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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77화 (377/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77화

강유라는 못 보던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5년 전이었고, 그때의 유라는 막 아카데미에 입학한 생도였으니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제 강유라는 어엿한 성인이었으니까. 그것도 스쳐지 나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뒤를 한 번쯤은 돌아보게 할 정도의 미인으로.

그런 유라가 올드 타운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설마하니 바로 자신을 찾아올 줄 몰랐기에 유현은 꽤나 당혹스러웠다. 유라는 쑥스럽게 웃으며 유현에게 다가왔다.

“헤헤. 어때? 나 많이 변했지?”

“어…… 많이 변했다고 할 수준이 아닌데. 몰라볼 뻔했어.”

“나도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가 아니니까.”

유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유라의 곁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부하 한 명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장님. 아는 사이였습니까?”

“응? 아. 내가 말 하지 않았던가? 친오빠 같은 사람 하나 있었다고. 아니, 사람은 아닌가. 텔러였지.”

“이제 사람 맞아.”

“응?”

유현의 뜬금없는 말에 강유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좀 많은 일이 있었어. 이따가 설명해 줄게. 그보다 유라 네가 대장이라니, 올드 타운에서 무슨 직책이라도 맡은 거야?”

“아, 응. 나 지금 경비대 대장으로 활동하고 있어.”

“높은 건가?”

“당연히 높지. 올드 타운에서 경비대, 그것도 대장의 자리에 오르려면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안 된다고. 전생의 지구였다면 상급 컬렉터여도 들어가지 못할 자리란 말이야.”

“그 정도야?”

“그래. 나 정도면 집행자의 부관으로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다 이 말씀.”

경비대장은 이름만 들으면 뭔가 없어 보이는 듯했지만, 올드 타운에서 경비대장 정도면 상당히 유명할 정도로 높은 직책이었다.

군주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만 될 수 있는 집행자. 그런 집행자의 곁에서 전투와 잡일을 보조해주는 부관과 맞먹는 수준이었으니까.

경비대장인 현재 강유라의 실력은 초월자 초입에 들어선 수준이었다.

유현은 그녀가 벌써 이렇게 강해졌다는 사실에 내심 감탄을 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납득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 있을 때부터 그녀의 실력은 큰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으니 5년이나 흘렀으면 이렇게 강해지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보다 놀랐어. 책더미 군주라고 불리던 사람이 설마하니 5년 전에 행방불명됐던 오빠라니.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강유라는 그렇게 물으며 곁눈질로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강혜림을 슬쩍 살폈다.

“거기에, 혜림 언니까지…….”

“……일단,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하지.”

“아! 그러면 우리 집으로 가자! 엄마랑 아빠도 오빠를 엄청 보고 싶어 했거든.”

“부모님이?”

두 분 다 살아계셨다고?

그 믿기지 않는 사실에 유현은 순간이지만 벙찌고 말았다. 하지만 강유라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을 리는 없으니 그녀의 말은 전부 사실일 것이다.

유현은 감격스러운 기분이 됐다.

‘그런가. 살아……계셨구나.’

전생에서는 어땠던가. 종말이 시작되기 전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이후 벌어진 종말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때의 자신은 너무 약해서 소중한 사람을 지킬 힘이 없었다. 만약 조금만 더 강했다면, 혹은 조금만 더 머리가 빨리 돌아갔다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부모님은 격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돌아가시지 않았다.

이제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람임에도, 혈연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유현은 마음이 북받치는 것을 느꼈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부하 중 하나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자, 잠시만요. 대장. 신원 미상의 인물을 지금 대장의 집으로 데려가시겠다고요?”

“뭐? 내가 아까 말했잖아. 유현 오빠는 예전부터 나랑 알던 사이였다니까? 신원 미상은 무슨…….”

“그, 그렇다 해도 무려 그 책더미 군주입니다. 게다가 그 옆에 같이 있는 사람은…….”

부하는 그래도 마냥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닌지 흑뢰군주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불안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너…….”

강유라는 부하의 언행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유현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변명했다.

“미안해 오빠. 얘가 아직 뭘 몰라서 그런 거야. 오빠가 이해해줘.”

“……아니. 나도 혜림 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있어.”

강혜림이 그렇게 된 것에는 자신의 책임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유현은 그녀를 제 손으로 직접 벴다.

그때의 감촉을, 그리고 자신을 향해 웃어 보이던 강혜림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었다.

강유라는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는 유현을 보며 어딘가 모르게 조바심이 났다.

“안 되겠다. 오빠. 어서 우리 집으로 가자.”

“대장님!”

“어허. 시끄러워! 어차피 오늘 비번인데, 이렇게 나온 것도 겨우 참은 거야. 너희들도 됐으니까 다들 돌아가서 쉬어.”

“저는 인정 못 합니다!”

그렇게 외치며 나선 것은 강유라의 또래로 보이는 남자 경비대원이었다.

그는 마치 원수를 대하는 것처럼 유현을 노려봤다. 안 그래도 시선을 모으고 있던 차에 고성이 들려오니 식당 내부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강유라는 부하를 탓하는 것보다 유현의 눈치를 먼저 살폈다.

“미, 미안해 오빠. 얘가 신입인데, 아직 뭘 몰라서…….”

그 행동이 신입의 분노에 더욱 부채질을 가했다.

그는 유현에게 똑바로 들으라는 듯 분노를 토했다.

“책더미 군주인지 뭔지 나는 그런 거 믿지 않아. 우리 올드 타운에서 당신처럼 위험한 인물을 가만히 놔두는 것은 경비대원으로서 두고 볼 수 없어.”

“두고 볼 수 없으면 어쩔 생각이지?”

“뭐?”

유현은 저 신입의 행동에 기가 차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말로는 경비대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굴었지만, 조금 전부터 강유라는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을 보니 그녀에게 사심이 있어 보였다.

그 행동은 강유라가 괜히 자신에게 잘해 주니 심술이 나서 트집을 잡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뭐라도 해볼 생각인 거 같은데, 그런 짓을 하려면 상대를 보고 했어야지.”

“뭐, 뭐라고? 지금 네가 감히 올드 타운의 경비대원인 나를……!”

“그래. 무시한 게 맞아.”

“……!”

신입이 곧바로 허리춤의 칼을 뽑으려고 했다. 강유라가 그것을 보고 말리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한발 먼저 유현이 신입의 코앞까지 접근해 있었다.

“칼은 함부로 뽑는 게 아니지.”

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칼 손잡이를 쥔 신입의 손목을 자연스럽게 밀어 넣었다.

철컥. 반쯤 뽑혔던 검이 다시 칼집으로 돌아갔다. 신입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전에 이랬다면 네 목숨이 남아 있지 않았겠지만,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으니 그냥 넘어가 주지.”

“그, 그으으…….”

“하지만 명심해. 다음은 없어.”

유현은 살기를 드러내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격을 해방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긋하게 신입에게 조언을 해 주듯 조언하며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하지만, 신입은 그것만으로도 기에 눌렸는지 식은땀을 잔뜩 흘리더니 유현이 슬쩍 물러나자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강유라는 그 모습을 보며 골머리가 아픈지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이럴 거 같아서 그러지 말라고 말린 거였는데.”

강유라는 여관에 들어서서 유현을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느꼈다.

유현은 강하다. 괜히 책더미 군주라 불리는 것이 아닌지 그의 실력은 초월자 초입에 도달한 그녀가 봐도 까마득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5년 전에도 유현은 텔러에 어울리지 않은 강함을 지녔다. 그가 그때 클리어 한 사상세계가 몇 개고, 쓰러뜨린 환상체의 숫자가 몇이었던가.

게다가 지금 유현은 무려 군주라고 불리고 있다. 흑뢰군주를 쓰러뜨린 책더미 군주가 바로 그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갔는데도 부하의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지금 세상에선 이런 짓을 해서 죽어도 유현을 탓할 사람이 없었으니까.

“가자, 유라야. 여기에 계속 있으면 다른 손님들께도 민폐니까.”

“으, 응.”

“혜림 씨도 다 드셨으면 가시죠.”

강혜림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유현에게 달라붙었다. 강유라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배시시 웃으며 유현과 강혜림을 이끌고 여관 밖으로 나왔다.

“어휴, 막내야. 그러니까 내가 말 했잖냐. 오르지 못할 나무는 넘보지 말라고.”

“그보다 저 사람이 진짜 책더미 군주구나. 방금 소름이 확 돋았어.”

“대장이 괜히 오빠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군.”

“근데, 진짜 친오빠 아니야? 엄청 닮았던데?”

“설마. 예전엔 텔러였다잖아.”

강유라가 떠나고 남은 경비대원들은 서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으며 다리에 힘이 풀려 아직도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신입의 어깨를 부축해 줬다.

실연당한 사람처럼 창백해진 신입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 밤에는 술을 진탕 마셔야 할 것 같았다.

* * *

“짜잔. 여기가 우리 집이야.”

강유라가 자랑하듯 유현을 데리고 온 곳은 드라마에서 볼 법한 2층짜리 주택이었다.

경비대장이라는 직책치고는 상당히 소박한 집이었지만, 부모님의 성향이나 강유라의 성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어울린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 들어가자.”

“……실례할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유현을 반겨 줬다.

“유라 왔니?”

“엄마! 오늘 내가 누굴 데려왔게?”

“얘가 또 무슨 장난을 치려고, 어머?”

부엌에서 나오던 어머니 신은숙이 유현을 보더니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유현은 그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정말로 부모님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오랜……만입니다.”

“어서 오렴.”

어머니는 유현에게 지금까지 어디서 뭘 했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유현에게 반갑게 웃어 주며 잘 왔다고 반겼다.

“남편은 바깥에서 친구들 만나러 가서 조금 늦게 들어올 거예요.”

“아뇨. 괜찮, 습니다.”

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집안 내부는 그가 살던 예전의 집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인테리어도 바뀌고, 가구의 배치도 바뀌었는데도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집 자체를 옮겨도, 그 분위기까지 바뀔 수는 없던 걸까.

그것에 신기함보다도 유현은 정말 오랜만에 고향이 돌아온 것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리는 기분. 긴장했던 전신의 근육이 이완되며 탈력감이 엄습해 왔다.

유현의 시선이 선반 위에 있는 가족사진을 향했다.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사진에는 강유라와 함께 부모님의 모습이 화목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이곳까지 오면서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몇 번이고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하지만 오늘, 다시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순간 유현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여정은, 이 사소한 것을 위해서였다고.

‘틀리지 않았구나.’

작지만 확실한 대답은 유현에게 커다란 파도처럼 다가왔다. 그것이 포말을 일으키며 유현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지금까지 쌓여 온 모든 긴장감이 확 풀어지며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차갑고 답답한 게 아니라,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그렇게 유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단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머.”

“어? 오빠 잔다.”

강유라가 유현의 어깨를 흔들어서 깨우려고 하자 어머니가 그녀를 말렸다.

“그냥 내버려 두렴.”

“왜?”

그녀는 유현을 슬쩍 보며 자애롭게 웃었다.

“사람이 너무 지칠 때는 쉬어야 할 필요가 있잖니.”

* * *

유현이 잠에서 깨어난 것은 다음 날 아침 해가 떴을 때였다.

멍하니 눈을 뜬 유현은 뒤늦게 화들짝 놀라며 소파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때마침 앞치마를 두른 신은숙이 거실에 들어섰다.

“일어났니?”

“어, 네. 네? 아, 아니요. 이건 그러니까…….”

유현이 횡설수설하며 당황해하자 신은숙은 오히려 부드럽게 웃으며 괜찮다고 손을 저었다.

“많이 피곤했구나. 배고프지? 와서 밥 먹으렴.”

“아, 그러고 보니 혜림 씨는…….”

“미리 식탁에 앉아 있단다.”

……빠르군.

유현은 홀린 듯 부엌으로 향해 빈자리에 앉았다.

식탁에는 강유라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강혜림이 모두 앉아 있었다.

‘모두가 모여 있어.’

아니, 모두는 아니다. 아직 그가 만나지 못한 사람은 많았으니까.

꿈에 그리던 그 모습을 보면서 유현은 문득 생각했다. 이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모든 여정이 끝나고 완전한 평화를 되찾았을 때, 모두 함께 모여서 파티를 벌이는 거다.

더 이상의 싸움도 없이 서로 웃고 떠들며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새롭게 정하는…….

그런 꿈을.

“잘 쉬었어? 오빠 진짜 세상모르게 자더라.”

유라가 유현을 보며 장난스럽게 놀렸다. 유현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푹 쉰 거 같았다.”

“이제 괜찮아?”

“이제……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많이 좋아졌어.”

이곳에서 가족을 만나고,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을 보는 순간, 유현은 그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이 구원받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 이걸로 된 거다. 이걸로 충분했던 것이다.

이 풍경을 다시 보고 싶었기에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용기가 났다.

유현은 모두가 모인 이 자리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눈을 뜬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5년 전에 벌어졌던 대폭발과 그 이후에 눈을 뜬 이후.

해방군과 만나고 군단과 싸우며, 흑뢰군주였던 강혜림에게 칼을 겨누었던 것.

소중했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이야기의 지평선에서 인간이 되길 선택했다는 것.

다시 자신의 손으로 강혜림을 살리며 헤어졌던 사람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 것까지.

그 여정을 떠나며 만난 수많은 존재까지.

“그리고, 저는 지금 여기에 왔습니다.”

지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위로인가. 아니면, 응원인가.

하지만 유현은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기에, 부드럽게 웃으며 괜찮다고 손을 저었다.

이미 자신은 차고 넘칠 정도로 도움을 받았으니까.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구원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나아가겠죠.”

“괜찮겠니?”

“괜찮습니다. 이게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가야 할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끝이 어디인지, 언제일지도 모르지만. 눈앞에는 여전히 길이 있었다.

그러니 계속 걷는다. 더 이상 가지 못할 때까지 나아간다.

세상의 진실을 알기 위해.

이 세계의 정해진 미래를 바꾸기 위해.

이것은 그의 영혼에 새겨진 사명.

새로운 삶을 살면서 겨우 얻은 기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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