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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72화 (372/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72화

콰아아아아!

유현은 거대한 폭포를 구경했다. 그런 유현의 곁에는 잠에서 막 깨어난 강혜림이 아이처럼 찰싹 붙어서 함께 폭포의 웅장한 모습을 입을 벌린 채 응시했다.

가레스와 만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태까지 죽은 듯 잠들어 있던 강혜림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드디어 제 발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깨어난 뒤의 강혜림은 예전의 그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유현은 복잡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다가 폭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폭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본디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눈앞의 폭포는 역설적이게도 하늘을 향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로지르며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폭포는 폭포가 아니라 분수라 불려야 마땅해 보였다.

“역천의 폭포에요. 신기하죠?”

가레스는 유현과 강혜림이 신기하게 구경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렇게 철저한 남자도 마냥 신비로운 것을 보면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못내 즐겁기도 했다.

“대성군 천계삼십육천의 영토 바깥과 맞닿은 곳이에요. 이 역천의 폭포 너머가 삼십육천의 영역이죠. 솟구치는 폭포의 물은 천계의 부유섬으로 흐르죠. 그래서 이곳이 일종의 이정표가 되기도 해요. 오른쪽은 대성군의 영역이니, 저희는 왼쪽으로 가면 되죠.”

“다른 구역도 다 이것과 비슷한가?”

유현은 역천의 폭포의 특이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레스는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역천의 폭포는 혼성계에서도 나름 유명할 정도로 특이해서 저만한 건 별로 없어요. 어지간한 대성군의 영토에는 저마다 특이한 것들이 하나 있고, 역천의 폭포는 천계삼십육천에서 자랑하는 요소죠.”

“그렇군.”

“슬슬 움직일까요? 이제 곧 연합의 영토에 도착할 거 같은데.”

“그러지.”

가레스와 동행하게 된 것도 어느덧 1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주일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유현에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유현을 노리는 적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다. 줄기만 했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마저도 유현이 지금까지 많은 초월자를 죽였다는 걸 깨달았는지 무력 충돌까지 빚어지지는 않았다.

그 부분에는 가레스의 도움도 상당히 컸다.

가레스는 3세대 성령이지만. 전투적인 측면에서 최고로 꼽힌다는 마비노기온의 원탁 출신에, 태양의 기사 가웨인의 동생으로 그 무력은 2세대 성령에 필적한다.

그런 가레스의 존재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쫓아내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가 적당히 검집에 담긴 칼만 흔들어 보여도 대부분은 상대를 알고 뒤로 물러났다.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대성군 소속, 그것도 2세대에 준하는 성령을 상대로 배짱을 부릴 수는 없을 테니까.

덕분에 유현은 가레스의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 연합의 영역에 가까워질수록 날파리들은 더 이상 꼬이지도 않았다.

“강혜림 컬렉터도 이제 상태가 많이 좋아 보이네요.”

“……그래.”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곁에 찰싹 붙어있는 강혜림을 슬쩍 곁눈질했다.

“많이, 좋아졌지.”

지난 일주일간 바뀐 것 중 또 하나를 꼽자면 바로 강혜림의 태도다.

눈을 뜬 그녀는 이전처럼 유현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여전히 두려움은 남아 있는지 유현에게 살짝 거리를 벌리는 등 그런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한번 죽었다 부활한 후유증인지, 기억이 온전치 않은 그녀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입 밖으로 내는 것은 아기의 옹알이와 비슷한 것이 전부. 하는 행동이 말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된 것이다.

지금 강혜림은 몸만 멀쩡하지 정신은 그러지 못한 일종의 백치 상태.

유현은 그것이, 그녀를 되살리는 데 쓴 이야기가 부족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야기가 더 있었더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지금은 일단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겠지.’

강혜림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면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가 필요하다.

강혜림 본인의 책과 그녀가 시화를 통해 쌓아 온 책들의 이야기는 모두 썼다. 그래도 그녀의 존재는 아직 완전하지 못했다.

유현은 왜 그런지에 대해 고민하다 곧바로 답을 찾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히 그녀만의 것이 아니야. 함께해 온 동료들도 혜림 씨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거지.’

그 어떤 개인도 온전한 나 자신이 되려면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혜림만의 이야기, 강혜림의 역사를 지녀도 강혜림에 대한 세간의 시선, 그녀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

세상이 그녀에게 내리는 평가 또한 ‘개인’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아직 그것을 얻지 못한 강혜림은 온전한 그녀라고 할 수 없었다.

그 탓인지 강혜림은 아직 말도 할 줄 모르고 갓 태어난 아기 새처럼 유현을 쫄쫄 따라다니기만 했다.

그나마 지난 일주일 동안 유현이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보살피면서 얻게 된 쾌거였다.

덕분에 첫날 유현을 무서워하던 그녀는, 지금은 유현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 증세에 떨 정도가 되고 말았다.

‘혜림 씨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옛 동료들의 책에 담겨 있겠지.’

책.

유현은 그날 이후로 상대방의 책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이용할 수도 있게 됐다.

파편으로 얻은 힘이 한층 더 깊게 발전한 것이다. 유현은 비로소 오엘로가 자신에게 왜 아직도 파편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 했냐고 따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파편의 힘은 고작 그 정도 따위가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하나의 행성까지 날려 버릴 수 있는, 무궁무진한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지금 이야기를 다루는 이 힘도, 그가 지니고 있는 파편의 진짜 힘의 반도 깨우지 못한 상황이다. 유현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나머지 반 정도의 힘을 또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 파편의 힘이란 사막 속 신기루 같은 것이라서, 흔적을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멀어지게 돼 있다.

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자신의 의식이 파편에 깃드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사람을 찾자. 그게 우선이야.’

군주 연합에 도착하게 되면 곧바로 수소문부터 할 생각이었다.

변해 버린 강혜림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가 알던 5년 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유현은 다시 예전처럼 그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다.

그것이 설사 자신의 욕심일 뿐일지라도, 그런 것이라도 바라지 않으면 당장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더 애처롭게 바라게 된 걸지도 모른다.

“가자.”

유현은 역천의 폭포를 뒤로하고 연합의 영역으로 향했다.

과연, 이정표라고 알려 준 가레스의 말이 틀린 건 아닌지 곧바로 풍경이 확 바뀌었다.

연합의 땅은 군주들이 모인 것치고는 어딘가 소박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땅은 황폐하지도, 그렇다고 풍족하지도 않았지만, 그 위를 무수한 작물이 뒤덮고 있었다.

“주로 하계에서 올라온 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서, 식량 재배가 필수라 하더라고요.”

가레스는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해 줬다.

육신이 완전한 이야기로 변한다면 먹고 마실 필요도 없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식생활이 필수였으니까.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곳곳에 일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더러 보였다. 그들은 유현 일행을 슬쩍 곁눈질로 보더니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슬슬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군.”

“그러게요. 아무래도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떠나려는 건가?”

가레스의 갑작스러운 이별의 말에 유현은 문득 벌써 그럴 때인가 하고 기억을 떠올렸다.

가레스가 함께 움직이기로 하자고 했을 때 가레스는 자신이 길을 안내해 주지만, 끝까지 함께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연합의 영역으로 갈 때는 더더욱.

유현이 이유를 물었을 때 가레스는 이렇게 답했다. 군주 연합은 말 그대로 하계의 존재들을 위한 땅이라, 성령들의 출입을 상당히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그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또 성령들은 대부분 거만한 성격이라 필연적으로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저야 마음만 먹는다면 그냥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갈 수도 있지만, 연합의 군주들은 제가 불편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여기까지인 거 같아요.”

“그런가. 이미 이방인이 도착했다는 정보는 안쪽까지 흘러들어 간 거 같고.”

“아, 눈치채셨나요?”

“시선이 노골적이니 모를 리가 없지.”

군주 연합은 하계의 다양한 종족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당연하게도 다른 대성군이나 성군의 영토와 비교하면 그 전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숫자는 많지만, 하나하나의 무력이 너무나도 약해서 다른 곳에서 전쟁을 선포하면 쉽게 무너질 정도로 격차가 컸다.

그럼에도 이렇게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것은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바로 정보의 순환.

연합은 혼성계의 온갖 정보들이 다 흘러들어 올 정도로 잡다한 정보에 능통했다. 그들은 남들이 잘 모르는 사소한 비밀까지도 캐내서 자신들을 지키는 무기로 사용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연합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두 번째는 바로 집행자들의 존재였다.

군주 연합에 소속된 군주들의 숫자는 50여 명이 넘는다. 그중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군주의 숫자는 40명 이상.

하지만, 모두가 약한 존재는 아니었다. 이러한 군주 중에서, 특별하게 강한 군주의 경우에는 집행자라는 칭호를 얻으며 연합 영토 내부에 벌어지는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한다.

각 집행자의 무력이 정확하게 어느 정도라고 알려진 바는 없지만, 가레스가 얼핏 들은 말로 알려 준 바에 의하면 2세대 성령도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 집행자의 숫자는 다섯. 셋만 모여도 1세대 성령을 능히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저들이 너의 존재도 눈치챘을까?”

“눈이 없지 않은 이상 제 인상착의를 모를 리는 없을 테니까요. 특히 연합의 정보력은 대단해서 저라도 작정하고 정체를 감춰도 들킬걸요?”

“의외로 연합을 높게 평가하는군. 보통 다른 성령들은 깔보거나 하지 않던가?”

“뭐, 제가 특이한 건 알아요. 다른 성령들은 뭐…… 연합이 밑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겨우 먹고 사는 정도라고 평가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거든요. 어찌 됐든 이미 저희가 왔다는 소문은 다 퍼졌을 거예요. 가레스와 책더미 군주,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흑뢰군주까지.”

강혜림은 흑뢰군주가 자신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한 얼굴로 유현의 옷자락을 쥐고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모습에 가레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유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전 이만 돌아가 볼게요.”

“그래. 여기까지 안내해 줘서 고마웠다. 빚을 졌군.”

“에이, 빚이라뇨. 제가 좋아서 한 일인데요.”

“그렇다 해도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내가 비록 대성군 마비노기온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나중에 개인적으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 바로 도우러 가지. 진심이야.”

가레스는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쑥스러운지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하하. 제가 정말 팬이었던 텔러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기쁘네요.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가레스는 이윽고 유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현은 그 손을 보며 피식 웃더니 가레스의 손을 잡아 줬다.

“그럼.”

“그래. 잘 가라.”

둘은 한 차례 악수를 하고 곧바로 미련 없이 갈라섰다. 가레스는 가볍게 손을 흔들더니, 이윽고 빛에 휩싸이며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강혜림은 떠나가는 가레스의 빈자리에 멍하니 손을 흔들었다.

“가시죠. 혜림 씨.”

끄덕.

강혜림은 유현이 혹시라도 먼저 떠나갈까 봐 황급히 그의 옷자락을 쥐고 곁에 따라붙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군주의 영토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도시에 입성하게 됐다.

* * *

군주 연합의 첫 번째 도시 린델.

도시마다 군주가 지배하는 연합의 구성상 영토에 존재하는 도시는 약 50여 개에 달한다.

그중에서 린델은 바깥에서 연합의 땅에 들어오는 자들이 자주 접하는 곳이면서도, 연합 영토 내에서도 가장 작은 도시로 꼽혔다.

그리고, 가장 작은 도시를 지배하는 군주 윈다린 또한 그에 걸맞은 칭호로 불렸다.

가장 작은 군주.

정작 윈다린 본인은 그런 이름을 가장 싫어했지만, 모두가 그녀가 없는 데서는 그녀를 작은 군주님이라고 속닥거렸다.

“작은 군주님! 큰일입니다!”

“야! 내가 작은 군주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그런 윈다린이 거주하는 도시의 중앙의 건물.

군주가 머무는 것 치고는 너무 작아서 역시 작은 군주의 건물답다는 평가를 받는 곳의 꼭대기에서 윈다린의 부관이 다급하게 찾아왔다.

인간과 요정족의 혼혈이라 나이가 40이 넘어도 10대 초반 꼬마 아이의 모습을 유지하는 윈다린은 아기자기한 날개에 빛의 가루를 흘리며 부관을 흘겨봤다.

“뭔데. 근방에 혹시 책벌레라도 나타났어? 놈들은 얼마 전에 전부 토벌했잖아.”

“그, 그게 아닙니다. 조금 전에 올라온 소식인데, 저희 린델 도시 영역 바깥쪽에서 이방인 셋이 왔다고 합니다.”

“이방인 셋? 그런데 왜?”

“그 이방인 셋 중 하나는 마비노기온의 원탁의 기사 가레스고, 나머지 둘은 최근 혼성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책더미 군주와 흑뢰군주라고.”

“뭐?!”

윈다린이 그걸 왜 이제야 말했냐며 격하게 따지고 들었다.

가레스나 책더미 군주는 몰라도 흑뢰군주는 혼성계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존재가 아니던가.

혹시, 전쟁이라도 선포하러 온 건가?

“저, 저도 방금 막 소식을 듣고 온 참입니다. 일단 원탁의 기사 가레스는 물러났습니다만, 두 군주는 곧바로 이쪽으로 온다고 합니다.”

“어, 어떡하지?”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십니까? 군주님이 정하셔야죠.”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책더미 군주라고! 그, 그리고 흑뢰군주? 그 여자의 이름이 왜 나와? 죽은 거 아니었어?!”

“듣기론 책더미 군주와 싸워서 패배하고, 그에게 종속된 것 같다 하더라고요.”

흑뢰군주만 해도 군주 연합에서 집행자에 버금간다고 알려졌는데, 그런 흑뢰군주를 이긴 책더미 군주가 찾아온다?

책더미 군주 혼자 찾아오면 모를까, 악명이 자자한 흑뢰군주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면 이건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혹시, 연합에 들어오려는 건가? 아니, 그런 것치고는 되게 조용한데.”

“어쩌시겠습니까? 일단 들여보냅니까?”

“그러다가 안쪽에서 사고 치면 어쩌려고? 감당할 수 있어?”

“아니, 저야 못하죠.”

“나도 못 해.”

“군주시잖아요.”

“군주도 다 같은 군주가 아니거든?”

윈다린은 초월자에서 군주의 경계를 막 넘어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도 어지간한 상급 초월자 보다 강하지만, 2세대 성령에 버금간다는 흑뢰군주와 그런 흑뢰군주를 이긴 책더미 군주를 상대로는…… 솔직한 심정으로 단 5분도 버틸 자신이 없었다.

가장 작은 군주라는 것은 덩치도, 지배하는 도시도 그렇지만. 그녀의 실력이 다른 군주에 비해서 상당히 미흡했기에 붙은 명칭이기도 했다.

군주가 하나만 와도 린델이 비상에 걸릴 텐데, 그런 존재가 둘이나 온다고? 그것도 어떠한 언질도 없이?

대비를 해야 했다.

“……집행자를 불러.”

“네? 하, 하지만…….”

“혹시 모를 비상사태야. 책더미 군주가 어떤 성격인지는 모르지만, 듣자 하니 지난 2주일 동안 자신을 찾아온 자 중 살려 보낸 존재가 거의 없었다면서?”

성군에서 나온 자들이 유현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가 죽었다는 소식은 이미 혼성계에 널리 퍼졌다. 정보를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연합에서 그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집행자를 불러. 나는 일단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볼 테니까.”

윈다린은 그렇게 말하며 무거운 표정으로 자신의 집무실을 나섰다.

일단, 책더미 군주라는 남자와 만나 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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