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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38화 (338/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38화

“오, 넌 뭐냐?”

러시아에서 넘어온 파편 소유자는 곰 같은 인상을 지닌 거구의 남성이었다.

한쪽 눈을 가로지르는 것은 커다란 흉터 외에도 팔뚝이나 드러나는 몸 곳곳에 크고 작은 흉터들이 가득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을 야생에서 치열하게 살아 온 포악한 곰처럼 생겼다.

그는 유현을 보고 씨익 웃었다.

“아니. 대답하지 않아도 알겠다. 너, 이 땅에서 황금빛을 모으고 있던 녀석이지? 이거 놀랍군. 설마하니 나를 마중 나와 줄 줄이야.”

“다른 녀석들은?”

4개의 눈동자가 엄청난 안광을 토하며 소유자를 억압하려 들었지만, 그는 가볍게 코웃음 치는 것으로 그것을 모조리 흩어 냈다.

“나 혼자다. 애초에 동료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거든.”

“다른 녀석들의 파편을 전부 빼앗은 건가?”

“당연하지! 그리고 소유하고 있던 놈들은 모조리 죽였다!”

소유자는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한 행동이 자랑거리라도 되는 것마냥 한쪽밖에 없는 눈을 희번덕거리게 떴다.

양 입술이 귀 아래까지 닿을 정도로 치솟아 오를 정도로 쭉 찢어진 미소가 야생의 포식자를 닮아 섬뜩했다.

“부디 살려 달라고 빌고 눈물을 흘려도 봐주지 않았지.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그냥 내게 아무 조건 없이 이 황금빛을 넘겨준다고 했어도 나는 내버려 두지 않았다. 왜인지 아나?”

“별로 궁금하진 않군.”

“내가 선택받은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소유자는 유현의 말을 듣지도 않고 제 할 말만 떠들었다.

“왜 이런 힘을 얻게 됐을까? 나는 안다. 이 힘은 단순한 힘이 아니야. 각성자? 컬렉터? 그런 조잡한 녀석들보다도 훨씬 더 정순하고 강력한, 그래…… 이거야말로 신의 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 나는 그것을 얻었다.”

신이 세상에 존재해야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1명이어야 했다.

신의 힘을 받은 자라면, 그리고 그 모든 힘을 모은 자가 신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반드시 자신이어야 했다.

그래서 전부 죽였다.

“놈들에게서 빼앗고 빼앗고 또 빼앗고, 그렇게 나는 주변 일대의 모든 것들을 회수할 수 있었지. 그럴수록 나는 더 강해졌고 말이야.”

그의 시선이 유현을 향했다. 아포리아의 가면을 쓴 유현을 보고도 소유자는 전혀 겁먹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곧 이어질 싸움을 기대하기라도 하는 것마냥 혀를 길게 빼서 입술을 핥았다.

“네놈의 그 황금빛은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을까. 정말 기대가 돼.”

“힘을 얻기 위해 여기로 왔다. 이건가?”

“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내가 뭣 때문에 이 작은 땅덩이에 오겠어?”

“누가 뒤에서 너를 사주했지?”

“뭐?”

소유자는 유현의 말에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사주? 이 나를?”

그는 이윽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웃기는구나! 누가 사주를 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고? 그런 녀석이 있었다면 내가 가장 먼저 찢어 죽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로 온 것이 자신의 의지라 이건가?”

“당연한 개소리를 길게도 묻는구나. 힘을 모으면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곳에도 나와 비슷한 녀석들이 있다고. 그리고 또 한 가지 깨달았지. 이곳에 오면 나는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아마 나 말고도 그렇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을 거다.”

“자신 말고도 다른 소유자들을 인지하고 있었군.”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나와 같은 파장을 그렇게나 강렬하게 뿜어내는데, 어떻게 모를까. 그러니 이건 일종의 경쟁이다. 힘을 가장 먼저 얻은 녀석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진정한 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니까.”

“그런가.”

유현은 소유자의 말에 조금 확실치 않았던 것들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눈앞의 소유자는 자신이 한국으로 온 것은 자신의 의지라고 주장했고, 나머지도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동시에 찾아오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이상했다.

그렇다는 것은 단 하나.

놈들은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

“털어도 나올 것이 없다면 나도 이 지지부진한 대화를 끌고 나갈 필요가 없겠지.”

“뭐라고?”

소유자는 그 말에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을 더욱 무섭게 일그러뜨렸다.

이쪽이 기분이 좋아서 바로 죽이지 않고 적당히 말을 섞어 주니, 혹시라도 자신이 더 강하다고 착각하기라도 한 것인가?

‘건방진 놈이로군.’

대충 압박감이 느껴지는 저 악마 같은 가면이 범상치 않은 것은 알겠지만, 고작 그게 전부이지 않은가.

이쪽이 기껏 대화 몇 마디 나눠 주니 만만하게 보고 기어오르는 꼴을 보니 힘의 격차를 제대로 알려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뼈저리게 느끼게 되리라. 자신이 지금 누구의 앞에서 저렇게 건방을 떨고 있었는지.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부터가 얼마나 많은 자비를 받고 있었던 것인지.

“그래. 그러고 보니 네놈 말고도, 이 쥐꼬리만 한 반도에 황금빛의 소유자가 몇몇 더 있던 것 같은데.”

그는 지금 다른 곳에 멀리 떨어진 파편의 흔적을 느끼고 있었다. 진짜배기는 눈앞의 녀석이지만, 저 녀석 말고도 그의 부하, 혹은 추종자로 추정되는 놈들이 4명이나 더 있었다.

대장은 저 녀석이겠고, 나머지는 부하나 동료가 분명하다.

“정했다. 지금 당장 네놈을 죽이지는 않으마.”

소유자는 히죽 웃으며 유현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일단, 네놈의 사지부터 자르겠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유지하며, 네놈의 몸을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면서 네놈의 부하 네 명을 전부 네 앞에 데려오마. 그리고 네가 보는 앞에서, 그 연놈인지 모를 것들을 산 채로 찢어 죽이겠다.”

“…….”

“동료들이 살려달라고 빌어도 네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놈들의 모든 황금빛이 나의 손으로 돌아올 때, 그때 가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지금의 건방짐을 후회한들…….”

“조금 전부터 느낀 건데.”

유현이 그의 말을 끊으며 손을 까닥였다.

“넌 덩치에 맞지 않게 말이 너무 많아.”

* * *

화르르륵!

현실이 아닌 별개의 세상. 데카르트의 힘으로 만들어낸 유랑세계가 거센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마냥 크레이터가 무수히 새겨져 있었고, 공기는 싸움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는지 거칠게 요동치며 휘몰아쳤다.

자연재해가 휩쓸고 지나간 그 흔적 속에서 유현은 파편의 소유자의 가슴을 밟고 서 있었다.

“끄륵! 크르륵!”

유현에게 건방지게 굴었던 소유자의 몰골은 처참했다.

그의 팔다리는 뜯겨 나가 온데간데없었고 목구멍에서는 죽은 피가 자꾸 넘어와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자신을 밟고 서 있는 유현을 올려다봤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이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켈록! 대, 대체 어떻게……?”

난데없이 이상한 세상에 끌려온 것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그 이후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상식을 아득히 넘어섰다.

이쪽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쥐어 짜내서 필사적으로 저항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유현은 보란 듯이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줬다. 팔과 다리를 산 채로 잡아 찢으며 그를 가지고 놀았다.

“어떻게 그만한 힘을……?”

“꼭두각시에게 알려 줄 건 없어.”

“사, 살려 줘!”

목숨이 위험에 달하자 소유자는 다급하게 외쳤다. 조금 전 징그럽게 웃던 모습은 전혀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처절하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제, 제발. 이렇게까지 했으면, 이제 충분하잖아……그러니까, 제발 살려 줘.”

“……하.”

조금 전까지 노골적으로 죽이려고 했으면서 자신이 지려고 하니까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태도도 역겹지만, 그보다 더 웃긴 것은 줏대조차 없는 그의 행동이었다.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사람에게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빌다니.

“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히익!”

유현은 상반신을 숙이며 그의 얼굴 가까이 아포리아의 가면을 가져다 댔다. 4개의 눈동자에서 안광이 폭사했다.

처음에는 적당히 위협적인 가면이라고 생각했던 소유자는, 4개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니, 겁에 질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너무 많아서 하얗게 질려 가고 있었다.

“최소한 자신의 줏대는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나, 나는…….”

퍼억! 소유자가 뭐라고 변명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가 터졌다.

* * *

유현이 파편 소유자와 만나서 싸울 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백화 매니지먼트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적을 마주했다.

가장 먼저 진도 앞바다.

해안가에 10명의 사람이 상륙했다. 호주에서 넘어온 자들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는 파티였다.

“여긴가? 황금빛의 소유자가 있는 곳이.”

“어쩔 거야? 일단 우리 쪽으로 영입?”

“아서라. 상대는 다섯인데, 황금빛 숫자가 20개가 넘어. 공평하게 나눠도 1인당 4개씩 지닌 자들인데, 뭐가 아쉬워서 우리처럼 1개씩 있는 사람들 편에 서겠어?”

“그러면?”

“뭉쳐서 빼앗아야지. 안 그래도 놈들도 흩어져 있으니까, 이 기회에 각개격파하면 돼.”

모두가 그렇게 대화를 나눌 때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나.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뭣?!”

“누구냐!”

이곳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불청객의 목소리가 들릴 줄은 몰랐다.

모두의 시선이 절벽 위를 향했다. 그곳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검은 장포를 휘날리는 백발 소녀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냐고?”

본격적으로 컬렉터가 된 서수민은 허리춤에 묵룡검을, 반대편 허리에는 개인 주문으로 만든 야구방망이를 찬 채 팔짱을 꼈다.

그녀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호승심이 가득 담긴 미소를 머금었다.

“천마 서수민.”

이윽고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칠마흑천신공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주변 일대를 집어삼켰다.

“네놈들의 상대다.”

* * *

유럽에서 넘어온 파편 소유자는 여성, 그것도 한 명이었다.

전신을 감싸는 검은 복장의 그녀는 마치 그림자처럼 조용하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그녀의 특기는 요인의 암살. 그녀는 이 힘으로 파편 소유자들을 하나씩 죽이며 그들의 것을 빼앗았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는 묘한 기대감을 품고 한국 땅을 밟았지만, 그녀는 시작부터 큰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용.

푸른 뇌전으로 이루어진 용이 이쪽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포효만 내지르지 않았을 뿐, 용이 내뿜는 강렬한 전류와 숨이 막힐 것 같은 기세는 당장에 그녀를 물어뜯어 죽여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런 용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존재감을 품는 자가 있었다.

현대식으로 리파인 된 하늘하늘하는 새하얀 무복에 청아한 검 한 자루를 들고 서 있는 여성.

그녀가 내뿜는 투기는 뒤에 일렁이는 뇌룡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스릉.

파편 소유자는 양손에 단검을 쥐었다. 이미 적에게 들킨 이상 싸움은 불가피했다.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그녀의 시선이 강혜림을 향했다.

강혜림 또한 얼어붙을 것만 같은 시선으로 검을 쥔 채 그녀를 주시했다.

서로의 사이에 대화는 필요 없었다.

두 신형이 동시에 지면을 박차고 허공에서 충돌했다.

* * *

부산 앞바다에 5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상륙과 동시에 신속하게 움직이며 주위에 혹시라도 목격자가 있는지, 그리고 가까운 도시의 방향은 어디인지 확인했다.

“반경 3km 이내에 아무도 없음.”

“이쪽은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이라, 조용히 움직이기에 나쁘지 않아.”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서 황금빛 소유자들을 제거하자.”

그들은 5명이서 한 팀으로 이 일을 해 왔다. 미국의 민간군사기업(PMC)의 특수팀으로 움직이던 그들에게 황금빛이 내려온 것은 일종의 기회이자 축복이었다. 그들은 그 힘으로 자신들과 같은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을 살해하며 힘을 흡수했다.

미국에 있는 것들은 모두 흡수했으니 이제 아시아 쪽으로 향하면서 남는 것들을 모조리 빼앗을 생각이었다.

그 순간.

피슝!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이 5명의 부대원 중 하나의 머리를 꿰뚫었다.

시체가 쓰러지는 것보다 먼저, 4명의 부대원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엄폐에 들어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반경 3km 이내에 아무도 없다면서!”

“3번이나 확인했어! 없는 게 맞아!”

“그러면 이게 뭔데!”

“다들 닥치고 있어. 지금 이 공격, 소리가 들렸나?”

“소리? 아니.”

“이런 젠장.”

부대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흑인 여성이 혀를 찼다.

“이 미친 공격이 지금 3km 바깥에서 날아왔다.”

“뭐?”

그 예측대로, 아주 멀리서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유영민은 스코프에서 눈을 뗐다.

“기습을 당했는데도 빠르게 반응하다니. 역시 보통 녀석들이 아니야. 입고 있는 복장이나 장비를 보면 험한 일을 하던 용병들인가.”

귀찮게 됐다.

상대는 단순한 파편의 소유자가 아닌, 전쟁의 스페셜리스트다.

총기를 다루는 유영민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성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실제로 상대는 벌써 초탄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거리와 방향을 곧바로 가늠하고, 넷이서 합을 맞추며 차분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쪽이 질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유영민은 씨익 웃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 * *

모두가 전쟁에 들어갔을 때.

권지아는 강릉시가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

‘뭐지? 이제 슬슬 놈들이 이곳을 지날 때가 됐는데.’

상대가 하나인지 다수인지 그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하나. 이번 일을 얼마나 빠르게 끝내고 다시 복귀하느냐였다.

실패 따위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녀는 그만큼 진지했다. 그걸 감안해도 질 것 같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오늘 컨디션이 좋군.’

적당히 검을 손질한 그녀가 이윽고 고개를 돌렸다.

이쪽을 향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드디어 온 건가. 권지아는 명도를 뽑아 들고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숫자가 많다. 포위됐군.’

느껴지는 기척만 해도 50명이 넘었다. 보란 듯이 이쪽을 노리고 있는 그들의 행동에 권지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 들킨 건가. 그보다도 50명이라는 숫자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들이 전부 다 파편의 소유자일리는 없을 터, 그렇다면 추종자라도 이끌고 온 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권지아의 앞에 섰다.

“……너는.”

남자를 알아본 권지아의 머리는 더욱 복잡하게 변했다.

“언리쉬드의 수장, 진청운…….”

“우리 구면이지?”

진청운은 웃으면서 권지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치 친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가벼운 행동에 권지아는 이게 무슨 수작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됐다. 어차피 그럴 필요가 없다. 눈앞의 상대가 적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그녀가 할 일은 이미 정해졌으니까.

“유현이 이곳에 없는 게 아쉽군.”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일부러 내가 피해서 온 거니까.”

“뭐라고?”

“내가 만나려고 한 사람은 바로 너야. 광랑 권지아. 아니면 이렇게 불러 주는 게 좋을까?”

진청운이 씨익 웃으며 권지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코덱스 「책갈피」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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