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80화
입술을 달싹이던 유현은 마음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제가 처음부터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나 보군요.”
백서련이 어째서 자신을 일부러 용의자로 몰아서 유치장에 가둔 건지, 그리고 왜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올드 타운을 넘어서 연합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는지.
그녀의 마지막 행동을 통해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전부 자작극이었던 겁니까?”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에서 유현 씨와 이렇게 대화를 나눌 방법은 이것뿐이었으니까요. 물론 유라가 갑자기 끼어들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저 혼자서 바로 찾아올 거라고 예상하셨던 거군요.”
“맞아요.”
백서련에게 있어서 가장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한다면 강유라의 행동력에 있었으리라.
“유라에게는 미안하지만, 거짓말을 해서라도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어요.”
“예의 그 살리오 제국 때문입니까?”
“제가 말했죠? 이전부터 점점 노골적으로 견제를 받고 있다고요.”
“그게 저와 무슨 상관입니까?”
“유현 씨는 상관없겠죠.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살리오의 입장에서 과연 유현 씨를 가만히 놔둘까요?”
“…….”
확실히 반박할 수 없는 말이다. 백서련이 말한 살리오의 성향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들은 유현의 존재를 일찌감치 눈치채고, 어떻게든 그에게 손을 뻗으려 했을 테니까.
“서련 씨가 그래서 중간이 미리 채 간 거군요. 그들에게 있어서 저는 아주 매력적인 먹잇감으로 보일 테니.”
“맞아요.”
“그래서 제게 뭘 바라시는 겁니까? 일단 정황으로 추측은 가능하지만, 저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라서 설명이 더 필요해요.”
“아까 제가 설명을 했다시피 5대 세력이 있고, 살리오가 그중에서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은 전부 사실이에요.”
“예의 그 테러는?”
“이전부터 있던 거지만, 오늘 벌어진 것은 저의 자작극. 전부 유현 씨와 이렇게 만나기 위해서였죠.”
“그렇다는 것은, 이미 살리오 측에서 저와 무슨 방법을 써서 접촉을 하려고 했고, 또한 중앙 행정부 내에서도 그들의 시선이 미치는 자들이 더러 있다는 소리군요.”
“네. 바로 그거에요.”
유현의 빠른 이해 덕분에 백서련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내부 스파이의 존재는 그녀로서도 뿌리를 완전히 색출하지 못할 정도인지라,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유현 씨를 따로 부른다면 분명 놈들의 귀에도 소식이 들리겠죠.”
“지금은요?”
“사실, 이것도 그렇게 깔끔한 방법은 아니에요. 하지만 시간은 더 벌 수 있죠.”
“시간 벌기용으로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상황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거죠.”
유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아는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이제 좀 마음이 풀어지려고 하는데, 올드 타운에 입성한 이틀 차에 이런 사건에 휘말리다니.
“유현 씨의 소문은, 이미 연합의 정보를 통해 다 알고 있어요. 흑뢰군주…… 혜림 언니를 쓰러뜨리고 심지어 유현 씨를 영입하려고 했던 성군의 성령들, 초월자들도 모조리 쓰러뜨렸죠.”
“모조리는 아닙니다.”
“알아요. 대성군 마비노기온, 원탁의 기사 가레스와 함께 연합의 영토에 왔죠? 유현 씨의 손에 몇이 죽고, 몇이 멀쩡하게 돌아갔는지도 정확히 알아요.”
정말로 다 알고 있구나.
연합의 정보력이 대단하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기에 유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 이후에 집행자인 최도윤 씨와 싸워서 승리했고요.”
“진심으로 싸운 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죽일 생각도 없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싸움의 현장을 봤더라면 누구도 유현의 말을 믿지 않았을 거다.
그게 진심이 아니라면, 진심을 다해 서로를 죽이겠다고 싸울 경우에는 어떤 꼴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불가능 한 일일 테니까.
“그렇게까지 일을 벌였는데, 살리오에서 눈독을 들이지 않은 것이 이상하겠죠. 그나마 소도시 린델은 미들랜드가 주로 관할하는 영역이라 살리오가 끼어들지 못했지만, 이곳 올드 타운은 달라요.”
“사실상 적진이나 다름없다 이거군요.”
“물론, 살리오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다른 대도시 중 하나인 엘더 센트롤이지만요. 이곳 올드 타운에도 그들의 마수는 뻗쳐 있죠.”
즉 백서련은 살리오가 유현에게 접촉하기 전에, 자신이 그들의 눈을 피해 유현과 먼저 만나려고 손을 쓴 것이었다.
“제게 힘을 빌려 달라고 하신 걸 보면…… 서련 씨는 살리오의 폭정에 맞서기 위한 비밀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고 봐도 좋겠군요.”
“네, 맞아요. 살리오는 지금도 계속 세력을 키우고 있죠. 연합 내에 몇 없는 집행자 중 2명이 무려 살리오의 소속이고, 나머지 하나는 살리오에 넘어가기 직전이에요. 이 상태로 내분이 벌어진다면, 저희의 패배는 확정이죠.”
“연합은 50여 명이 넘는 군주로 구성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
“그중 30명 가까이 살리오 소속이라고 하면 믿겠어요?”
“그건 좀 큰일이군요.”
군주급 전력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집행자를 상대로 승리를 따낸 유현은…… 살리오의 시선에서 보아도 너무 매력적인 과실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만약 제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떻게든 유현 씨를 영입하기 위해서 수를 썼겠죠.”
“제게 협박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협박하게 되면, 과연 유현 씨가 버틸 수 있을까요?”
“…….”
유현은 곧바로 강혜림을 떠올렸다.
그들이 강혜림, 혹은 강유라를 포함한 부모님을 인질로 잡을지도 모른다고?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제가 말했다시피 살리오는 나머지 4개의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외부 세력의 힘을 빌리고 있어요. 그게 바로 대성군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죠. 서로 성향이 비슷한 놈들이라 죽이 잘 맞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여러모로 저희에게는 상황이 좋지 않아요.”
“하지만, 살리오가 그렇게까지 나서면 나머지 4개 세력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텐데요?”
“그게 살리오가 지금까지 움직이지 못한 이유였죠. 그쪽이 군주의 30명을 차지해도, 이쪽도 20명 이상이 있는 데다가 집행자도 끼어 있으니까요. 특히 수민이의 도움이 컸죠.”
서수민은 군주도, 그렇다고 집행자도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무력을 지녔다.
당연히 살리오의 입장에서 서수민의 존재는 냉전체제에 보유한 핵에 버금가는 억제력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서수민이 한 달 전부터 자리를 비웠다.
마라 파피야스를 제거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 것. 그것이 역으로 살리오가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균형이 무너졌어요. 살리오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며 노골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죠. 이러다가 연합이 내전으로 무너지게 되는 것은 확정, 그것도 모자라 올림포스와 아스가르드의 힘을 빌린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때 나타난 것이 저라는 겁니까?”
“네. 유현 씨는 떠나간 수민이에 버금가는 억제력을 지녔으니까요. 당연히 살리오의 입장에서는 유현 씨가 달갑지 않겠죠. 유현 씨가 저희 쪽에 붙으면, 자신들은 다시 야망을 뒤로 미루게 될 테니까요.”
“흠.”
유현은 상황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그래도 약자를 위한 보루라고 생각했던 연합은 실시간으로 반 토막이 나기 직전의 위태로운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이 더욱 격발된 것은 자신이 올드 타운에 입성했기 때문이란다.
‘빌어먹을 코덱스의 파편.’
자신이 지닌 이 파편이, 혼성계에서도 자신을 온갖 사건으로 이끌고 있었다.
그래. 지구에서도 있던 일이었으니 이제는 적응을 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쉴 틈도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이 상황은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서련 씨가 소속된 조직은 어딥니까?”
“조직의 이름은 딱히 없어요. 굳이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면 반 살리오 연합이 알맞은 말이겠죠.”
“유라는 모르는 거 같더군요.”
“네. 유라에게는 알리지 않았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수민이한테도 말하지 않았죠.”
“왜죠?”
“그 아이들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
유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백서련은 알고 있다며 자조의 미소를 지었다.
“알아요. 우습죠? 자작 테러극을 벌일 정도로 극단적인 짓을 하는데, 아는 사람에게는 가족이 있으니 안전을 빌미로 비밀로 하다니. 이중적이라고 해도 좋아요.”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백서련이 변했다고 생각해서 놀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알던, 전생의 그녀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아서.
그때 최도윤이 보낸 사절로 자신을 맞이해 주며, 사심 없이 털털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때가 떠올라서 놀란 것이었다.
“그저 서련 씨가, 제가 알던 그 모습이라서 안심했을 뿐입니다. 결국 어떤 행동을 해도, 다른 사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요.”
“그러면 정말로 서련 씨만 움직이는 겁니까? 다른 사람은요? 그러고 보니 유찬 씨도 있다고 들었는데.”
“네. 유찬 씨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어요. 물론 정보를 조금 조달받고는 있지만, 선은 지키고 있죠. 유찬 씨도 이제 한 가정을 꾸린 가장이니까요.”
“경서 씨죠?”
단지 이름만 말했을 뿐인데도 백서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서 언니와 유찬 씨가 결혼한 지도 나름 시간이 지났어요. 슬하에 귀여운 딸도 하나 있죠. 그런 두 사람을 저의 일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살리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죠.”
“그래서 유현 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제가 정확히 뭘 도우면 되는 겁니까?”
“일단, 이쪽과 확실히 연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죠. 살리오 쪽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게 말이죠.”
“그래도 그쪽이 넘보려고 한다면?”
“이쪽이 싸움을 걸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는 거라 나쁘지는 않아요.”
“싸우면 밀리는 게 이쪽 아닙니까?”
“전쟁을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싸움은, 조금 다른 거죠.”
백서련의 어조에서 유현은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읽어 냈다.
“연합 내에서 따로 방법이 있나 보군요.”
“네, 맞아요. 연합은 약자들이 구성된 조합이라 생각하지만, 혼성계는 이미 저희가 알던 지구와는 다른 세계죠. 당연히 이곳에서는 대단한 이야기, 즉 힘을 지닌 자가 갑이에요. 도덕이니 법이니, 그런 것은 허울에 지나지 않죠.”
그건 유현도 들어서 알고 있다.
힘으로 지배받는 세상. 전생의 종말 이후의 지구도 이와 비슷했기에 유현에게 있어서 지금의 혼성계는 의외로 친숙한 것이었다.
“즉, 무언가 일이 생기면 힘으로 그것을 해결하면 그만이에요. 전쟁보다는…… 지구에서 있던 컬렉터 간의 대련을 떠올리면 편할 거예요.”
하긴. 생각해 보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 군주 연합이라는 곳도 사실상 군주는 투표로 인해 뽑히는 게 아닌, 강하니까 군주라 불리는 쪽에 가깝지 않은가.
말이 연합이고, 모두가 평등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실상 연합 또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다.
종족, 인종, 보유하고 있는 이야기.
이 모든 것이 다른 이상 힘의 격차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강자가 약자를 찍어 누르려는 것을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상적인 유토피아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이곳에 조화와 평등은 허울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힘으로 만들어진 평등은 진정한 평등이 아니다. 결국 그 또한 또 하나의 억제일 뿐.
“유현 씨의 선택은 자유에요. 저는 유현 씨에게 강요를 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다만 이런 게 있다고 알아 주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족해요.”
“서련 씨는 제 도움이 필요하실 텐데요?”
“그렇죠. 하지만…… 유현 씨는 여기까지 오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잖아요. 당장 혜림 언니의 경우만 해도 그렇죠. 그런데 유현 씨에게 여기까지 와서 또 도움을 바랄 정도로 제가 염치가 없는 건 아니에요. 유현 씨는 따로 할 일이 있잖아요.”
“……제가 거절한다면, 혼자서 하실 생각입니까?”
“혼자는 아니죠. 저와 뜻을 맞춘 다른 동료들이 더 있으니까요.”
“서로 잃을 게 없는 자들이겠군요.”
백서련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유찬도 강유라에게도 비밀로 한 것은 그들에게 지켜야 할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즉 그녀와 함께 뜻을 맞춘 자들은 그러지 않은 자들.
잃을 것이 없으며, 지켜야 할 것도 없는 자들이라는 소리다.
유현은 혀를 ‘쯧’ 하고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까지 들었는데, 가만히 놔둘 수는 없죠. 게다가 살리오가 모든 것을 쥐어 버릴 경우, 이 평화로운 연합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도 하기 싫고요.”
연합 자체에는 크게 정감이 가는 것도, 그렇다고 반감이 드는 것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성유찬, 주경서, 강유라, 그리고 부모님들까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적어도 다른 곳보다는 더 평화로운 곳이 좋다고.
유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돕겠습니다. 서련 씨도…… 제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그런 서련 씨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 말,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하지 마세요.”
예전이었으면 얼굴을 붉혔을 백서련은 눈을 흘기며 유현을 쏘아봤다.
유현은 순수하게 궁금해하며 물었다.
“제가 뭘요?”
“……어휴. 자각이 없는 것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어차피 말해 줘도 이해하지 못할 걸 알기에 백서련은 그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현은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차피 따져 봤자 제대로 대답을 해 주지 않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묻지 않았다.
“일단 움직이죠. 살리오 쪽에서도 무언가 수를 쓰려고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럽시다.”
백서련은 미리 준비해 온 열쇠를 이용해 유현을 유치장에서 꺼내 주었다.
테러의 용의자를 풀어 주는 것치고는 너무나도 허술한 그 과정에 유현은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이렇게 간단히 풀어 줘도 됩니까?”
“어차피 죄를 입증할 길도 없는 데다가, 무죄라고 제가 말하면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해요. 지부장이 그렇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어요?”
“권력이 이럴 때는 좋기는 하군요.”
“그 이상으로 유현 씨를 무서워하기도 하죠. 미쳤다고 집행자급을 유치장에 가두겠어요?”
두 사람이 철문을 열고 밖에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유라가 보였다.
그녀는 입구 근처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막 문을 열고 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다가왔다.
“오빠는 괜찮은 거야? 어디 뭐 문제는 없고?”
“그래. 확인해 보니 유현 씨는 죄가 없다는 게 판단되어 풀려나게 됐어.”
“그, 그러면 오빠는 이제 별 탈 없는 거 맞지? 진짜지?”
“그래.”
강유라가 그 말에 겨우 마음을 놓고 안도하려는 순간이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복도 너머에서 갑옷을 입은 병사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 모습을 본 백서련은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걸 직감하고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침착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 그것이……. 조금 전 테러와 관련된 사안으로 살리오 측에서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지금 그들이 따로 격리해 두었던 흑뢰군주와 접촉을 하려고 하는 중이라…….”
“뭐?”
그 말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반응한 것은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엿듣던 유현이었다.
“위치는?”
“어, 어?”
중앙 행정부 내부 경비대원은 갑자기 유현이 얼굴을 들이밀며 대화에 끼어들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이 녀석은 대체 뭔데 지부장님과의 대화에 멋대로 끼어드냐고, 그렇게 따지려고 했지만. 유현과 눈을 마주하는 순간 목구멍이 턱 하고 막혔다.
그만큼 이쪽을 향하는 눈동자는 엄청나게 살벌했다.
“위치가, 어디냐고.”
“저, 저쪽…….”
병사는 떨리는 손으로 길을 가리켰다.
유현은 곧바로 병사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