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81화
유현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강혜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강혜림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방의 입구에는 검은 갑주와 망토를 두른 병사들이 막아서듯 서 있었다.
“멈춰라. 이곳은 허락받지 못한 존재는 들어갈 수 없다.”
“비켜.”
입구를 지키는 병사의 수준은 좋게 쳐줘도 상급 컬렉터 정도. 레벨로 따지면 80에 지나지 않았다.
지구에 있을 때는 이 정도도 각 나라마다 몇 없는 정예로 불렸겠지만, 혼성계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 이놈이!”
자신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병사가 창을 겨누는 것보다 먼저, 유현의 손이 그의 턱을 툭 건드렸다. 병사의 눈에 초점이 사라지더니 이윽고 지면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녀석도 똑같이 처리했다.
입구를 지키는 병사 둘을 가볍게 제압한 유현은 문을 활짝 열었다.
넓은 방의 중심에는 백효가 잔뜩 깃털을 부풀린 채 있었고, 강혜림이 그런 백효를 껴안으며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백효의 주위에는 살리오 제국의 병사들이 포진해 있었는데, 그중 대표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강혜림을 향해 손을 뻗으려던 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유현의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어, 어어? 뭐야? 당신 누구야?”
“밖에 있는 놈들은 대체 뭘 한 거야?”
유현이 들어온 것을 뒤늦게 발견한 병사들이 유현을 쫓아내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의 옷깃도 쥐지 못했다.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인 유현은 강혜림을 향해 손을 뻗는 남자의 손목을 그대로 쥐었다.
“어? 뭐야?”
“그 손, 치워.”
유현은 말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그대로 손목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
상대방도 그제야 유현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안간힘을 다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크, 크으윽!”
이를 악물고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필사적으로 저항을 해 보려 하지만, 고작 손 하나의 악력을 떨쳐 내지 못했다.
‘대, 대체 이놈은 누구야?’
갑자기 나타난 것은 둘째치고, 이 말도 안 되는 힘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 정도라면 최소 군주급은 돼야만 가능한 일인데…….
“이, 이 자식이 패트릭님을!”
“그 불경한 손을 떼지 못할까!”
유현의 움직임을 놓친 병사들이 당황하며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유현을 겨누었다.
패트릭의 손목을 으스러져라 쥐고 있던 유현의 시선이 살리오 제국 병사들을 향해 힐끔 향했다.
“너희들은 전부 바닥에 꿇고 있어라.”
“그게 무슨…….”
패트릭 다음으로 지위가 가장 높은 남자가 유현에게 뭐라고 따지기도 전에, 거대한 압력이 그들을 머리 위에서 강하게 짓눌렀다.
쿵!
살리오 제국의 병사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개구리마냥 바닥에 납작하게 처박혔다.
그 광경을 본 패트릭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자신이 이끌고 온 정예 병사들이 말 한마디에 제압당하다니.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질문은 이쪽이 먼저 한다. 무슨 용무로 혜림 씨에게 손을 데려고 한 거지?”
“뭐?”
“내가 아무래도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나 보군.”
꽈아악!
손목에 가해지는 힘이 늘어나자 패트릭의 입술을 비집고 비명이 흘러나왔다.
“크아아악! 그, 그만! 그마아아안!”
“그만?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가나 본데, 지금 나한테 명령을 한 건가?”
끼기기긱.
손목에 찬 건틀릿이 소음과 함께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압착된 금속이 패트릭의 손목의 근육과 뼈를 강하게 압박했다.
패트릭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 그만해 주십시오!”
“질문에 대답해.”
“흐, 흑뢰군주를…… 흑뢰군주를 데려오라는 말이 있어서…….”
“그걸 지금 말이라고…….”
“그쯤 하지.”
그 순간, 청아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유현은 살짝 의외라는 표정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봤다. 녀석은 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유현이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말을 꺼내기 전까지 기척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상대방의 실력이 최소한 군주급은 된다는 소리. 아니, 이 정도면…… 어쩌면 몇 없다는 집행자 중 하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넌 누구냐?”
유현은 건장한 체격을 지닌 검은 머리 여성을 노려보며 물었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가 있는 여인은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었고 키는 180이 넘어 보였다.
무엇보다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다른 어중이떠중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지금 네놈의 손에 붙들린 패트릭 1황자의 전속 호위 기사인 피렌이다.”
“1황자? 이 덜떨어진 녀석이?”
유현은 설마 패트릭이 황자라는 거창한 칭호를 지니고 있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피렌을 발견한 패트릭은 구원자라고 마주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외쳤다.
“피렌! 어서 날 도와다오! 이, 이 불경한 녀석의 목을 쳐 버려라!”
“하아, 황자님. 가만히 있어 주십시오.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이, 이 녀석이 누군데 그렇게 말하는 거냐!”
“저희가 찾던 책더미 군주입니다.”
“뭐?”
패트릭은 그게 정말이냐는 시선으로 유현을 돌아봤다. 유현은 그 멍청한 반응에, 이런 녀석이 정말 1황자가 맞는지 의심부터 들었다.
유현은 강혜림의 몸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도 그녀는 어디 다친 데 없이 무사했다. 만약 백효가 그녀를 지켜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그런 생각이 미치자 또다시 살심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정면에서 유현의 살기를 마주한 패트릭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고, 피렌은 자기도 모르게 허리춤의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만.”
“…….”
“거기서 검 뽑으면, 너희는 다 내 손에 죽어.”
“……자신이 있나 보군.”
유현은 무덤덤한 시선으로 피렌을 돌아보며 경고했다.
“확인해 보고 싶은가?”
‘무슨 눈빛이…….’
피렌은 유현과 눈을 마주한 순간 등골을 타고 무수한 벌레가 기어 올라오는 착각을 느꼈다.
그녀도 책더미 군주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집행자인 검의 군주 최도윤과 싸워서 이겼다고 하는데, 솔직히 피렌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최도윤은 그녀가 인정한 강자다. 같은 집행자로 불려도, 검에 있어서 피렌 자신은 최도윤에게 발끝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책더미 군주가 그런 최도윤을 상대로 이겼다고? 그 말인즉슨 눈앞의 남자는 최도윤보다 더 강한, 집행자 이상 가는 강자라는 소리였다.
‘그럴 리가 없다.’
1세대 성령도 아니고, 고작 개인이 저만한 무력을 지니고 있을 리가 없었다.
피렌은 고민했다. 이대로 검을 뽑아 저 건방진 녀석의 손목을 잘라 낼 것인가.
평소의 그녀였다면 고민도 하지 않고 내지르고 봤을 테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뭔가 자꾸 불안해.’
이대로 검을 뽑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은 위험을 본능이 직감하고 있었다.
그녀 또한 이 연합에 몇 없는 집행자 중 하나이기에 이 자리까지 올라오면서 많은 싸움을 겪어 왔다. 그렇게 쌓이고 쌓여 온 감이 지금 순간 전례가 없는 경고를 날렸다.
피렌은 검을 뽑지도, 그렇다고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서 내심 갈등했다.
그것도 잠시, 피렌에겐 다행스럽게도 열린 문을 통해 백서련과 강유라가 막 현장에 도착했다.
“유현 씨!”
백서련의 외침에 유현은 곧바로 살기를 거두며 패트릭의 손목을 놓아 주었다.
겨우 풀려난 패트릭은 뒤로 물러날 틈도 없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유현의 살기를 받으며 다리에 완전히 힘이 풀려 버린 것이다.
‘말도 안 돼. 살리오 제국의 정통 황태자인 내가…… 초월자에 들어선 내가 고작 살기를 받았다고 이렇게 겁에 질렸다고?’
그 사실에 분노하며 이를 악물었지만, 유현을 올려다볼 용기는 들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이미 그는 뼛속 깊이 유현을 향한 두려움을 새기고 말았다.
패트릭이 이도 저도 못 하는 사이 피렌은 그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켜 세워 줬다.
내부의 상황을 본 백서련이 눈을 가늘게 뜨며 피렌을 노려봤다.
“살리오 제국의 집행자가 여기는 무슨 일이죠?”
“중앙 행정부에 테러가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말이다. 때마침 지나가는 길이라 들렸지.”
거짓말이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고 있는데, 이렇게 공교로운 타이밍에 나타날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저들은 이미 테러를 빌미로 무언가 꿍꿍이를 이루기 위해 나타났다는 소리다.
“책더미 군주와 만나고 싶었나 보군요.”
“그럴 생각도 있었지.”
“이거 아쉬워서 어쩌죠? 하필 첫 만남부터 최악의 이미지를 심어 주고 말았네요.”
“…….”
피렌은 과묵한 시선으로 백서련을 응시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다들 그녀의 눈을 피할 법도 한데, 백서련은 지지 않고 받아치듯 응시했다.
결국, 고개를 먼저 돌린 것은 피렌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지.”
“흑뢰군주를 인질로 삼아 책더미 군주에게 거래를 할 기회가 날아가서요?”
“우릴 너무 나쁘게 보는군. 난 그럴 생각이 없었어.”
“하지만, 그 고귀하신 패트릭 1황자님은 달랐겠죠.”
뼈가 있는 말에 피렌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멋대로 생각하라는 것 같은 태도에 백서련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래서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이 뭐죠?”
“말했잖나. 테러가 벌어져서 소식을 듣고 온 거라고.”
“평소에 이런 일이 없던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갑자기?”
“지부장의 사무실이 당했다는 것은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런 것치고는 아주 멀쩡해 보이는군.”
그 말에 백서련은 코웃음을 쳤다.
“제가 어디 실려 갔으면 하는 뉘앙스네요. 이런 노골적인 거 말고도 테러는 이전부터 있었어요. 제가 마시려고 하던 차에만 수차례 독극물이 담겨 온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거 무서운 이야기로군.”
“글쎄요. 누군가는 아주 아쉬워하고 있지 않을까요. 눈엣가시가 끝까지 버티면서 죽지 않고 있으니까요. 뭐, 이번에 이렇게 달려온 것도 그냥 빌미를 얻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겠죠.”
“범인은 잡았나?”
노골적인 화제 전환에도 백서련은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범인은 아직 잡지 못했지만, 대략 누구인지 추측은 가능하죠. 외부 대성군 세력의 힘을 빌려서 내부에서 활동하는 자들이 했을 테니까요.”
“아니면, 일부러 자신이 이렇게 당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자작극일 수도 있지.”
“마치 그럴 거라고 확신을 하시는군요. 왜? 이번엔 그쪽에서 시키지 않은 일이 벌어져서 그런 건가요?”
“흥. 마음대로 생각해라. 황태자님 가시죠.”
“나, 나는…….”
패트릭은 아직도 미련이 남는지 자리를 섣불리 떠나지 못했다.
일단 자존심이 처절하게 짓밟힌 것도 있지만, 그에게는 책더미 군주를 영입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었다.
그게 안 된다면 흑뢰군주라도 데려오라는 명령이 있었는데…….
피렌은 패트릭의 그 답답한 행동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십니까?”
“뭐, 뭐?”
“이 꼴을 보십시오. 이제 와서 사명을 완수해야 하니 어쩌니, 판은 이미 망가진 뒤입니다. 여기다 대고 얼마나 더 추해지실 생각입니까? 황가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짓도 적당히 하십시오.”
“…….”
패트릭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지만, 피렌에게 어떠한 반박도 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패트릭이 주종관계의 갑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피렌이 그를 잡고 휘두르는 수준이었다.
패트릭의 사소한 반항을 말 몇 마디로 제압한 피렌은 유현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부하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혜림 언니는 괜찮아요? 유현 씨는요?”
“그런 걱정은 패잔병처럼 떠난 저들에게 하는 게 맞을 겁니다.”
“저쪽은 걱정도 안 되니까 그러죠.”
“저희는 괜찮습니다. 혜림 씨도.”
백효의 품 안에 숨어 있던 강혜림은 유현에게 도도도 달려와 그의 품 안에 안겼다. 백서련은 그 모습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언니는 괜찮겠죠?”
“아직 혜림 씨는 기억이 온전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죽어가기 직전, 가까스로 되살린 것에 지나지 않아요. 기억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죠.”
“……유현 씨는 혜림 언니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군요.”
“혜림 씨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저의 잘못입니다. 제겐 그녀를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유현은 그녀의 모든 죄를 자신이 떠안기로 다짐했다. 흑뢰군주였던 그녀를 죽이고, 다시 예전 검후였던 강혜림으로 되살리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쌓아 온 업보가 돌아올 거라는 건 이미 각오한 바다.
유현의 눈빛이 워낙 진지해서 백서련은 그 이상 뭐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
“하아. 어쩔 수 없죠. 그보다 이제 조심해야 해요. 집행자 피렌까지 나서서 이곳에 찾아온 걸 보면…… 아마 머지않은 시기에 저쪽도 노골적으로 나설 테니까요.”
“그렇게 보이더군요. 우연을 가장해서 공교로운 타이밍에 집행자를 이끌고 온다라…… 게다가 상대는 살리오 제국의 적통이라 할 수 있는 1황자까지.”
“지금 본 건 전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죠. 아마 본대는 따로 있을 거예요.”
“본대라고 한다면…….”
“예. 군주들이 몇 명 더 포진된 살리오 제국의 정예병들이겠죠.”
백서련은 불안한 시선으로 도시의 먼 바깥을 응시했다.
마치, 그곳에 저들이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 * *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중앙 행정부를 나서자 부관 하나가 피렌에게 득달같이 질문을 날렸다.
“기존 계획은 폐지한다.”
“책더미 군주의 영입은 포기하시는 겁니까?”
“그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맸어. 너도 느껴서 알 거 아닌가. 책더미 군주는 우리와 척을 졌다. 이 관계는 돌이킬 수 없어.”
“그, 그건…….”
부관도 그 상황을 직접 겪어 봤는지라 부정할 수가 없었다.
책더미 군주는 집행자 최도윤을 쓰러뜨릴 정도의 강자. 그런 자를 이대로 놔둬야 한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부추겼다.
혹시 몰라서 흑뢰군주라도 데려갈 속셈이었지만,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흑뢰군주는 그들이 알던 흑뢰군주가 아니었다.
“지부장 그년이 먼저 수를 썼어. 이대로 가면 겨우 기울어졌던 힘의 균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면 설마…….”
“그래. 다음 단계로 들어간다.”
“지금 바로 하실 겁니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
지구 출신의 집행자 최도윤은 부상으로 린델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고, 가장 위험한 전력이라 평가받은 서수민은 자리를 비우고 소식도 없었다.
유현이 새롭게 나타난 것은 상정 외였지만, 그걸 감안해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수뇌부들을 모조리 죽여.”
“그럴 줄 알고 이미 녀석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부관의 말에 피렌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라고 부른 녀석들이니까. 최소한 값은 해야지.”
피렌의 시선이 저 멀리 골목길 사이에 숨어 있는 로브를 뒤집어쓴 무리를 향했다.
내부에서 세력의 균형이 비등해서 상황을 뒤집기 어렵다면, 과연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정답은 바로 위에서 다른 세력의 힘을 끌어오는 것이다.
“얼마나 죽는지 상관없다. 확실하게 처리하도록.”
피렌은 그렇게 말하며 부관이 미리 준비해 온 로브 하나를 가져와 자신의 몸에 둘렀다.
“책더미 군주는 내가 맡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