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아는 주인공들 364화
재회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또 예상외의 형태로 일어났다.
유현은 강혜림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적어도 흑뢰군주라 불리는 그녀가 대화는 통할 정도의 이성은 남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등장과 동시에 1만 5천이 넘는 사상자를 내며, 자신을 보자마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번개를 내리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유현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그녀는 절대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콰르릉!
거대한 번개와 몸에 두른 호신강기가 충돌한다. 위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유현은 속이 진탕되는 것을 느꼈다.
강혜림은 강해졌다. 괜히 군주라 불리는 것이 아닌지,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초월자가 되고도 아득한 수준까지 성장해 있었다.
강해졌구나.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해졌어.
그 사실에 원래라면 기쁨을 느껴야 하는데, 유현은 그러지 못했다.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이 현실에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혜림 씨.”
그래도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본다.
예전처럼 그녀가 웃으면서 대답하기를 기대하면서.
하지만, 현실은 유현의 기대를 처참하게 부숴 버렸다. 강혜림은 오히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유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닥쳐어어어어!!!”
눈을 감기만 해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녀의 미소가, 사라진다.
강혜림의 몸 주위로 검은 번개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손끝에 모였다.
“가짜 주제에! 그 얼굴로, 그분의 얼굴로 날 부르지 마!!!”
그 분노의 감정을 담은 번개가 유현을 향해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강혜림의 눈가에 담긴 증오와 분노를 보는 순간, 마지막 남은 기대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꽈르르릉! 유현의 몸을 검은 번개가 강타했다.
만약 백련이 황급히 방패로 변해 유현의 몸을 지켜 주지 않았다면 큰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를 공격이었다.
[유현! 정신 차려! 너 지금 뭐 하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
죽을 뻔한 위기에서 넘어갔음에도 유현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을까.
“그래도 조금은…… 희망이라는 것을 품었는데.”
이름을 부르면, 예전처럼 그녀가 웃으면서 반겨 줄 줄 알았다.
예전, 즐거웠던 그때처럼.
“나는 대체 뭘 기대하고 뭘 바랐던 걸까.”
강혜림의 손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대화도 경고도 없이 무차별로 떨어지는 힘의 폭력이 무수한 생명을 앗아 갔다.
그 끔찍한 짓을 자행한 것이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소중한 사람이라는 잔혹한 진실이, 유현의 마음을 잔인하게 후벼 팠다.
“뭐야. 아직도 안 죽었어? 그래도 꼴에 믿는 구석은 있는지 튼튼한가 보네?”
강혜림은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유현을 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유현은 고개를 들어 올려 다시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감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백련이 다시 검의 형태로 돌아가고 유현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줬다.
“혜림 씨!”
“닥쳐!”
“……!”
“나를 그런 눈으로 봐? 감히 가짜 따위가? 또 나를 어떻게 하기라도 하게? 천만에! 난 이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야!”
강혜림은 유현의 시선에 발작하듯 외치더니 아직 살아남은 해방군들을 노려봤다.
그녀의 주위로 대기가 끓어오르며 거대한 번개로 이루어진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방군은 핼쑥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막을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 저 검은 용이 이빨을 들이미는 순간, 그들의 죽음은 정해진 셈이나 다름없었다.
그 순간, 유현이 자리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허공에 그어지는 새하얀 섬광이 흑룡을 반으로 갈랐다.
“방해하지 마!!!”
카앙!
강혜림이 검을 뽑아 들어 유현을 향해 휘둘렀다. 유현은 백련으로 방어를 하며 지척까지 접근한 그녀를 노려봤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유현은 곧바로 아포리아의 가면을 썼다.
네 개의 눈을 가진 악마의 가면. 그것을 보는 순간 강혜림이 재차 발작했다.
“감히! 감히이이이!!! 내 앞에서, 유현 씨의 가면까지 따라 해?!”
얼마나 나를 더 화나게 해야 성이 풀리는 거냐며, 강혜림이 검을 휘둘렀다.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두르고. 검게 타락한 뇌기가 담긴 검격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허공에 우르릉 하고 번개가 울렸다.
유현은 그 모든 공격을 방어했다. 여유를 가질 틈도 없었다. 강혜림은 지난 5년 사이에 엄청나게 강해져서 조금이라도 방심을 했다간 죽는 것은 자신이 될 거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유현은 아포리아의 가면까지 써 가며 그녀의 앞에 선 것이다.
계속 방어만 하던 유현의 태세가 일변했다. 강혜림의 검을 흘려내며 뇌기를 막아 내고, 그대로 반격을 가한다.
카앙!
강혜림이 황급히 검을 회수하며 방어를 취했다. 검과 검이 충돌하고 거대한 충격파가 터지며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으아악! 도망쳐!”
“휩쓸리면 모두 죽는다!”
해방군들이 도망치고, 흑뢰궁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군단도 잔뜩 긴장한 채 침을 삼켰다.
강혜림과 유현의 싸움은 그만큼 살벌했다.
두 사람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흩어졌다. 동시에 공간이 폭발하고, 대기가 찢어지며 폭풍이 몰아쳤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엇!!!”
꽈르릉!
강혜림의 의지를 이어받은 번개가 나뭇가지처럼 퍼지며 사방에서 유현을 향해 닥쳐왔다.
유현은 호신강기를 폭발시키듯 강하게 일으키며 자신의 의념을 둘렀다.
칠마흑천신공 변초식 묵경옥.
흑검단의 강기를 튕겨 냈던 묵빛 거울과 강혜림의 묵뢰가 충돌했다. 두 기운이 서로 강렬하게 힘겨루기를 하다가 이윽고 함께 산화했다. 강혜림의 공격은 묵경옥을 뚫지 못했고, 묵경옥은 강혜림의 번개를 튕겨 내지 못했다.
유현은 이를 악물고 강혜림을 몰아세웠다.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빈틈을 할애했다간, 강혜림은 아직도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해방군들을 학살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두 사람의 신형이 허공에서 충돌하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강혜림은 검 너머 아포리아의 가면을 쓴 유현을 노려봤다.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받아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적의에, 유현은 억울함보다도 씁쓸함을 느꼈다.
“미안합니다.”
사과의 말이 목구멍을 타고 저절로 나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강혜림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다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뭐야. 뭐가,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그냥, 전부…… 미안합니다.”
유현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그는 울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울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주륵.
아포리아의 붉은 눈동자에서 피눈물이 흘렸다.
4개의 눈동자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악마의 가면은, 기괴하면서도 어딘가 애절하게 느껴졌다.
유현은 이 모든 벌어진 일들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검을 맞대는 순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만 끝난다고.
그가 애써 삼킨 말을 강혜림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일까.
그녀는 유현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꺄하하. 웃기지 마. 나는 안 죽어. 난 끝까지 살 거야. 내가, 내가 죽을 거 같아? 너희들이 나 죽이려고 한다 해서, 내가 죽을 거 같냐고!”
강혜림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넘실거렸다. 파지직. 그녀의 몸이 서서히 뇌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지긋지긋해. 나는 살아남을 거야. 이 세상을 전부 베는 한이 있더라도, 살 거라고!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릴 거야. 유현 씨. 그분은 반드시 돌아올 거니까. 그러니까, 나중을 대비해서…… 모든 방해꾼은 이 자리에서 전부 죽여 버릴 거야.”
일방적인 선언과 가까운 말과 함께 그녀의 몸이 완전히 뇌기에 잠식됐다.
피부부터 해서 근육, 머리카락 한 올까지. 강혜림은 말 그대로 번개 그 자체가 되었다.
모든 것이 검은 번개로 이루어진 그녀의 눈만 하얗게 빛났다.
흑뢰지신(黑雷之神).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유현은 전신의 털이란 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강혜림의 신형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빠르다.’
그것도 엄청.
아포리아의 가면을 쓴 유현조차 그 속도를 잡아내지 못했다.
순식간에 유현의 주위로 검은 번개가 가득해졌다. 강혜림이 지나가는 자리에 남은 잔상이 유현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감옥으로 화했다.
마천묵뢰(魔天墨雷).
유현의 주위로 엄청난 번개가 휘몰아쳤다. 그것은 그냥 번개도 아니라 상대방을 반드시 파괴하고 죽이겠다는 ‘의념’까지 담겨 있었다.
유현은 이를 악물고 반격에 나섰다. 저쪽에서 번개를 사용한다면 이쪽도 똑같이 나서면 그만이었다.
칠마흑천신공 사마 취악굉뢰(聚惡轟雷).
속도는 저쪽이 더 빠르지만, 이쪽은 상대방의 공격을 읽어 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콰르릉! 검은 번개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하지만 약하다. 처음에 비등했던 두 힘은 어느 순간부터 균형이 기울더니 한쪽으로 쏠렸다. 강혜림의 마천묵뢰가 유현의 번개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흑뢰지신 상태인 강혜림의 공격은 자신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그렇다면, 숫자를 더 늘린다.
유현은 곧바로 다음 기술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칠마흑천신공 사마 변초식 문산멸뢰(紊散滅雷)와 흑진왕(黑震王)이 펼쳐졌다.
문산멸뢰가 취악굉뢰와 합쳐져 강혜림의 번개를 밀어냈다. 동시에 유현은 흑진왕을 펼쳐 강혜림과 마찬가지로 전신에 의념을 두르며 그녀의 움직임을 쫓았다.
두 줄기의 검은 그림자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허공에서 충돌했다. 그 틈새를 비집고 새하얀 안광과 붉은 안광이 수차례나 스쳐 지나갔다.
콰르릉! 쾅쾅!
눈과 귀가 먹먹해지는 광경 속에서, 두 초월자는 힘의 한계까지 쥐어 짜내며 싸우고 또 싸웠다. 번개가 서로 충돌할 때마다 하늘이 울리며, 저 까마득한 아래 지면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과 지진, 귀가 찢어지는 굉음까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여파가 피부까지 느껴졌다.
“피해라! 휘말리면 죽는다!”
“이게, 개인 대 개인의 싸움이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라니…… 정말 같은 인간이 맞아?”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찢어진다. 흑뢰궁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았던 먹구름의 틈새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햇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흑뢰궁의 성벽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유현의 도플갱어는 싸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강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저렇게 호각을 이룰 줄이야.’
강혜림은 군주다.
군주가 어떤 존재인가. 혼성계에서 일신으로 영토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오직 군주뿐이다. 그들이 군주라 불리는 것은 일종의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 자격은 별것 없다.
힘. 어지간한 성령을 뛰어넘는 힘을 지녔기에 군주가 될 수 있었다. 군주란 그런 존재다. 압도적인 무력과 이야기를 지닌 자들.
유현이 강하다 해도 그저 조금 강한 초월자 수준이라 생각했다. 초월자는 상급 수준이 아닌 이상 군주에게 대적할 수 없다.
하지만, 저 모습은 뭐란 말인가. 두 사람의 실력은 그야말로 백중세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날 대결이 아니었다. 승부가 난다 하더라도, 승자도 상처투성이가 되겠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이 전부야.’
자신은 그저 유현의 모습을 본뜬 가짜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지니고 있는 힘이라고 해 봤자, 저 둘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알량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화가 나고 슬펐다. 자신이 진짜였다면, 힘을 지니고 있었다면 강혜림이 고통받게 놔두지 않았을 텐데.
그저 모든 것이 야속했다. 이미 상처받고 망가진 그녀에게 또다시 시련을 내리는 이 현실마저도.
콰르르릉!
그러는 사이에 싸움은 더욱 격렬해졌다.
서로 부딪치고 충돌하는 강혜림과 유현의 기세가 한층 더 강해졌다. 두 사람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절기를 모두 사용해 보였다.
유현의 눈이 바쁘게 굴러다녔다. 미래를 보는 라플라스가 계속 그의 죽음을 외쳤다.
이 힘이 없었다면 유현은 진작 그녀의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확률에 개입하는 맥스웰의 힘을 이용해 강혜림의 공격을 흘려 내거나 그녀에게 타격을 입히려고 했다.
순수한 힘의 크기로는 강혜림이 더욱 우세했다. 유현은 그것을 다양한 능력을 통해 끌고 여기까지 끌고 왔다.
“죽어어어어!!!”
아홉 마리의 뇌룡이 유현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유현은 그중에서 6마리를 베어 내거나 막아 냈지만, 3마리의 뇌룡은 유현을 지나쳐 저 멀리 떨어진 해방군을 노렸다.
유현이 황급히 팔을 뻗어 강기를 쏘아 냈다. 흘려 낸 3마리의 뇌룡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이 와중에 저 쓰레기들을 지키려고 하는 거야?”
강혜림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그녀의 입가가 쭈욱 찢어지며 미소가 맺혔다.
“그렇다면 어디 이것도 막아 봐.”
강혜림의 주위로 강렬한 힘이 모이더니 이윽고 거대한 구체를 만들어 냈다.
멸뢰옥(滅雷玉).
하나하나가 핵폭탄급 위력을 지닌 거대한 번개의 구체가 하나도 아닌 무려 3개나 생성됐다.
유현은 강혜림의 의도를 파악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
“혜림 씨!!!”
그녀는 지금 눈앞의 그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 해방군을 노리고 있었다.
이대로 지지부진 싸워 봤자 승부가 빨리 나지 않으니 적어도 다른 방해꾼이라도 먼저 제거할 생각인 것이다.
유현은 변해 버린 강혜림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저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고 한다고? 고작 거슬린다는 이유로?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떨어지려는 겁니까!”
“나는 떨어지지 않아.”
강혜림은 유현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떨어지는 건, 너희들이지.”
강혜림이 멸뢰옥을 투척했다. 하나당 크기가 100m가 넘는 거대한 구체 3개가 해방군을 향했다.
유현은 황급히 의념을 일으켜 멸뢰옥 하나를 막았지만, 나머지 두 개는 그런 유현을 쏜살같이 지나쳤다.
동시에 강혜림이 유현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해방군을 구하지 못하게 방해할 속셈이었다.
유현에게 얼굴을 들이민 강혜림이 섬뜩하게 웃었다.
“어딜 가려고. 그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어. 자신이 지키려고 했던 것이 덧없이 사라지는 모습을. 그리고 느껴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처절한 고통을.”
유현은 이를 악물고 강혜림을 떨쳐 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강혜림은 전법을 바꿨다. 힘을 겨룰 생각을 하지 않고 유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치고 빠졌다.
“살려줘!”
“모두 도망가!”
두 개의 멸뢰옥이 날아오는 모습을 본 해방군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쳤다. 서로 부딪치고 엉키고 넘어지고. 곳곳에 처절한 비명이 퍼졌다.
안 돼.
유현은 그 모습을 보며 다급하게 팔을 뻗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전부였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는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강혜림의 손에.
그 순간.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멸뇌옥이 지면에 충돌하기 전.
‘어?’
유현은 멀리서 두 줄기의 섬광이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멸뢰옥과 충돌하며, 허공에서 화려하게 폭발해 멸뢰옥을 소멸시키는 것까지도.
‘지원 사격? 대체 누가?’
그 공격을 알아본 강혜림의 웃는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녀의 시선이 섬광이 날아온 방향을 향했다.
“유영민……!”
그녀가 증오스럽다는 듯이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