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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87화 (387/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87화

“……그것과 지아 씨의 그 강아지 귀는 무슨 관계입니까?”

“강아지 귀가 아니다! 늑대라고 늑대!”

무거운 분위기가 순식간에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얼굴을 붉히며 빼액 소리 지른 권지아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가리며 자조하듯 한탄을 내뱉었다.

“애초에 내가 이 설천신류를 익히게 된 것도 아주 먼 과거, 2회차에서 펜릴과 만났기에 얻은 힘이었다.”

“엄청 오래전이었군요.”

“회차를 아무리 반복해도, 이 힘은 매번 시작할 때마다 곧바로 사용할 수 있었지. 아마 굳이 무언가 물려받을 필요가 없이 나와 이 힘의 궁합이 좋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끝까지 들어라. 아무튼, 이 힘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펜릴의 기운이 몸에 스며들게 된다. 그리고 펜릴이 무엇이냐? 늑대 아닌가.”

“그렇죠. 그냥 늑대가 아닌 게 문제지만요.”

“바로 그거다.”

“네?”

너무나도 뜬금없는 결과에 유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가 바로 그거라는 겁니까?”

“그거! 내가 펜릴의 힘을 너무 사용해서, 거기에 영향을 받아 이렇게 된 거라고! 꼭 이 입으로 두 번 말하게 만들어야 속이 풀리나?”

“딱히 두 번 말한 것도 아니면서.”

“뭐라고?”

“아, 아뇨. 아무것도.”

아무튼, 유현은 왜 권지아의 머리 위에 강아지…… 아니, 늑대 귀가 돋아나게 됐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결국, 펜릴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설천신류를 오랫동안 익힌 대가로 펜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늑대의 귀가 신체의 일부로 발현이 된 것이다.

“혹시, 다른 데는 괜찮습니까?”

“다, 다른 데? 뭐가.”

권지아가 살짝 당황하며 두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아뇨. 뭐, 귀가 생겼으면 꼬리……라던가?”

“……그런 취향이었나?”

“……그냥 상식선에서 꺼낸 이야기인데요. 보통 수인들이 딱 귀랑 꼬리가 그렇게 달려 있잖아요. 왜 절 그런 시선으로 보는 건데요.”

“그, 그런 거 없다!”

권지아는 그렇게 외치며 더욱이 자신의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 본능적인 태도에 유현은 또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 꼬리도 자랐구나.’

유현은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머리 위에 늑대 귀를 달고 있는 시점에서 권지아 본인이 누구보다도 부끄럽고 수치스러울 테니까.

“킁킁.”

그때 가만히 있던 강혜림이 또다시 반응했다. 그녀는 무언가 냄새를 맡는 것처럼 코를 킁킁거리더니 이윽고 권지아를 맹한 눈동자로 주시했다.

“뭐, 뭐냐.”

권지아는 강혜림이 또 자신을 이상하게 주시하자 괜히 주눅이 들어서 잔뜩 긴장했다.

강혜림은 그런 권지아에게 다가가더니 이윽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애완동물을 다루는 것 같은 그 태도에 권지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 * *

사달이 나기 전 유현이 필사적으로 권지아를 말렸기에 문제라고 할 만한 것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권지아에게 강혜림에 대한 상황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어서, 유현은 자신이 깨어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권지아에게 설명해 줬다.

“그런가…….”

이야기를 전부 다 들은 권지아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강혜림이 흑뢰군주가 됐다는 소식은 그녀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때 만약 자신이 남아 있었다면 강혜림이 저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유현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를 등지고 그녀는 끝없는 여정에 나섰다.

“너도…… 피차 고생이 많았구나.”

“아, 그리고 지아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습니다.”

“그래. 라플라스 관련이지?”

권지아는 유현이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미리 알고 있었기에 먼저 선수를 쳤다.

동시에 그녀의 등 뒤로 검은 활자가 일어나며 라플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라플라스는 곧바로 유현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했다.

[오오. 주군이시여. 다시 돌아오셨군요.]

“오랜만이구나. 라플라스.”

[정말,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주군이 계시지 않는 동안에는 열심히 권지아 아가씨를 곁에서 보필해 왔습니다만, 그래도 제겐 언제나 주군의 생각뿐이었습니다.]

“고생이 많았다.”

[아아. 주군의 칭찬을 받은 것만으로도 제게는 이미 큰 보상입니다.]

“그래. 다시 돌아와라.”

유현의 명령에 라플라스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윽고 유현에게 다시 돌아갔다. 유현은 자신의 몸 안에 힘이 더욱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눈을 잠시 감으며 그 힘을 음미했다.

이로써 데카르트와 라플라스를 되찾았다. 남은 것은 맥스웰과 다윈 둘.

“그보다 강혜림의 상황은, 괜찮은가?”

“예. 일단은 기억 대부분을 잃은 채이지만, 여러분이 함께하며 모아 온 이야기가 있다면 그녀를 다시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어떻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를 하죠. 지금은, 일단 올드 타운 내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부터 처리해야 합니다.”

5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그들이 나누고 싶은 대화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여의치 않았다. 올드 타운은 유례없는 커다란 테러에 휩싸여서 도시 자체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니까.

연합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권지아는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뭉쳐야 할 텐데, 연합이라는 것들이 내부부터 분열하는 꼴이라니.”

“상황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이미 테러는 벌어졌고, 살리오 제국 측에 소속된 집행자 하나가 사망하게 됐죠. 그뿐만이 아니라 2개나 되는 대성군이 외부에서 개입을 했습니다. 이제 와서 2차 신화 대전이 벌어진다고 해 봤자 누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건가.”

“일단, 올드 타운으로 돌아가서 사태를 정리해야 합니다. 이야기는 그 후에 하죠.”

“그러지.”

때마침 그들이 올드 타운에 도착했을 때, 혼란스러운 상황은 경비대가 나서서 정리한 뒤였다. 그들은 백서련이 행방불명 된 것에 불안해했지만, 그녀가 멀쩡하게 살아 돌아오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유현은 거기서 백서련이 평소에 이곳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명망을 지니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뻐하는 사람 중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유찬 씨?”

“유, 유현 씨?”

유현을 알아본 성유찬은 이게 꿈인지 생신지 믿기지 않아 자신의 뺨을 꼬집었다.

아픈 것을 보니 분명 현실이 맞았다.

“도, 돌아오신 거예요?”

“네. 어쩌다 보니.”

유현은 성유찬의 손을 잡고 있는 꼬마 아이를 발견했다.

“축하합니다, 경서 씨와 잘되신 것 같네요. 귀여운 딸까지 두시고.”

“네, 그렇죠. 예리는, 저에게 있어서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입니다.”

“그 마음 언제까지고 잊지 말고 간직하시길.”

“자, 잠깐만요! 가시는 건가요?”

“아직은 이 도시에서 머물 생각입니다만, 아마 오래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제게는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요.”

“……그렇겠죠.”

성유찬도 듣는 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일하던 백화 매니지먼트 동료들이 다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는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유현은 그런 성유찬에게 걱정 말라며 피식 웃어 보였다.

“나중에, 모든 일이 끝나면…… 다 같이 모여서 어디 놀러 갑시다.”

“네, 네? 그게…… 될까요?”

“될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성유찬은 유현의 그 말이 정말 허황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이전 지구에서 살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들이 세상에 가득했다.

아무리 유현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일개 개인이 혼성계에서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5년 만에 만난 그 남자는 그때 봤을 때와 전혀 변함이 없었고.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그의 말을 믿게 된다.

“……네. 나중에, 전부 끝나면 다 같이 모이죠.”

“약속입니다.”

유현은 마지막으로 성유찬의 딸 성예리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빠의 손을 잡고 있던 4살짜리 아이는 그런 유현에게 마주 보듯 앙증맞은 손을 흔들었다.

성유찬과의 짧은 해후를 끝낸 유현은 현장을 지휘하는 백서련과 합류했다.

“아, 유현 씨.”

“유찬 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근처에 보이더군요.”

“그랬군요. 현장 정리는 때마침 거의 다 됐어요. 하지만…… 문제가 커요.”

“살리오 제국 측에서 무언가 했겠죠?”

“……이쪽으로 보낸 집행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올드 타운 전체에게 묻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어요.”

“후우.”

그 말을 들으니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야말로 전면전이 된 상황. 살리오 제국은 자신의 야망을 숨기려 들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 세력은 힘을 모아 살리오에 저항을 해야만 했다.

기호지세.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이상, 남은 길은 두 가지뿐이다.

호랑이의 등에 내려 호랑이에게 물려 죽거나, 혹은 호랑이가 지쳐서 제풀에 쓰러지거나.

아니, 방법은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이 손으로 호랑이를 직접 죽이는 것이다. 잡아먹힐 바에야 먼저 잡아먹는다. 그것이 살아남기 위한 자들의 생존 수칙이었다.

* * *

각 대표가 올드 타운으로 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즈음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살리오 제국 또한 움직이기 위해서 준비 시간이 필요할 테니, 아직까지 시간적인 여유는 분명 남아 있었다.

미들랜드와 중천맹, 포리너, 그리고 지구 측의 대표들이 올드 타운에 모여서 회동을 하기로 했으니 그때까지는 얌전히 기다려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니 유현은 이 유일한 기회에 못다 한 말들을 끝내기로 했다.

“불렀나?”

“네. 지아 씨도, 서련 씨도 모두 와 주셨네요.”

“그야 유현 씨가 꼭 와 달라고 했으니까요.”

강혜림은 여전히 유현의 곁에 꼬옥 붙어 있었다. 권지아는 그 모습을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딱히 뭐라고 지적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강혜림의 상태가 어떤지는 유현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뭔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어서, 그녀는 자신에게 자라난 꼬리가 괜히 축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뭘 말하려고 하는 거지?”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요.”

“그래도 할 만한 것들은 다 한 것 같은데.”

“파편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군.”

파편.

정확히는 코덱스의 서가 찢어진 책의 조각.

유현은 대폭발에 휘말리기 전까지만 해도 파편을 회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지니고 있던 일부 파편은 다른 사람들에게 넘긴 상태이기도 했다.

“지아 씨는 지금 파편을 가지고 계시죠?”

백서련도 이 사실을 알 필요가 있었기에 유현은 주저 없이 파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허락받지 못한 사람은 파편에 대해 인지하지도, 그 진실을 알 수도 없지만. 유현과 오래 붙어 있던 영향 때문인지 백서련은 대화 자체를 전부 알아듣고 있었다.

“그래. 일단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은 그대로 소유하고 있지.”

“그 이후에, 파편은 모으지 않으신 겁니까?”

“……그렇다. 파편을 전부 다 모았을 때 2차 신화 대전이 벌어졌을 때이니까. 아마 코덱스 자체가 무언가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

“전쟁을 일단 최대한 미뤄야 하는 입장에서, 파편을 함부로 모으면 안 된다는 거군요.”

하지만, 이 혼성계에는 파편을 지닌 자들이 저마다 존재한다. 그리고 지난 5년 사이에 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전보다 파편의 존재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자들의 숫자 또한 많아졌을 터.

이대로 놔둔다고 쳐도 파편을 지닌 누군가가 다른 파편을 모으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지아 씨. 저는 파편의 진짜 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파편의 진짜 힘이라고?”

“그게 뭐예요?”

유현은 차분하게 지난번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이야기의 지평선에서 인간이 되길 선택한 이후, 활자가 되어 사라지는 강혜림을 살리기 위해 했던 그 순간을.

“보십시오.”

유현은 권지아와 백서련의 머리 위에 떠다니는 책을 자신의 손에 쥐었다.

둘은 갑자기 유현의 손에 책이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는 눈치였다. 그녀들도 유현이 지닌 책이 평범한 책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제게는 타인의 책을 보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원래 주인이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이야기가 적혀 있죠. 저는 이 책을 이용해 혜림 씨가 죽는 것을 막았습니다.”

초월자가 된 강혜림은 죽어 가면서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활자가 되어 흩어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유현은 그녀의 사라져가는 활자를 그녀가 지니고 있는 책에서 가져와 빈 부분을 채우고, 봉합하여 겨우 그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온전한 그녀를 살리는 데 강혜림의 책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는 한참 모자랐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여러분의 책입니다. 여러분들의 책에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지만, 그 이상으로 혜림 씨와도 함께한 과거가 있으니까요.”

유현이 옛 동료들을 찾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강혜림과 함께했던 순간의 기억을 지닌 동료들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때는 정말로 강혜림을 완전하게 깨울 수 있으니까.

“지금 그 과정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때 이후로 책을 완전히 다루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그때의 감각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게다가 강혜림의 책을 다루면서 유현은 강혜림이 기존에 사용하던 기술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게 있다면 그는 여기서 더 강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허락 없이 책을 멋대로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른 겁니다.”

“유현 씨…….”

“……정말 한결같은 남자로군.”

권지아와 백서련은 흔쾌히 허락했다.

강혜림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이야기의 일부를 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책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그녀들에게 무슨 영향이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강혜림을 향한 마음이 컸다.

그녀들 또한 강혜림이 변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가겠습니다.”

유현은 양손에 쥔 책을 활자 조각으로 만들어 강혜림에게 건넸다.

강혜림은 그게 뭔지도 모른 채, 유현이 주는 것이라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동시에 활자가 강혜림의 몸에 스며들고, 그녀에게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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