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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주인공들-337화 (337/456)

# 나만 아는 주인공들 337화

진청운이 프라이티온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 된 일이 아니었다.

그가 막 코덱스의 파편을 얻었을 때, 그로인해 이 세상의 진실을 일부 엿봤을 때도 프라이티온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귀환자들을 다수 포섭하고 다른 사람들의 파편을 회수하면서, 파편의 숫자가 일정 이상 달성되었을 때.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한 존재의 사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프라이티온이라는 자이며,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5번째 이야기의 왕이고, 그가 모종의 일 때문에 혼성계에서 몸을 숨기며 지낸다는 것까지.

처음 그와 접점을 지니게 됐을 때 진청운은 의아함을 느꼈다.

‘대체, 왜 이 정도의 존재가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거지?’

그는 언리쉬드를 이끄는 수장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도 않았다.

프라이티온이 자기를 소개할 때 한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는 1세대 성령과 맞먹는 무시무시한 자다.

그런 존재가 고작 하계의 인간밖에 되지 못한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기쁘기는커녕 수상할 뿐이었다.

그런 진청운에게, 프라이티온은 자신이 왜 말을 걸었는지부터 해서 앞으로 이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것을 진청운에게 ‘보여 줬다’.

그래. 그것은 말 그대로 보여 줬다고밖에 할 수 없는 기묘한 경험이었다.

그의 정신이 우주 너머로 아득히 멀리까지 뻗어져 나가고, 이 거대한 세상의 흐름이 한눈에 보이게 됐을 때 진청운은 정말로 보게 됐으니까.

그리고, 그는 그 광경을 보는 순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모르던 이 세상의 나머지 진실을, 그리고 앞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될지를.

진청운은 프라이티온과 손을 잡았다. 그의 뜻과 자신의 뜻이 일치한 것 이상으로 프라이티온의 존재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됐으니까.

‘언제까지고 엑소도스 녀석들만 이용해 먹을 수는 없지.’

무엇보다 최근 엑소도스 텔러들의 움직임이 상당히 굼뜨게 변했다. 이전까지 이야기의 씨앗까지 제공해 주던 그들의 지원도 거의 뚝 끊기다시피 했다.

언리쉬드 멤버들은 그 부분을 아쉬워했지만, 진청운은 언젠가 그럴 때가 올 거라고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뭐 됐어. 이제 이걸로 세상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으니까.’

지구는, 더 나아가 이 혼성계는.

멸망하는 길을 막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단순히 유예 기간을 얻은 것일 뿐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

“대장.”

그때 셰나 린치가 진청운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셰나.”

“이번 작전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

“뭔데?”

“왜 강유현 텔러를 노리지 않는 거야?”

셰나 린치는 진청운이 다른 외부 세력을 데려와 한국으로 모으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 말고도 언리쉬드의 간부들 또한 매한가지였다.

외부 세력을 제외하고도 그들 또한 따로 움직이기로 했는데, 문제는 진청운이 말한 다음 목표라는 것이 전혀 예상 밖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권지아 컬렉터. 광랑을 노리는 이유가 따로 있어?”

셰나 린치가 이해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진청운이 이번 작전에서 최우선 목표로 삼은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권지아였다.

강유현 텔러라면 그래도 이해를 할 수 있다. 그의 존재는 언리쉬드에 있어서 아주 심각한 문제였으니까.

그래도 최근 몇 주 동안은 공석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지만, 이젠 그러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최우선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은 바로 강유현 텔러였다.

그런데 진청운은 그의 계약자. 그것도 첫 번째도 아니고, 두 번째인 광랑 권지아를 노리기로 한 것이다.

“말해 줘도 모를 거야.”

“……우리가 그렇게 미덥지 못한 거야?”

“아니, 그럴 리가. 너희는 훌륭한 내 동료야. 하지만 셰나, 내가 한 말은 단순히 돌려 말하기가 아니야. 정말로 너희는 말을 해도 모를 거야.”

“……대체 뭣 때문인데. 나는 아직도 대장이 왜 광랑을 노리는 건지 모르겠어.”

“그래. 모르는 게 당연해. 모를 수밖에 없지.”

진청운은 이 사실이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큭큭 거리며 웃었다.

셰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뭐라고 하기도 전에, 진청운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셰나. 그리고 다른 동료들도 모르겠지만, 권지아 컬렉터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어.”

“거대한 무언가? 대장은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것도 예언이야?”

“예언이라……그럴지도.”

진청운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셰나는 그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자신들에게 숨긴다는 것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최근 진청운의 행동은 최측근인 그녀도 이해를 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이 전에는 컬렉터의 세상을 만들자고 했었지만, 지금의 진청운은 초창기 언리쉬드의 이념이 아닌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소중한 동료들을 버려 가면서, 그들에게 진실을 숨겨 가면서 이룰 정도로?

“셰나. 작전은 계획대로 부탁해.”

셰나는 그 말에 울분을 담아 뭐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진청운의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가 뭐라 해도 언리쉬드의 구심점은 바로 이 남자다.

그리고 차별받던 그녀를, 이 밑바닥 인생에서 구해 준 이 남자야말로 그녀가 무슨 일이 있어도 믿고 따르기로 한 인생의 지향점이 아니던가.

“……알았어.”

셰나는 결국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진청운이라면 여기서 이해해 줘서 고마워, 라고 말을 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지도.

셰나는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한탄을 하면서도, 작전을 위해 움직였다.

* * *

“놈들이 벌써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습니다.”

유현은 아직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황금빛을 보며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언제쯤 도착할 거 같습니까?”

“3일로 추정돼요.”

대답한 것은 유영민이었다. 지도를 향하는 그의 눈동자 안쪽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소용돌이치며 적들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었다.

보통 원거리 슈터가 지니고 있는 ‘보는 눈’과 관련된 스킬과 비슷했지만, 유영민이 지금 사용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상위의 스킬이었다.

단순히 멀리 있는 상대방을 보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상대방의 움직임과 전투의 흐름까지 읽어 내는 최강의 눈.

[천리안(千里眼)].

“도착하는 시간대는, 전부 다 비슷해요. 기묘할 정도로 겹치네요. 무슨 목적으로 이곳으로 모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서로 악수나 하자고 모이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그렇겠죠. 여러분들은 제가 없는 동안에 팔찌를 통해 모종의 힘을 회수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느끼셨겠죠. 그들이 얼마나 특이한 힘을 다루는지.”

유현의 물음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파편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황금빛을 지닌 사람들의 힘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여 준 상식을 넘어선 힘. 그것은 각성한 컬렉터 중 일부가 얻을 수 있다는 [특성]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저들은 아마도, 저희 백화 매니지먼트가 있는 곳으로 모일 겁니다.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힘, 그것을 저희가 회수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거겠죠.”

이쪽의 힘을 강탈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것을 빼앗기기 전에 먼저 제거하기 위해서.

이유는 둘 중 하나겠지만, 어느 쪽도 전혀 좋은 의도는 아니었다. 필시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 싸움의 여파는 어지간한 상급 컬렉터의 그것을 뛰어넘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놈들이 프라이티온의 사주를 받은 책벌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협회에 도움을 요청할까요?”

“그들에게 뭐라고 말을 하면서 도와달라고 하시려고요?”

“그건…….”

강혜림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도 파편의 회수를 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상대방을 쓰러뜨리고 팔찌를 통해 흡수한 미지의 힘,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인식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도 사실 흡수를 하면서도 긴가민가했다. 유현이 준 팔찌가 아니었다면, 그런 것이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컬렉터라는 존재를 넘어선 더욱 미지의 힘.

지금도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유현이 건네준 팔찌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팔찌를 차고 있지 않았다면 이것과 관련된 기억이 깡그리 사라졌을지도 몰랐다.

“여러분들도 느끼셨다시피 이 미증유의 힘은 매우 특이합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인식하기 힘들며, 심지어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면 이것을 느꼈다는 기억조차도 흐르는 물에 휩쓸리듯 사라지죠.”

자신들의 속마음을 보란 듯이 꿰뚫는 유현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저는 여러분께 말했습니다. 이 힘을 느끼되, 알려고 하지 말라고.”

“왜죠?”

“여러분이 힘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힘이 여러분들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 힘의 편린조차 느낄 수 없어요.”

“유현 씨는요?”

“저는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이 힘을 모으는 거고, 약간의 편법을 이용해서 여러분들이 이 힘의 회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누구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협회의 도움은 구할 수 없다. 협회는 지금 다가오는 이 위험 자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적들이 무언가 하려고 해도 적의 존재조차 눈치챌 수 없다.

그렇다고 협회가 나서게 하려면 적들이 무언가 하고 난 이후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적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싸움의 여파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망자가 나올 것이다.

“놈들이 저희에게 오기 전에 이쪽에서 최우선으로 각개 격파를 해야 합니다. 최대한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요.”

때마침 파편을 지닌 자들은 5개.

그리고, 이쪽의 인원도 정확히 5명이다.

한 사람당 하나씩. 이보다 간단하게 나뉘는 공식이 있을까?

“아마 힘들 겁니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회수해 온 대상보다도 훨씬 더 강한 상대일 테니까요.”

단신이라면 아주 강한 상대와 일대일을.

집단이라면 혼자서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

다른 지원을 바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끽해 봐야 개인적인 친분을 지닌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이 전부.

상대방의 수준을 감안하면 상급 컬렉터 이상이 아니면 오히려 방해만 될 것이다.

유현의 입장에선 일행들이 이것을 잘할 수 있는지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잘할 수 있겠죠?”

언제까지고 감싸고돌기만 할 수는 없다.

그가 없는 동안 모두가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실제로 파편을 회수하는 일까지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그러니 믿고 맡길 수밖에.

“물론이죠!”

“이미 네가 없는 동안에도 잘 해낸 일이다.”

“오히려 이전까지는 너무 시시해서 몸풀기도 되지 않았지.”

“형이 걱정하지 않아도, 잘할 수 있어요.”

네 사람의 거침없는 대답에 유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남은 3일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죠.”

“네!”

* * *

3일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유현과 강혜림, 권지아, 서수민, 유영민은 각자 자신이 맡은 위치에 섰다.

적들은 특이한 힘을 이용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비행기나 선박을 통해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은밀하게 국경을 넘었다.

어지간한 정보 기관도 잡아내지 못할 은밀한 움직임.

그러나, 이쪽에는 파편의 위치를 읽어 내는 지도가 있다.

“아아. 이쪽은 알파. 다들 잘 들립니까?”

유현은 아무도 없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모두를 향해 염화를 날렸다.

[네! 이쪽은 브라보! 잘 들려요!]

[이쪽은 찰리. 수신 양호.]

[델타. 잘 들리는구나. 벌써부터 기대되는군.]

[이쪽은 에코에요. 잘 들리네요.]

“모두 지도를 보고 계시니 알 겁니다. 이제 슬슬 다가올 때가 됐군요.”

반짝이는 황금빛이 점멸하며 어느덧 국경을 넘어 한반도로 다가왔다.

그것도 서로 충돌하지 않게끔 총 5개의 방향에서 말이다.

그렇기에 백화 매니지먼트도 5명으로 나뉘어 각자 구역을 지켰다.

유현은 북한산 인근을.

강혜림은 인천항 부두를.

권지아는 강원도 인근 산맥에.

서수민은 진도 앞바다에.

유영민은 부산 해안가에.

“놈들이 국경을 밟기 전에, 저희 선에서 처리합니다.”

긴장해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유현은 동료들을 믿기로 했다.

파편을 지닌 적들과 싸워야 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한 도전이었지만, 유현은 오히려 이 위기의 상황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봤다.

파편을 지닌 자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준다면 귀찮게 일일이 찾아가며 회수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파편을 한꺼번에 회수할 수 있는 기회.

부엉.

하늘을 나는 백효가 유현에게 시야를 공유해 주며 작게 울었다. 어느덧 백효는 성체 올빼미의 크기까지 커져서 예전보다 훨씬 더 위엄 넘치는 자태를 뽐냈다.

백효의 시야를 통해, 허공이 일렁이더니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보였다.

이쪽은 다수가 아닌 개인. 혼자서 러시아 인근의 파편을 모조리 회수한 사람이었다.

“시작합시다.”

유현이 얼굴에 아포리아의 가면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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