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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94화 (394/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94화

무수한 섬광이 눈을 어지럽힌다. 유현은 자신이 딛고 있는 것이 땅인지. 아니면, 하늘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허공에서 유현은 상반신을 뒤틀었다.

어깨 위로 고열을 머금은 빔포가 스쳐 지나갔다. 유현은 손가락을 뻗었다.

그 의지를 이어받은 검은 강기가 무수한 창날이 되어 허공에 떠 있는 마도구들을 격추했다.

콰과과광!

새빨간 불꽃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폭연은 하늘에서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에 씻겨서 사라졌다. 그런 빗줄기를 뚫고 유현에게 날아드는 창이 있었다.

근미래적인 디자인의 갑옷을 차려입은 살리오 제국의 병사들. 그냥 병사도 아니고 온갖 훈련을 받아온 정예 마도병사였다.

빛나는 날개를 단 그들은 거대한 식물의 틈새를 잠자리처럼 자유자재로 누비며 유현의 목숨을 노렸다.

철컥.

저 멀리서 거대한 대포로 마도병사 하나가 유현을 저격하고자 했다. 어딜 감히. 유현은 백련을 창의 형태로 바꾸며 녀석을 향해 투척했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백련이 놈의 명치를 꿰뚫었다.

“놈의 무기가 사라졌다!”

“지금이 기회야!”

유현이 백련을 투척해 무기가 없어진 틈을 타서 양쪽에서 마도병사들이 창을 찔러 왔다. 유현은 두 손을 움직이며 각 창대를 가볍게 툭 흘렸다.

양쪽에서 유현을 찌르려던 창끝은 방향을 상실해 서로의 몸을 찔렀다.

“죽어!”

동료의 죽음을 발판 삼아 등 뒤에서 찔러 들어오는 창.

유현은 곧바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의 발끝이 창대를 아래에서 올려쳤다. 창끝이 뚝 하고 부러지며 창날이 허공을 빙그르르 돌았다. 유현은 그것을 가볍게 손가락 끝으로 튕겼다.

총알처럼 날아간 창끝은 창을 쥔 마도병사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목숨을 바치는 것은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는 듯 곧이어 연달아 공격이 쏟아져 내린다. 무수한 폭발과 함께 폭연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주, 죽인 건가?”

누군가의 중얼거림과 함께 다른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느덧 백련을 회수한 유현은 마도병사들의 사이에서 양 떼 사이의 늑대처럼 누볐다.

“어디 이것도 막아 봐라!”

변질된 기계음과 함께 거대한 마도골렘이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체고가 20m가 넘는 이 기계 로봇은 질량만 수천 톤이 넘어서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병기나 다름없었다.

쿠웅!

마도골렘이 유현과 함께 지면으로 충돌했다. 그러나 직후 마도골렘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으로 쩍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예상하던 바다. 집행자에 버금가는 강자를 고작 마도골렘의 질량으로 찍어 죽인다면, 그쯤 되면 오히려 웃음밖에 안 나온다.

마도골렘의 위로 무수한 빔포가 유현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동력원을 과부하 한 마도골렘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버섯구름을 만들었다.

“아직이다! 계속 녀석을 몰아붙여!”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마도병사들이 온갖 폭격을 퍼부었다. 데올라카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양손으로 검을 쥐며 의념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일격에 힘을 담아 그대로 유현을 반으로 쪼갤 심산이었다.

백련을 방패의 형태로 바꾸며 안쪽에서 공격을 방어하던 유현은 칠마흑천신공의 기운을 일으켰다.

마도병단의 입장에선, 새하얀 방패 아래에서 갑자기 검은 안개가 확 퍼지는 것처럼 보였다.

“저게 뭐야!”

“다들 피해!”

칠마흑천신공 다섯 번째 마, 유하멸겁(幽霞滅劫)

검은 안개는 이 폭풍의 속에서도 밀려나거나 하는 일이 없이 점점 세를 넓혀 갔다.

거기에 휘말린 운 없는 마도병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소멸되어 사라졌다. 유현을 노리던 마도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데올라카는 눈에 안광을 토하며 추켜올린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촤악!

검은 안개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 안에서 4개의 붉은 안광이 쏜살같이 튀어나와 데올라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놈!’

공격을 피하거나 막기는커녕 오히려 짐승처럼 달려들다니.

데올라카는 이쪽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유현의 모습에 오한을 느꼈다.

대체 얼마나 많은 마도구를 쏟아붓고, 얼마나 많은 마도병사가 목숨을 바치며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는가.

하지만, 녀석은 마치 불사신이라도 되는 것마냥 대부분 공격을 피하거나 격추하며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었다.

그 엄청난 공격을 받아 내고 피하면서 움직이는데, 호흡이 하나도 거칠어지지 않았다. 지치지도 않는 건가? 데올라카는 상대가 자신과 대등한 집행자인지 의심이 갔다.

‘대등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지웠다. 그래. 인정한다. 유현은 자신보다 훨씬 더 강했다. 집행자? 그 단어가 과연 이 남자의 강함을 전부 담을 수 있을까.

‘집행자라는 이름이 아쉽다고 생각한 건 이전에 딱 한 번만 있었거늘.’

집행자 최도윤. 그전에는 검의 군주라 불리던 그 남자가 집행자의 칭호를 받았을 때, 그가 피렌과 싸운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는 데올라카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 남자가 어떻게 집행자인가. 오히려 집행자는커녕, 검의 성령이라 불려도 이상할 게 없는 강함을 지니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유현을 상대로 똑같이 하게 된다.

둘의 강함은 비슷하지만, 방향성은 정반대다. 최도윤은 어딘가 정돈되고 말끔한, 말 그대로 올곧은 한 자루의 검을 보는 것 같다. 너무나도 날카로워서 무엇이든지 베어 버릴 것만 같지만, 화려하지 않고 아주 실용적이다.

하지만, 유현은 다르다. 마치 세상의 모든 오류를 뭉쳐서 만들어 낸 것 같은 모습은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첫인상은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처럼 보이지만, 그의 안쪽에 내재되어 있는 본성은 그러지 않았다. 지금도 보라. 4개의 안광을 불태우는 악마의 가면을 쓴 채, 이쪽을 향해 검은 기운을 줄기줄기 흘리며 덤비는 모습을.

악마? 아니, 악마도 저렇게까지 경외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모두에게 신이라고 불릴 것이다.

그렇다면 신인가? 저런 끔찍한 모습의 신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유현의 모습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감히 정의하기 힘들었다.

공포.

데올라카는 오랫동안 집행자라는 최고의 자리를 구가하면서 잊고 지내던 감정을 떠올렸다.

“이럴 수는 없다!”

데올라카와 유현이 재차 격돌했다.

그의 주위로 부서진 마도구의 잔해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 남자와 싸움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모든 마도구가 전부 격추됐다.

시간으로 치면 눈 몇 번 깜빡이는 수준. 그러나 초월자를 넘어선 자들의 싸움은 이런 시간조차 매우 길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데올라카는 유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데올라카는 가면 안쪽에 있는 유현의 눈을 꿰뚫어 보고자 했다. 하지만, 이윽고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가면의 붉은 눈동자는 결국 유현의 눈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괴물. 넌, 괴물이구나.”

“아니.”

화륵! 붉은 안광이 강하게 폭사했다.

“인간이지.”

인간? 저런 모습을 해 놓고 인간이라고 한다고? 그거야말로 웃기는 이야기다.

인간은 나약하다. 그렇기에 강해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살리오 제국은, 그런 인간의 나약함을 최대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건국됐다.

인간은 아무리 강해져서 강철보다 튼튼할 수도, 기계보다 더 강한 에너지를 낼 수 없다.

살리오 제국은 인간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은 더 강한 힘. 즉, 마법과 과학으로 봤다.

강철의 단단함을 얻지 못한다면 강철로 이루어진 갑옷을 두르면 된다.

소리보다 빠르지 못한다면 소리보다 빠른 날개를 달면 된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모든 걸 대신 계산해 주는 고연산 컴퓨터를 사용하면 된다.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에 한계가 있으니, 그 외의 것으로 모든 것을 채운다.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 편협한 생각이, 진짜 강함의 앞에 무너지려고 하자 데올라카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또한 나름 기계나 마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제자인 피렌에게 너무 마도구에 의존하지 말라는 충고도 했으며, 스스로가 맨몸으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감을 지니기도 했다.

‘그래서 이미 다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었다는 건가?’

데올라카는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인간인지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유현에게 괴물이라고 외친 것은, 자신보다 훨씬 더 인간으로서 월등히 노력한 대상을 향한 질투의 발로였다.

“나는, 나는……!”

“뭘 이상한 감상에 빠져 있어.”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악무는 데올라카를 향해 유현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죽고 싶지 않으면, 가진 거 다 꺼내야 할 거야.”

“…….”

데올라카는 이를 악물고 검을 고쳐 쥐었다. 지원을 받을 마도구는…… 전부 부서졌다. 그를 지원하러 온 마도병단 300명은 전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저 갈라진 지층의 아래로 사라진 뒤였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남은 것은 뭐가 있는가?

손에 쥔 검과 아직 검을 휘두를 수 있는 몸.

그것만으로 충분한 게 아니겠는가?

“내 세월을 우습게 보지 마라.”

데올라카는 팔에 힘을 주며 검에 기교를 섞었다. 유현은 코웃음을 치며 데올라카와 검을 섞었다.

촤자자장!

주위의 대지와 거대한 나무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잘려 나갔다.

그 여파가 얼마나 굉장했는지 멀리 떨어져서 싸우던 다른 군주들과 초월자들마저 기겁해서 거리를 벌렸을 정도였다.

그 날카로운 폭풍의 중심에서 데올라카는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그의 검이 하늘을 향하고, 모든 의념이 검 끝에 집중됐다.

흠. 이번 건 나라도 위험하겠군.

유현도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이것은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깨뜨려야 한다면 정면에서, 그것도 더 강한 일격으로 부숴야만 했다.

유현의 검 끝에도 의념과 함께 강대한 내공이 담겼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공간이 뒤틀리며 유리처럼 쩍쩍 갈라졌다.

이 순간, 두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선공은.”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세계에 단둘밖에 남지 않았을 때.

유현이 먼저 말했다.

“양보하지.”

데올라카는 거절하지 않았다. 들이마신 숨을 내뱉으며 그는 자신의 혼신이 담긴 일격을 내질렀다. 어떤 마도구의 힘도 섞이지 않은, 인간으로서 그가 맨몸으로 익혀 온 무의 정수가 담긴 검격이었다.

그것이 허공을 때렸을 때, 유현이 반격하듯 움직였다.

순간이지만, 공간이 접혔다가 확 펼친 것 같은 광경이 둘 사이에 펼쳐졌다. 그 직후 두 사람의 몸이 서로 교차하듯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하얗게 물든 세계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빗속에서 데올라카는 칼끝을 천천히 내렸다. 그의 입술을 비집고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결국, 닿지 못했는가.”

“아니. 닿았어.”

유현은 자신의 소매 끝이 갈라진 것을 보여 주었다.

고작 소매.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생각한 일격치고는 초라할 따름이지만, 그래도 마냥 헛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제자의 원수를 갚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닿지 않은 건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을 품으며 데올라카의 몸이 지면 위로 쓰러졌다.

* * *

“데, 데올라카님이, 지셨다고?”

“세상에.”

데올라카의 죽음으로 전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둘밖에 없는 기둥 중 하나가 무너졌으니 다른 초월자들과 군주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살리오 제국의 군주들은 유현이 멀쩡한 모습을 보고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겉으로는 멀쩡해도 속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조금 전 데올라카와의 싸움을 생각하면 유현 또한 힘이 많이 빠졌을 터.

서로 눈치를 보던 중 한 군주가 유현을 향했다.

‘지금 힘이 빠진 녀석을 죽여야 한다!’

데올라카가 죽었지만, 이쪽이 유현을 죽인다면 상황은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유현을 향해 달려든 군주는, 그와 눈을 마주한 순간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어?”

동시에 유현이 움직였다. 군주는 반사적으로 반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고 말았다. 유현이 보여준 움직임, 그것은 데올라카가 평소에 보여 준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으니까.

대체 어떻게 유현이 데올라카의 검술을? 그것에 의문을 갖는 순간, 그의 패배는 정해진 셈이었다.

서걱.

잘려 나간 머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 광경을 본 살리오 제국의 군주들이 숨을 삼켰다.

* * *

“신속하게 움직여라.”

패트릭을 위시한 마도병단이 연합의 지하 기지 안쪽을 빠르게 누볐다. 그들은 이곳에 돌입한 순간, 최대한 신속하게 적들의 머리를 없앨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쪽을 향해 달리면 달릴수록, 그들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어디 있지?”

“생체 반응에도 걸리지 않는다. 설마 눈치채고 전부 도망친 건가?”

“아니. 기다려봐. 전부 저 아래에 몰려 있다.”

도망친 것은 아니었다. 놈들도 적들의 침입을 상정해서 전부 안전한 곳으로 몰려 있었을 뿐.

그렇다면 오히려 이쪽이 고마울 따름이다. 흩어지는 놈들을 하나씩 찾아가서 죽일 수고를 덜게 됐으니까.

오히려 놈들이 이렇게까지 몸을 숨기고 있다는 것은, 침입에 대비한 전투원을 따로 빼놓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그렇다면 이쪽의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진 셈.

패트릭은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며 생체 반응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저 너머로군.”

패트릭이 선두에 서려는 순간 함께 움직이던 마도병사 중 하나가 패트릭을 말렸다.

“황자님. 이상합니다.”

“뭐가?”

“저 복도 너머에, 무언가가 있습니다.”

“뭐? 대체 뭐가 있다고 그러는데.”

패트릭은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경계할 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함께 움직이는 마도병사들은 그러지 않았다.

정확히 그들 중 단 1명. 알파팀의 리더는 다른 이들에 비해서 막대한 지원을 받은 상태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물건 중에는 라플라스의 눈 또한 있었다.

양산에 실패한, 일종의 프로토타입. 피렌이 사용하던 것에 비해서 출력이 한 단계 정도 떨어지는 물건이지만, 그래도 적을 탐색하는 데는 이만한 것이 따로 없었다.

그가 지닌 그 라플라스의 눈이, 저 너머에 적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보이지 않고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데, 이 눈은 저곳에 적이 있다는 정보를 알려 주다니.

[허어. 이거 참. 신기한 일이로군.]

동시에 허공을 찢고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그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입고 있는 옷은 새까맣고 얼굴에는 기묘한 가면을 쓰고 있다.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 또한, 기묘하리만치 이질적이다.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그들로서는 감히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절대 평범한 인물들은 아니라는 것.

마도병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을 때, 안쪽에서 대기하던 라플라스는 적들의 사이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설마하니 나를 따라 하려는 자들이 있을 줄이야. 기계의 힘만 빌리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습게 볼 건 못 된다 이건가.]

“뭐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네놈들은 또 뭐고.”

패트릭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 라플라스에게 물었다. 정작 라플라스는 그의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 줘도 알아듣지도 못할 놈들이지 않은가.

그리고, 주군께서 명령을 내렸다. 이곳에 침입자가 올 수 있으며 그들로부터 이 기지의 사람들을 지키라고.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는, 그 방식을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라플라스는 검을 뽑고, 데카르트는 등 뒤의 날개를 펼쳤다.

두 악마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흘러나왔다.

[덤벼 보거라. 나를 모방하려는 가짜를 지닌 자들이여. 주군의 명에 따라 진짜가 무엇인지 보여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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