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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403화 (403/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403화

[당신은 누구죠? 이런 곳에 혼자 다니다니. 그냥 평범한 여행자로 보기에는 평범하지 않으시군요.]

눈앞의 처음 만났는데,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유현은 백룡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백룡은 한겨울에 막 내린 눈처럼 하얗고 투명한 눈망울을 지녔다. 그 눈동자에 담긴 것은 자신을 향한 호기심.

무시하고 지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연합의 여행자입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런 제 정신 좀 봐. 저는 대성군 드라고니카 소속의 평범한 백룡이에요.]

‘평범한 백룡?’

저쪽이 유현의 수준을 알아봤듯 유현 또한 백룡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다.

거대한 용 군단의 선두를 이끄는 것도 그렇고, 멀리 떨어진 유현을 발견하고 바로 날아온 것만 봐도 이 용은 절대로 평범한 용이 아니다.

무엇보다 머리 위에 떠다니는 찬란한 빛의 책.

‘평범함이 얼어 죽었군.’

하지만, 이쪽이 제대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니 저쪽도 밝히지 않는 거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법.

유현은 적당히 맞장구 쳐 주기로 했다.

“그래서 제게는 무슨 볼일이시죠?”

[궁금해서요.]

“뭐가 말이죠?”

[이런 곳에 아직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것이. 최근에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았거든요.]

“이런 곳이요?”

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이라고 해도 아직 다른 대성군의 영역이라 할 수 없는 경계 구역이다. 딱히 돌아다닌다고 해서 위험할 것은 없었다.

굳이 위험 요소를 억지로 꼽는다면 이지가 없는 환상 구현체들이 전부.

“여기가 딱히 위험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저런. 아무래도 소식을 듣지 못하신 것 같군요.]

“소식이라고요?”

[최근, 이 근방에 책벌레들이 자주 출몰했거든요. 그 때문에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답니다. 그리고 저희 대성군 드래고니카는 책벌레를 가만히 놔둘 수 없기에 놈들을 토벌하러 온 것입니다.]

유현은 그게 정말이냐는 시선으로 백룡을 응시했다. 흔들림 없는 백룡의 눈동자는 거짓을 담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최도윤 녀석도 책벌레 토벌을 최근에 했었다고 했지.’

대체, 책벌레가 얼마나 나타났길래 이 정도의 용 군단이 직접 움직였단 말인가.

단순한 책벌레 토벌치고는 움직이는 전력이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강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성군과 전쟁을 치를 수도 있는 정도가 아닌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채셨군요.]

그런 유현의 미묘한 반응을 알아차린 백룡이 희미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유현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책벌레가 나타난 것치고는 과한 면이 없잖아 있어서요.”

[책벌레의 존재는 혼성계를 좀먹는 죄악. 그들이 얼마나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없애기 위해서 이 정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걸 감안해도 과하다는 겁니다.”

유현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눈앞의 백룡을 가리켰다.

“솔직히 어지간한 책벌레가 나타나도 그쪽 혼자서 다 정리할 수 있을 텐데요.”

[어머.]

그 노골적인 말에 백룡은 말로는 놀란 척하면서도 눈가를 초승달처럼 휘었다.

[제가 누구인지 이미 알아차리셨군요.]

“알아차리기보다는 짐작 정도입니다만…… 솔직히 아무리 대성군이라 하더라도 당신 정도의 격을 지닌 용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도 않고요.”

이야기를 나눠 보니 유현은 눈앞의 용의 정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성군 드래고니카에서도 아주 강한 존재. 비늘의 색이 눈처럼 하얀 것까지 감안한다면 백색의 일족 중에서도 아주 강한 케이스일 것이다.

특히, 급화를 터득한 유현의 눈은 다른 이들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이 백룡이 지닌 책, 그리고 백룡의 몸 안에 내재된 폭풍과도 같은 텍스트의 흐름까지.

이 정도라면 최소 2세대 성령.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강하다.

“대선군 드래고니카의 백색 비늘 일족의 왕, 샤루리엘님이 아니십니까?”

[역시.]

백룡왕 샤루리엘은 자신의 정체를 단번에 꿰뚫어 본 유현의 안목에 감탄을 흘렸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군요.]

“저를 알고 계셨군요.”

[모를 수가 있었을까요. 하계에 있었을 때 아주 유명하셨는데.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전까지 텔러였던 당신이, 어쩌다 인간이 되었는지. 그보다 5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는데, 또 언제 이렇게 다시 나타나게 된 건지. 그리고…… 책더미 군주라는 칭호까지 받게 됐는지까지.]

“그렇습니까.”

[제가 이렇게까지 알고 있는데, 놀라지 않으셨나요?]

“그럴 리가요.”

유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럴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갈리아츠님과 친하게 지내시지 않으셨습니까?”

[…….]

이번에는 백룡왕이 침묵할 차례였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상대를 아는 만큼, 유현도 자신을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갈리아츠가 보여 준 이야기는 혼성계에서도 유명하다. 아무렴, 이미 성공 가도가 정해졌다고 평가받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성공 신화를 이뤘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용종 중에서도 최약체, 그것도 다른 일족의 인정조차 받지 못했던 그녀를, 뒷배도 명성도 없는 텔러 하나가 용왕의 자리까지 오르게 도와준 것이다.

이 둘이 만들어 낸 하나의 이야기는 당시 혼성계를 아주 뜨겁게 달구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잔해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눈앞에 있는 백룡은 그런 갈리아츠가 소싯적에 키워 낸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갈리아츠님은 잘 지내십니까?”

[아. 당신은 듣지 못했겠군요.]

“네?”

[당신이 없는 사이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유현도 안다. 정확히 지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가 전부지만, 그 외에 바뀔 것이 따로 있단 말인가?

특히, 중계에 소속된 텔러들은 변한 것이 없이 그대로일 텐데?

[그 반응을 보니 정말로 모르시나 보군요.]

“……천체주식회사가 바뀌기라도 했답니까?”

[어디 바뀌었다 뿐일까요. 많은 것이 변했죠. 듣고 싶으신가요?]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전 직장에 어떻게 됐다는데, 누가 궁금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쩌죠. 지금 저희가 바로 움직여야 하는데. 정 듣고 싶으시다면 잠시 동행하실래요?]

“동행이요?”

[네. 그쪽도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목적지는 정하셨죠?]

“일단은…… 천계삼십육천의 외각에 있는 타화자재천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타화자재천이라면, 그 악동의 마왕이 있는 곳이군요. 아…… 알겠네요. 누구를 만나러 가는 거죠?]

“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때마침 저희도 그 근방으로 가려고 했거든요.]

“그 근방이요? 백룡왕님은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건 비밀이랍니다.]

“그렇습니까.”

유현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백룡왕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그녀는 상당히 장난기가 다분한 성격이었다.

그렇다고 행동이 가볍냐면 또 그건 아니다. 왕으로서의 위엄은 느껴지지 않지만, 지니고 있는 힘은 진짜라서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뭐, 태워만 주신다면야, 저야 감사하죠.”

안 그래도 여정에 속도를 더 내려고 하던 참이었다. 이 세상의 끝이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뭐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좋아요, 그렇다면 같이 움직이죠. 이야기는 가는 도중에 하면 되니까요.]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아 참. 부하들에게는 따로 전하겠습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주의하세요.]

“뭐가요?”

[저는 그래도 괜찮겠지만, 부하 중에는…… 인간이라고 깔보거나 무시하는 자들이 더러 있을 수도 있거든요.]

“아.”

확실히 그럴 수도 있다. 일단 백룡왕이 직접 나섰으니 대놓고 유현을 적대하는 자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좋아해 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용들은 기본적으로 강한 힘을 타고난 종족이다. 셀린의 기익족이나, 혹은 아리샤의 적마인처럼 용종은 태생부터 상위종으로 꼽힌다.

태생이 그러다 보니 용종은 선천적으로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하다. 그리고 약자를 깔보는 성향이 종족 전체에 짙게 깔려 있다. 그것은 같은 종이라고 해도 자비가 없다. 용종은 다른 약한 용종조차 깔보고 무시할 정도니까.

백룡왕이야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정상까지 오른 당사자라 어느 정도 타인의 약함에 공감을 하는 편이지만, 다른 용종은 그렇지 않다.

“뭐, 그건 괜찮습니다.”

[정말요?]

“예.”

유현은 용들의 텃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텃세? 부릴 테면 부리라고 해라. 인간이라고 깔보는 거? 할 거면 하라고 해라.

대신.

그 대가는 확실하게 치르게 될 테니까.

[하긴.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샤루리엘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지금 그녀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유현이 아닌, 혹시라도 유현에게 시비를 걸지 모르는 다른 용들이었다.

아마, 이대로 유현을 데려간다면 분명 싸움이 날 것이다.

아니, 싸움은 아닌가? 누가 봐도 유현의 일방적인 괴롭힘으로 끝날 테지. 백룡왕은 유현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

처음 보는 순간 본능이 위험하다고 외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못 보던 사이에 저렇게 변한 거지?’

처음 유현의 시선을 마주했을 때, 샤루리엘은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은 다른 비늘 일족의 용왕들과 만나면서도 느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저게 정말 인간이라고?

샤루리엘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유현은 분명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맞지만, 그녀가 아는 인간과는 어딘가 상당히 동떨어진 존재였다.

[아무튼, 움직이실까요?]

“그러죠.”

백룡왕은 뭐가 어찌 됐든 유현과 동행하게 됐으니, 부하 단속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 *

모든 것이 낮게 보이는 고공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색다른 느낌이었다.

감각이 예리해진 유현은 혼성계의 대기가 지구의 것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청명하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던 편한 것은, 대성군의 영역 근처를 지나가고 있음에도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편하군요.”

[그런가요?]

“혼자였다면, 그래도 여러모로 차질을 빚었을 겁니다. 시간도 오래 걸렸을 테고요.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래서 갈리아츠님은 어떻게 되신 겁니까? 잘 지내고 계십니까?”

[아. 그 부분이 있었죠.]

백룡왕은 소리 죽여 웃으며 갈리아츠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 설명해 줬다.

[5년 전 갈리아츠 그이가 이사로 승진했다는 건 아시죠?]

“알다마다요. 제가 현장에서 그 광경을 직접 봤는데요.”

회장 롯피우트가 직접 나서서 배신자를 처단하고, 갈리아츠를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했다.

그 강렬한 순간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회장이라는 존재의 진짜 본체가 회사 전체였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 날이었는데.

“갈리아츠님이 뭐 어떻게 되기라도 하신 겁니까?”

[딱히 크게 문제 될 건 없어요. 그저…… 회사가 문을 닫았을 뿐이니까요.]

“……네?”

유현은 자신이 뭘 잘못들은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천체주식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으니까.

“지금 제가 뭘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아뇨. 잘 들은 게 맞아요. 천체주식회사는 문을 닫은 지 꽤 됐어요. 천체주식회사뿐만이 아니에요. 희극단패와 엑소도스까지. 우리에게 하계의 광경을 대신 보여 주던 모든 텔러의 활동이 끊겼죠.]

“……대체, 왜?”

[그 이유는 저희도 몰라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전부 문을 닫아 버렸으니까요. 폐지. 폐기. 도산. 파산. 다들 그런 변명을 대며 활동을 끊었죠. 덕분에 하계를 구경하던 성령들은 크나큰 오락거리를 잃게 됐죠.]

“거기서 일하던 텔러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다들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어요. 그러지 못하고 어떻게든 본사에 남겠다고 한 자들도 적지는 않겠지만, 듣기로는 회장이 강제로 다 쫓아냈다고 하네요. 갈리아츠 그이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저희 쪽에서 신세를 지고 있죠.]

“왜 그랬는지 이유는 말해 주지 않으셨답니까?”

[물어봐도 말해 줄 수 없다고만 답하더라고요.]

“……그렇군요.”

갈리아츠가 말해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면, 분명 천체주식회사가 문을 닫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외부의 개입에 의해서가 아닌, 회장 본인의 의지 때문이라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천체주식회사뿐만이 아니다.

엑소도스도, 희극단패도 전부 다 활동을 중단했다고 했다.

말하는 것을 보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과정이었을 테고…… 거기에 이유를 꼽자면 역시 이야기의 왕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뿐.

롯피우트, 담천, 카타르시스. 이 셋이 모종의 거래를 맺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갈리아츠님은 그러면, 지금 드래고니카에서 잘 지내고 계신 겁니까?”

[예. 아직도 정정하죠. 지금은 귀빈으로 대접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어요.]

“그거 다행이군요. 혹시 제가 아는 다른 텔러들은……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제가 아는 건 오직 그이밖에 없어서. 그래도 능력이 있는 텔러였다면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요? 천체시장에서 활동을 하거나, 혹은 혼성계 어딘가에서 살고 있겠죠.]

“……그렇군요.”

유현은 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셀레스티나 부장, 셀린 후배, 동기인 아리샤까지. 그 외에도 조금 짜증 났던 로믈락시스나 여러 텔러까지.

다들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유현은 그것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 호기심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어느덧 풍경이 바뀌고, 청명했던 공기에 탁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대기조차 바뀌었다는 것은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소리다.

[도착했어요. 여기가 타화자재천과 가까운 곳이에요. 이 이상은 저희도 들어갈 수 없어요.]

“아뇨. 여기까지 바래다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을 받은 겁니다. 감사합니다.”

[뭘 하시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빌게요.]

백룡왕은 유현을 내려주고,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사라졌다.

일부 드래곤들은 여전히 유현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노려봤지만, 백룡왕이 직접 엄중히 경고했기 때문인지 뭐라고 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렇게 용 군단이 사라지고, 유현은 다시 혼자가 됐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수민 씨를 찾으러 움직여 볼까.’

하지만, 그전에 먼저 처리할 일이 있었다.

“거기서 숨어서 지켜보지 말고 나와.”

유현의 말에 곳곳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불쑥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불길한 기운. 그것은 일전에 자신에게 수작을 부리던 마라 파피야스의 것과 매우 닮아 있었다.

아직 영역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마왕의 잔당들이 맞이해 줄 줄이야.

잘됐다.

적어도 생각 없이 떠돌아다닐 필요는 없어졌으니까.

“딱 한 놈. 말 잘하는 녀석만 살려 준다.”

“죽여!”

저 중에서 나름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이 명령을 내렸다. 유현의 시선이 놈을 향했다.

“너로군.”

동시에 유현에게서 뿜어져 나온 검은 마기가 세상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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