을 막았다. 유현은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았다.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유현의 눈에서 황금빛 광채가 흘러나오며 안개 너머를 꿰뚫어 봤다. 온갖 공간적인 마법과 신비가 깃든 천혜의 미로는 화안금정 앞에서 아무런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저만 따라오세요. 이쪽입니다.”

일행들은 유현만 바짝 붙어서 따라 움직였다.

혹시라도 안개 너머에서 적들이 기습을 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그들은 거침없이 숲 안쪽으로 움직였고, 숲의 중앙에 있는 공터에 도달하기 전까지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았다.

공터에 도착하는 순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짙은 안개가 사라졌고, 눈앞에 탁 트인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이…… 마법의 숲에 있다는 호수.”

케이도 가레스도 전설로만 듣던 호수를 본 것은 처음인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원탁의 기사 중에서 이 호수에 찾아온 것은 엑스칼리버를 호수에 다시 가져다 놓은 베디비어뿐이었다. 그마저도 엑스칼리버의 인도가 있었기에 호수에 당도할 수 있었다.

나머지 기사들은 호수에 대해 듣기만 했지 숲 근방조차도 온 적이 없었다.

“이런.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네.”

유현을 기다리던 것은 검은 갑옷을 입은 흑기사와 청색 갑옷을 입은 미남자, 그리고 조금 전 도망쳤던 니뮤에였다.

니뮤에는 유현이 벌써 자신을 쫓아온 것이 믿기지 않는지 눈을 부릅떴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하아.”

흑기사는 케이와 가레스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일찍 들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너는……!”

흑기사의 갑주를 알아본 가레스가 발작하듯 검을 뽑았다.

“케이 경! 저 녀석이에요! 저희 카멜롯을 습격한 흑기사! 제가 똑똑히 기억해요. 저희 형과 싸우던 녀석이, 바로 저놈이에요!”

“뭐라고?”

케이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흑기사를 노려봤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하게 변했다. 서수민 또한 곧 있을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 내공을 운용했고, 가레스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전의가 끌어 넘쳤다.

그때 흑기사가 손을 저었다.

“너무 그러지 말라고. 어차피 싸울 생각도 없어. 우리 목적은 이미 완수했으니까.”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아니, 잠깐만.”

케이는 흑기사의 목소리와 말투에서 어딘가 익숙함을 느꼈다.

그는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이런 걸 떠올렸다는 것 자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 설마 아서냐?”

“정답.”

흑기사는 곧바로 자신의 머리를 뒤집어쓴 헬름 투구를 벗었다.

그리고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찬란한 금발을 지닌 미남이었다. 상쾌하게 웃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기품과 카리스마는 그가 분명 한 나라의 왕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줬다.

케이와 가레스는 아서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와, 왕이시여?! 대, 대체 왜 이곳에…… 아니, 그보다 그 꼴은 대체…….”

“하하, 미안. 많이 놀랐지?”

아서왕은 듣던 것과 다르게 상당히 호탕한 성격이었다. 굳이 비교를 하면 케이와 비슷했다. 케이보다는 덜 경박하지만, 허례허식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 공통된 부분이었다.

“왕이시여. 일을 너무 크게 키우셨습니다.”

가만히 서 있던 청색 갑옷의 기사, 란슬롯이 그런 아서에게 꾸짖듯 말했다. 케이는 란슬롯을 보자 눈살을 찌푸렸고, 가레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란슬롯. 너도 여기에 있었군. 그리고 조금 전 도망친 여인까지…… 전부 네놈들이 꾸민 짓이냐?”

“미안하지만, 나는 이번 일에 연관되어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조금 전에 막 알았다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

“맞아. 란슬롯은 잘못하지 않았어. 오히려 이런 짓을 꾸민 것은 바로 나였거든.”

“뭐?”

“하하.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하겠지?”

아서왕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이 왜 이런 갑옷을 입고 있는지부터 설명했다.

“사실, 카멜롯을 습격했던 건 바로 나였어.”

“……미친 거냐?”

케이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고 말았다. 평소라면 왕께 그게 무슨 불경한 발언이냐며 지적할 가레스마저도 그런 케이를 말리지 못했다. 가레스 또한 케이와 같은 심경이었으니까.

아서는 케이의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뭐, 미쳤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닐 거야. 어쩌면 난 이미 미쳐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서…….”

“아무튼, 이야기를 들어줘.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살 수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의 의미야. 카멜롯의 왕으로 언제까지고 과거에만 묶여 지내고 있을 수 없다는 거야. 왕으로서 책무니 뭐니, 그런 건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아서는 케이의 외침에 답하는 대신 그리움이 가득한 시선으로 란슬롯을 바라봤다.

“란슬롯.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서로 어긋난 길을 걷게 됐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제가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감히 주군의 여인을 넘봤기에…….”

“아니. 잘못된 것은 나라를 그저 강하게만 키우기 위한 내 욕심이었어. 네가 정말로 기네비어를 사랑했다는 걸 알았다면 나는 오히려 너희 둘을 응원해 줬을 거야. 하지만…… 정략혼에 묶여서 불화의 씨앗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건 분명히 나의 잘못이지. 그건 다른 것도 마찬가지야.”

잠자코 듣고만 있던 유현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그렇다는 것은……. 당신은 이 잘못된 것들을 모두 바로잡으려고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겁니까?”

“어. 하지만 모두 바로 잡는다는 건 틀린 말이야. 바로잡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 버렸으니까.”

“그렇다면……?”

“과거를 묻어 둘 수는 없지. 그렇다고 언제까지 과거에만 얽매여 있을 수도 없어. 하지만 그게 가능한가? 우리는 여전히 과거에서 살고 있는데.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로운지 아서는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성령들은…… 이야기의 종착점에 도착해 별의 존재가 된 자들이야. 하계의 존재들은 자신이 목표로 한 종착지에 도달한 우리를 부러워하지. 하지만 실상은 달라. 목적지에 도달한 우리는 결국 더는 나아갈 수 없는 벽에 막힌 셈이야. 그건, 영혼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 과연 그게 올바른 일일까? 그걸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변하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도 될 텐데요.”

“맞아. 그게 정론이고,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진실이요?”

“우리를 얽매는 진정한 저주를 알아 버렸거든.”

진정한 저주라고?

모두가 당황해서 이도 저도 하지 못할 때 아서는 진실을 밝혔다.

“로고스의 주박. 우리는 그가 내린 역할의 저주에 사로잡혀,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어.”

로고스.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유현은 눈을 부릅떴다.

아서왕은 곧바로 자신의 손 위로 황금빛 파편을 띄웠다.

“나는. 아니, 우리는…… 하늘의 별들은 결국 그자가 만들어 낸 허상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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