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69화
갑옷을 입은 두 남자가 어두운 숲길을 걸었다.
한 명은 건장한 20대 중반의 청년이었고, 다른 하나는 10대 후반의 앳된 소년이었다.
서로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고 묵묵히 걷던 와중에, 이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젊은 기사 하나가 불쑥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습니까?”
“무슨 소식?”
함께 걷던 기사도 이런 침묵은 별로 달갑지 않았기에 이때다 싶어서 말을 받았다.
“새로운 군주의 영입을 위해 저희가 원탁에서 출발하기 바로 6일 전, 다른 구역에서 싸움이 났다고 하더군요.”
“싸움? 이 혼성계에서 싸움은 흔한 것이 아니던가?”
“에이. 그냥 흔하게 벌어진 거였으면 저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죠.”
원탁의 기사이자 3세대 성령인 가레스는 이 고지식한 기사가 놀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벌어진 싸움은 무려 저 멀리 떨어진 마천의 왕, 타화자재천왕의 영토에서 벌어졌다고요.”
“타화자재천이라면, 마왕 마라 파피야스가 있는 곳이 아닌가. 그곳에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설마 극락정토가 움직이기라도 한 건가?”
“설마요. 극락정토는 5년 전부터 외부와의 교류를 끊고 지냈잖아요.”
5년 전.
지구라는 세계가 혼성계에 완전히 들어서게 됐을 때였다.
극락정토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1세대 성령, 선각자 석가모니는 하계에 개입을 한 대가로 존재 자체가 소멸하고 말았다.
혼성계 전체에서도 단 넷밖에 존재하지 않는 성인의 칭호를 지닌 성령이 시스템을 어기고 하계에 직접 개입한 일은 혼성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대체 성인(聖人)이라는 칭호를 지녔으면서 왜 그런 짓을 벌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극락정토는 그 이후로 거의 대성군으로서의 입지를 잃어버렸잖아요.”
“그랬지.”
기사 가레스의 말에 함께 걷던 남자, 원탁의 기사 퍼시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선각자라는 큰 기둥마저 잃었으니 극락정토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전 출라판타카의 건만 해도 그들은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하려고 애를 썼고, 그것을 겨우 덮어 가던 참이었다.
출라판타카가 하계에 내려간 것은 개인의 뜻이며 혼자서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라고 말하며 극락정토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선각자는 달랐다. 석가모니가 하계에 내려간 것은 아무리 극락정토라 하더라도 그 혼자의 잘못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출라판타카는 극락정토의 명령을 받아 움직였으나 개인의 일로 끝나게 됐고, 반대로 석가모니는 개인의 뜻으로 움직였으나 극락정토의 의지로 끝나게 됐다.
극락정토의 1세대 성령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물었고, 가장 큰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석가모니의 사망과 함께 극락정토에 소속된 3세대 성령들이 탈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성군은 대성군이다. 하계에서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는 말이 있듯이, 아직 대성군 극락정토에 소속된 1세대 성령들과 2세대 성령들의 숫자는 많아.”
“그건 그렇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예전의 휘광을 잃었다는 거잖아요?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부터 극락정토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마라 파피야스가 더 활발하게 움직였으니까요.”
“그렇지. 그래서 네가 말했을 때 극락정토가 나선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 거다. 5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악을 증오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5년이라는 세월조차 길게 느껴졌겠지. 이제 와서 다시 움직인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에요. 이번에 타화자재천에서 난 싸움은 개인이 벌인 짓이거든요.”
“개인이라고?”
퍼시벌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혹시, 극락정토의 1세대 성령이라도 나선 건가?”
“아니요. 말했잖아요. 극락정토는 아직도 가만히 있다고.”
“그러면 대체 누가?”
“무소속 떠돌이래요. 제가 들은 거라고는, 5년 전에 혼성계에 들어오게 된 지구 출신의 초월자라고 하더라고요.”
“초월자라니. 아무리 초월자라 하더라도 마라 파피야스의 휘하에는 강한 초월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신기하다는 거죠.”
한동안 말이 없이 길을 걷던 퍼시벌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싸움은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됐을 거 같아요?”
아이처럼 천연덕스럽게 웃는 가레스를 보며 퍼시벌은 상황이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설마, 그 무소속 초월자가 이긴 건가?”
“네. 무려 마라 파피야스 휘하의 10명이 넘는 초월자들은 단신으로 깨부수고, 타화자재천 꼭대기에 있는 마천궁까지 개박살을 냈다고 해요.”
“뭐라고?”
믿기지 않는 일이다.
마라 파피야스가 어떤 존재인가. 1세대 성령이며 그쪽 세계에서는 최초의 마왕이라고 불리는 끔찍한 존재다.
그런 자가 자신의 영토를 침범당한 것도 모자라서, 거주하고 있던 거대한 궁전까지 박살이 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 리가 없을 터.
“그 최초의 마왕은 어떻게 됐지?”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어요. 소식이 뚝 끊겼거든요.”
“설마…….”
퍼시벌은 혹시 자신이 생각하는 이게 맞는지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물었다.
“도망……친 건가?”
죽었을 리는 없다. 그랬다면 반드시 소문이 났으니까. 그런데 소식이 끊겼다는 것은 도망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 마왕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신들이 소속된 마비노기온에 그 위명이 뚜렷하게 전해지는 그 마왕이 침입을 당한 것도 모자라 도망을 쳤다고?
“일단 다들 그렇게 알고는 있어요.”
“허, 세상에.”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수밖에 없죠. 마천궁은 개박살이 났고, 휘하 초월자들은 대부분 사망에, 게다가 천인 500명과 천인대장 다섯까지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그 무소속 초월자가 단신으로 해냈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다. 1세대 성령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력을 지닌 자가 손에 꼽을 터.
적어도 마왕연합의 꼭대기에 있는 제천대성이나, 아니면 천계삼십육천의 검선 여동빈 정도가 아닌 이상 개인이 그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일 수 없었다.
하물며 지구 출신의 초월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묘하게 뒷이야기가 하나 흘러나오고 있다 하더라고요.”
“뒷이야기?”
“네. 타화자재천을 박살 낸 초월자가, 사실 하계에 있을 때부터 상당히 강력한 힘을 지닌 초월자였었다고.”
“그건…… 더 말이 안 되는군. 하계에 있을 때부터 초월자였다면 성령이 되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이 아닌가.”
“그러니까 묘하다는 거죠. 그런데 모두가 강해진다고 성령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성령이 되는 걸 포기하면서 자신의 강함을 갈고 닦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이들은 모두 ‘이야기의 지평선’에서 스스로 더 높은 좌에 오르고자 대답을 했기에 성령에 오른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자들도 극소수지만 존재한다.
인간으로서 별의 자리에 오르지 않고, 본래부터 타고난 자신을 갈고닦으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끝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자들.
4대 성인 중 하나인 [독배를 마신 정의]는 그런 자들을 ‘극복인’이라 칭했었다.
“당장 저희 왕과 함께하는 그 마법사만 해도.”
“쉿. 이야기는 거기까지.”
퍼시벌은 손을 들어 올리며 가레스의 수다를 막았다. 가레스가 무슨 일이냐고 눈빛으로 묻자 퍼시벌이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그들이 향하는 숲길 너머에 붉은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먼저 도착해서 야영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저 앞에 있는 것이 맞겠지?”
“……네. 맞아요.”
가레스는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원탁을 벗어나 이곳 후미진 숲속을 거닐고 있는 것도 오직 이때를 위해서였을 뿐이니까.
“책더미 군주가 저곳에 있어요.”
“그렇군. 그보다 책더미 군주라니. 네이밍 센스 한번 괴팍하군. 대체 누가 지은 거야?”
“제천대성이라던데요?”
“……듣다 보니 괜찮은 이름 같기도 하군.”
퍼시벌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바로 고쳐먹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그들은 유현을 만나러 왔다.
* * *
유현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타오르는 모닥불을 내려다봤다.
그런 유현의 곁에는 강혜림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쥐 죽은 듯 자고 있었다.
흑뢰군주가 죽은 날, 그리고 강혜림이 다시 태어난 날 벌써 1주일이 넘게 흘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죽은 것은 아니다. 그녀는 살아 있다. 지금도 귀를 기울이면 그녀가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째서 눈을 뜨지 못하는지는 유현도 모른다. 어쩌면 죽음의 충격이 너무 커서 그에 대한 반동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묵묵히 장작이 타오르는 걸 바라보고 있던 유현이 불쑥 입을 열었다.
“잠시 그녀를 맡고 있어라. 데카르트.”
[네. 주인이시여.]
허공에서 그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역병의사 가면을 쓴 데카르트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유현이 불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데카르트는 흑뢰군주였던 강혜림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강혜림이 쓰러지고 난 뒤, 데카르트는 다시 유현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유현도 그것을 알기에 그를 탓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강혜림을 맡겼다.
“나와.”
유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풀숲이 바스락거리며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은 건장한 덩치를 지닌 금발을 길게 기른 미청년이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어린 소년이었다.
유현은 겉모습으로 그들을 판단하지 않았다. 이 혼성계에 저런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저들이 성령이라는 걸 증명하는 꼴이었으니까.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책이 그걸 뒷받침하고 있었다.
“용건만 말해.”
“책더미 군주가 맞습니까?”
금발의 기사, 퍼시벌이 그렇게 물었다.
유현은 그들을 돌아보지 않고 여전히 모닥불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답했다.
“알고 찾아온 거 아니었나?”
“그렇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는 대성군 마비노기온 소속의…….”
“원탁의 기사 퍼시벌. 그 옆은 원탁의 기사, 가웨인의 동생 가레스.”
소개를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쪽의 이름을 꿰뚫은 유현의 답에 퍼시벌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알고 계셨습니까?”
“방금 알았지.”
“…….”
퍼시벌은 입안에 바싹 탔다. 책더미 군주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소문을 들었다. 혼성계에서 나름 악명을 떨치던 흑뢰군주를 쓰러뜨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죽은 흑뢰군주의 시체를 데리고 끝없이 방황한다고만 들었는데.’
퍼시벌의 시선이 슬쩍 유현의 곁에 잠들어 있는 강혜림을 향했다. 흑뢰군주였던 그녀는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보호하듯 근처에 있는 저 역병의사 가면을 쓴 존재는 뭐란 말인가.
“크흠. 저희에 대해서 알고 계신다면 바로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책더미 군주님. 저희 마비노기온과 함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구에서 켈트 신화를 담당하는 대성군 마비노기온.
1세대 성령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그들은 혼성계에서도 꿀리지 않는 집단이었다. 이름만 말해도 알아서 이쪽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려는 놈들이 차고 넘칠 정도로.
하지만, 유현의 대답은 달랐다.
“꺼져.”
그 노골적인 말에 퍼시벌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적어도 이쪽은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신사적으로 나오는데, 정작 유현의 태도는 냉담하고 쌀쌀맞기 그지없었다.
“말씀이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
타오르는 모닥불을 가만히 보고 있던 유현이 고개를 돌려 퍼시벌을 주시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그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퍼시벌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고 말았다.
‘무슨, 눈빛이…….’
싸움 능력만큼은 2세대 성령에 지지 않는 자신인데, 유현을 마주하는 순간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
퍼시벌이 이제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는 순간 가레스가 그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가레스?”
“퍼시벌님. 그냥 가요.”
“아니, 하지만…….”
“어서요.”
가레스는 가타부타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퍼시벌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유현은 그 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좋은 판단이야.”
그 말을 끝으로 유현은 다시 모닥불을 바라봤다.
퍼시벌을 멀리까지 끌고 온 가레스는 이쯤이면 됐는지 발걸음을 멈췄다.
“가레스. 이게 무슨 짓이지? 왜 갑자기 나를…….”
“퍼시벌님. 진짜 무례하게 들릴지도 몰라서 하는 말인데,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뭐지?”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저희 죽었어요.”
“뭐라고?”
퍼시벌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무언가 생각이 미쳤는지 입을 다물었다.
“퍼시벌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책더미 군주와 눈을 마주친 순간, 어떻게 될지.”
“……듣자 하니 꽤나 얌전한 존재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상처 입은 맹수가 따로 없더군.”
“저도 보는 순간 깨달았어요. 그 남자, 그러니까 책더미 군주라고 불린 남자…… 기억에 있어요.”
“뭐라고?”
“기억 안 나시나요? 5년 전에 떠들썩했던 텔러의 이야기. 스스로 가호를 포기하고 하계에서 직접 싸운 텔러 하나가 있었잖아요.”
“아, 그랬지. 나는 그자의 시화를 본 적은 없지만, 이름은 들어 봤다. 강유현, 이라고 했었나?”
“방금 그 책더미 군주가…… 바로 그 강유현이에요.”
“뭐라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얼굴을 보고 바로 알았어요. 그러니까 흑뢰군주 강혜림과는, 아주 예전에 동료였던 사이라고요.”
퍼시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흑뢰군주와 책더미 군주가 옛날에 동료였다고? 하지만 책더미 군주는 흑뢰군주를 죽였다고 알려지지 않았던가.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아니, 그보다 죽은 줄 알았던 흑뢰군주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만으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저희가 찾아오는 게 좀 늦은 건 퍼시벌님도 알고 계시죠? 책더미 군주의 소문이 퍼진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잖아요.”
“……그렇지. 솔직히 이미 다른 대성군에서 그를 채갔다고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저자가 혼자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사이에 과연 다른 자들이 찾아오지 않았을까요?”
“설마, 모든 제안을 다 거절했다는 건가?”
“그것뿐이면 제가 이렇게 말 안 했죠.”
가레스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자신이 알아차린 중요한 사실을 퍼시벌에게 말했다.
“그중에서 일부 성령들이 저 남자의 손에 죽었어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이는지 가레스의 몸이 잘게 떨렸다.
그는 상대방이 죽인 ‘업’을 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책더미 군주를 영입하기 위해 가레스가 나선 것이다. 상대가 얼마나 대단하고 또 얼마나 위험한지, 그는 그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가 본 책더미 군주 강유현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될,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의 등 뒤에 떠돌아다니는 죽은 자의 업은 누가 봐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정도로 생생하고 또 강했다.
“저희가 더 귀찮게 했다면…… 그 남자의 손에 죽었을 거예요.”
“…….”
퍼시벌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