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74화
유현은 저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열등감을 심어 준 장본인이었다. 누구보다도 싫으면서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 당사자인 최도윤이 지금 자신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유현은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 이런 곳에서 갑자기 만난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어.’
전생의 최도윤이 지구로 돌아온 것은 종말이 시작된 직후였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세계의 변화가 훨씬 더 빨라졌으니, 그가 자리를 비운 5년 사이에 최도윤이 지구에 돌아왔다고 해서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유현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녀석은 내가 책더미 군주인 걸 알고 찾아왔어. 이쪽을 노골적으로 노리고 나타났다는 것, 그리고 연합의 영역에서 이렇게 활동하고 있다는 건…… 최도윤 저 녀석이 연합의 집행자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아니, 사실상 확실하다고 봐야 했다.
유현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녀석을 보는 순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그것이 좋다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답할 자신이 있었다.
저 뻔뻔한 낯짝을 현실에서 다시 마주하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짜증은 나지만, 지금은 최도윤에게 화를 낼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차피 저 녀석은 내가 알던 그 최도윤이 아니야.’
전생의 최도윤과 지금의 최도윤은 다르다. 이름과 모습이 같다고 해도 그들은 같은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으니까.
그것을 인정하게 되자 어느 정도 들끓었던 마음이 진정됐다.
그가 막 텔러로 다시 태어난 회귀 직후에는, 그때의 감정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최도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이 그 증거였다.
그때의 유현은, 최도윤을 만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을 잔뜩 했었다. 화를 내서 한 대 때려 줘야 하나, 아니면 그냥 넘어가야 하는가. 그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일종의 선을 그었다.
녀석이 전생과 관련이 있으면 제대로 한 방 먹여 주고, 그러지 않으면 그냥 무시하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최도윤은 그가 알던 그때의 최도윤이 아니었기에, 사실상 남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자밀라도, 구서윤도, 황세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그때 품었던 감정도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고, 오히려 화풀이를 하면 나 자신만 꼴사나워 진다.
스스로에게 다독이듯 유현은 실타래처럼 꼬인 감정을 정리했다.
“집행자로군. 그쪽이 내게 무슨 볼일이지?”
“신고가 들어왔다. 책더미 군주와 흑뢰군주가 우리 연합의 안쪽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혹시나 싶어서 바로 찾아왔지. 위험한 자들을 연합에 그대로 놔둘 수는 없으니까.”
“사고 칠 생각은 없어. 그저 아는 사람을 만나려고 찾아왔을 뿐이니까. 걱정은 접어 두지 그래.”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어느덧 도시 안쪽에서도 이 불안한 사태의 흐름을 읽었는지 기사들과 군주 윈다린도 바깥으로 나와 상황을 구경했다.
유현은 그들을 슬쩍 곁눈질 하다가 최도윤과 눈을 마주쳤다.
녀석은 전생에 자신이 알던 그 녀석과 전혀 다른 존재라는 걸 알면서도, 어쩜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을 정도로 똑같은지 신기할 정도로 변한 게 없어 보였다.
“그쪽이 뭘 그렇게 걱정하는지 모르지만, 이곳에 온 뒤로 얌전히 지냈으니 그걸로 족한 거 아닌가?”
“혹시 모르지. 방심하게 만든 뒤에 갑자기 본색을 드러낼지.”
‘특히’라며 최도윤이 손가락을 들어 올려 유현의 옆에 붙어 있는 강혜림을 가리켰다.
“혼성계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그 흑뢰군주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건…….”
유현은 최도윤의 말투에서 무언가를 읽어 냈다.
최도윤은 흑뢰군주 시절이었던 강혜림과 면식이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눈동자에 저 정도의 적의를 드러낼 리가 없으니까.
유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곧바로 그의 말에 반박했다.
“그녀는 이미 예전의 흑뢰군주가 아니야. 내게 패배한 이후 나에게 종속됐으니까, 예전의 기억도 거의 없고 힘도 잃었지. 그러니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다.”
“어떻게 확신하지?”
“그러면 이쪽도 묻지.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해야 믿어 줄 거지? 반응을 보니 흑뢰군주였던 그녀를 만난 것 같은데, 지금의 그녀가 정말 그쪽이 알던 그녀가 맞다고 확신할 수는 있나?”
“흠.”
그 부분은 최도윤도 고민하고 있던 것인지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확실히 그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봐도 지금의 강혜림은 그가 일전에 보았던 강혜림과 전혀 달랐다.
그때의 흑뢰군주는 뭐라고 해야 할까,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지내는 광증에 빠진 마녀였다면 지금의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아이였다.
이쪽을 무서운 시선으로 보면서 유현에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녀의 행동이 그걸 증명했다.
“연합에서 우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어. 그걸 아니까 우리도 조용히 지내는 거고.”
“연합의 영역에 찾아온 목적은 뭐지?”
“사람을 찾고 있어.”
“사람을?”
그거야 말로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지 최도윤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혀졌다.
그 시선은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리려는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그는 그것을 파악할 수 있는 스킬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같잖은 짓을 하는군.”
거짓은 파악하는 그 스킬의 사용을 읽은 유현이 가볍게 기운을 일으키며 스킬을 파훼했다.
“아무리 의심스러워도 내 머리를 읽으려고 하면, 나라도 화를 낼 수밖에 없어.”
“……마치, 내가 이럴 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행동하는군.”
“누군가의 거짓말을 판별할 줄 아는 게 너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녀석은 전생에서도 그랬었다.
상대방을 제대로 믿지 못해 진위 여부를 스킬로 판단하고, 만약에 거짓말이라는 것이 들통 나면 가차 없이 죽였다.
그때의 녀석과 지금의 녀석의 모습이 겹쳐 보이다 보니 유현의 말에 자연스럽게 날이 서게 됐다.
“많이 무례하군. 조금 전부터 우리를 계속 자극하려고 드는데, 싸움이라도 걸고 싶은 건가? 아니면 연합의 집행자는 다 그런가?”
“그럴 리가. 하지만 그쪽을 경계하는 건 맞다. 아무리 바뀌었다고 해도 무려 군주급 인물이 둘이나 붙어 다니는데,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유현의 입장에서야 최도윤이 짜증이 나고 답답하겠지만, 최도윤의 입장에서도 유현과 강혜림은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얌전히 있다고 하지만, 갑자기 돌변해서 연합의 영역 내에서 난동을 부릴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전적이 있다는 것이 최도윤의 경계심을 더욱 부추겼다.
강혜림은 얼마 전까지 혼성계를 주름잡는 흑뢰군주라 불렸다. 그리고 책더미 군주는 또 어떤가. 흑뢰군주를 쓰러뜨린 뒤, 그를 영입하겠다고 찾아온 자들 중에서 살아 돌아간 자들의 숫자가 더 적을 정도로 무수한 싸움을 일으켰다.
집행자의 입장에서 저 둘을 가만히 놔두는 것은 오히려 직무태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를 지나치게 자극을 하는 것도 좋지 않았기에, 최도윤은 조금 고민에 빠졌다.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군. 그래. 녀석은 그때도 저랬었지.’
유현은 이 대로면 대화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최도윤의 입장은 자신도 이해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이쪽도 감정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강혜림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그 일 이후로, 유현은 일종의 PTSD에 시달렸다. 그 때문에 평소보다도 성격이 날카로워 져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전생의 악연을 마주하게 됐으니 감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됐어. 어차피 네가 믿지 않는다 해도 신경 쓸 일은 없겠지.”
이대로 대화를 이어 가려 하면 이쪽의 페이스가 무너지고 만다.
유현은 강혜림을 데리고 이 자리를 뜨고자 했다.
이 이상 놈들과 엮이면 이쪽만 피곤해질 테니까. 한시라도 빨리 옛 동료들을 찾아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이런 곳에서 드잡이질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가겠다고?”
“왜? 날 강제로 막기라도 할 건가?”
유현은 최도윤에게 경고가 섞인 시선을 쏘아 보냈다. 이 이상 녀석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강혜림은 유현이 불편해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그를 걱정스럽다는 시선으로 올려다봤다.
괜찮습니다, 혜림 씨. 유현은 말없이 그녀에게 웃어 보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대로 멀리 떠나자. 저 녀석과 마주치지 않도록, 먼 곳까지 가 버리자.
그런 생각으로 유현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가.”
뒤에서 최도윤의 그 말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조금은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군.”
“…….”
우뚝.
유현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어?]
사태를 지켜보던 백련은 자기도 모르게 그런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자리에 멈춰 선 유현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최도윤에게 물었다.
“……예전? 지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정말로 몰라서 하는 소린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그러니까…….”
“예전보다 실력적인 부분에서는 일취월장한 거 같지만, 결국 너의 가치는 그 정도가 한계였던 거겠지.”
가치.
그 단어가 귓가에 아른거리는 순간, 유현의 주변 온도가 뚝 떨어졌다.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자 강혜림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것은 백련도 마찬가지였다.
“혜림 씨. 잠시 물러나세요.”
“아, 으…….”
“어서.”
강혜림은 그 말을 거부하지 못했다. 강혜림이 멀리 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유현은 ‘피유’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뱉는 한숨에는 무수한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
유현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네가 아무것도 몰랐다면 나는 그냥 넘어갔을 거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 괜한 말씨름으로 시간을 끌기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으니까.”
최도윤이 아무리 악연이었다 해도 그것은 전생의 일이지, 현생에서까지 그때의 일을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게 낫다고. 괜한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스스로 바란 걸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냥 남처럼 서로 관여하지 않고 넘어가자고.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가 과거를 알고 있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렇게 말하면서 최도윤을 돌아보는 유현의 얼굴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을 정도로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최도윤이 어떻게 전생의 일을 기억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결국엔 자신이 알던 그때의 악연과 같은 존재라는 걸 확인한 순간.
유현이 취할 행동은 단 하나뿐이었다.
“칼 뽑아.”
유현은 백련을 들어 올리며 최도윤을 향해 겨누었다.
“안 그러면 넌 지금 나한테 죽어.”
“드디어 괜찮은 얼굴이 됐군.”
전생에도 최강의 귀환자로서, 누구도 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종말의 시련을 시원하게 타파했던 남자다.
지금은 그때보다 강해지면 강해졌지 절대로 약해졌을 리가 없다.
무려, 2세대 성령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집행자 중 하나가 됐으니까.
“그래. 피차 서로 말은 필요 없겠지.”
최도윤은 허리춤에 달아 놓은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청명한 소리를 내며 뽑힌 검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어, 어어?”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윈다린은 서로 헤어질 것처럼 굴더니 갑자기 검을 겨누는 두 사람을 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뭐, 뭐야. 둘이 왜 싸우는데? 서로 좋게좋게 끝나려는 거 아니었어?”
둘의 대화를 듣지 못했기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제대로 들었다 하더라도 대화를 이해하거나 따라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군주님.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보고? 내가? 어떻게?”
윈다린은 부관의 말에 기함하며 되물었다.
말리고 싶지 않은 건 아닌데, 집행자와 책더미 군주가 당장이라도 칼을 휘두를 것 같은 저 사이에 끼어들라고?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둘의 기세가 충돌하는 걸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데, 저 가운데에 서 있으면 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저건 막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유현과 최도윤이 서로 충돌했다.
둘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진다 싶더니, 정확히 서로 떨어진 거리의 중심에 나타나며 검을 교환했다.
콰아앙!
단순히 검이 부딪쳤을 뿐인데도 공간이 찢어지며 폭발음이 일대를 집어삼켰다.
윈다린이 다급하게 외쳤다.
“야! 시민들한테 경고 날려! 다들 집에 틀어박혀서 절대 나오지 말라고!”
저 싸움에 끼어들면, 그것이 설사 같은 군주라도 절대 성할 수 없다고.
윈다린은 그렇게 확신했다.
* * *
한 여행자가 황량한 사막 위를 걸었다.
헤져서 누더기나 마찬가지인 로브를 뒤집어쓴 여행자는 모습을 제대로 살필 수 없었고, 여자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뜨거운 빛이 내리쬐는 모래 위를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찾아야 한다. 그의 흔적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
그런 일념 아래 그녀는 지난 5년 동안 계속 한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니고, 또 돌아다녔다.
그 남자는 죽지 않았을 거라고. 그러지 않고서야 자신에게 쥐어진 이 파편의 힘이 여전히 남아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권지아 아가씨.]
그런 여행자의 뒤로 검은 복장에 기괴한 가면을 쓴 자가 환영처럼 나타났다.
“라플라스. 무슨 일이지?”
[조금 전, 흔적이 하나 사라졌습니다.]
“흔적? 무슨 흔적.”
[흑뢰궁에 머물고 있던 데카르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뭐라고?”
권지아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데카르트라면 강혜림이 지니고 있는 힘이었다. 유현이 마지막으로 남긴 악마들이 각기 1명씩에게 주어진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런 데카르트의 흔적이 사라지는 경우는 어지간해서는 거의 없다. 누군가 파편을 완전히 수거해 가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권지아가 되물었다.
“누가 그랬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대체 누가 데카르트를 데려갔는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강혜림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은 확실하겠군요.]
“…….”
강혜림의 이름이 라플라스로부터 흘러나오자 권지아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녀가 흑뢰군주로 불리는 것은 권지아도 익히 아는 바였다. 그녀가 그렇게 망가지고 말았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자신은 뭘 해도 강혜림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권지아는 더욱 필사적으로 유현을 찾아 다녔다.
그런데, 강혜림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니.
“누군가, 그녀를 죽인 걸까?”
[그건 확신하기 힘듭니다. 그러자니 데카르트의 힘이 뚝 끊기듯 사라진 것도 뭔가 이상하고요. 어쩌면…….]
“……그가 돌아왔다고?”
[단지 가능성 중 하나일 뿐입니다.]
“네가 보기엔 어떻지?”
[흠. 글쎄요. 저라고 모든 미래를 다 보는 것은 아니라서.]
“그런가. 그래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
권지아는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면 가지. 흑뢰궁이 있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