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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61화 (361/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61화

연꽃에 봉인되어 있던 유현이 눈을 떴을 때.

유현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것들 중 상당수가 소실되었음을 알았다.

가지고 있는 힘과 포인트를 제외한 아이템들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가 지니고 있어야 할 서재도 링크가 느껴지지 않았고, 네 악마들은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백련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난데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니.

유현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이 백련을 내렸을 리는 없으니 분명 누군가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가 유현에게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유현은 크레이터 중심에 박힌 백련에게 다가가 그대로 손잡이를 쥐고 뽑았다.

[이야아아아아!!]

동시에 백련의 우렁찬 목소리가 유현의 뇌리에 울려 퍼졌다.

[드디어 자유다아아아아!!!]

“시끄러워.”

[자…… 유현?! 너……?!]

“내 이름은 자유현이 아니라 강유현이야. 5년 지났다고 그새 까먹은 거야? 그러면 좀 실망인데.”

[너, 너너너너!!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백련이 유현의 생환에 기뻐하며 비명을 질렀다. 오랜만에 듣는 백련의 목소리에 유현은 그리움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어쩌다 보니. 눈 떠 보니 5년이나 지나 있더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지난 5년간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고!]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백련. 그때 마지막 폭발에서 나와 마지막까지 같이 있던 건 너였잖아.”

[그래. 그랬지. 하지만 막 폭발이 터지기 직전, 하늘에서 황금빛이 내려오더니 널 감쌌잖아. 네가 빛에 휘감겨 사라졌을 때 나는 바깥으로 멀리 튕겨져 나갔어.]

백련은 그때 일을 떠올리며 자신이 5년 간 겪었던 일을 말해 줬다.

[바깥으로 튕겨 나가고, 네가 자리에서 사라지고, 주위에는 빛이 막 번쩍이며 폭발했지. 난리도 아니었어.]

“그 이후에 어떻게 된 거야?”

[누군가 나를 주워 갔어.]

“누군데? 백화 매니지먼트 사람이였어?”

[사탄.]

“뭐?”

지금 내가 뭘 잘못 들은 건가?

백련의 대답은 유현을 놀라 게 만들기 충분했다.

“잠깐만. 사탄님이? 아니, 그건 더 이상한데. 그때는 아직 지구가 완전히 혼성계에 들어갔을 때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사탄님이 너를…….”

[그건 나도 몰라. 그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를 주워 갔어. 진짜야.]

유현은 문득 석가모니가 자신을 구해 주기 전, 자신이 내려온 우주 너머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그때 사탄이 있었다는 건가? 직접 그렇게 말을 걸었다는 것은, 사탄도 지구에 어떻게든 개입을 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는 건, 그때 석가모니가 나서지 않았다면 사탄이 모종의 방법으로 폭발을 억제했을지도 몰랐다.

“……따로 별 일 없었고?”

[나를 회수해 간 사탄은 나를 오랫동안 자신의 행성에 처박아 뒀어. 애초에 대화가 통하지도 않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도 않았지. 그거 알아? 무려 5년 동안, 나는 눈을 말똥말똥 뜬 채 그 얼어붙은 행성에 가만히 있어야 했다고!]

“……어, 음. 고생 많았겠네. 그런데 어떻게 지금 여기에 오게 된 거야?”

[그 자식이 날 집어 던졌어.]

“뭐?”

[날 집어 던졌다고.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씨익 웃더니, 그 거대한 꼬리로 내 손잡이를 칭칭 감아서, 멀리 휘익 던졌어. 난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쭈욱 날아왔지.]

설마 하니 백련이 이렇게 날아온 것은 사탄이 본신의 힘으로 투척을 했던 거였나.

그리고, 이렇게 정확히 노리고 던진 것을 보면 사탄은 유현의 복귀를 아는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왜 날 찾아오거나 혹은 전령을 보내지 않았지? 평소 성격을 생각하면 바로 만나러 와도 이상할 게 없는데.’

마치 지금은 만나기 곤란하다는 것처럼.

“사탄님은……어땠지?”

[뭐가?]

“그냥. 상태나, 뭐 행동이나. 그런 것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어. 일단 본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긴 했는데, 전신에 상처가 가득했거든. 여기저기 비늘이 뜯겨 나가 있기도 했고.]

“상처가 가득했다고? 흠.”

사탄 정도나 되는 성령이 누군가와 싸워서 다쳤을 리가 없다.

그렇다는 것은 대폭발이 일어난 그 날, 석가모니가 하계에 개입해서 소멸했을 때 사탄 또한 제네시스 시스템 때문에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컸다.

석가모니와 다르게 직접 개입하지 않았지만, 그 거대한 몸을 이끌고 태양계 근처까지는 왔으니까.

게다가 사탄은 그 폭발 속에서 백련을 회수했다고 했다. 백련의 말을 들어보면 본신으로 그런 짓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의 일부를 떼어 낸 의체로 회수했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하계에 개입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많이 지쳐 보이기도 했어. 그래서 5년 동안 자기 지역에만 머무르면서 회복에 전념했지.]

“다른 건 하지 않았고?”

[가만히 있으면서 혼성계에 벌어진 일들을 보기는 했어. 나도 근처에 있어서 엿볼 수 있었지. 지구가 혼성계에 들어오고,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도 달라지고. 한자리에 머물렀지만, 많은 것을 봤어.]

백련은 수다스럽게 말하다가 급격히 우울해진 목소리로 뒷말을 덧붙였다.

[강혜림이 어떻게 됐는지도.]

“…….”

[유현아. 너도 알고 있어?]

“……알아. 혜림 씨가 지금 어떻게 됐는지. 모두에게 어떻게 불리는지.”

검후라는 이명은 마천후가 되었고, 그녀는 군주의 자리에 올라 흑뢰군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자리에 올라갈 때까지 많은 사람을 죽였다.

[……괜찮아?]

백련은 유현의 상태를 물었다.

유현의 꼴을 보자니 그는 지난 5년 동안 봉인된 상태라,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백련도 모든 것을 알지 못했지만, 사탄이 지켜보는 것을 같이 구경한 덕분에 대략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백련은 유현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강혜림은 그가 가장 먼저 계약한 첫 번째 계약자였으니까.

“괜찮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당장에 백련이 떨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속으로 많은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것에 대해서 책임감마저 느끼고 있기에, 더욱 스스로가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기도 했다.

“그래도…… 만나 봐야겠지.”

[어쩔 생각이야?]

“대화를 나눌 거야. 왜 그렇게 된 거냐고, 묻지는 않아야겠지. 손을 내밀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해 볼 생각이야. 다시 같이 움직이고, 흩어진 나머지 동료들을 찾고. 그리고……그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볼 일이지.”

[……만약에 강혜림이 네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야?]

“그때는…….”

유현은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답을 내리지 못해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확실하고 뚜렷해서, 그것을 말하는 순간 정말로 미래가 그렇게 될 것만 같아서.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주제를 바꾸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자세히는 몰라. 그냥 서로 대판 싸우고 나서 헤어졌다고만 알고 있으니까.]

“그 이후는? 뭐 단적으로 아는 거라도 없어?”

[권지아는…… 혼성계 어딘가를 떠돌아다닌다고 했어. 아마 너를 찾고 있던 게 아닐까.]

“수민 씨와 영민이, 그리고 서련 씨는? 유찬 씨도.”

[서수민은 나도 몰라. 다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혼성계 안쪽을 향해 움직였다는 말만 들었어. 유영민은…… 곧바로 정체를 감췄는데, 듣기로는 용병단을 이끈다고 했었어.]

“용병단?”

[성군과 대성군들, 그리고 군주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존재를 필요로 해. 용병은 그런 일을 해 주는 일종의 별의 대행자인 셈이지.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마 생존자들의 마을에 머물고 있을 거야.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나 마을이 있다고 들었으니까.]

“그렇군.”

[그래서…… 정말로 갈 거야?]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물어본 건 아니었지만, 유현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날 수는 없어. 외면하면…… 그때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테니까.”

[하아. 진짜 너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부분 없이 완전 똑같구나.]

“5년 동안 잠만 자고 있었으니 달라질 겨를도 없었지. 다른 사람들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그래. 다들 변했지. 세상도 변했어.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오히려 반갑기도 해. 적어도 너는, 내가 알던 그 강유현이 맞으니까.]

“그래. 그보다 사탄님은 대체 왜 너를 회수해 간 걸까? 그것도 시스템의 명령을 거역해 가면서까지.”

[몰라. 나도 그래서 엄청 당황스러워. 마치 네가 올 것을 알고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하기엔 묘하게 걸린단 말이지.]

“물어봐도 그분은 대답해 주지 않겠지.”

사탄은 분명 지금 어디선가 유현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백련을 이렇게 타이밍 맞춰서 보내 줬을 리가 없으니까.

그는 석가모니와 함께 하계에 내려와 유현을 구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면 분명 죽을 걸 알면서도 말이다.

대체, 왜? 그는 무엇을 알고 있지?

‘나중에, 사탄을 만나러 가야 해.’

독대를 신청할 수도 없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혼성계에 소속되었으니 갈 수만 있다면 사탄이 거주하는 땅을 밟을 수 있었으니까. 그가 환영해 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유현은 머지않은 미래에 사탄과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인사도 안 했네. 다시 만나서 정말로 반가워. 백련.”

[나도 진짜 반가워. 유현아.]

적어도 오늘 밤은 적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유현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 * *

“잠시만요!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것은 미친 짓이에요!”

활짝 열린 나생문을 앞에 둔 도시에서 케이트는 해방군을 향해 소리 질렀다.

그러나, 해방군 동포들은 그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한 시라도 빠르게 전력을 모아 나생문 안쪽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케이트. 자네가 아무리 말려도 이미 정해진 일은 어쩔 수 없어.”

“정해졌다고요? 지금 바로 가면 무슨 꼴을 겪을 줄 알고요?”

“나생문이 열렸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흑뢰궁으로 향한 문이 열린 거야. 자네도 알잖나. 지금이야말로 그녀를 치기 위한 최고의 기회라는 것을.”

“입에 발린 말 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지금 구세주의 덕을 보려고 하고 있잖아요.”

케이트의 쏘아붙임에 현장 책임자이자 해방군 부대장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 그 정도의 강자가 먼저 나서겠다고 갔으니 우리도 빨리 따라붙어야만 해.”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그건 모를 일이지.”

“애초에 초월자급 강자에요. 그런 자가 군주와 싸운다 하더라도, 초월자도 없는 저희가 거기에 끼어들 수는 있을 거 같아요? 턱도 없는 소리. 그냥 당신네는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을 생각밖에 없잖아요.”

케이트의 노골적인 말에 부대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말조심해. 해방을 위한 동포들의 싸움을 그런 식으로 낮잡아 부르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을 뿐이죠. 애초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이끌고 가 봤자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도 가겠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그 구원자가 흑뢰군주를 쓰러뜨리는 것에 우리 해방군도 한 게 있다고 묻어가려는 거잖아요.”

“케이트…….”

“변명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렇게 해서 다른 나생문 근방의 도시를 해방시켜서 자유라는 명목 아래에 해방군이 통치하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이봐. 케이트. 상황을 봐. 나생문이 열렸어. 그리고 거기를 지키는 흑검단이 죽었지. 다른 도시에 소문이 쫙 퍼졌어. 엄청난 강자가 흑뢰군주의 목을 따려고 한다고.”

“당신들이 그렇게 퍼뜨렸죠.”

케이트는 안다. 유현이 흑뢰군주와 과거에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하지만 해방군은 그의 행동을 일부러 곡해해서, 유현이 마치 해방군의 선두에 서서 그들을 돕듯이 싸운다고 선전을 펼쳤다.

“그 남자가 무슨 생각으로 거기까지 향했는지 알고는 있어요?”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저길 봐. 사람들이 희망에 찬 얼굴로 우릴 보고 있어. 지금까지 온갖 수탈과 억압을 받아 온 저들이, 드디어 희망을 품기 시작한 것이야.”

“그 희망이 거짓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요?”

“그걸 진실로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지.”

케이트는 부대장을 향한 혐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타인의 호의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이용하려 하다니. 정말로 역겹네요.”

“길잡이를 자처하며 나생문을 여는데 일조한 자네가 할 말인가?”

“적어도 저는……!”

케이트는 말을 하다 말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은 절대로 사적인 욕심으로 유현을 끌어들이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었을 더러, 그렇게 말한다 해도 이 남자는 믿지 않을 테니까.

부대장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는 케이트의 행동이 답답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케이트. 현실을 봐. 이미 도시 곳곳에 소문이 퍼지고 해방 운동이 벌어지고 있어. 여러 마을에서도 해방군이 모여 이 도시로 몰리고 있지. 전례 없는 규모의 군대가 모이는 거야. 그런데 여기서 손가락이나 빨면서 대기하자고? 군단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데?”

“그래서 지금 바로 사람들을 이끌고 흑뢰궁으로 향하겠다는 건가요? 좋아요. 가세요. 말리지 않겠어요.”

“조금 전까지 반대하던 것 치고는 순순히 승낙하는군.”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걸 아니까요. 하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기억하세요. 타인의 호의를 제멋대로 이용하려고 하는 당신들은, 좋은 꼴 보지 못할 거라는 걸.”

“유념하지.”

말은 그렇게 해도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케이트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미가 누나를 발견하고 다가오려다,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누나, 화났어?”

“……응.”

“저 사람들이 뭐라고 했어?”

“아니야. 그냥, 누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그래서 화가 난 거야.”

유현은 떠나기 전 그녀에게 작은 선행이라도 좋으니, 무언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했지만.

과연, 그것이 정말로 쉬운 일인지 케이트는 고민해 볼 일이었다.

당장 해방군 내에서도 상당히 급진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자들은 유현을 구세주로 내세워 해방군의 프로파간다로 이용하고 있었으니까. 케이트는 그들을 말리지 못했다.

“이래서야, 유현 씨를 뵐 낯이 없네.”

“지금 유현 씨라고 한 것 같았는데.”

그 순간,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케이트에게 다가왔다.

케이트는 지미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남자를 경계했다.

“아, 미안하군. 갑자기 아는 이름이 나와서 말이야.”

“……누구시죠?”

“그보다 조금 전에 한 질문인데…… 혹시 당신이 말 한 그 유현 씨라는 사람. 이름이 강유현 맞나?”

“그걸 어떻게…….”

케이트는 말하다 말고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지만,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는 그 말에 기뻐하며 웃었다.

“역시! 그랬군!”

“……아는 사이인가요?”

“아는 사이다마다. 옛 동료였으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뒤집어쓴 후드를 뒤로 넘기고 입가에 착용한 독수리 형태의 마스크도 벗었다.

케이트는 남자의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방군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면서 저 얼굴을 몇 번 본 기억이 있었다.

“당신 설마. 용병왕, 라인히리 아들러?”

그래. 분명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남자였다. 인간이면서 초월자급 강함을 지녔고, 온갖 이야기로 구성된 특수 부대를 이끄는 용병대장이라고. 임무를 실패하는 일이 없고, 여러 성군에도 연줄이 있어서 대부분 그를 부르기를 ‘용병왕’이라 칭했다.

“그건 가명이다.”

이제는 어엿한 남성미를 풍기게 된 남자는 수염이 자란 얼굴로 씨익 웃었다.

“유영민이라고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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